거리두기 격상에 앞서 민간에서 각종 자격시험과 외국어능력 시험을 줄줄이 연기한 상황에서 정부와 산하기관이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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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한국디자인진흥원에 따르면 오는 12일 서울 중구 성동공업고등학교에서 제1회 서비스·경험디자인 기사 필기시험이 치러진다.
올해 첫 시행하는 이번 시험에는 전국에서 819명이 응시했다. 시험 당일에는 수험생 뿐만 시험 감독관을 맡은 서울지역 교사 72명, 각 층마다 배치하는 현장요원 10명 등 총 900여명이 모이게 된다.
금융투자협회 역시 지난달 29일 시행 예정이었던 제27회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시험을 불과 나흘 앞두고 취소 결정을 내렸다. 협회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10월 말부터 파생상품투자권유자문인력, 투자자산운용사와 증권투자권유대행인 자격시험의 응시료 환불 신청 기한을 연기한 바 있다.
이와 달리 진흥원은 2.5단계에서는 자격증 시험이 가능하다는 이유를 들어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응시자들이 지난 6월부터 원서접수를 통해 시험을 준비해 왔고, 국가기술자격을 부여한 고용노동부도 2.5단계까지는 시험이 가능하다는 지침을 내린 점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진흥원 관계자는 “고용부 지침에 따라 상위 기관인 산업부와 논의를 거쳐 승인을 받았다”면서 “시험을 취소하면 오랜 시간 준비해온 수험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진흥원이 지난 7~8일 홈페이지에 부랴부랴 시험 유의사항을 안내한 것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불과 시험 나흘 전에는 “시험 2주 전부터는 외출 및 타인과의 접촉을 자제해달라”는 급조된 것으로 보이는 항목을 추가해 언 발에 오줌누기 식 대처라는 지적이다.
한 응시생은 “서울 단 한 곳에서만 시험을 보기 때문에 비수도권 수험생들도 당일이나 전날 서울에 모여 시험을 보고 다시 각 지역으로 흩어지게 된다”면서 “수도권의 코로나 확산세가 엄중한 상황에서 시급성이 높지 않은 시험을 위해 전국에서 수험생을 모으는 것 자체가 부적절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진흥원 관계자는 “한 교실당 응시생을 20명으로 제한하고, 거리두기 간격 유지와 실내 환기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킬 것”이라며 “고사장 입구에서 출입 대장을 수기로 작성해 향후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방역당국에서 즉시 대처할 수 있도록 만반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