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 기업 파두에 대한 단상[김현아의 IT세상읽기]

매출 급감 원인은 수사 결과 지켜봐야
웨스턴디지털도 인정한 기술력
경영진 출국 금지 해제해야
  • 등록 2024-07-09 오전 7:22:08

    수정 2024-07-09 오전 8:39:36

[이데일리 김현아 IT전문기자]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반도체 설계기업 파두(440110)의 ‘뻥튀기 상장 의혹’과 관련해 지난 4일 파두의 최대 매출처인 SK하이닉스를 압수수색했습니다.

파두는 2023년 8월, 1조 원 이상의 평가를 받으며 코스닥시장에 상장됐지만, 이후 공시된 실적이 저조해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이로 인해 주관사를 상대로 한 투자자들의 집단소송도 제기된 상태입니다.

이지효 파두 대표이사(사진=파두)


매출 급감 원인은 수사 결과 지켜봐야


파두의 연간 매출은 2021년 51억 5681만원에서 2022년 564억 151만원으로 급증했으나, 2023년에는 225억원으로 급감했습니다. 주가도 공모가 3만 1000원에서 3만 4700원(11월 8일)으로 상승세를 보이다가, 1만 6250원(11월 14일)으로 급락했고, 2만 900원(11월 8일)에 그쳐 투자자들의 분노를 샀습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파두는 2021년 말부터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에 파두의 컨트롤러를 장착하여 메타(페이스북) 데이터센터에 납품하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 기준으로 70%가 넘는 매출이 이 부문에서 나왔습니다. 그러나 2023년부터 SSD(Solid State Drive) 컨트롤러 매출이 급감하기 시작했고, 3분기부터는 SK하이닉스에서 발생한 매출이 전무한 상태입니다.

이 상황에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메타의 데이터센터 투자 축소, 낸드 및 SSD 시장 침체, SK하이닉스의 중간 개입, 파두의 기술력 저하 등이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특사경은 파두뿐 아니라 SK하이닉스와 파두의 상장 주관사도 조사하고 있습니다. 진실은 수사 결과를 기다려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웨스턴디지털도 인정한 기술력

하지만, 분명한 것은 파두가 시스템 반도체 업계에서 인정받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파두는 메타의 SSD 컨트롤러 관련 기술 인증을 획득하며 시스템 반도체 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한국반도체협회와 한국팹리스산업협회 등 여러 기관이 파두의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파두는 지난 4월 미국 주요 낸드플래시 제조사 웨스턴디지털(Western Digital)을 신규 고객사로 확보했습니다. 웨스턴디지털은 파두의 SSD 컨트롤러를 구매하기로 했으며, 파두와 함께 기업용 SSD에서 사용되는 차세대 기술인 ‘FDP(Flexible Data Placement)’를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만약 파두가 사기로 상장된 기업이라면, 주가 하락 속에서도 해외 투자자들의 지분율이 1%에서 6%로 증가한 현상은 설명되지 않습니다. 이는 최소한 파두의 기술력과 제품이 신뢰받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파두는 또한 실리콘밸리 CXL 스타트업 이음(EEUM)에 100억원을 투자해 AI 데이터센터에서 차세대 상호연결 기술로 꼽히는 CXL(Compute Express Link) 스위치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사기 기업이라면 현재의 상황에서 100억원을 투자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파두가 자신들의 입지와 기술력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경영진 출국 금지 해제해야


다음 달 6일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최대 행사인 ‘FMS(Future of Memory and Storage)’가 열립니다. 이 행사에서는 인공지능(AI) 경쟁으로 수요가 폭증하는 반도체 업계의 현재와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으며, 다양한 비즈니스 미팅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반도체 설계 기업 중 유일하게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파두의 경영진들은 참석이 어렵습니다. 현재 모두 출국 금지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파두 경영진들은 FMS에 참석하지 못할까봐 큰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주주들에게, 그리고 국가를 위해 옳은 일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세계는 반도체 전쟁 중입니다. AI와 반도체 기술의 핵심은 빠른 대응에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할 파두의 경영진들을 국내에 묶어두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요? 이는 국가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주주들에게도 파두가 기술력을 입증하고 매출 및 주가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결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잘잘못을 가리는 과정이 파두의 발전을 방해해서는 곤란합니다. 파두를 국내에서 막아선다면 웨스턴디지털과 같은 해외 업체가 파두를 가로채려 할 것이며, 이는 국가적으로도 손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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