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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우 국민대 대외협력부총장은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데 진정성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리비아 모델’로 북한을 자극해오던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앞세워 ‘트럼프 모델’을 내비치고 이어 ‘한국식 모델’까지도 내놨다는 점이 긍정적이란 해석이다.
윤 부총장은 이날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일주일 가까이 트럼프가 계속 ‘리비아 모델은 북한한테 생각하고 있는 모델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는 (북한을) 보호해 줄 거다’라고 강조하고 있다”며 “트럼프나 백악관이 블러핑을 안 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라면서 이 같이 말했다.
북·미는 지난 24일까지 기싸움을 벌여오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한 이후부터 빠르게 대화 모드로 전환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깜짝 2차 남북 정상회담을 펼쳤고 미국에 끊임없이 관개 개선의 메시지를 던졌다. 이후 미국 역시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면서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 북·미간 투트랙 실무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윤 부총장은 이 과정에서 트럼프식 ‘밀당외교’가 효과를 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북·미간 대화 과정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취소를 선제적으로 발표하면서 판을 주도했다. 윤 부총장은 “외교에서는 전쟁을 할 생각이 아니면 다시 대화를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게 화법”이라며 “트럼프는 ‘핵은 우리가 더 세다’고 암시를 주지만 협상을 받아주겠다는 내용도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방식에 대해 “트럼프는 본인이 갖고 있는 선택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쓴다. 엄청나게 많은 옵션을 깔아놔서 자기의 레버리지를 확실하게 활용한다”며 “레버리지를 다 이용하는 방편으로 안보·군사 회담을 하다가 경제 분야도 믹스하는 식”이라고 풀이했다.
미국은 북한과의 이 같은 밀당을 활용해 북·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다소 무력화시켰다. 윤 부총장은 “트럼프는 협상 당사자들을 복잡하게 원하지 않는다. 주로 양자간의 관계를 좋아해서 그런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트럼프가 양자 관계에 아주 강한 사람”이라며 “중국을 제낀 것도 그런 일환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최근 동북아에서 벌어지는 외교전에 대해 “김정은이 중국에 갔을 때 처음 놀랐고, 시진핑이 대련에 나타나서 2차 북·중 회담을 할 때 시진핑에 놀랐고, 얼마전 트럼프가 북미 회담을 취소할 때 세 번 놀랐다”며 “이 세 사람 모두 수가 정말 높다”고 평했다.
윤 부총장은 “현재 다차원에서 밀당 및 줄타기 외교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는 특히 더 그렇고 우리와도 이뤄지고 있다”며 “미·중의 구도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그 사이에 현재 한국은 모든 걸 미국과 중국, 또 북한에 맡겨놓고 기다리기는 상당히 어렵다. 미·중·북간 무언가 변화를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한국도 손 놓고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