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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심 품은 볼턴에 남북 관계 불똥 튈까..사전 차단 나선 靑
오는 23일 출간될 예정인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의 내용 일부가 보도 등을 통해 세간에 알려지면서 청와대에 관련 입장을 묻는 질의가 이어졌다.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청와대는 공식 대응을 하지 않을 것이란 분위기가 컸다. 볼턴 전 보좌관이 현직이 아닌 상황인 데다 그간 청와대가 관련 칼럼이나 도서 등에 서술된 주장에 대해 공식 대응을 자제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고록의 내용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청와대도 적극적 진화로 방향을 틀었다. 볼턴 전 보좌관과 카운트파트 역할을 해왔던 정 실장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회고록 내용의 신뢰를 꼬집는 한편, 미국 정부를 대상으로 외교적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볼턴 전 보좌관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는 압박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보좌관 재직 시절부터 슈퍼 매파로 남북 관계에 대한 신중론을 펴왔다. 때로는 ‘북한 선제타격론’이나 ‘선비핵화 이후 제재완화’라는 리비아식 모델의 북한 적용 등 과격한 주장으로 대북 문제에 주요 순간마다 재를 뿌렸다.
볼턴 전 보좌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이란 등 대외정책을 놓고 사사건건 마찰을 빚다가 지난해 9월 트위터로 해고되는 수모를 겪었다. 앙심을 품은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서 저격하는 한편, 지난 21일(현지시간)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철학적 기반이나 전략이 없다”라며 사실상 낙선운동에 돌입했다.
청와대로서는 미국 백악관 내의 문제가 대북 문제로까지 불똥이 튀는 데 대한 대응에 나선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참모들이 그 직을 수행하면서 비밀준수 의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그런 것을 포함해서 정의용 실장이 지적했듯이 사실이 아닌 부분들에 대해서 미국 쪽에서 일어난 일이니까 미국 쪽에서 판단해서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볼턴 역할 축소 평가..美정부에 ‘신뢰’ 문제도 제기
청와대는 이 같은 볼턴 전 보좌관의 주장과 관련해 그 역할을 축소해 평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작년 판문점 회담의 당시 상황을 한번 화면을 통해서든지 당시 보도를 통해서 살펴보시면 그때 볼턴의 역할이 뭐였는지 그것은 저희가 말씀드리지 않아도 쉽게 확인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지난해 6월30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회동에 배석하지 않고 몽골을 방문했다.
이 관계자는 “볼턴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주장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그것이 뭐가 사실이고 뭐가 사실이 아니다라고 저희가 밝히지 않겠다”라고도 했다.
청와대의 강경한 응수 속에 미국 정부 측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정 실장이 강력 반발하며 볼턴 전 보좌관의 외교 원칙 위반 행위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치를 촉구한 상황에서 출간 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트럼프 행정부가 추가 대응에 나설 수 있을지에 시선이 모인다. 우리 정부가 향후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에 대한 신뢰를 거론한 만큼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볼턴 전 보좌관에게 경고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가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