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대기에 하악질'…우리집 냥이들, 친해질 수 있을까요?[펫닥터]

  • 등록 2022-08-20 오전 10:00:00

    수정 2022-08-20 오전 10:00:00

만 7세 고양이(언니·♀·방울이)와 생후 열 달 된 고양이(동생·♀·다롱이)랑 살고 있습니다. 한 달 격리 기간을 거쳐 이제껏 아홉 달을 함께 살고 있습니다. 동생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언니를 따라다녔습니다. 언니는 그때부터 여태까지 동생과 거리를 뒀습니다. 동생은 활동적이고 몸을 주체하지 못하는 탓에 언니한테 자주 혼납니다. 매번 다가가지만 냥싸대기와 하악질을 듣기가 일쑤입니다. 집사가 언니랑 장난감으로 놀다 보면 언제나 동생이 그 자리를 밀고 들어옵니다. 언니는 자리를 뜹니다. 그렇다고 털이 빠질 정도로 물고 뜯으며 싸우지는 않습니다. 절대로 그러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엔 언니는 동생이 귀찮은 거 같습니다. 배식기와 급수기는 집에서 최대한 떨어뜨려 두었고, 화장실도 여러 개를 써봤습니다. 둘 다 중성화 수술을 했습니다. 둘은 앞으로 서로를 핥아줄 정도로 친해질 수 있을까요?

전○○(30대 직장인 남성)

(사진=독자제공)


[펫펄스랩 크루]고양이는 자신의 영역을 사수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어요.

냥이들은 타고난 사냥꾼으로 집단생활을 하지 않고도 홀로 생존을 잘하는 동물이라 냥이에게 영역 사수는 본능적으로 생존 문제와 직결되니 텃세가 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안정된 영역에서도 서열은 대단히 중요하니, 자세히 관찰해보세요.

뒤에 온 새끼 냥이가 경계하지 않고 몸을 들이미는 행동이 혹시 새끼가 본능적으로 상황 판단을 못하고 서열 싸움을 하는 것은 아닌지 말예요. 항복하지 않고 버티다가 싸움이 길어지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것이 아니라면 초반 대응이 다소 아쉽습니다. 한 달 격리 후 집사가 강제적으로 합방(?)을 시키기 보다는 새끼를 가두어두고 큰 녀석이 스스로 다가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풀어줬더라면 어땠을까 싶거든요. 아주 천천히 한 공간에서 머물도록 해 큰 녀석이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도록 해줬더라면 둘의 사이는 지금보다 낫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큰 녀석은 이미 혼자 생활에 익숙한데 새끼가 치근대면 귀찮고 점점 더 싫어할 수도 있어요. 버릇없어 귀찮기도 하고,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가 안 되니 답답하기도 하고요.

개가 “나를 먹여주고 돌봐주니 인간은 신이야”라고 한다면, 고양이는 “나를 먹여주고 돌봐주니 내가 신이야” 여긴답니다.

냥이들은 스스로 판단하고 받아들이는 습성이 있습니다.

지금 집사가 할 일은 큰 녀석이 스스로 달라진 환경을 받아들일 때까지 시간을 갖고 기다려주는 겁니다. 현재로서는 둘의 사이가 어느 순간 갑자기 좋아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둘의 공간을 분리해 당분간은 집사 분이 따로따로 놀아줘야할 것 같아요.

보내주신 내용으로 보아 큰 냥이가 더 예민하고 상처받기 쉬운 성격일 수 있겠습니다. 집사가 그런 그녀와 더 잘 놀아주면서, 그녀의 공간과 영역에 대한 충분한 확신을 심어주는 게 어떨까요?

그러면 천천히 새끼를 받아 들여줄 수도 있어요. 고양이는 개체마다 특성이 너무 많이 다르고 개성도 강하다보니 타고난 성격이 잘 안 바뀝니다. 그런데 또 어느 순간 180도 확 바뀌기도 한답니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은 경쟁적 존재로 서로를 알지만 분리해 나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들면 안정감을 느끼고 경계를 허물 거예요. 차츰 시간대별로 영역을 나눠 갖다가 결국에는 자기 공간을 찾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펫닥터’는 ‘펫펄스랩’과 ‘이데일리’가 함께 진행하는 반려동물 건강관리·행동교정 상담 코너입니다. 상담 받고 싶은 우리 집 댕댕이와 야옹이의 사연을 사진과 함께 보내주세요. 선정되신 분의 상담 내용은 이데일리에 소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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