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비인기 종목 후원은 반강제적으로 시작됐지만 재벌 대기업들은 오랜 시간 진심 어린 후원을 통해 경기력 향상을 이끌었다. 고도성장 시기 대기업 간 경쟁이 후원 경쟁으로도 이어지며 우리 스포츠의 국제무대 성과로도 이어졌다. 여기에는 총수들의 열정이 결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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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돌아온 이 회장은 고교에 진학해 레슬링부에 가입했다. 레슬링부 신입생 환영식에서 이 회장은 ‘지원 이유’를 묻는 선배 부원의 질문에 “일본은 물론 세계 프로레슬링 영웅이던 역도산의 경기를 많이 보고 존경했기 때문에 레슬링이 하고 싶었다”고 당차게 말했다. 그는 고교 시절 2년간 선수로 활동하며 전국대회 입상을 하기도 했다.
대기업 적극 지원 이후 국제무대 성적 향상
서울대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 재학 시절 2년간 레슬링 선수로 활동하며 전국대회 입상 경력도 있는 이 회장에게 레슬링 선수들은 말 그대로 ‘운동 후배’였다. 대학 진학과 삼성그룹 입사로 레슬링과 멀어졌던 이 회장은 1982년 대한아마추어레슬링협회(현 대한레슬링협회) 회장에 취임하며 다시 레슬링과 연을 맺게 됐다.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 부자는 양궁에 대해 진심으로 높이 평가받는다. 파격적인 포상금 등 재정적 지원은 물론 선수들과의 스킨십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그룹과 양궁과의 인연은 정 명예회장이 1985년 동생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뒤를 이어 대한양궁협회 회장을 맡으며 시작했다.
정 명예회장이 물러난 후 양궁협회는 현대차그룹 전문경영인이던 유흥종 전 현대비앤지스틸 회장과 이중우 전 현대다이모스 사장이 협회장직을 역임하다 2005년부터 그룹 후계자인 정의선 회장이 18년째 협회장을 맡고 있다. 정 회장은 현재 아시아양궁협회 회장도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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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두둑한 포상·협회 투명운영 호평
국제대회 효자종목인 양궁은 포상도 두둑하기로 유명하다. 현대차그룹과 양궁협회는 지난해 도쿄올림픽 이후 올림픽 양궁 사상 첫 3관왕에 올랐던 안산 선수에게 7억원을 비롯해 선수단에게 총 19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해 화제를 모았다. 현대차그룹은 이와 별도로 선수들에게 차량을 증정하기도 했다. 안산 선수는 선수단 환영식에서 “정의선 회장님께서 개인전 아침에 ‘굿 럭’(good luck)이라고 말씀해 주셔서 행운을 얻은 것 같다”고 말하며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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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은 ‘핸드볼’·김승연은 ‘사격’에 진심
SK그룹은 지난해 1월 프로야구 구단 SK와이번스를 신세계그룹에 매각했다. 경영난도 없는 대기업이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 구단을 매각한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었다. 신세계의 제안을 받아들인 SK그룹은 “펜싱, 빙상, 장애인사이클처럼 현재 우리가 지원하는 아마추어 종목을 더욱 잘 뒷받침하고 스포츠 균형 발전을 이루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매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격 마니아로 알려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직접 대한사격연맹과 함께 매년 한화회장배 사격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격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김 회장의 의지에 따라 한화그룹은 2000년 갤러리아사격단을 창설한 데 이어 2002년부터 대한사격연맹 회장사를 맡고 있다. 국가대표 해외 전지훈련 등 한화그룹은 그동안 약 200억원에 달하는 사격발전기금을 출연했다. 이 같은 지원 덕분에 우리나라 사격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꾸준히 좋은 성격을 거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