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살자'고 다시 왔다 여기…설종보 '안창-사람사는 마을'

2020년 작
도심 인근 달동네에 내려앉은 서정
온기 가득채운 눈과 붓으로 잡아내
납작한 평면에 올린 두툼한 입체감
  • 등록 2020-12-04 오전 3:30:02

    수정 2020-12-16 오전 9:07:48

설종보 ‘안창-사람사는 마을’(사진=갤러리H)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옹기종기 모인 지붕 아래 하나둘 불빛이 들어오는 시간. 오늘 그이의 발걸음은 이곳을 향했나 보다. 다가서지 않고 멀찌감치 지켜보는 시선도 여전하다. 애틋함인지 생경함인지, 아니라면 추억인지 성찰인지, 저들 풍경에 섞여 있는 그이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저 온기 가득 채운 눈과 붓으로 내려다보거나 올려다볼 뿐.

작가 설종보(55)는 우리 사는 세상을 더할나위 없이 푸근하게 품어내는 재주가 있다. 어두운 밤에 보름달을 띄우고, 소복이 내린 눈 덮인 나무를 심고, 대청마루 끝에서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거나 생업에 열중하는 사람들을 데려다 놓는다. 달·나무·집·사람, 어느 하나 제 본분을 잊지 않는 세상. 사는 일이 절대 그렇지 않을 텐데, 적어도 작가의 그림 안에서 사는 일은 견딜 만한 게 되는 거다.

이 풍광을 잡아내기 위해 작가는 고향인 부산은 물론 전국 곳곳의 ‘마을’을 찾아다닌다고 했다. 하지만 그중 절반은 이미 없는 곳이란다. 사실적이지만 사실적이지 않은 전경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러니 그저 이끄는 대로 따를 수밖에. ‘안창-사람사는 마을’(2020)까지 말이다. 도심 주변에서 떨어진 달동네 ‘안창’에는 ‘부산의 안쪽 끝’이란 의미가 들었단다. “불편하고 힘들지만 살다 보니 정이 들고 떠날 수 없는 곳”이라고 했다.

납작한 평면에 올린 두툼한 입체감은 작가의 무기다. 덕분에 손에 잡힐 듯한 서정성이 산처럼 부푼다.

15일까지 부산 중구 보수동1가 갤러리H서 여는 개인전 ‘시간의 정경, 두 번째 이야기’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 162×130㎝. 작가 소장. 갤러리H 제공.

설종보 ‘영도다리가 보이는 자갈치 정경’(캔버스에 아크릴. 72.7×53㎝)(사진=갤러리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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