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시멘트 수입 ‘만지작’…정부 이중 잣대에 시멘트 업계 ‘뒤통수’
정부가 중국산 시멘트 수입을 고려하는 건 치솟는 공사비 상승을 막기 위한 카드다.
지난 2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한 ‘건설공사비 안정화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중국에서 시멘트를 수입할 때 필요한 항만 시멘트 저장 시설(사일로) 인허가와 내륙 유통 기지 확보 등을 지원해 국내에서의 중국산 시멘트 유통을 지원키로 했다.
문제는 시장 수요 감소로 국내 시멘트 업계가 이미 예년만 못한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도 가동률은 68.3%로 낮은 상황이었는데 올 상반기 가동률은 63.7%로 더욱 하락했다.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업계는 조업단축을 하는 상황이다. 조업 단축임에도 올 상반기 시멘트 재고는 126만t으로 전년대비 15.6%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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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시멘트 수입은 국내 시멘트 업계에 ‘친환경’을 요구해온 정부 정책과도 전면 배치된다.
정부의 ‘2050 탄소 중립’ 선언에 따라 시멘트 업계는 천문학적인 투자를 해왔다. 오는 2030년까지 시멘트 업계는 정부 지원을 제외하고 2조 8000억원 규모의 투자안을 마련했다.
반면 중국산 시멘트는 친환경과 거리가 있다. 중국은 시멘트 생산시 필요한 ‘열’을 만드는데 폐비닐이나 폐합성수지 등 순환 자원을 상대적으로 덜 쓴다. 일반 화석 연료를 사용해 탄소 배출이 높고 단가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원료로 사용되는 폐기물 기준도 국내와 달라 이른바 ‘쓰레기 시멘트’가 유통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에는 친환경 설비를 강요하면서 친환경과는 거리가 먼 중국산 시멘트를 도입하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친환경 시멘트 생산을 위해 수천억원을 투자한 국내 시멘트 업계를 값싼 중국산 시멘트로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일본 시멘트 산업의 쇠퇴를 반면교사 삼아 국내 업계 역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은 한때 연간 1억t이 넘는 시멘트를 생산했지만 지난해에는 4700만t 생산에 그쳐 한국 생산량(5200만t)보다도 작다. 올해 국내 시멘트 시장 역시 4000만t대로 떨어질 것이 예상되고 있다.
시멘트 업계는 상반기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가격 인상에 따른 일시적인 효과로 매출은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정부가 시멘트 수입을 통해 가격 안정화를 고려하는 배경이다. 다만 국내 시멘트 업황 자체가 올 들어 본격적인 감소를 예고하고 있어 정부의 대책이 엇박자를 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진만 공주대 그린스마트건축공학과 교수는 “국내 시멘트 가격은 주요 선진국의 3분의 2 수준에 그치고 있고 건설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2% 수준”이라며 “중국 시멘트 역시 수요 부족으로 해외시장 수출을 노리고 있는데 가격 변별력도 높지 않은 상황에서 대표적 국가기간 산업인 시멘트 공급을 중국에 개방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