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로 1번지]인권변호사 文대통령, ‘공권력’ 목소리 높이는 고뇌

코로나 진정세 보이지 않는 가운데 연일 발언 수위 높이는 文대통령의 ‘공권력’
‘체포·구속’에 이어 ‘전장’까지 언급하면서 코로나 시국 연일 강경대응 지시
코로나 사태에서 밀리면 국정동력 상실하는 식물 정부의 위기
靑 사회적 갈등
  • 등록 2020-08-29 오전 8:00:00

    수정 2020-08-29 오전 8:00:00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수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기대 만큼 진정되지 않으면서 의료계와 종교계 등을 대상으로 직설적인 발언을 하고 있다. 당대표 시절부터 오히려 속내를 감추는 편이어서 지난 대선 정국에서는 스스로를 ‘고구마’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랬던 문 대통령의 날선 발언에서 코로나19를 대하는 정권의 위기 의식이 엿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수도권 병상 공동대응 상황실에서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 기획조정실장으로부터 중증 병상 확보 현황을 보고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지난 27일 국내 교회 지도자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활용한 어휘들에서 이 같은 강경함이 감지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8.15 광복절 광화문 집회 참여자들을 향해 “일이 그쯤 됐으면 적어도 국민에게 미안해하고 사과라도 해야 할 텐데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음모설을 주장하면서 큰소리를 치고 정부의 방역 조치에 협력을 거부하고 있다”고 강하게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이 얼마나 강경했는지 청와대도 뒤늦게 현장 분위기를 전하는 서면 브리핑을 별도로 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일부 보도처럼 ‘충돌’하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음을 알려드린다”라며 “기독교계와 ‘충돌’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교감’하고,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교계가 방역과 예배 문제 등을 놓고 접점을 모색하는 분위기였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한 사안에 대해서 청와대 대변인이 추가 브리핑을 더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강 대변인은 27일 오후 16시4분에 ‘한국 교회 지도자 초청 간담회 관련 서면브리핑’을 내놓은 뒤 2시간여가 지난 오후 6시 31분 추가 브리핑으로 적극 진화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7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한국 개신교회 지도자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강 대변인의 추가 해명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문 대통령의 발언은 이전 천주교 지도자들과의 간담회와는 확연하게 온도 차이가 났다. 지난 20일 천주교 지도자를 만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종교가 모범이 돼 달라”며 협조를 당부했지만 27일에는 “도저히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일이 교회의 이름으로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동에서 교회 지도자들과 대면예배 허용을 놓고 견해차를 보인 여파는 28일에도 계속돼 문 대통령은 김제남 시민사회수석을 통해 교회 지도자들에게 ‘교계의 뜻을 잘 이해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28일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아 방역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견해를 차분히 물었던 모습과 분명 거리가 있는 장면이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강경 어조는 의료계를 향해서도 거듭되고 있다. 정부의 업무개시 명령에도 휴업과 휴진을 이어가고 있는 의료계를 향해 문 대통령은 ‘전시 상황에서 전장을 이탈하는 군인’에 비유하면서 비난했다. ‘소방관이 화재 앞에서 파업하는 것’이라고도 의료계의 파업을 거칠게 몰아붙였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강해진 것은 이번주 들어서다.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면서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여겨지는 종교계와, 코로나 후속 대응에 힘을 빠지게 하는 의료계를 향해 거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주 월요일인 지난 2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어떤 종교적 자유도, 집회의 자유도, 표현의 자유도 국민들에게 그와 같은 엄청난 피해를 입히면서까지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수도권 병상 공동대응 상황실에서 중증 병상 확보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인권 변호사인 문 대통령이 평생을 걸어 그 비중을 낮추기 위해 노력했던 ‘공권력’이란 권한에도 “정부는 국민 안전과 공공의 안녕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서 공권력의 엄정함을 분명하게 세우겠다”고 힘을 실어줬다. 코로나 방역에 방해가 된다면 강력한 공권력을 바탕으로 제압하겠단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K방역은 문 대통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국민들이 지지를 보냈던 가장 큰 치적이다. 부동산 문제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던 문 대통령 지지율이 코로나 재확산에 맞춰 다시 오름세로 전환했을 정도다. K방역이 무너지는 순간 청와대는 국정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다만 의료인의 파업 문제는 그 이해 관계가 복잡하다는 점에서 공권력 활용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첨예한 사회적 쟁점 현안에 문 대통령이 가장 기본을 지킨 것이 인내와 대화, 그리고 결론에 승복하는 타협의 자세였다. 코로나가 국민 건강을 크게 위협하는 존재는 맞지만 그렇다고 공권력의 칼을 무분별하게 휘둘러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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