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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7월24일 로손이 상장폐지되면서 일본 편의점 업계 상위 3사가 모두 비상장사가 됐다. 로손은 지난 2000년 7월 증시 입성 24년 만에 비상장사로 되돌아갔다.
앞서 업계 1위 세븐일레븐은 2005년 상장폐지해 세븐앤드아이홀딩스의 자회사가 됐다. 업계 2위인 패밀리마트도 2020년 대주주인 이토추상사의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상장폐지됐다. 일본 증시에서는 이제 편의점 기업의 주식을 살 수 없게 된 셈이다.
일본 편의점 산업은 덩치만 놓고보면 존재감이 결코 작지 않다. 시장 규모는 약 12조엔(약 110조9460억원)으로 지난 2022년 미국 테슬라의 매출액(814억달러)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들 3사가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 시장을 삼분하고 있어 사업도 안정적인 편이다.
그럼에도 편의점 기업들이 증시에서 발을 빼게 된 건 백화점이나 슈퍼마켓 등 다른 소매업과 사업 구조와 운영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사전적 정의는 영리를 얻기 위해 재화나 용역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조직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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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대표 기업들이 일제히 비상장으로 전환하게 된 이유는 이런 사업 특수성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상장사는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면 그만이지만, 편의점 기업들은 가맹점포들의 수익성 향상이 선행돼야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가맹점주와 주주의 이익이 항상 일치하지 않으며 때로는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는 업황 침체기에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경영 효율성 관점에서 비용에 초점을 맞춘 운영 정책은 새는 돈을 줄여 주주에게 득이 됐지만 가맹점들은 수익성 하락에 직면해야 했다.
닛케이는 “편의점이 우상향하던 성장기에는 가맹점주나 주주 모두 불만이 없었지만, 성장이 둔화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가시화 됐다”며 “24시간 영업, 식품 가격 인하와 폐기 처리의 찬반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했고, 사회문제로까지 발전했다”고 짚었다.
가맹점-주주 이익 상충…낮은 상장 메리트
실제로 편의점 기업들은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오피스 상권이나 관광지에 위치한 점포들이 줄줄이 매출 타격을 입게 되자 그간 쌓아둔 실탄으로 가맹점 지원에 나섰다. 점포 수익성에 따라 편의점 기업의 실적이 좌우되다보니 ‘강건너 불구경’으로만 여길 수 없었던 것이다. 주주들이 있는 상장사였다면 투입 비용 대비 빠른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의사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밖에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 필요성이 크지 않은 점도 비상장사로 되돌아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1979년 일본 편의점 업계 최초로 상장한 세븐일레븐 재팬과 로손은 증권시장을 활용해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한 적이 없다. 세븐일레븐은 증시 입성을 통한 인지도 제고를 노렸고, 훼미리마트는 모기업에서 자금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상장했다. 로손은 경영난에 빠진 모회사를 살리려는 목적으로 상장사가 되는 길을 택했다.
닛케이는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편의점 기업들이 상장폐지로 경영 자율성은 높아지고, 가맹점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업환경 구축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며 “인구 감소, 인플레이션, 노동력 부족 속에서 디지털화, 인공지능(AI)으로 점포의 수준을 높이고 가맹점주의 수익성을 보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