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술25]‘오감’ 자극하는 新세상…눈앞으로 온 확장현실

사용자에 확장된 현실 제공 ‘초실감형 기술’
VR·AR·MR 등 분류, XR의 역사 1850년대부터
디스플레이·초점기술로 시각 속이는 VR
AR은 OLED 통해 디지털+현실 이미지 동시에
기술적 제약 있는 MR, 애플 ‘비전프로’ 기대
  • 등록 2023-08-16 오전 7:15:00

    수정 2023-08-16 오전 7:15:00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여기 두 남녀가 있습니다. 가상현실(VR) 게임에서 만난 두 사람은 강하게 끌리고 육체관계까지 맺게 되죠. 하지만, 현실 속에선 둘은 동성(남성)의 친구 사이입니다. 머릿속으론 분명히 동성 친구임을 알고 있지만 가상의 세계에선 서로 이성으로 만나 끌림을 느끼는, ‘묘한’ 경험을 하게 되죠. 이는 가상세계과 현실세계에서 혼란스러워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드라마 ‘블랙미러’의 한 장면입니다.
AR글라스의 활용 이미지. (사진=엑스리얼)
1850년대 첫 등장한 VR의 개념

다소 충격적일 수 있는 이 드라마의 내용은 최근 점차 발전하고 있는 확장현실(XR)의 미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중엔 정말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기 어려운 XR기술들이 등장 할 테니 말이죠. 최근에도 XR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하드웨어 기술력을 높여가고 있는데, 점차 활용될 수 있는 용도와 범위도 무궁무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XR의 정확한 정의는 무엇일까요. 사용자들에게 경험과 몰입감을 전달하고 확장된 현실을 만들어내는 초실감형 기술을 뜻합니다. 크게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등의 기술로 구분되는데요. 현재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건 VR와 AR일 것입니다. 해외 빅테크들이 최근 경쟁적으로 VR헤드셋과 AR글라스(안경 형태)를 만들고 있고, 이를 통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도 나날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XR의 역사는 꽤 오래전부터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1516년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 화가 발다사레 페루치는 신전 안에서 밖을 보는 경관을 벽화로 그렸는데, 이는 실내에서도 마치 야외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들도록 했다고 합니다. 지금의 XR과 비슷하죠. 보다 직접적으로는 1851년 영국 만국박람회를 통해 알려진 스테레오스코프(stereoscope·입체경)가 현대 VR의 출발점으로 여겨집니다. 현재 머리에 쓰는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MHD) 방식의 VR은 1968년 미국 유타대학의 이반 서들랜드 교수를 통해 처음 형성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완벽한 가상 VR, 현실 속에 서 있는 AR

VR과 AR의 원리는 무엇일까요. 우선 VR은 완전한 가상의 세계에서 사용자가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디지털 기술로 입체감과 몰입감 있는 영상을 구현해 현실세계와 동떨어진 느낌을 들게 해주죠. 이처럼 완전히 현실세계와 닫힌 가상의 세계를 만들려면 시각을 속여야 합니다. 양쪽의 눈엔 각각의 상이 맺히는데, 해당 이미지는 대뇌에서 하나로 합쳐지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때 생기는 간극을 통해 우리의 뇌는 입체감을 느끼게 되죠. VR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 중 하나입니다.

VR헤드셋은 가장 앞에 디스플레이를 배치하고, 그 뒤에 2개의 볼록렌즈를 설치합니다. VR헤드셋 내부 디스플레이는 사용자의 눈과 거리가 매우 가까워 초점을 맞출 수가 없는데 렌즈가 이를 조정해줍니다. 눈의 수정체가 두꺼워지지 않더라도 초점을 맞게 해주는데, 이런 경우 초점이 멀리서 잡혀 이미지가 입체적으로 느껴지게 되는 겁니다.

VR헤드셋 ‘오큘러스’ 시리즈를 만들고 있는 메타도 실재감을 높이는 데 주력합니다. 장시간 동안 정확한 초점과 선명하고 편안한 시야를 보장하는 가변초점 기술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왜곡 보정 기술로 색 번짐이나 왜곡 현상 같은 광학적 수차를 개선하는 기술도 강조합니다. 또한, 1.0의 시력에 근접하는 해상도를 만들기 위해 8K 수준의 디스플레이도 탑재한다고 합니다. 최근 여러 도전을 받고 있는 메타여서 그런지 대부분의 기술 원리를 공개하진 않고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론 실재감 극대화를 위해 개발을 ‘올인’하는 모습입니다.

AR은 VR과는 다소 다릅니다. 완전히 닫힌 VR과 달리 현실정보 위에 가상의 그래픽을 구현하는 게 특징이죠. 대표적인 하드웨어로는 AR글라스가 있습니다. 안경 형태의 기기여서 장착하기 쉽습니다. 기술적으로 보면 대표적으로 ‘버드바스’(Birdbath) 방식이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버드바스 방식은 OLED 광원이 45도 각도를 유지하는 빔스플리터를 향해 빛을 투사합니다. 빔스플리터는 빛을 부분적으로 반사하는데 사용자는 이 빛을 눈으로 보게 되는 것이죠. AR글라스는 이 빛과 현실의 이미지를 동시에 보는 구조입니다. 반사되는 과정에서 빛의 손실이 일부 일어나지만, 최근엔 기술의 발전으로 이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합니다. 과거엔 가격이 최소 5배 저렴했던 LCD를 썼었지만 최근 4~5년 전부터 OLED를 사용하게 되면서 더 선명한 해상도를 구현했다는 평가입니다. 중국 업체 엑스리얼이 OLED를 사용한 최초 업체라고 하네요.

메타의 VR헤드셋 ‘오큘러스’ 시리즈. (사진=메타)
애플 ‘비전 프로’에 MR도 기대감

지난 6월 애플의 ‘비전 프로’가 발표되면서 MR도 최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MR은 현실 위에 구현한 가상정보와 상호작용이 어려운 AR과 달리, 현실을 기반으로 가상정보를 융합 및 구현하는 만큼 상호작용이 가능합니다. VR와 AR의 결합이라고나 할까요. 다만, 아직까지 기술적 한계가 뚜렷하고, 처리해야 할 데이터 용량도 너무 커 VR이나 AR처럼 상용화가 활발히 이뤄지진 않았습니다. 때문에 애플 ‘비전 프로’에 전 세계 XR산업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입니다. 내년 초에 공식 출시되면 XR시장도 어떻게 변화할지 기대가 큽니다.

아직 애플이 ‘비전 프로’에 대한 세세한 사양과 원리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지난 세계개발자컨퍼런스(WWDC)에서 보여준 내용대로라면 VR과 AR를 압도할 수 있는 실재감과 활용성을 부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유선으로 연결된 배터리팩 등을 보면 아직은 기술적으로 완전히 자리 잡은 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겠죠. XR은 그동안 조금씩 기술의 보폭을 넓혀 왔고, 언젠가는 드라마 ‘블랙미러’ 같은 연출도 가능해질 겁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XR하드웨어들의 발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다양한 XR솔루션들이 지속적으로 나와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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