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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화성(경기)=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봄의 절정을 맞는 5월. 온기 품은 바람은 시도 때도 없이 온몸을 비벼대며 유혹하고, 머리 위로 기분 좋게 내리쬐는 햇살은 꾹꾹 잠가둔 마음의 문을 슬며시 열고 들어온다. 눈 돌릴 때마다 어김없이 나타나는 신록 품은 나무 또한 ‘어서오라’ 손짓한다. 봄의 달콤한 속삭임에 차를 몰아 봄바다로 향한다. 답답했던 몸과 마음을, 탁 트인 봄바다에 헹구고 싶어서다. 특히 드라이브 여행의 참맛은 느릿느릿 길 따라가다, 마음에 쏙 드는 차를 세워놓고, 보고 싶은 경치 또한 마음껏 감상하는 맛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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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호와 서해를 양 옆구리에 끼고 대부도로 들어서다
‘섬 아닌 섬’ 속으로 들어가는 길. 대부도, 제부도 그리고 우음도까지 이어지는 드라이브 코스다. 먼저 경기도 안산의 대표 섬인 대부도로 향한다. 시화방조제로 연결돼 육지가 된 섬이다. 아직은 섬이 가진 낭만과 서정이 곳곳에 남아 있다. 무엇보다 섬과 섬을 잇는 색다른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돌이 검다는 ‘탄도’와 부처가 나왔다는 ‘불도’, 신선이 노닐었다는 ‘선감도’, 섬 여섯개가 마치 형제처럼 어깨를 맞대고 있는 ‘육도’ 등 독특한 멋을 간직한 섬도 많다.
시화호와 서해를 양 옆구리에 끼고 출렁출렁 시화방조제를 달리다 보면 시화나래조력공원. 오이도와 대부도 사이에 달을 테마로 만든 해상공원이다. 원래 작은 ‘가리섬’이라 불리던 조그만 섬에, 2011년 휴게소와 전망대 각종 공원시설이 들어서면서 ‘T-Light 공원’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달이 만드는 무한 에너지’를 모티브로 삼았다. 공원에는 휴게소와 달전망대, 조력문화관이 들어서 있는데 휴게소를 제외한 나머지 시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문을 닫아 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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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회방조제 끝이자, 대부도 입구에는 방아머리해수욕장이 있다. 대부도 유일한 해수욕장이다. 해수욕장은 이미 봄날의 온기가 가득하다. 모래성을 쌓는 아이들, 손을 꼭 잡고 산책을 즐기는 연인, 갈매기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들 등등. 봄이 주는 평온함 때문인지 나들이객의 표정도 밝다. 해수욕장 뒤편으로는 바다와 어우러진 숲도 있다. 오솔길과 해안가 길을 따라 대부도를 한 바퀴 돌도록 구성한 ‘대부해솔길’의 시작점인 해송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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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아닌 차를 타고 섬으로 들어간다
제부도(화성) 가는 길에는 전곡항이 있다. 서해안 최대 규모의 요트 정박지(마리나). 언제든 바다를 가르는 요트 체험을 즐길 수 있다. 굳이 체험이 아니라도 고급 요트 수백 척이 즐비한 이국적인 풍경을 즐기러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낡은 고기잡이배가 둥둥 떠 있던 작은 어항이 지금은 서해안을 대표하는 인기 마리나로 변신했다.
잠깐의 여유를 즐긴 뒤, 운전대를 잡고 제부도로 향한다. 입구는 육지와 제부도를 잇는 갯벌 위 시멘트 길인 ‘신비의 바닷길’. 순간 ‘제부도는 섬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연륙교 없이 길로 연결된 땅. 하루에 고작 5시간 정도만 육지와 길이 막히고, 24시간 상시통행하는 날도 여러 날인 ‘섬 아닌 섬’이다. 그래도 바다를 사방으로 둘렀으니 섬이 맞다. 무엇보다 이곳을 찾는 육지인들이 섬으로 건너온다고 생각한다는 점이 이곳을 섬으로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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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으로 들어서면 도로는 양쪽으로 갈린다. 오른쪽은 제부항, 왼쪽은 제부도해수욕장이다. 오른쪽 제부항에는 빨간 등대가 반긴다. 방파제 끝 등대에는 해상낚시터인 ‘피싱피어’가 연결돼 있다. 지금은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막아 뒀다. 반대로 가면 제부도해수욕장이다. 물이 갑자기 깊어지는 곳이 없고, 경사가 완만해 갯벌체험하는 가족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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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나지 못한 공룡의 알을 만나러 가다
1억년 전, 미처 깨어나지 못한 공룡알을 만나러 가는 길. 화성 송산면의 우음도로 향한다. 수십년 전까지 바닷물이 출렁이던 곳이었다. 시화방조제가 생기면서 간척지가 만들어졌고, 갈대와 칠면초 등 습지식물들이 자라면서 육지가 됐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갯벌이었던 땅이 더 단단하게 굳으면서 걸어서 들어갈 수 있게 됐다.
바로 이곳에서 30여개의 알둥지와 200여개에 달하는 공룡알 화석이 발견됐다. 그게 1999년의 일이다. 이곳에서 발견된 공룡알은 두 종류. 여러 퇴적층에서 공룡알이 발견됐는데, 이 지역이 백악기 때 오랫동안 공룡의 집단산란지였음을 보여주고 있는 증거다. 1억 년 전에는 공룡이 활보하고 둥지를 틀었던 땅이었던 셈이다. 이 공룡알 화석들은 세계 3대 공룡알화석으로 꼽히며, 2000년에 천연기념물 제414호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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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알 화석지까지는 탐방로가 놓여 있다. 갯벌이 단단하게 굳어 초지가 된 땅 위에 나무덱을 놓아 화석지까지 길을 연결했다. 그 길이가 무려 1.53km에 달한다. 길을 따라 걷는 맛이 제법 각별하다. 마치 거대한 평원의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가는 느낌이다. 사방으로 트여 햇살과 바람만이 존재하는 비현실적인 풍경 속을 걷는 듯하다. 광활한 갈대밭이 눈을 씻어주고 바람소리가 마음을 위로한다. 가늠할 수 없는 시간 저편에서 이 일대를 뛰어다녔을 공룡을 상상하는 재미도 있다.
공룡알 화석은 발굴 당시 그대로 공개되고 있다. 둥근 알의 형태가 제법 뚜렷하다. 돌출된 바위에 박힌 알을 찾아내는 것이 마치 숨은그림찾기를 하는 듯하다. 어디선가 ‘쿵쿵’ 발소리를 내며 공룡이 걸어 나올 것만 같다. 중한염의 공룡알화석 학습판은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공룡알화석들로, 납작한 자갈이 얹힌 모양이다. 그 어미가 어떤 공룡이었는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크기가 작은 것으로 보아 초식 공룡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