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연구센터·공공의과대 설립 추진…서울형 표준방역모델 만든다

2800억 예산 투입해 공공의료 기능 강화
시립병원 내 감염병 특화센터 등 설치
공공의과대 설립 재추진…타 시도 협력도
“중앙의료원, 이전해 감염병전문병원 추진”
  • 등록 2020-05-21 오전 12:03:00

    수정 2020-05-21 오전 12:03:00

(사진=서울시 제공)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시가 코로나19 등 감염병 위기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지방정부 최초로 감염병 연구센터와 역학조사실을 신설한다. 감염성 질환 등 특수 분야의 공공의료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공공의과대학 설립도 추진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서울형 표준방역모델 구축 및 재난대응 의료체계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오는 2024년까지 총 28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계획이다.

박 시장은 “감염병 대응 역량과 공공보건의료 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K-방역 선도도시 위상을 넘어 ‘감염병 대응 세계표준도시 서울’을 만들겠다”며 “지방정부차원에서 감염병 대응기반을 강화하고 의료방역 자원 확충, 코로나19 ‘2차 재유행’에 대비한 대응 체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감염병 대응 7단계 세분화…상황별 즉각 대응

먼저 서울시는 감염병 대응단계를 7단계로 세분화했다. 현재 중앙정부의 감염병 대응 단계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 4단계로 구분돼 있다. 이를 △관심 △주의 △경계1 △경계2 △심각1 △심각 2 △회복기 등 7단계로 세분화해 촘촘하고 즉각적인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적용한다.

서울시는 또 감염병 연구센터와 역학조사실을 신설하기로 했다. 감염병 연구에서부터 대응에까지 자체적인 역량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감염병 연구센터는 올 하반기까지 관련 전문가들로 조직을 구성, 감염병 유행 예측과 대응책을 연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역학조사실은 감염병 신속대응반과 자치구 역학조사관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한 방안이다.

시는 또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 및 매뉴얼 작성, 방역물품 확보·보급 등 상시 방역관리를 담당할 ‘방역관리팀’을 신설한다. 공공의료의 감염병 등 재난대응능력 강화를 위해 공공보건의료재단 내 시립병원 운영혁신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박 시장은 “코로나19 방역 성공 요인 중 하나는 지방정부가 현장을 파악하고 대응책을 세우면 중앙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전국화한 것을 주효했기 때문”이라며 “지방정부가 자체적인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하면 중앙정부와 더욱 긴밀한 협력체계로 이어져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의료 체계 획기적 개편…인력확보 ‘방점’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공공의료 강화 방안이다. 과거 사스, 메르스에 이어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교훈 삼아 집단감염 사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공공의료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꾸겠다는 것.

서울시는 감염병 발생 시 공공의료 주도로 빠른 대처가 이뤄질 수 있도록 12개 시립 병원 중 서울의료원, 보라매병원, 서남병원, 서북병원에 각각 감염병 특화 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나머지 시립병원은 위기상황에 즉시 감염병 치료병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대비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감염병 대응 공공인력 확충을 위해 공공 의과대학 설립을 재추진한다. 필요 시 다른 지방정부와도 협의해 공동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과거 서울시는 2017년 폐교 처분을 받은 전북 서남대 의대를 1000억원에 인수에 추진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당시 서울시립대 산하 의대를 설립할 계획이었지만, 관련 기관과 합의점을 찾지 못해 결국 무산됐다.

박 시장은 “추후 교육부나 보건복지부 등 관계기관과 논의해야 할 상황이지만 이미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여러 지방정부가 협력을 통해 의과대학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며 “일반 민간 병원의 본래 치료 기능이 있기 때문에 감염이 심각하게 일어나면 의료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 공공의료는 공공의료기관이 맡는 것이 맞다”고 힘줘 말했다.

당장 공공의료 인력 확충을 위해서는 올 하반기까지 보건소별로 자치구 감염병 전담 의사를 1명씩 배치하고, 내년에 시립병원 감염·호흡기내과 의사를 13명 충원할 계획이다. 공공선별진료소도 기존 46개에서 100개소 이상으로 확대한다.

박 시장은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국립중앙의료원을 인근 방산동 미 공병단부지로 이전, 국립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정부에 재차 호소했다. 이 부지는 미국이 경기 평택으로 옮겨가면서 비어 있으며, 현재는 국방부 소유다.

박 시장은 “노후화된 국립중앙의료원 이전과 동시에 부설 ‘국립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을 추진하면 서울 뿐 아니라 국가 전체의 감염병 대응 기능을 강화하는 조치가 될 것”이라며 “법률·제도적 개선 사항은 병도로 중앙정부와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 을지로6가에 있는 국립중앙의료원과 국방부가 소유한 중구 방산동 일대 미군공병단 부지 모습.(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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