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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중심은 반닫이가 잡았다. 수국이 풍성한 꽃병과 장식 선반을 ‘받들고’ 있다. 양옆에 ‘거느린’ 의자 역시 범상친 않다. 가공 없는 나무색으로 묵직한 옛 분위기를 내고 있으니.
그런데 딱 여기까지다. 나른하게 휴식 중인 고양이, 선반에 잔뜩 올린 만화캐릭터, 의자 아래 쌓아둔 미술서적 등이 ‘보수적인 선긋기’를 거부한다. 동양화를 그린다지만 소재로 가지치기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거다. 마치 작가 이정은(48)이 사는 방식이라고 할까.
그나마 “무엇을, 어떻게 그릴까 고민하지 않는다”고 하니. 일상의 여러 역할을 감당할 충전, 그이에게 ‘그리기’의 의미는 이뿐이라니. 작가와 우리, 서로에게 위안이 되지 않나.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율곡로3길 이화익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열매 맺는 계절’에서 볼 수 있다. 장지에 채색. 97×130.3㎝. 작가 소장. 이화익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