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피상속인(망인)에 대해 안심상속원스톱서비스를 이용하면 금융기관의 예금인출 절차가 정지되고, 피상속인의 금융기관별 예금 잔액을 알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망인의 은행 예금은 법률상 분할할 수 있는 채권, 이른바 가분채권에 해당한다. 가령 1억원의 예금이 있고, 상속인이 4명이며, 지분이 같을 경우 각 2500만원씩 찾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금채권은 상속 개시와 동시에 당연히 상속인들에게 법정상속분으로 분할돼 귀속되어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서 상속인이 자신이 피상속인의 상속인임을 은행에 가서 증명하면 자신의 지분에 해당하는 금액의 인출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은행은 그렇게 쉽게 이를 받아주지 않는다. 모든 상속인들이 은행에 직접 찾아간다면 신분증, 피상속인의 가족관계증명서, 기본증명서를 제출하면 인출 가능하다. 그러나 일부 상속인들만 은행에 간다면 위 서류들 이외에 다른 상속인의 인감증명이 있는 상속재산분할협의서나 상속포기서 결정문을 요구한다. 은행 입장에서는 이중지급의 위험과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기 위한 것이다. 만약 다른 상속인들이 예금 출금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에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원래 예금채권은 가분채권으로 각자 지분만큼 귀속되는 것이다. 이러한 예금채권과 같은 금전채권을 상속분산정에서 제외하면 부당한 결론이 나오는 경우가 있을 경우에는 가분채권도 상속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 부모님의 재산형성에 상당한 기여를 했거나 사전증여가 많이 있는 경우 남아있는 현금을 그대로 상속지분대로 나누는 것이 부당하다. 그래서 상속재산분할심판에서는 피상속인의 거액 현금을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를 가정법원에 제기해 상속인들의 기여분과 사전증여를 고려해 결정을 받아서 예금반환청구를 해야 한다.
예금채권을 비롯해 채권이나 주식도 마찬가지로 가분채권이다. 채권을 보관하고 있는 자에 대해 자신의 지분에 상당한 채권의 양도를 구할 수 있다. 주식의 경우에도 주식을 보관하고 있는 회사에 대해 명의개서를 요청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상속재산분할심판시 상속인들의 요구에 따라 예금채권은 상속재산에서 제외하기로 하고, 이를 인출해 상속세 납부에 사용하거나 각자 공평하게 나누는 것으로 합의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나 상속세의 경우 제때 납부하지 않으면 가산세를 내야 하므로 피상속인의 현금자산이 될 수 있는 가분채권들은 정리해 세금을 우선적으로 납부하는 것이 상속인들에게 유리하다. 그래도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복잡해지지만 일부 상속인이 선납하고 나중에 다른 상속인에게 부담분을 구상해야 한다.
■조용주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사법연수원 26기 △대전지법·인천지법·서울남부지법 판사 △대한변협 인가 부동산법·조세법 전문변호사 △법무법인 안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