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공개(IPO) 업계 관계자는 얼마 전 기자와 만나 “요즘 여의도 바닥에서 수요예측에 참여하지 않으면 바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꽁꽁 얼어붙어 있었던 공모주 시장이 최근 증시 회복으로 투자심리가 다시 활기를 찾고 있는 건 다행이지만, 그 정도가 지나쳐 투기판으로 변질될까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지난달 26일부터 신규 상장 종목의 상장 당일 가격제한폭이 400%로 확대되면서 기관, 개인 투자자 가릴 것 없이 공모주 시장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당일 가격제한폭 확대 조치 첫 주자인 시큐센을 필두로 이노시뮬레이션, 알멕, 필에너지, 센서뷰, 와이랩의 수요예측 경쟁률이 1600대1을 가뿐히 넘겼다. 일반청약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경쟁률이 최저 1300대 1 이상에서 최고치는 무려 2113대 1에 달하며 조단위 증거금을 끌어모았다.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이 수백대 1에 그친 기업은 오픈놀, 파로스아이바이오 등 손에 꼽을 정도다.
그렇다고 공모주 선점 경쟁을 위해 공모가 가격에 거품을 끼게 한 기관의 탓으로만 마냥 돌릴 수는 없다. 투기로 인한 손실에 대한 모든 책임은 투자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다만 개인과 기관이 이전과 다르게 과열된 투자 양상을 보인다면 시장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신호가 아닐까. 모처럼 활기를 되찾은 공모주 시장이 투기판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금융 당국이 시장 모니터링 강화에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