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5일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HMM 경영진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배 사장을 단독 추천했다. 배 사장의 추가 임기는 1년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 사장의 연임은 오는 10일 HMM 이사회에서 의결한 뒤 이달 말 열릴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한다. 채권단이 다른 후보자를 거론하지 않고, 배 사장을 단독 추천한 만큼 사실상 연임에 성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해운업계 안팎에서는 지난해 창립 후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전문경영인으로서의 능력을 보여준 배 사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쳐왔다. 특히 정부가 2018년 수립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이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HMM의 구심점 역할이 더욱 커졌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배 사장의 재신임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체질개선에 성공하면서 연내 채권단의 지분 매각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어 배 사장의 역할이 어느 때보나 중요해졌다는데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배 사장은 2019년 3월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 구성된 ‘현대상선 경영진추천위원회’에서 대표이사로 추천됐다. LG전자 MC 해외마케팅 담당 부사장과 물류회사인 판토스 대표(최고운영책임자, COO)를 역임한 배 사장은 당시 해운업과 관련한 경험이 없었지만, 영업 협상력·글로벌 경영역량·조직 관리 능력 등을 두루 갖춘 물류전문가로 평가받았다. 이에 따라 이동걸 산은 회장은 현대상선 내부 출신 대신 외부 출신인 배 사장을 전격 투입키로 결정했다.
그간 단절됐던 글로벌 해운업계와의 협력도 재개했다. HMM은 지난해 4월 글로벌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의 정회원으로 가입하면서 비용을 대폭 줄였다. 해운동맹에 가입하면 각사들은 배를 공동 운용해 운송비 등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배 사장 취임 이전에도 HMM은 글로벌 해운사들과 협력해오긴 했지만, 정회원 자격이 아니라 ‘전략적 협력 파트너’ 차원이어서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배 사장은 취임 후 글로벌 해운동맹 정회원 가입을 목표로 적극 움직였고, 결국 글로벌 해운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협력할 수 있게 됐다.
배 사장은 노조와의 관계도 원활히 재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말 파업 직전까지 갔던 해상노조와의 임금협상에서 전면에 나선 배 사장은 9시간 30분간 마라톤 협상 끝에 대승적 합의를 이끌어 냈다. 배 사장은 당시 “물류대란은 막자”는 취지로 노조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HMM은 지난해 흑자 달성에 이어 올해도 실적 고공행진이 예상된다. 올 1분기도 만선 행진을 이어가는만큼 최고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증권가 일각에선 현재와 같은 운임 수준이 지속될 경우 HMM은 연간 2조원대의 영업이익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에 따라 배 사장은 추가된 임기 1년 동안 안정적인 추가 화물 확보 노력을 비롯해 내부 역량 강화, 영업 체질 개선 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HMM은 지난해 2만 4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 투입에 이어 올해도 1만 6000TEU급 8척을 인도받을 예정”이라며 “체질개선을 마치면 HMM은 이르면 연내 지분매각도 이뤄질 수 있는 만큼 배 사장이 마지막 역할이 더 중요해질 시점이다. 기본적인 수익성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