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끔찍하고 비참한 사고는 사실 예견된 것이다. 하청업체는 올 한 해만해도 28번에 걸쳐 설비 개선을 요구했지만 서부발전은 개선에 3억원이 든다며 번번이 묵살했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최근까지 12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그리고 이들 모두가 고인과 같은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다. 부상자 57명 중에서도 4명만 서부발전 소속이었다.
서부발전에서 일어난 사고임에도 서부발전은 산업안전에 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설비를 소유한 자, 안전한 시설을 만들 능력과 권한을 가진 자, 고인의 업무를 통해 이익을 본 자는 서부발전이지만, 형식상 서부발전 직원의 사고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대신 권한 없는 하청업체가 그 책임을 떠안는다. 산재보험료의 폭탄도 하청업체가 맞게 된다. 덕분에 태안화력발전소는 정부로부터 ‘무재해 사업장’ 인증을 받았으며, 서부발전은 5년간 산재보험료 약 22억원을 감면받았다.
서부발전은 공기업이다. 공기업은 매년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 평가를 받게 되는데 서부발전은 2016년 경영평가에서 A 등급을 받았다. 관련해서 당시 모 경제지에 난 기사를 인용해 본다. 기사 제목은 ‘한국서부발전, 에너지 공기업 중 가장 빛났다’이다.
이렇게 예산을 절감한 결과가 고인의 죽음이다. 위험한 업무를 매각하거나 하청업체에 맡기고, 안전한 설비를 위한 비용은 줄인 대가가 바로 하청근로자들의 죽음이다.
위험한 업무를 외주화 하는 이유는 작업장 안전의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원청이 지는 책임은 극히 제한적이다. 그러면서도 원청은 형식상 자기가 고용하지 않은 근로자들을 동원해 이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아니 이전보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변함없이 일을 진척시킨다.
공공기관 경영 평가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비용을 줄이고 인원을 감축하는 것이 평가의 지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뒤늦게 국회는 지난 21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관련 공청회를 개최했다. 주요 쟁점은 △보호 대상 확대 △작업중지권 확대 △유해위험작업의 도급 제한 △원청의 책임 강화 등이다.
CCTV에 공개된 고인의 마지막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남겨주었다. 고인은 한밤 중에 홀로 손전등에 의지해 벨트를 점검했다. 배수관 밸브를 점검하고 휴대전화로 벨트 속 사진을 찍거나,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머리를 넣고 살펴보기도 했다. 사고 직전까지 잠시도 쉬지 않았다.
사람의 생명과 안전은 최고의 가치다. 우리 젊은이들이 안전하게 일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 우리 어른들에게 남겨진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