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이름 탄생의 비밀, 그는 소설 속 주인공이었다

'로봇' 이름 탄생 100주년
소설 속 주인공 이름에서 유래해
  • 등록 2021-02-11 오전 6:00:00

    수정 2021-02-11 오전 6:00:00

국립국악원의 문화전시 안내 로봇(사진=국립국악원)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로봇’이란 이름은 어디서 나왔을까. 정답은 동유럽 체코다. 로봇 개념이 희박하던 시절에 이미 체코어 로봇이 생겨났다.

로봇은 가장 유명한 체코인이자 체코어인 셈이다. 로봇(Robot)의 이름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0년 전인 1921년 1월 25일, 체코 프라하 체코 국립극장에서 ‘R.U.R. 로줌의 유니버설 로봇(R.U.R. Rossum’s Universal Robots)’이란 연극을 통해 세계 최초로 등장했다. 체코 출신 작가 카렐 차페크(1890~1938)에 의해 탄생한 로봇은 인조인간의 반란에 관한 작품(희곡)으로 여기서 ‘로봇(Robot)’ 이름이 인류에게 최초로 선보였다. 이후 ‘로봇’은 영어뿐만 아니라, 상상 속에서 인조인간이 등장할 때마다 어떠한 언어에서도 공통적으로 널리 사용되기에 이르렀다. 이후 과학 기술이 발달하며 현실에서도 실제 인공지능과 인조인간이 개발되면서 자연스레 ‘AI 로봇’이란 이름을 사용하게 됐다.

로숨의 유니버셜 로봇


◇연극 속 주인공으로 첫 등장한 ‘로봇’

100여년 전, 카렐 차페크는 프라하의 국립극장을 위한 새로운 연극을 썼다. 그는 연극의 주인공으로 ‘인공 노동자’ 또는 ‘살아있으면서, 지능있는 작업기계’로 구상했다. 카렐은 그 이름을 어떻게 지을지 고민했다. 먼저 ‘Labor’(노동을 뜻하는 영어 Labor와 라틴어 어원 labore, 그냥 일 뿐만이 아닌 힘든 일, 단단함, 피로, 심지어 고통이라는 뜻까지도 포함한 단어에서 영감)를 떠올렸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에 화가였던 형 요세프 차페크가 그림을 그리며 심드렁하게 “‘로봇(Robot)’이라고 해”라 말했다. 슬라브어 어근을 가진 ‘로봇’은 노동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나 강제 노역에 대해 강조하는 의미였다.

형의 제안이 마음에 든 카렐 차페크는 이름을 확정하고 1920년 초반에 원작 ‘로줌의 유니버설 로봇’(R.U.R-Rossum‘s Universal Robot)을 쓰기 시작했다. 약 10개월 후인 11월, 요세프 차페크가 그린 표지로 ‘아벤티눔’(Aventinum)에서 출간했다. 연극은 프라하 국립극장에서 초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원래 초연 계획은 변경됐고, 해가 바뀐 1921년, 1월 2일 국영철도 조사관이 감독을 맡는 등 아마추어 배우로 지역 연극무대에서 공연됐다.

3주 후 드디어 체코 국립극장에서 정식으로 공연이 열렸다. 폭발적 인기를 끈 R.U.R 작품은 그 후 약 6년간 공연이 지속되었고, 티켓은 암시장에서 팔리기까지 했다. 단, 1년 만에 차페크의 로봇은 R.U.R이라는 이름 그대로 미국 뉴욕에 상륙했다. 1922년 10월 9일 브로드웨이의 게릭(Garrick) 극장에서 시어터 길드(The Theater Guild) 극단에 의해 막을 올렸고 미국에서도 연극은 성공했다.

차페크 형제(사진=체코관광청)


◇가장 유명한 체코어 이름 ‘로봇’

R.U.R은 상륙하는 곳마다 관객의 관심을 끌었다. 1921년 초, 연극은 독일 아헨, 폴란드 바르샤바, 베오그라드, 뉴욕에서 공연됐다. 1923년, 런던, 비엔나, 베를린, 취리히. 그리고 이듬해에는 파리, 도쿄, 부다페스트, 크라쿠프에서 무대에 올랐다. 약 10년간 유럽의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고, 가장 최근에는 태국어와 필리핀어로 번역되는 등 여전히 새로운 언어로 번역되고 있다. 이 작품은 ‘우주 전쟁’의 저자 허버트 조지 웰스에 의해 높이 평가됐고, 나중에는 카렐 차페크를 노벨상 후보 지명을 지지했다. 1939년 R.U.R은 영국 BBC의 첫 SF TV시리즈로 제작되기도 했다.

훗날 유명 SF 문학가인 아이작 아시모프는 소설과 이야기에서 로봇이 취급되는 방식을 개념화했다. 인공적 존재로서 로봇은 인간에게 위협이 되지 않고 그들의 파트너, 보호자이자 하인이 되었다. 아시모프가 이후의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 또는 블레이드 러너에서 볼 수 있는 인간형 로봇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100년 전 카렐 차페크 덕분에 로봇은 체코 프라하에서 태어났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현대 신화의 창시자가 됐다. 그리고 기술의 진보로 인해 로봇 신화는 로봇의 현실로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로봇은 가장 유명한 체코어 이름이 된 것이다.

로봇을 상상해낸 카렐과 요세프 차페크 형제가 자란 말레 스바토뇨비체(사진=체코관광청)


◇관광지로도 인기인 흐라데츠 크랄로베

로봇을 상상해낸 카렐과 요세프 차페크 형제가 자란 말레 스바토뇨비체는 체코 흐라데츠 크랄로베 지역의 인구 1500명의 작은 옛 탄광 마을로 지금은 유명 트레일 관광지다. 철도교통이 좋아 자연 속 트레일과 온천 스파를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많다. 중앙광장엔 1734년 세운 바로크 카톨릭 성당이 있으며 주변엔 7개의 용출 온천샘이 있어 수압 스파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다.

차페크 형제는 유년 시절을 이곳에서 보내며 풍부한 상상력과 예술적 영감을 얻었으며 자신들의 작품 속에 이곳을 종종 공간적 배경으로 인용했다. 그 덕에 이 작은 도시는 ‘문학과 예술의 고장’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마을 중앙광장에 차페크 형제 동상이 세워져 있다.

마을이 속해있는 동부 보헤미아 흐라데츠 크랄로베 지역은 체코에서 가장 유명한 암벽지대 아드르슈파흐-테플리체가 유명하다. 거대한 바위기둥들이 마치 숲처럼 우거진 기이한 풍경의 국립공원이다.

근교 파르두비체에서는 장애물 경마대회가 열린다. 매년 약 3만 명이 직접 경기를 관람하러 이곳을 방문할 정도로 유명하다. 클라드루비 나트 라벰에는 16세기 루돌프 2세 황제에 의해 설립된 왕실 종마 사육장이 있는데 주변의 독특한 풍경과 목초지는 201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될 정도로 그 의미가 깊다. 주변 둘러볼 만한 곳으로 ‘악마의 성경’이 소장했던 브로모프 수도원, 바로크 양식 건축물과 스파로 유명한 쿡스 마을, 원래 고딕양식 요새였던 노베 몌스토 나드 메투이 캐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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