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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성긴 리넨에 대나무잎이 엉겨 붙었다. 한겨울 눈을 뒤집어쓰고도 본색을 버리지 않는 그들이 아니던가. 하지만 제 가지의 무게는 어찌하지 못했나 보다. 한없이 허리를 휘어 잎이 살 방법을 찾았다. 그런데 말이다. 하나씩 뜯어본 잎이 단순치 않다. 꼿꼿하면서 유연하고 날카로우면서 부드럽다. 위태롭게 매달렸을지언정 삶의 의지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인가.
‘내부의 외부-20190929’(2019)는 ‘안으로 들어온 밖의 어떤 것’이란 뜻일 터. 작가는 이를 ‘미궁’이라 한다지만, 그래서 더 나은 출구찾기를 희망한다지만. 차라리 순환이 아닐까 한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안이 곧 밖이고 밖이 곧 안인. 대나무잎 엉킨 그림 한 점서 그 의미를 찾는 게 쉽지는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