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어머니가 살아계셨을 때 자신에게 직접 금목걸이를 가지라고 해, 이는 증여에 해당하고 어머니의 통장에 대해서도 생전에 통장번호와 비밀번호를 알고 통장을 관리하는 등의 권리를 부여받았으므로 돈을 찾은 것이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여동생은 어머니의 금목걸이를 오빠가 달라고 해 주었지만 ‘엄마가 다 가지라고 했다’라고 주장하면서 금목걸이를 다시 반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런 경우 아들의 주장이 과연 법적으로 타당할까.
우리 민법은 제997조에서 ‘상속은 사망으로 인하여 개시된다’라고 규정해 상속개시는 피상속인의 사망을 원인으로 하고 사망 시에 개시된다. 사망시 의사에 의해 사망진단서에 사망한 시각이 정확히 기재된다. 그리고 그러한 내용은 가족관계증명서에도 기재된다. 예를 들어 2014년 2월 10일 11시 30분 같은 식이다. 우리나라는 생전에 상속할 수 없고 사망한 후에만 상속이 가능한 법제다. 따라서 오직 사후상속만 인정된다. 증여는 생전에 무상으로 타인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것을 말한다. 상속과 증여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비슷하지만 법률효과는 다르니 구분하는 것이 맞다.
이 사건에서 볼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소유했던 목걸이나 통장의 금원은 어머니의 소유였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는 상속인인 남매 2명이 같이 공동상속하게 된 것이라고 볼 것이다. 어머니가 미리 아들에게 증여했다고 하더라도 아직 그 물건을 인도하지 않았다면 아들은 물건의 소유권을 확보한 것이 아니다. 이 사건에서는 증여했다는 증거도 제출되지 않아서 증여 자체도 인정되지 않았다. 그리고 통장의 관리처분권은 아들에게 사전에 주었다고 하더라도 어머니의 사망 이후에 그 관리처분권은 공동상속인들에게 모두 귀속되므로 1명의 상속인이 이를 임의로 이체하거나 출금하는 방식으로 사용해도 안 된다. 이러한 아들의 행위는 형법상 제355조 제1항의 횡령죄에 해당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조용주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사법연수원 26기 △대전지법·인천지법·서울남부지법 판사 △대한변협 인가 부동산법·조세법 전문변호사 △법무법인 안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