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소비자의 반응을 알아볼 차례. ‘특정 제조업체의 구성품을 내장한 자동차에 돈을 더 쓸 용의가 있는가’를 물었다. 48%가 “그렇다”고 했다. 물론 소비자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했다.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의 경우 돈을 더 쓰겠다는 응답은 42%에 머물렀다. 반면 브랜드 선호도가 강한 소비자의 경우엔 그 비율이 59%까지 치솟았다. ‘인브랜드’의 위력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마케팅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브랜드 속 브랜드로 승부하라’다. 한 단어로 ‘인브랜딩’ 전략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제품의 부품·기술·서비스로 소비자의 구매결정을 유도하는 기법이다. 이것이 가능한 건 완성품보다 구성요소가 더 유명해진 배경이 크다. 다시 말해 전통적 생산개념에서 흔히 ‘하청’으로 불려 온 구성품 공급업체의 브랜드파워가 막강해졌다는 거다.
이 주장은 마케팅 분야의 거장으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 미국 노스웨스턴대 석좌교수가 내놨다. 코틀러를 거든 건 발데마 푀르치 독일 포르츠하임대 교수. 두 사람은 전통적인 마케팅만으론 차별화가 어렵다는 데 일찌감치 합의를 봤다. 그러니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시장지배력을 넓히는 다른 수단이 필요하다는 거다. 인브랜딩이다.
▲‘브랜드→인브랜드’가 필요한 이유
소비자에게 브랜드는 절실하다. 첨단의 다양한 제품이 넘쳐나 구매결정이 갈수록 어려워진 탓이다. 망설이지 않고 덥석 잡을 수 있는 강력한 브랜드가 필요하다. 기업은 더 바빠졌다. 그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가장 빠르고 쉽게 드러내야 하기 때문. 하지만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이미지에 대한 지식이 한 소비자에 머물다 다른 소비자로 옮겨가는 과정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소비자는 완성품을 최종적으로 만지고 경험하면서 기업이 약속한 기능성을 검증할 수 있다.
▲브렘보 브레이크, 고어텍스 태그가 먹힌 건…
페라리, 포르셰. 이름만 들어도 눈과 귀가 번쩍 뜨이는 고급 스포츠카엔 특별한 브레이크 시스템이 장착된다. ‘브렘보’. 이탈리아 자동차 브레이크 제조회사가 만든 거다. 브렘보의 전략은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소통. 시작은 자동차경주 마니아를 대상으로 했다. 그러다 자동차튜닝시장에 제품을 공급하고 포뮬러원(F1)에도 참여하게 됐다.
오스트리아 패션 주얼리 브랜드 스와로브스키가 선택한 건 ‘라벨전략’. 크리스털 구성품과 반제품에 ‘스와로브스키엘리먼츠가 제작했다’는 이른바 진품증명 라벨을 달았다. 라벨은 곧 완벽한 품질과 정교한 기술, 혁신의 상징이 됐고 부가가치 창출의 원동력도 됐다.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더 이상 기술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간파했다는 거다. 전통적인 브랜드가 강력한 인브랜드로 전환되는 변곡점을 일찌감치 찍은 셈이다.
▲어떻게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당연히 결정적인 과제가 남는다. 어떻게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할 건가. 전통적인 B2B 전략에 따른 브랜드 마케팅 활동은 완성품 제조체 가치사슬의 그다음 고리에 집중하게 돼 있다. 그러나 인브랜딩이라면 다르다. 일면적 사용자-공급 관계의 한계는 극복할 수 있다는 게 저자들의 생각이다. “더욱 독특하게만 만들어준다면 소비자와의 충성스럽고 수익성 있는 관계유지가 가능하다”는 거다. 이를 위해 소비자와 브랜드 사이의 섬세한 상호작용은 필수다.
인브랜딩이 적용되는 건 대부분 제품 수명주기의 후반인 성장과 성숙 단계다. 그러니 사실 전략은 단순하고도 지난하다. ‘당신이 선택했던 제품이 가치를 갖는 건 브랜드화된 구성품 덕분’이란 인식을 심어주는 거다. 성능과 기술, 안전과 품질 또 뭐가 됐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