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청렴은 천하의 가장 큰 장사다

  • 등록 2024-08-02 오전 5:00:00

    수정 2024-08-02 오전 5:00:00

[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얼마 전 필자가 근무하는 울산에서 아파트 경비원과 환경미화원이 화단에서 발견한 7500만 원의 현금 뭉치를 경찰에 신고해 80대 어르신에게 찾아주었다. 내 것이 아닌 것은 절대 손대지 않는 직업적 윤리관이 몸에 밴 영향이다. 하지만 우리가 접하는 소식에는 ‘지난해 정부 보조금 부정수급 700억 원으로 역대 최고’, ‘정부예산의 부정 사용’ 등 부끄러운 기사가 많다. 그중에서 공직자의 잘못된 행동에 국민은 크게 분노한다. 통
상 청렴을 평가하는 상대는 당사자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강도 높은 잣대를 들이댄다. 그러나 그 상대 또한 또 다른 상대로부터 같은 잣대로 평가받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이 공직자의 청렴 정도를 판단하는 ‘온전함의 순간’(MoI: Moment of Integrity)은 언제일까?

미국영화연구소(AFI)가 선정하는 명대사 중에 항상 상위에 오르는 대사가 있다. 1992년 작 ‘어 퓨 굿 맨’에서 나단 R 제셉 대령(잭 니콜슨 분)이 다니엘 캐피 중위(톰 크루즈 분)에게 했던 “넌 진실을 감당할 수 없어”라는 대사다. 제셉 대령은 끝까지 본인의 행동을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관행’이었다고 합리화한다. 관행이라는 이유로 묵인되었던 ‘얼차려, 기합, 구타’를 의미하는 코드레드를 밝히는 과정에서 주인공이 마주한 정의롭지 못한 권력과 관행으로 포장된 폭력 앞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내면을 잘 묘사한 수작이다.

청렴의 리스크는 모두가 위험하다고 생각한 곳이 아니라 모두가 고민 없이 관행적으로 수용한 일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저명한 수필가 요시다 겐코의 저서 ‘쓰레즈레구사’에는 리스크를 인식하는 ‘나무타기의 달인’ 이야기가 나온다. 달인은 나무타기를 이제 막 시작한 어느 사내가 제일 꼭대기까지 올라간 아슬아슬한 상황에서는 한마디 하지 않다가 그 사내가 지붕 높이 정도로 내려오자 그제야 “조심해야 한다. 발 헛디디지 말고”라며 주의를 줬다. 일반사람들이 그 정도면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에서 오히려 사건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달인은 정확히 예측한다. 청렴이 무너지는 지점 또한 마찬가지다.

반부패지수를 평가하는 국제투명성기구는 매년 초 국가별 청렴도(CPI: Corruption Perceptions Index) 순위를 발표한다. 대한민국은 조사 대상 180개 국가 중 2019년 39위에서 지난해는 32위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국가 중에서는 22위다. 한국의 청렴도가 OECD 평균만 되어도 연 4% 경제성장이 가능하다고 하는 경제단체의 보고서도 있다.

올해 공공기관은 327개로 예산은 900조 원이 넘는다. 정부의 1년 예산보다 크다. 공공기관의 자산과 예산은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 역할에 따라 규모가 커진 만큼 높은 수준의 청렴 경영이 요구된다. 청렴에 대한 국민의 인식 수준이 높아졌고 공공기관도 내부 신고망 구축, 규정 마련 등을 통해 인프라를 고도화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지난해 내부통제위원회를 출범하고 경영진과 감사실의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담은 사·감 공동협력 선언문을 발표했다. 올해는 이를 더욱 강화해 91개의 구체적인 개선 과제를 발굴하고 그중에서 ‘맞춤형 국가자격시험의 투명성 제고’를 집중적으로 추진한다. 이를 통해 국민의 불편 사항을 개선하고 권익 보호를 강화해 나갈 것이다. 또한 국가자격시험의 컴퓨터 기반시험(CBT) 시행 확대 등 디지털화를 통해 사업의 효율성도 높여가고 있다. 청렴의 개념이 예산의 정직한 집행을 넘어 국민에게 더욱 큰 편익이 돌아갈 수 있는 스마트 경영으로 확장된 것이다.

정약용의 ‘목민심서’ 율기육조 청심 부분에는 ‘청렴이란 천하의 가장 큰 장사와 같다. 그러므로 욕심이 큰 사람은 반드시 청렴하려고 한다. 사람이 청렴하지 못한 것은 그 지혜가 부족하기 때문이다’라는 대목이 있다. 이미 200여 년 전의 정약용 선생은 청렴의 개념을 멀리 바라봤다. 대한민국의 청렴 문화도 새마을 운동처럼 ‘K청렴컬처’가 돼 타 국가의 모범이 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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