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e사람]"20대 청춘 바친 수제맥주는 '자식'같은 존재"

국내 1호 여성 브루마스터 김정하 브로이하우스 바네하임 대표
독일 대표 맥주 교육기관 ‘되멘스’ 비어소믈리에 과정 국내 첫 이수
14년간 브로이펍 운영하며 각종 국제 대회 메달 휩쓸어
  • 등록 2018-12-20 오전 5:30:00

    수정 2018-12-20 오전 5:30:00

국내 1호 여성 브루마스터 김정하 바네하임 대표. (사진=바네하임)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20대 ‘꽃 같은 청춘’을 바치다보니 수제맥주는 제게 자식 같은 존재입니다.”

국내 여성 1호 ‘브루마스터’(brew master)인 김정하(38) 바네하임 대표는 “각종 국제 대회 수상도 기쁘지만 단골 손님들이 ‘역시 바네하임 답다’고 해 줄 때가 가장 뿌듯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브루마스터는 맥주의 제조 전 공정을 관리하는 양조 전문가다. 국내에선 현재 약 300여명의 브루마스터가 활동 중인데, 여성은 김 대표를 포함해 5명에 불과하다.

지난 15일 서울 삼성동 JBK컨벤션홀에서 홈플러스 주최로 열린 ‘제1회 맥믈리에 콘테스트’ 출제 위원으로 참가한 김 대표를 서울 공릉동 브루펍 브로이하우스 바네하임에서 만났다.

“사실 ‘맥덕’(맥주 덕후)도 아니었고 맥주 사업엔 더더욱 관심이 없었어요.”

김 대표는 브루어의 길을 걷게 된 건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수제맥주의 ‘강렬한 첫 맛’ 때문이었다고 했다.

배화여대 전통조리학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애초 한식 사업을 할 계획이었다. 2003년 아버지와 함께 경기 평촌의 한 브루펍에 간 게 그의 인생 항로를 바꿔놓았다. 김 대표는 “처음 마셔 본 수제맥주 맛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강렬했다”고 돌이켰다.

하지만 여성으로 브루어의 길을 걷는다는 건 고난의 연속이었다.

24살의 나이에 도전 정신과 열정으로 브루펍을 차리긴 했지만, 맥주 제조부터 양조 기계 관리까지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었다. 당시 국내엔 수제맥주 관련 교육 기관은커녕 전문 서적들도 드물었다. 기계 납품 회사에서 배운 간단한 매뉴얼로 수제맥주를 만들기 시작했고 발품을 팔아 일일이 전문가를 찾아다녔다. 청계천 부품 가게를 돌며 직접 양조 기계를 수리·보완하는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듯 하나씩 깨쳐갔다.

무엇보다 체력적으로 힘든 직업이다. 35㎏짜리 맥주 통은 기본이고, 100~200㎏에 달하는 보리 찌꺼기를 일일이 담아 옮겨야 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남자들도 버티기 힘들 정도다. 전 세계 브루어 중 여성 비율이 10%도 채 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김 대표는 “어릴 때부터 검도를 꾸준히 해 온 게 체력 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매일 8시간 동안 정성으로 맥주를 만들며 몸으로 익힌 김 대표만의 양조법은 이제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2015년 독일 3대 맥주양조 교육기관 ‘되멘스 아카데미’가 서울에 처음 개설한 ‘되멘스 비어 소믈리에(Biersommelier)’과정을 처음 수료한 뒤 각종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휩쓸고 있다.

2016년 일본국제맥주대회에서 ‘벚꽃라거’로 금메달을 수상한 뒤 지난해 아시아맥주대회에서 ‘란드에일’로 은메달을, 일본국제맥주대회에서 ‘다복이’로 동메달, ‘벚꽃라거’로 은메달을 땄다. 같은 해 호주국제맥주대회에서는 ‘세션 노트’로 동메달을 수상했다. 최근엔 아이리쉬 드라이 스타우트인 ‘콜미커피’로 2018년 호주국제맥주대회에서 동메달을 받았다.

각종 국제대회 심사도 맡고 있다. 2013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비어컵에 처음 심사를 맡은 김 대표는 올해 초 2년에 한 번씩 미국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 맥주 대회 ‘월드 비어 컵’(WBC)의 심사위원에 선발되기도 했다.

유명세와 달리 김 대표는 “단골 손님들이 ‘역시 바네하임 맥주답다’고 칭찬해주실 때가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국내 수제맥주 브랜드 가치 제고에 앞장설 예정이다. 내년 초 경기 남양주에 제2공장을 열고 제조·유통을 시작하고 내후년엔 공덕 쪽에 바네하임 2호 개점도 계획하고 있다.

수제맥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의 균형’이라는 그는 ““홉·맥아·효모 등 기본 재료부터 식재료 하나하나 정성껏 준비한 마음이 꾸준히 사랑 받아 온 비결”이라고 했다.

김정하 대표는 14년 동안 바네하임을 운영하면서 재료 선별부터 레시피 개발까지 모두 직접 도맡아 수제맥주를 만들어왔다. (사진=바네하임)


바네하임 매장 한 켠에 진열돼 있는 각종 국제 대회 수상 인증서와 메달들. (사진=이윤화 기자)
김정하 대표가 바네하임 양조장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윤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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