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한국, 공급망 다변화 공통 과제" [대사열전]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유럽연합 대사
EU, 한국의 3대 교역대상국·제1 한국 투자 파트너
韓, EU의 '전략적 유사입장국'…"디리스킹 거점 주목"
  • 등록 2024-07-25 오전 4:00:00

    수정 2024-07-25 오전 4:00:00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유럽연합(EU)과 한국은 특정 국가에서 무역이나 에너지 수입을 전적으로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공통점을 가진 ‘전략적 유사입장국’입니다. 앞으로 공급망 문제와 반도체, 신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 과제가 많기 때문에 한국과 한층 더 긴밀하게 협력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유럽연합(EU) 대사는 지난 18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EU 대표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EU 대표부)
EU-한국, ‘전략적 유사입장국’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유럽연합(EU) 대사는 지난 18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EU 대표부에서 가진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EU와 한국은 경제 안보 측면에서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한국과 수교 60주년을 맞은 EU는 지리적으로는 멀지만 무역과 통상 분야에선 가까운 이웃이다. EU는 한국의 3대 교역 대상국이자 제1의 대(對)한국 투자 파트너로 든든한 경제 협력자로 자리매김했다.

페르난데즈 대사는 EU와 한국의 관계에 대해 “수십 년간 안보·경제·통상·문화·교육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등 가치·규범을 공유하는 전략적 유사입장국”이라고 규정하며 양측이 협력 강화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EU가 주목하는 부분은 경제 안보 분야의 협력이다.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에선 에너지와 식량, 자원공급망 안보의 중요성이 높아졌고, 에너지 등 자원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역시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EU 디리스킹 전략으로 한국 주목”

페르난데즈 대사는 ‘동병상련’ 입장에 처한 한국과 EU가 공통으로 직면한 경제 안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국 간 탄탄한 협력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역이나 에너지 의존도가 곧 무기화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EU와 한국은 모두 경제 안보를 점점 더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게 됐다”며 “한국 정부, 기업 등과 공급망 안정화에 대해 많은 논의를 하고 있으며 주로 공급망 이슈와 반도체 분야에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표적인 협력 사례로 지난 2022년 11월 체결한 ‘한-EU 디지털 파트너십’을 꼽았다. 한국과 EU는 디지털 파트너십을 통해 반도체 분야에서 뉴로모픽 컴퓨팅(물리적으로 신경세포를 모사하는 기술)과 이종 집적 기술(서로 다른 공정으로 개별 생산된 칩을 하나의 통합 칩 수준으로 만드는 기술) 분야를 주제로 3년 간 총 1200만유로(약 168억원) 규모의 공동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그는 “디지털 파트너십 체결 뒤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팅, 친환경 재생 에너지 등 분야에서도 양측 실무자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많은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앞으로 투자 기회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EU 회원국들은 한국을 더 자주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EU 회원국들이‘디리스킹(위험 회피)’ 전략, 즉 다변화 측면에서 한국과 협력을 강화하려고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유럽연합(EU) 대사는 지난 18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EU 대표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EU 대표부)
“친환경차 정책 흔들림 없이 추진…中 불공정 무역, 경제 안보 문제”

지난달 유럽의회 선거 이후 전기차 등 친환경 정책이 속도조절이 가시화하는 것 아니냐는 국내외 산업계의 우려에 대해서는 “목표를 계속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일축했다. EU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55% 감축하고, 2035년에는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전면 금지, 모든 신차를 무공해차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지난 6월 초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성향 정당이 크게 약진하며 이같은 기후 정책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페르난데즈 대사는 “2050년까지 유럽을 탄소중립 대륙으로 만들겠다라는 계획을 세웠고, 이는 모든 분야에 적용할 뿐만 아니라 운송 분야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면서 “유럽의 지도자들이 바뀌게 되더라도 우리는 이 야심찬 목표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지난달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 잠정 결론을 토대로 최대 37.6%포인트의 잠정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데 대해선 EU 차원에서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정부 보조금을 기반으로 한 중국 기업들의 과잉 생산과 밀어내기 수출은 비단 유럽 뿐만 아니라 세계가 공통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문제”라며 “불공정한 거래에서 우리를 보호하는 건 경제 안보 전략과도 연관성이 크기 때문에 여러 (제도적) 장치들을 활용해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지난 4일부터 상계 관세 부과 조치가 내려졌으나 아직 이해 당사국들이 정보를 수집하고, 의견을 취합하고 있는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최종 결론은 4개월 후에나 확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규제법, 기술 신뢰도 높여 수요 확산 기대”

페르난데즈 대사는 올 연말 시행을 앞둔 EU의 AI 규제법과 관련해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낼 것으로 봤다. EU가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통과시킨 이 법안은 AI를 활용한 생체 정보 수집을 엄격히 금지하고, 개인 특성과 행동을 데이터화해 점수를 매기는 사회적 점수 평가인 ‘소셜 스코어링’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일각에선 AI 기술 패권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AI 기술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자칫 빅테크의 혁신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달랐다. 페르난데즈 대사는 AI 규제법이 오히려 사용자의 기술 신뢰도를 높여 궁극적으로는 AI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AI 규제법을 통해 이용자들이 보호받고 있다고 여기면 관련 기술에 대한 수요가 오히려 더 증대될 것”이라며 “AI 규제법이 추구하는 가치는 비단 유럽 만의 것이 아니라 유엔이 추가하는 공통적인 가치이기도 하고, 이는 한국과 다른 국가의 AI 관련 정책 수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페르난데즈 대사는 한국의 최대 투자처 중 한 곳인 EU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EU가 상당히 많은 투자를 하고, 그 규모를 확대해 나가는 건 그만큼 한국이 신뢰할 수 있는, 좋은 신용을 가진 파트너이기 때문”이라며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지 않았을 뿐 EU 각 회원국들의 고위급이 한국을 매주 찾을 정도로 일선에선 수많은 미팅이 열리고, 워킹그룹 회의도 진행되고 있다. 각자 가진 전문성을 바탕으로 상호 협력을 더욱 강화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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