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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필자가 1980년대 말 처음 일본에 가서 본 현지 소비자들의 실상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세계 최고’의 환상은 완전히 산산조각 났다.
모든 상품을 100엔(약 1090원)에 판매하는 파격적인 초저가 전문점이 즐비했다. 로컬 슈퍼마켓에서 발행하는 할인쿠폰을 구하기 위해 일간지를 구독하는 ‘신지식인’ 독자도 있었다. 1엔, 2엔 거스름돈을 살뜰하게 챙겨 받는 등 초저가 지상주의 소비자들의 모습에 많이 놀랐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이러한 소비 정신이 1990년대 이후 약 25년간 어두운 불황의 터널을 뚫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니었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일본의 유통사들은 최대 호황기를 누리고 있는 최근에도 저가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극초저가 렌탈서비스가 인기다.
또 한 가지 이색 서비스로 하루에 70엔으로 우산을 빌려 쓰는 렌탈 상품이 등장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명 ‘아이카사’라는 서비스인데 1일 70엔으로 어디서나 우산을 빌리고 반납하는 게 주 내용이다. 시부야역 인근 50개소를 시작으로 현재 도쿄도 내 120개 거점이 있으며 역내 관광안내소, 가라오케, 영화관 등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비닐우산을 판매하는 로손이라는 편의점도 이 서비스에 동참하고 있어서 그 의미를 더해가고 있으며 장마철을 앞두고 이달 중 렌탈 장소가 3배로 늘어날 예정이다.
이렇듯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최대 호황기임에도 불구하고 가격만 저렴한 단순 저가 상품이 아니라 그 의미까지 생각해보게 하는 극 초저가 상품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국내 경제 뉴스를 보면 극심한 불황이 오고 있다는데 왜 내가 지불하는 웬만한 물건과 서비스 가격은 좀처럼 내릴 생각을 않는가.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