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분양시대]①분양가 규제에…'억지춘향'式 후분양

재건축단지 후분양 전환 증가
  • 등록 2019-07-03 오전 4:00:00

    수정 2019-07-03 오전 9:11:34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 재건축 조합은 아파트 일반분양을 준공 시점으로 미룰 예정이다. 착공 시점인 이달 선분양할 계획이었지만 정부의 분양가 규제 강화에 분양보증서를 발급받지 못해 후분양으로 전환한 것이다. 서초구 신반포3차·반포경남아파트를 통합 재건축하는 ‘래미안 윈베일리’도 사실상 후분양으로 방향을 정했다. 과천주공1단지는 이미 5월 후분양을 결정했고, 영등포구 여의도동 전 MBC 사옥에 짓는 ‘브라이튼 여의도’, 종로구 세운지구에 들어서는 ‘힐스테이트 세운’도 분양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정부의 분양가 규제 압박에 민간 분양시장의 판도가 크게 바뀌고 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후분양을 선택하는 단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업계에선 40년간 우리나라 주택 공급시장을 이끌었던 선분양제도가 서서히 막을 내리고 후분양제도가 그 자리를 대체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반면 현재 후분양 전환은 사업자들의 자발적 선택이 아닌 정부의 선분양에 대한 깐깐한 규제로 인한 것이어서 분양방식의 대세로 자리잡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택업계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을 강화하자 후분양을 선택하거나 분양 일정을 무기한 연장하는 재건축 단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24일부터 서울 등 고분양가 관리지역 내 분양가 산정 시 주변 분양가의 100~105%를 넘지 않도록 규제를 강화한 이후 현재까지 보증서를 발급받은 사업장은 단 한 곳도 없다. 분양가를 대폭 낮추느니 분양시기를 늦춰 제 값을 받겠다는 게 조합을 포함한 사업자측 생각이다. 공동주택 건설시 전체 공정률의 3분의 2 이상 지었을 경우 2개 이상의 시공사 연대보증을 받으면 HUG 보증을 안 받아도 돼 사실상 분양가 규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상아2차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3.3㎡당 분양가를 4700만원 이상으로 요구했으나, HUG가 개정된 규정 적용으로 미치지 못하는 가격을 제시하자 분양 일정을 미룬 것이다. 지난 4월 인근인 일원동에서 분양했던 ‘디에이치 포레센트’ 일반분양가를 적용하면 3.3㎡ 4569만원인데 이는 희망 분양가나 주변 시세에 비해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게 조합 측 주장이다.

하반기 이주를 계획 중인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나 방배13구역, 신반포4주구 등 대단지들도 주택경기 상황에 따라 후분양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일반분양 물량만 5000가구에 달하는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도 후분양으로 갈지, 분양 일정을 늦출 지 고심하고 있다.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수년 간 주변에 분양한 아파트가 없다는 이유로 노후 아파트 시세를 분양가 비교기준으로 삼거나, 옆 동네라도 입지가 전혀 다른 단지와 비교하는 것은 규제에 맹점이 있는 것”이라며 “강남권 뿐 아니라 강북권에도 후분양을 선택하는 재건축 단지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에서 공급하는 주택과 별개로 정부는 이미 지난해부터 ‘후분양 로드맵’을 만들어 공공주택에 대해 공정률 60% 이후 분양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은 공공·민간 구분없이 주택 공정률 80% 이후 후분양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해당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후분양을 선택하는 재건축 단지가 늘어나면서 일반 분양 지연에 따른 조합 비용 부담이 커지고 궁극적으로는 서울 주택 공급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며 “후분양을 선택해 나중에 주변 시세와 비슷한 고분양가로 책정한다고 해도 정부가 재차 규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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