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급등·규제폭탄 강남 넘어… 개발 호재 '마·용·성·광' 떴다

저평가·개발 호재에 강북 주택시장 인기
대형 공원·국제업무지구 개발 앞둔 용산
1월 마지막주 0.83%↑… 서울 25개구 중 1위
성동 0.57%·광진 0.5%·마포 0.49% 크게 올라
  • 등록 2018-02-06 오전 5:00:00

    수정 2018-02-06 오전 5:00:00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정부가 치솟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강남권을 타깃으로 집중적인 규제책을 내놓자 내집 마련 수요자와 투자자들이 다리를 건너 강북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강남 재건축시장은 최근 들어 호가를 낮춘 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여의치 않을 정도로 분위기가 가라앉은 반면 강북 주요 지역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는 연일 초강세다. 강남을 누르니 강북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효과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강북4구 집값 ‘껑충’… 저평가·개발 호재 매력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주(1월29일 기준) 서울 용산구 아파트 매매가격 싱승률은 0.83%로 서울 25개구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이는 한국감정원이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2년 5월 이래 최고치다. 전주보다 상승폭이 0.52%포인트 커졌다. 마포구와 광진구도 상승률이 전주 대비 각각 0.10%포인트, 0.07%포인트 올랐다. 일주일 새 아파트값이 0.49%, 0.50% 뛴 것이다.

반면 그동안 서울 집값 상승세를 주도한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아파트값은 주춤한 상태다. 강남구 상승률은 0.43%로 직전주(0.93%)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서초·송파·강동구는 상승폭이 전주 대비 0.07~0.09%포인트 줄었다.

정부는 작년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이후에도 서울 집값이 잡히지 않자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가격 상승의 주범으로 낙인찍고 재건축 연한 및 안전진단 강화 등의 ‘핀셋 규제’를 예고했다. 최근에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적용 예상 단지 20곳의 부담금이 평균 3억7000만원에 달할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사전에 공개하기도 했다. 강남4구에 위치한 모 단지는 조합원 1인당 8억4000만원의 부담금을 내게 될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도 던졌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강남 입성을 노리던 수요자와 투자자들 중 상당수는 강남 재건축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전용 110㎡(35평)형은 지난달까지 26억원 선이었으나 지금은 호가가 5000만~1억원 정도 빠졌는데도 거래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초과이익 환수금 부담에 호가를 낮추면서 거래 성사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지만 매수자가 선뜻 나서지 않아 계약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강남을 대체할 만한 투자처로 강남4구와 한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강북4구(용산·성동·광진·마포구)를 꼽고 있다. 실제로 이들 지역 아파트값은 요즘 상승세가 뚜렷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4구와 강북4구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3.3㎡당 각각 3405만원, 2382만원이다. 정부가 주시하고 있는 강남보다 3.3㎡당 1000만원 이상 저렴한 강북4구의 입지 좋은 아파트가 향후 상승 여력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는 이유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정부의 강남 재건축 아파트 규제 움직임에 강남을 대체할 수 있는 지역으로 시장 유동자금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며 “강남, 특히 재건축을 주요 타깃으로 한 정부 규제가 다리 하나만 건너면 강남인 강북지역 한강변 아파트값까지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 대체재’ 강북 핵심지역 부각… 투자자 관심

강남권이 작년 한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만큼 올해는 강북 핵심지역들의 갭(강남과의 집값 격차) 메우기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작년 7월 3.3㎡당 3844만원에서 이달 4326만원으로 12.5% 뛰었다. 같은 기간 용산구는 3.3㎡당 2647만원에서 2848만원으로 7.6% 오르는 데 그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강남권은 최근 6년 사이에 집값이 2배로 뛴 곳도 많다”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가격 부담감이 커진 강남보다 강남을 대체할 수 있는 투자상품이 있는 강북 주요지역으로 이동하면서 갭을 메우고 있는 것”이라고 봤다.

용산구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 개발사업이라 불리는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올해 재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가 용산공원 개발, 한남뉴타운 재개발 등 대형 호재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성동구와 광진·마포구는 한강변 조망이 가능하다는 장점과 함께 뛰어난 입지, 향후 개발 호재 등이 투자 매력으로 꼽힌다. 용산구 한남뉴타운 내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수 문의는 하루 10여건 정도 있지만 매물이 아예 없어 거래 실종 상태에 있다”고 전했다.

“강북 갭메우기 당분간 지속” vs “강북도 많이 올라 피로감”

전문가들은 강북4구가 당분간 서울 집값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보면서도 서울 아파트 시장이 그동안 많이 오른 만큼 전반적인 숨고르기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원갑 위원은 “강남은 그동안 가격 급등에 따른 부담감이 큰 상황”이라며 “강남을 대체할 만한 지역을 중심으로 갭이 메워지는 모습이 당분간 계속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양지영 소장은 “강남과 함께 강북 집값도 지속적으로 올랐기 때문에 가격 상승에 따른 피로감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대출 규제가 동일하게 적용되고 금리 상승 등의 리스크도 똑같이 반영된다는 점에서 강북지역 집값 상승폭 역시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남 집값이 잠시 주춤한 상태이지만 정책 변수에 따른 일시적 영향일 수 있는 만큼 결국은 강남이 다시 주택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남영우 나사렛대학교 국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권을 타깃으로 한 정부의 추가 규제가 확정적으로 나오기 전까지 불확실성이 커 강남 아파트 투자를 관망하는 분위기가 우세할 수 있다”면서도 “공급 증가 등 수급 여건이 개선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강남 집값이 조정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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