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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환경 변화에 대한 피해를 국민이 직접 체험하고 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이른바 ‘환경 소송’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변호사 업계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로펌은 환경 규제 대응 전문팀을 만들거나 관련 분야의 전문가 영입에 힘을 쏟는 등 선제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세먼지·포항지진…서서히 고개 드는 ‘환경소송’
법무법인 원 산하 공익재단 사단법인 선은 지난달 21일 ‘기후변화 소송, 해외 사례를 통한 고찰’을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날 학술대회는 전 세계적으로 환경변화로 인한 소송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소송 제기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
실제 국내에서도 환경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정부 및 기관을 상대로 한 소송이 서서히 제기되고 있다. 이미 사단법인 대한황실문화원과 일반시민 90명은 한·중 정부를 상대로 미세먼지 발생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들은 미세먼지로 인한 배상액으로 1인당 300만원씩 총 2억 7300만원 상당의 소송을 냈다. 또 2017년 11월 발생한 규모 5.4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에 의한 촉발지진으로 밝혀지자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를 비롯해 일반 시민 1만 3000여명은 정부와 지열발전소 주관사인 넥스지오 등 6곳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변협 “환경소송 활성화해야”…로펌, 환경규제 준비 박차
변호사업계를 대표하는 대한변호사협회도 환경소송 활성화를 위한 지원사격에 나섰다. 변협은 지난 2월 발간한 ‘환경·에너지문제연구총서’에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통해 미세먼지 배출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법원은 그동안 미세먼지 배출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하지 않고 기각해왔다. 미세먼지 배출과 소송을 낸 원고들의 호흡기 질환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와 환경권에 의한 사법상 권리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환경에 대한 국민의 관심사가 높아지면서 기업 활동과 관련한 각종 환경 관련 법률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도 높아졌다. 대형 로펌들도 환경 분야의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유다.
법무법인 광장은 지난해 7월 환경소송은 물론 각종 환경규제 대응 및 환경영향평가 등을 총괄하는 환경보건안전(EHS, Environment·Health·Safety)팀을 꾸려 선제대응에 나섰다. 광장에 이어 법무법인 세종도 최근 환경팀을 상설 전단팀으로 확대했고, 법무법인 태평양은 최근 정연만 전 환경부 차관을 고문으로 영입하고 환경 분야 법률 전문가인 김현아 변호사를 영입하는 등 환경 분야는 로펌의 주된 관심사로 자리잡고 있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