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폴더블(접이가 가능한) 스마트폰이 최근 기술적 발전을 거듭하면서 이를 둘러싼 산업계도 함께 성장하는 모습입니다. 초창기만 해도 삼성전자(005930)만이 있었던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에 다양한 제조사들이 하나둘 진출하더니, 이제는 그 어느 곳보다 뜨거운 시장이 됐습니다. 후발 업체들의 목표는 ‘타도 삼성’입니다. 폴더블폰의 기준을 정립했던 삼성전자인 만큼 뒤따라오는 중국 업체들의 기술적인 견제도 심한 상황입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IFA2023)에서도 잘 나타났습니다. 기조강연을 한 중국 아너의 조지 아오 최고경영자(CEO)는 자사의 폴더블폰 ‘매직V2’를 들고 대뜸 삼성전자를 언급했는데요. “‘매직V2’의 두께는 9.9mm로 삼성 ‘갤럭시Z 폴드5’의 두께 13.4mm보다 얇고, 무게도 231g으로 갤럭시의 253g보다 가볍다”는 발언이었습니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글로벌 전시회에서 타사 브랜드를 직접 지목하는 건 흔치 않죠.
중국 화웨이에서 분사한 아너가 처음 폴더블폰을 출시한 건 2022년으로, 삼성전자보다 약 3년이 늦습니다. 후발주자이지만 아너는 이번 IFA 기조연설에서 30분 이상을 폴더블폰 이야기를 했고, 실제 전시도 폴더블폰에 집중했습니다. 그만큼 폴더블폰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기 때문입니다.
다른 중국 업체들의 움직임도 바쁩니다. 오포는 삼성전자 ‘갤럭시Z 플립5’와 비슷한 디자인의 ‘클램셸’(조개껍데기 모양) 폴더블폰 신제품 ‘파인드N3 플립’을, 샤오미도 유사한 디자인의 폴더블폰 ‘믹스플립’을 연내 출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 레노버의 모토로라도 자체 폴더블폰 ‘레이저40 울트라’를 출시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의 대표 빅테크 기업 구글도 폴더블폰 시장에 진출해 눈길을 모으고 있습니다. 구글은 지난 5월 진행한 연례개발자회의(구글 I/O)에서 자사 최초의 폴더블폰 ‘픽셀 폴드’를 공개했습니다. 아직 전반적인 기기 완성도는 삼성전자에는 다소 뒤떨어지지만, 자체 운영체제(OS)를 가진 구글인 만큼 향후 앱 호환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발전의 가능성이 엿보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은 2330만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2019년 80만대 규모였던 시장과 비교하면 괄목상대한 셈이죠. 오는 2025년엔 6540만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올 1분기 기준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 1인자는 46.6%의 점유율을 확보한 삼성전자입니다. 2위(화웨이·22.1%)와의 격차도 2배 이상일 정도로 압도적입니다.
이제는 삼성전자도 긴장을 해야 할 시점이 된 것 같습니다. ‘초격차’ 기술로 폴더블폰의 새로운 기준을 지속적으로 수립해야 하는 1위 업체의 숙명을 잘 이룰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