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기대로 치솟았던 화장품株, 中 경기 우려에 '반짝' 그치나

LG생건·아모레 등 화장품 대장주 직격탄
유커 구매력 회복 속도…中 회복세 둔화 우려 탓
아이패밀리에쓰씨 3%↑…중소형주는 상승
색조·비중국 의존도 높은 종목에 선별적 투자 이어져
"中 소비주, 낮은 가격 이점에 상승…되돌림할 수도"
  • 등록 2023-08-17 오전 5:25:00

    수정 2023-08-17 오전 5:25:00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중국이 한국행 단체관광 빗장을 풀면서 화색이 돌던 화장품주(株)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중국의 수출, 제조, 고용 전반이 악화해 디플레이션(장기 물가 하락)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 관련 소비주 중 화장품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증권가는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같은 ‘유커(관광객)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만큼 면세점 매출 의존도가 높은 대형주의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中 경기침체 우려에 LG생건·아모레 직격탄

16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대장주인 LG생활건강(051900)은 전 거래일보다 3만5000원(7.07%) 내린 46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아모레퍼시픽(090430)도 3.42% 내린 12만7100원을 기록했다. 애경산업(018250)코스맥스(192820)도 각각 8.18%, 2.74% 떨어졌다. 반면 아이패밀리에스씨(114840)씨앤씨인터내셔널(352480)은 각각 3.23%, 8.10% 상승 마감했다.

대장주를 중심으로 낙폭이 컸던 것은 중국의 7월 소매판매가 시장 전망치를 밑돌면서 경기 경착륙 우려가 커진 탓이다. 지난 15일(현지시간)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7월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2.5% 증가해 시장 예상치(4.5%)를 하회했다. 산업생산 역시 전년보다 3.7% 증가해 전망치(4.4%)를 밑돌았다. 7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2년 5개월 만에 전년 동기 대비 0.3% 떨어졌고, 생산자 물가도 4.4% 하락해 디플레이션 초입에 다가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유커 효과에 대한 기대도 급격히 사그라지고 있다. 유커가 호황을 배경으로 줄지어 해외 여행에 나섰던 코로나19 이전과 달리 경기 둔화조짐이 확연해지고 있어 구매력 회복 속도가 더딜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 내수 수요도 경기침체 여파로 부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중국의 7월 소매판매 지표에서 화장품 품목은 전년 동월 대비 4.1% 감소하면서 회복세가 크게 둔화한 모습을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투심이 또다시 위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회사는 면세 판매 채널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그간 중국 현지 소비 침체가 주가를 압박해왔기 때문에 주가 반등이 쉽지 않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中 내수 수요 감소도 우려…똘똘한 중소형주 선별 투자 이어질 듯

화장품주 내에서도 프리미엄 화장품 중심인 대형주보다 중저가 색조 제품 위주인 중소형주에 투자금이 몰리면서 주가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10일 중국 정부가 약 6년 만에 자국민 해외 단체 관광을 전면 허용하면서 화장품주 주가가 크게 올랐다. 마녀공장이 35.7% 오르며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코스맥스(32.88%), 씨앤씨인터내셔널(29.25%), 한국콜마(13.28%) 등도 두자릿수대 상승률을 보였다.

반면 같은 기간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상승률이 각각 4.66%, 4.95%에 그치며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대형주가 중국발 호재에는 느리게 반응하고 악재에는 민감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 같은 움직임은 외국인의 매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0일 이후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화장품 종목은 한국콜마로 184억원어치를 사들였고, 코스맥스도 180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이 가장 많이 던진 화장품주는 LG생활건강으로 528억원을 순매도했다. 아모레퍼시픽도 141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색조, 가성비 높은 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와 비중국 지역 매출이 확대에 주목하며 화장품주에 선별적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소비 관련주의 실적 전망이 여전히 불안정한 탓에 외국인들이 화장품과 의류 업종에서는 최근 급반등을 오히려 비중 축소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근 나타난 상승세는 한동안 낮아진 가격에 대한 이점과 이벤트에 의한 반등인 만큼 실적 등 실물지표 공개 시점 전후가 단기 정점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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