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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거대한 잎을 품은 육중한 검은 꽃이다. 실을 붙인 건가. 수를 놓은 건가. 꽃과 잎을 이룬 선 하나하나가 꿈틀대는데. 휘감길 듯한 위압감에 움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르다. 이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면.
작가 김은주는 연필로 그림을 그린다. 연필만으로 그린다. 연필이란 도구는 30여년 간 작가의 무기였다. 수천수만 개의 선을 긋고 또 그으며 연필이 그저 스케치나 드로잉을 위한 재료가 아니란 걸 확인시켰다.
‘바람’(2017)이 분다. 성실한 노동과 맞바꾼 마법처럼 보인다.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옥인동 갤러리룩스서 여는 개인전 ‘그려보다’에서 볼 수 있다. 종이에 연필. 140×190㎝. 작가 소장. 갤러리룩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