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참신한 스릴러 장르 웹툰이 나왔다. 추리물의 전통인 밀실 사건을 다루면서도 시공간을 넘나드는 설정, ‘개는 귀신을 볼 수 있다’는 오래된 속설까지 첨가해 하나의 새로운 스릴러물을 탄생시켰다. 리디가 연재한 웹툰 ‘개의 눈으로 보라’의 이야기다. 주요 등장인물이 4~5명 밖에 되지 않지만 정교한 설정의 힘으로 작품을 꽉 채운 느낌이다.
웹툰은 구봉이의 목에 채운 ‘도그 스피커’에서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리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싼 가격으로 이사를 한 현아는 황금연휴를 보낼 생각에 들떠 있는 상황이었는데, 구봉이의 도그 스피커에서 “주인님을 죽이지 마!”라는 소리가 들린다. 이후 현아는 괴기한 상황을 집안에서 경험하지만, 밖으로 나갈 수도 없는 처기가 되고 결국 고립이 된다.
이 웹툰은 6년 전 일가족 살인사건이 일어난 장소에서 똑같은 일이 재현되는 과정을 그린다. 6년 전 사건과 상황에 연결돼 있어 현아와 범인은 서로를 보지 못한다. 현아의 동생인 현민도 누나와 통화는 가능한데, 실제로 만나거나 볼 수도 없는 처지다. 다양한 조건을 밀실 상황에 대입해 웹툰의 긴장감을 점차 고조시킨다. 이후 현아와 현민의 노력으로 점차 얽키고설킨 사건의 진실이 밝혀진다.
작화도 웹툰의 내용과 걸맞게 무채색에 간결한 펜 터치를 보여주며 긴장감을 높여준다. 얼굴 표정 전체를 보여주는대신, 입, 손끝 등 일부 신체만을 노출시켜 독자들의 상상을 배가시켜준다. 중간중간 귀여운 구봉이의 표정과 행동은 극의 긴장감을 다소 풀어주는 역할을 해 완급조절도 나쁘지 않았다. 참신한 설정에 깔끔한 스토리 전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작화. ‘개의 눈으로 보라’는 상당한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