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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화사하고 큼직한 분홍 나무틀, 또 가로세로로 나눈 칸막이. 그 안에 들인 건 ‘책’이다. 키를 잔뜩 줄인 앙증맞은 책들이 줄을 맞춰 얌전하게 들어차 있다.
맞다. 이것은 책장이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책장의 모형’. 가로세로 120㎝ 정도로 프레임을 짜고 제목·이미지가 돋보이는 수백 권을 ‘만들어’ 꽂았다. 여기까지도 범상치 않은데, 더 특별한 건 작품명이다. ‘소년에게-아무도 널 탓하지 않아’(2019)란다. 아무래도 책장 하단의 칸·줄을 턴 뒤 벽면에 깊이 넣어둔 저 그림과 관련이 있을 듯하다. 한쪽에 앉은 한 마리의 토끼가 전하는 메시지 같다고 할까.
핵심은 역시 토끼였다. 우리 사는 일을 대변하는 은유·상징이라니. 이 메신저로 작가는 세상에 말걸기를 멈춤 없이 시도하고 있다.
10일까지 서울 성동구 서울숲2길 아뜰리에아키서 여는 개인전 ‘나에게 나로부터’(To Me By Me)에서 볼 수 있다. 나무·종이·드로잉. 120×120×5㎝. 작가 소장. 아뜰리에아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