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하자 연락 끊은 남친…손해배상 가능할까요[양친소]

[양소영 변호사의 친절한 상담소]
  • 등록 2024-09-08 오전 7:03:00

    수정 2024-09-08 오전 7:03:00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백수현 법무법인 숭인 대표변호사]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24년 가사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 대표 △전 대한변협 공보이사 △‘인생은 초콜릿’ 에세이, ‘상속을 잘 해야 집안이 산다’ 저자 △YTN 라디오 ‘양소영변호사의 상담소’ 진행 △EBS 라디오 ‘양소영의 오천만의 변호인’ 진행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 KBS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출연
심심하거나 쓸쓸할 때 가끔 보던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앱)이 있었는데, 거기서 맘에 드는 남자친구를 만났습니다. 남친은 IT기업에 다닌다고 했고 저와 동갑내기였어요. 우린 어느 연인들처럼 연애를 했고 그러다 사귄지 5개월 만에 임신을 했습니다.

남자친구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더니 크게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제가 먼저 결혼을 하자고 했는데, 남자친구가 연락을 두절했습니다. 그리곤 보름 만에 나타나 결혼을 하자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한 달 정도 잘 지냈는데, 남자친구가 또 연락두절 되었습니다. 남자친구 주변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수소문 했더니 연락이 왔습니다. 남자친구는 결혼도 할 수 없고 아이도 책임질 수 없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습니다.

미련이 남아 매달렸지만 남자친구는 결혼을 결심하지 못했습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더군요. 남자친구에겐 다른 여자가 있었습니다. 그 여자와 동거 하는 사이였고요. 결국 저는 남편 없이 아이를 낳았고 미혼모가 되었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후 남자친구는 다시 연락두절 상태입니다.

남자친구의 무책임한 태도로 너무나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혼자 아이를 키울 앞으로가 막막하기도 하고요. 아이를 위해서라도 남자친구에게 법적 책임을 지우고 싶은데,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임신과 출산에 대한 손해배상과 위자료, 양육비도 가능한가요?

-남자친구의 무책임한 태도로 미혼모가 된 안타까운 상황인데요. 혼인관계를 맺지 않아도 양육비는 받을 수 있나요?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자녀에 대한 양육의무는 부모 두 사람 모두에게 있습니다. 당연히 해당 남성이 자녀의 친부임에도 인지를 거부하거나 양육비 지급을 거부하면, 법원에 인지청구를 해서 해당 남성의 친생자로 확인받고 양육비를 청구하면 받을 수 있습니다.

-임신과 출산으로 입은 손해배상도 가능할까요?

△사연을 보면, 결혼을 전제로 만나다가 임신을 하였더니 헤어지자고 한 게 아니라, 사귀는 단계에서 임신을 했는데 상대 남성이 혼인을 거부한 경우입니다. 혼인을 거부한 남성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두 사람 사이에 혼인하기로 하는 합의, 즉 약혼이 성립됐는지 아닌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약혼이 이루어졌는데 이를 부당하게 파기한 경우라면 당연히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혼인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라면, 사실 혼인을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혼인 거부에 대한 책임을 묻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중간에 결혼을 하자고 약속하기도 했는데, 약혼이 성립했다고 볼 수 없을까요?

△약혼은 단어의 의미 그대로 혼인하기로 하는 합의를 뜻하는데요. 우리 민법에서는 당사자 간의 합의, 혼인하기로 한 진지한 합의 외에 어떤 경우에 약혼이 성립하는지 구체적으로 절차나 형식을 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법원에서는 당사자 간에 혼인에 대한 진지한 합의가 있었다는 전제로 대체로 상견례 유무를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임신, 출산, 성관계 여부는 중요한 문제로 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양가 상견례를 마치고 예식장을 예약했다’, ‘신혼집을 마련했다.’, ‘동거하면서 생활비를 줬다.’ 이런 경우는 법원이 약혼을 인정했습니다. 단지 교제하는 중에 커플링, 커플반지, 명품 등의 선물을 주고받은 경우나 성관계 후 임신한 경우, 심지어 출산했지만 상견례를 하지 않은 경우 등은 약혼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교제기간이 2개월 남짓인데 성관계를 맺어 여성이 임신했으나 남성의 어머니가 지속적으로 교제를 반대해 혼인에 이르지 못하자 여성이 남성을 상대로 약혼 부당 파기를 원인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이 있었는데요. 법원은 약혼 상태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입니다.

-사연의 경우도 약혼으로 보기 힘들까요?

△사연을 보면, 결혼을 전제로 만났다는 얘기가 없습니다. 단지 임신 사실을 알리고 결혼하자고 했더니 오락가락 하면서 태도를 바꾸었는데요. 무엇보다 양가 상견례가 있었던 거 같지도 않습니다. 이런 사정을 종합해 현재 법원의 판단기준으로 보면 약혼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울 거 같고, 결혼을 거부한 남성에게 약혼 부당 파기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기도 어려울 거 같습니다.

-다른 여성과 동거 중이면서 사연자를 만나서 임신까지 하게 만든 부분의 법적 책임은 어떤가요?

△해당 남성이 마치 결혼할 것처럼 속여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했는지가 문제입니다. 만약 상대 남성의 기망 사실을 뒷받침할 근거가 있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결혼할 의사 혹은 계속 진지하게 교제할 의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있는 것처럼 속여서 계속 교제를 이어가거나 만남을 이어갔는지에 대해 입증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세한 상담내용은 유튜브 ‘양담소’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는 양소영 변호사의 생활 법률 관련 상담 기사를 연재합니다. 독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법률 분야 고충이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사연을 보내주세요. 기사를 통해 답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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