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튀는 대신 묻어가는 지혜…김순협 '감귤나무'

2022년 작
노란 과육 푸른 잎…생생히 옮긴 감귤나무
작품 덮은 '하얀 점'으로 사실적 표현 이상
앞다퉈 자극 꺼내는 세상에 조화 위한 관용
  • 등록 2022-05-02 오전 3:30:00

    수정 2022-05-02 오전 7:28:51

김순협 ‘감귤나무’(사진=토포하우스)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영롱한 자태.” 혹여 해가 좋은 날 노랗게 잘 익어가는 열매를 주렁주렁 매단, 그때의 감귤농장에 가봤다면 누군가의 이런 감탄이 어색하지 않을 거다. 탱글탱글한 과육을 단숨에 물어보고 싶은 그 충동을 작가 김순협은 붓으로 표현했다.

그저 ‘감귤나무’(E2218 Gold Leaf·2022)일 뿐인데 유난히 도드라져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하얀 점’이다. 요란하게 튀는 점도 아니다. 원래 그랬던 그처럼 잔잔하게 흐르고 고요하게 매달려 있다. 무수히 박아둔 하얀 점이지만 노란 열매, 푸른 잎을 거스르지 않는 건 온전히 작가의 ‘세상을 보는 눈’ 덕이다. 그저 “내 의견이나 주장을 강렬하게 드러내지 않고 관용과 포용이 충만할 것 같은 하얀 점”이라고 표현했으니. 너도나도 앞다퉈 자극을 꺼내놓는 세상, 작가는 곧 스러져갈 듯한 점으로 대신한 거다.

사실 작가의 철학 감귤나무를 비롯해 자연의 나무들로 변화를 겪었나 보다. “사회의 거대담론과 그 앞에 놓인 개인의 처지 간 충돌과 대립에서 출발한 초기작업”이었다니. 단지 “고립된 개인으로서의 미술가가 분투해 회화가 존재할 뿐이라고 믿었던” 그 단단한 고집을 노랗고 붉은 생명체들이 깨뜨린 거다.

3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토포하우스서 여는 ‘김순협 개인전’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112×112㎝. 작가 소장. 토포하우스 제공.

김순협 ‘감귤나무 E2220 Gold Leaf·2022), 캔버스에 오일, 97×130.3㎝(사진=토포하우스)
김순협 ‘감귤나무 E2219 Gold Leaf·2022), 캔버스에 오일, 80×80㎝(사진=토포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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