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돈과 촛불이 야기한 대참사…이리역 폭발사고[그해 오늘]

1977년 폭발물 40t 실은 열차 폭발…59명 사망
전형적 인재…정차 불가능한데 뒷돈 받으려 정차
안전규정 무시돼…화차 내부서 촛불 켰다가 사고
  • 등록 2022-11-11 오전 12:03:00

    수정 2022-11-11 오전 12:03:00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1977년 11월 11일 오후 9시 15분. 전북 이리시(현 익산시) 이리역(현 익산역)에서 다이너마이트 등 폭발물 40톤(t)을 싣고 있던 대형 열차가 폭발했다.

폭발에 따른 피해는 엄청났다. 당시 폭발이 얼마나 컸던지 이리시 사람들은 전쟁이 난 것으로 착각했다. 이리역에서 근무 중이던 공무원 16명을 비롯해 59명이 숨지고 1400여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78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리역 폭발사고 현장 모습. (사진=한국민족문화대백화사전)
이리역사는 물론 역 인근 민가 대부분이 파괴됐다. 이리역엔 지름 40m, 깊이 15m의 거대한 구덩이가 생겼다. 반경 500m 건물 상당수가 파괴되며 이리역 인근에서 완파와 반파된 주택만 각각 675채, 1288채에 달했다. 열차는 폭파 지점부터 700m 떨어진 민가까지 날아갔다.

사고 당시 이리역에서 약 500m 떨어진 삼남극장에선 공연 중이던 당시 국민가수 하춘화도 피해를 입었다. 이리역 폭발사고로 극장 지붕이 내려앉으면서 당시 6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을 입었고, 하춘화도 의식을 잃었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하춘화를 구한 것은 당시 무명 코미디언이자 하춘화 소속 극단의 전속 사회자였던 고(故) 이주일이었다. 당시 공연 사회를 맡았던 이주일은 본인도 두개골이 함몰되는 큰 부상을 당한 상황에서 하춘화를 업고 뛰어 가까스로 사고 현장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엄청난 피해를 야기한 사고는 인재였다. 해당 열차는 다이너마이트 22t, 초안폭약 2t 등 고성능 폭발물을 싣고 이동하고 있었음에도 책임자도 탑승하지 않았다. 뇌관을 함께 실으면 안된다는 규정도 무시됐다.

더욱이 당시 철도 당국은 화약류 열차는 역내에 대기시키지 않고 직통운행한다는 원칙을 무시하고 해당 열차를 역에서 대기하도록 했다. 인천을 출발해 이리에 도착한 열차는 40시간 넘게 이리역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열차가 이리역에서 정차를 한 이유는 급행료 때문이었다. 당시 배차 직원들이 관행적으로 급행료를 뒷돈으로 받아 챙겼다. 해당 열차가 급행료를 지급하지 않자 열차를 떠나지 못하게 한 것이다. 호송원 A씨가 배차 직원들에게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리역에 건립된 희생자 추모탑. (사진=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길어지는 정차시간 동안 A씨는 인근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잠을 자기 위해 화차에 들어갔다. 위험물질을 실은 화차 내부에 들어갈 수 없는 규정을 무시한 것이다.

더욱이 고성능 폭발물이 가득한 화차 안에서 A씨는 안전규정을 무시하고 어둠을 밝히겠다며 촛불을 켰다. A씨가 잠든 사이 불이 화차 내부에 붙었다.

A씨가 이를 확인하고 불을 끄려 했지만 화차 내부엔 제대로 된 소화기구조차 없었다. 뒤늦게 역 직원들이 불을 끄기 위해 시도했지만 열차는 그대로 폭발했다.

화재 발생 이후 현장에서 도망쳤던 A씨는 얼마 후 검거돼 폭발성물건파열죄로 기소됐다. 그는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후 1987년 만기출소했다.

정부는 폭발 사고 8일 후인 11월 19일 ‘새이리 건설 계획’을 발표해 민심 수습에 나섰다. 이 계획에 따라 주공아파트가 신설됐고 도로도 정비됐다. 이리역도 사고 현장 부근에 다시 건설됐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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