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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FOMC 성명서,무엇이 달라졌나
- [뉴욕=edaily 이의철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현행 1.0%의 금리를 동결했다.그러나 "인내심"이란 문구를 삭제,향후 머지않은 시점에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5월의 FOMC 정책성명서가 지난 3월과 비교해 달라진 점은 크게 세가지 부분.우선 5월 정책성명서에선 "인내심"(be patient)이란 표현이 삭제됐다.대신 "신중한 속도"(measured pace)라는 문구가 들어섰다.
시장친화적인 통화정책,즉 현재의 저금리를 유지하는 데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다라는 표현이 "저금리정책을 제거하는 데 신중하겠다"는 식으로 바뀐 것.이는 금리인상을 기정사실화하되 속도조절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디플레이션 위협과 관련해 지난 3월 성명서에선 인플레이션 하락의 가능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고 이는 인플레상승의 리스크와 거의 같은 수준이라고 밝혔다.(The probability of an unwelcome fall in inflation has diminished in recent months and now appears almost equal to that of a rise in inflation).
반면 5월 성명서에선 지속적인 물가 안정 목표에 대한 위험이 중립이라고 지적했다.(the risks to the goal of price stability have moved into balance).이는 정책기조 "중립"을 의미하는 것으로 최근 그린스펀 의장이 "디플레이션은 더이상 위협이 아니다"고 밝힌 것을 재확인하는 수준이다.
5월 성명서는 이와함께 인플레이션 지표가 다소 높아지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적절히 통제되고 있다고 밝혔다.(Although incoming inflation data have moved somewhat higher, long-term inflation expectations appear to have remained well contained).
고용시장에 대한 평가도 달라졌다.이날 성명서에선 연준리는 미국의 고용시장이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hiring appears to have picked up).반면 지난 3월 성명서에선 감원이 줄어들고 있으나 신규 고용이 더디다고 지적했었다.(job losses have slowed, new hiring has lagged).다음은 이날 발표된 FOMC 정책성명서 전문.
◆5월 FOMC성명서
The 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decided today to keep its target for the federal funds rate at 1 percent.
The Committee continues to believe that an accommodative stance of monetary policy, coupled with robust underlying growth in productivity, is providing important ongoing support to economic activity. The evidence accumulated over the intermeeting period indicates that output is continuing to expand at a solid rate and hiring appears to have picked up. Although incoming inflation data have moved somewhat higher, long-term inflation expectations appear to have remained well contained.
The Committee perceives the upside and downside risks to the attainment of sustainable growth for the next few quarters are roughly equal. Similarly, the risks to the goal of price stability have moved into balance. At this juncture, with inflation low and resource use slack, the Committee believes that policy accommodation can be removed at a pace that is likely to be measured.
Voting for the FOMC monetary policy actions were: Alan Greenspan, Chairman; Timothy F. Geithner, Vice Chairman; Ben S. Bernanke; Susan S. Bies; Roger W. Ferguson, Jr.; Edward M. Gramlich; Thomas M. Hoenig; Donald L. Kohn; Cathy E. Minehan; Mark W. Olson; Sandra Pianalto; and William Poole.
- (edaily리포트)`얼간이 대통령`
- [edaily 오상용기자] 국가 최고지도자에 대한 풍자는 국민들의 고된 삶에 활력소(?)가 되곤 합니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의류업계에선 `얼간이 대통령`이 단연 화제입니다. 대통령을 조롱하는 문구를 세탁안내 라벨에 숨겨넣어 일약 스타덤에 오른 핸드백·의류업체의 색다른 성공담을 국제부 오상용기자가 전합니다.
"Nous sommes desoles que notre president soit un idiot. Nous n`avons pas vote pour lui."
미국 시애틀에 소재한 의류·가방업체 톰빈(Tom Bihn)이 가방과 티셔츠의 세탁안내 라벨에 세겨넣은 문구입니다. 우리말로 풀어 보면 "얼간이 같은 대통령을 둬서 심히 유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에게 투표하지 않았습니다"가 됩니다.
세탁라벨의 깨알같은 글씨를, 그것도 불어로 쓰여있는 문구를 누가 꼼꼼히 살펴보겠습니까만은, 시애틀에 사는 한 고객이 불어사전을 뒤지는 정성을 보인 끝에 대통령을 조롱하는 내용("We`re sorry our president is an idiot. We didn"t vote for him")임을 알게 됐다나요.
이같은 사실은 인터넷을 통해 세계 방방 곳곳으로 퍼져나갔고 AP통신과 AFP통신, 세계각지의 신문이 화제기사로 다뤘습니다.
톰빈은 몰려드는 주문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네요. 셔츠와 핸드백의 매출은 배이상 급증했고, `얼간이 대통령` 문구는 세탁라벨의 비좁은 공간을 탈출해 상품 전면에 대문짝만하게 인쇄돼 판매되고 있습니다. 톰빈은 20달러짜리 티셔츠의 경우 판매수익 전액을 사회에 기부하기로 했구요.
얼간이가 누구를 지칭한 것이냐를 놓고도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불어로 쓰여진 탓에 "쟈크 시라크 대통령이다" "아니다,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이다" 등등 인터넷 채팅방에 한바탕 논쟁이 붙기도 했습니다.
톰빈사(社)의 사장인 톰 빈(Tom Bihn)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볼까요. "대통령(President)을 욕보이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어요. 괜한 오해는 마십시오. 얼간이는 사장(President)인 저를 지칭한 겁니다." "어느 대통령이 얼간이냐고요? 하하..그거야 편한대로 생각하십시오. 부시든 클린턴이든 시라크든 맘에 안드는 대통령이 있다면 아무라도 좋겠지요"
여하튼 톰빈의 재치있는 아이디어는 회사의 수익확대는 물론,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지도자에 대한 조롱과 풍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표출됩니다. 군부독재시절 대학가에선 젓가락장단에 맞춰 `5공비리 대머리, 속이고 노가리~~♬`라며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을 비꼬는 노래가 유행했었죠. 조선시대 숙종때로 거슬러 올라가면 조강지처 내치고 장희빈의 치마폭에 싸여있던 나랏님 들으라고 "미나리(인현왕후)는 사철이요, 장다리(장희빈)는 한철이라"는 동요가 조선팔도에 애창됐습니다.
2004년 5월3일 한국사회로 돌아와 봅니다. 대통령 탄핵과 맞물려 많은 의미가 부여됐던 17대 총선은 `열린우리당의 과반수 의석 차지` `제1당 등극`으로 마무리됐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진행중이지만 파면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은 낮아보입니다. 탄핵안이 부결되면 노무현 대통령은 다시 국정과 군사·외교의 최고 수반으로 돌아오겠죠. 두달 가까이 휴식을 취한 대통령은 복귀전(?)을 위한 워밍업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지난해 2월말 국회의사당에서 노 대통령의 취임식을 지켜본 저는 그날 edaily 리포트에서 "박수와 환호성에 익숙해지는 대통령 보다 서민의 소리, 쓴 소리에 귀기울이는 대통령이 되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맞습니다 맞고요`를 트레이드마크로 삼으며 대화의 정치를 펼차나가겠다던 그에게 `노 대통령 집권 1년은 싸우느라 다갔다`는 야당과 세간의 평은 뼈아픕니다. 이제 다시 4년의 잔여임기가 주어진다면 살림살이에 지친 서민들의 주름살을 펴주기를, 입달린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부르짖는 상생의 정치를 실현해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행여나 톰빈사(社)의 `얼간이 대통령` 상표를 수입하겠다는 업체가 줄을 서고, 톰빈 명동지점이 들어서는 일은 없어야겠지요.
- (정명수의 월가 키워드)Productivity
- [뉴욕=edaily 정명수특파원] 프린터 잉크가 떨어져서 서킷시티에 갔다. 서킷시티는 우리나라의 전자랜드라고 할 수 있다. 잉크 카트리지를 사서 계산대 앞에 섰다.
이날따라 손님이 많아서 줄이 길었다. 짜증이 났다. 여유 있는 직원들을 계산대로 보내면 줄이 훨씬 짧아질텐데,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몇명씩 직원들이 붙어있었다.
다른 손님들도 불평하기 시작했다. 미국인들은 웬만하면 줄서기에 짜증을 내지 않는다. 그때서야 매장 책임자가 직원 몇명을 비어있는 계산대로 보냈다.
내 차례가 됐다. 내가 산 잉크 카트리지는 두 개, 20달러가 조금 넘는 것이다. 직원이 바코드를 찍는데,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손으로 제품 코드를 입력한다. 코드를 일일이 확인한다. 3초면 끝날 일을 2~3분 걸려한다.
23.87달러를 내란다. 매장에 붙어있는 제품 가격에는 세금이 포함돼 있지 않다. 가격표대로 돈을 준비하면 낭패 보기 일쑤다. 세금을 나중에 합산하기 때문에 늘 잔돈이 생긴다. 1센트 단위까지 내려가는 경우가 많다. 우리 식으로 하면 `89원27전` 이런 가격이 나오는 것이다.
20달러 한장, 5달러 한장을 줬다. 거스름돈은 1달러13센트. 간단한 셈이다. 이 직원은 전자계산기에 25달러라고 입력하고, 기계가 계산한 거스름돈을 확인한 후 금전등록기를 열어서, 1달러 지폐 한장과, 10센트 동전 한개, 1센트 동전 세개를 영수증과 함께 준다. 이 영수증이 가관이다.
잉크 카트리지 2개의 가격이 각각 얼마라고 찍혀있고, 그 밑에 제품 리턴을 할 때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깨알같은 설명이 죽 적혀있다. 다소 과장한다면 영수증 길이가 A4 용지와 맞먹는다.
카트리지 두 개를 계산하는데 한 20분은 기다린 모양이다. 서킷시티 직원이 손님 한명을 처리하는데 걸린 시간, 계산기를 작동하는데 들어간 전력, 엄청나게 긴 영수증을 찍어내는데 들어간 종이 등을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이것이 세계 최고의 `생산성(Productivity)`을 자랑하는 미국 전자제품 매장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서킷시티의 경험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은 미국 경제의 생산성이 일상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제조업 부문의 단위시간당 생산량 증가율은 5%가 넘었다. 서킷시티의 느릿느릿 움직이는 직원들로 가득한 미국 기업들이 한해에 5%나 많은 `아웃풋`을 만들어낸 것이다.
지난주 의회 청문회에서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인플레이션과 고용, 생산성 등에 대해 비교적 소상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린스펀 의장은 "생산성이 높기 때문에 저금리 정책이 가능했다"고 단언했다.
미국의 생산성에는 도대체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생산성과 실업
미국 노동부가 집계하는 노동생산성 지표는 10여가지가 넘는다. 대표적인 지표만 나열해보면 이렇다.
단위시간당 제조업 생산, 단위노동비용당 제조업 생산, 실질 시간 임금당 제조업 생산, 단위시간당 기업 생산, 단위노동비용당 기업 생산, 실질 시간 임금당 기업 생산, 단위시간당 비농업부문 생산, 단위노동비용당 비농업부문 생산, 실질 시간 임금당 비농업부문 생산 등등.
세부적으로 생산성 지표의 특성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생산성은 인풋(Input)에 대한 아웃풋(Output)의 변화로 표현된다. 시간, 노동, 임금이 일정할 때 생산량이 얼마나 달라졌느냐를 따지는 것이다.
미국에서 생산성은 실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난 21일 상하 양원 합동 경제위원회 청문회에서 그린스펀이 한 말을 들어보자.
"1990년대 후반의 자본투자를 근거로 효율성을 증대시킬 기회가 필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생산성 증가는 의심할 여지없이 느려지게 될 것입니다. 만약 수요가 계속해서 견고하다면, 기업들은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 궁극적으로 노동력을 늘릴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고용은 더욱 안정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입니다."
(As the opportunities to enhance efficiency from the capital investments of the late 1990s inevitably become scarcer, productivity growth will doubtless slow from its recent phenomenal pace.
And, if demand continues to firm, companies will ultimately find that they have no choice but to increase their workforces if they are to address growing backlogs of orders.
In such an environment, the pace of hiring should pick up on a more sustained basis, bringing with it larger persistent increases in net employment than those prevailing until recently.)
단위 시간, 단위 노동, 단위 임금당 생산량이 꾸준히 증가한다면 기업들은 굳이 직원을 고용할 필요가 없다. 미국에서 정식 직원을 채용한다는 것은 의료비, 연금 등 부수적인 비용까지 감당한다는 뜻이고, 이는 비용 증가를 의미한다.
앞으로 경기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비용을 늘릴 수는 없다. 지금까지 미국 기업들이 높은 생산성에 의존하면서 고용을 늘리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린스펀은 생산성이 궁극적으로는 둔화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효율성이 점차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기계도 짜꾸 쓰면 닳아 없어지기 마련이다. 인풋을 고정하고 아웃풋을 최대한 짜낸다고 하더라고 한계가 있다. 어느 순간 그 한계가 넘어가면 인풋(고용)을 늘려야만 한다.
그린스펀은 그러면서도 미국 고용시장에 대한 낙관론을 경계했다. 그는 "실업자들이 느끼는 근심(the anxiety)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3월 비농업부문 신규 일자리가 30만개 이상 급증했지만, 아직도 매주 8만5000명의 실업자들이 실업보험이 소진돼 절망감을 맛보고 있다. 이는 2000년 9월 수준의 2배에 달한다.
평균 실직 기간도 2000년 9월 12주에서 지난 3월 현재 20주로 늘어났다. 그린스펀은 "이같은 노동 환경이 노동자들의 불안정성을 뚜렷하게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생산성과 기업실적
위 그림에서 실업률과 생산성은 함수관계를 찾기가 쉽지 않다. 생산성 지표의 변화율이 의외로 심하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은 비농업부문 신규 일자리와 생산성을 그린 것이다. 두 지표의 이동평균선을 들여다보면, 실업률보다는 분명한 상관관계를 볼 수 있다.
신규 일자리가 바닥을 치고 나면 생산성도 피크에 도달했다. 그린스펀이 말한대로 신규 고용을 미루고 버티던 기업들이 구인광고를 내면서, 인풋이 증가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아웃풋이 적어지면서 생산성도 낮아지는 것이다.
다시 그린스펀의 증언을 들어보자.
"최근 생산성 증가는 기업들의 급격한 세전이익 증가에 반영돼 있습니다. 기업 이익은 2001년 3분기 7%선에서 지난해 4분기 12%선으로 호전됐습니다.
이 기간 동안 실질 시간당 임금 증가율은 매우 완만했습니다. 그 결과 노동자들의 수입에서 차지하는 임금의 비율이 과거 30년 평균보다도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기업이 고용을 늘리지 않고, 임금 비용을 아낀 결과가 기업 이익으로 나타난 것이다. 미국 기업들이 불황을 견디는 힘은 과감한 인력 구조조정에서 나온다. 일단 고비를 넘기면 기업들은 현재의 인풋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아웃풋을 만들어냄으로써 비용을 아낀다. 미국식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생산성은 이처럼 비인간적인 면모가 강하다.
◇생산성과 사회 안정성
그러나 생산성이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한다면 사회 안정성이 유지될 리 없다. 미국 노동자들이 순순히 감원을 받아들이는 이유는 뭘까.
실직을 당하면 실업급여를 받지만, 이것도 무한정 지급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이 생산성을 이유로 감원을 정당화할 때 노동자들에게도 반대급부가 있어야, 계급간 간장이 증폭되지 않는다.
이쯤에서 정부 정책이 개입한다. 부시 행정부가 온갖 논란에도 불구하고, 감세 정책을 추진한 것이나, 그린스펀이 40년래 최저 수준까지 금리를 낮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많건 적건, 미국인들은 지난 2년 동안 정부로부터 세금을 돌려받았다. 세금 환급 수표가 우편으로 날라오면, 자동차도 바꾸고, 가구도 들여놓고, 옷도 샀다. 실직으로 수입이 줄어든 가계에 이 수표는 귀중한 생활 보조 수단이었다.
보다 직접적인 사회 안전망은 모기지 리파이낸싱이다. 미국에서는 일단 집이 있으면 모기지라는 파이프를 통해서 저금리 혜택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시장이 `부의 효과`를 창출해 낸 것이다.
기업이 생산성을 무기로 불황을 탈출한다면, 가계는 감세와 저금리 파이프 라인에 의지해서 긴긴 겨울을 나는 셈이다.
이제 경기가 풀리기 시작했다. 기업은 고용을 늘리려하고, 감세와 저금리 파이프도 천천히 잠기게 된다. 그린스펀은 정책 변화의 타이밍이 임박했다고 선언했다.
◇생산성과 인플레
다시 그린스펀의 증언으로 돌아가자.
"과거의 예를 따른다면, 어느 순간 기업 이익은 실질 시간당 임금으로 이전될 것입니다. 이같은 변화는 고용 증가를 수반하면서 수입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역사적인 평균 수준으로 증가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같은 과정에서는 인플레 압력이 추가되지 않습니다. 비록 노동비용이 이전처럼 떨어지지 않더라도, 이같은 비용이 아직은 명확하게 상승 반전한 것은 아닙니다.
설사 임금이 상승 반전하더라도, 기업의 높은 마진을 생각하면 임금 비용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것입니다."
(If history is any guide, competitive pressures, at some point, will shift in favor of real hourly compensation at the expense of corporate profits. That shift, coupled with further gains in employment, should cause labor"s share of income to begin to rise toward historical norms.
Such a process need not add to inflation pressures. Although labor costs, which compose nearly two-thirds of consolidated costs, no longer seem to be falling at the pace that prevailed in the second half of last year, those costs have yet to post a decisive upturn.
And even if they do, the current high level of profit margins suggests that firms may come under competitive pressure to absorb some acceleration of labor costs.)
아래 그림은 물가와 생산성을 함께 그린 것이다. 물가는 전년동월비이고, 생산성은 전분기대비이기 때문에 정밀한 해석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인플레와 생산성의 상관관계를 대략적으로 살필 수 있다.
8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인플레는 생산성과 역의 관계에 있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인플레 압력이 낮아졌고, 생산성이 낮아지면 인플레 압력이 높아졌다. 그러나 무엇이 먼저고 무엇이 나중인지는 분명치 않다.
생산성이 높다는 것은 가계 수입에서 임금 비중이 낮아진다는 것이고, 이는 소비지출을 줄일 수 밖에 없다는 뜻이므로, 가격이 하락하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할 수도 있다. 또, 경기 침체의 결과로 물가가 떨어지고, 동시에 감원이 증가하면서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볼 수도 있다.
일단 그린스펀은 생산성이 임금비용을 절감함으로써 향후에 나타날 인플레 압력을 낮춰준다는 주장을 폈다. 그린스펀은 "임금 비용 증가가 지속적으로 가속된다면 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Should such an acceleration of costs persist, however, higher price inflation would inevitably follow.)
생산성이 인플레이션의 버퍼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생산성이 인플레에 대한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그린스펀이 생산성과 임금에 주목하는 이유는 임금이 비용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기업들은 궁극적으로 그 비용을 가격으로 전환시켜 소비자에게 이전시키기 때문이다.
그린스펀에게 통화긴축을 촉구하는 비판론자들은 이미 인플레가 목전에 와 있다면서 상품가격의 상승을 경고한다.
그린스펀은 그러나 "상품가격은 인플레에 아주 제한적으로 연결돼 있을 뿐"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인플레에서 중요한 것은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임금이라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생산성의 함정
생산성, 임금비용, 인플레를 연결하는 그린스펀의 논리를 비판하는 또 다른 주장은 `주택경기 과열론`이다.
지난 21일 청문회에서도 공화당의 론 폴 뉴저지주 상원의원은 "주택시장이 버블을 형성하고 있다"며 주택 소유자들의 부채 증가와 주택 가격 상승을 경고했다. 폴 의원은 "저축없이 진정한 부가 형성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주택경기 과열론은 저금리 정책의 아킬레스 건이다. 그러나 그린스펀이 저금리 정책을 고수한 것은 앞서 지적한 사회 안전망과도 연결돼 있다.
주기적인 실직은 원래 임금이 낮았던 저소득층에게는 만성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매달 모기지 이자를 갚아야하고, 자녀들이 대학에 다니고, SUV를 굴리던 중산층 가계에서 실직은 훨씬 치명적이다.
중산층이 붕괴할 경우 사회적 위기감이 고조될 수 밖에 없다. 미국은 유럽식 복지제도를 거의 채택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위기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저금리와 모기지 리파이낸싱으로 이들 중산층 가계의 수입을 보조(?)해 주지 않았다면 미국의 정치사회적 안정성이 유지될 수 없었을 것이다.
저금리가 필연적으로 주택 버블을 만들었지만, 정치적으로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다. 생산성을 강조하는 미국식 자본주의에서 주기적인 감원은 필연이다. 감원에 따르는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금융 리스크`를 감수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유럽 경제가 복지혜택으로 사회적 긴장을 해소하는 대신 기업과 정부가 막대한 비용(재정)을 감수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장과의 대화
그린스펀은 청문회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시장이 내가 말한 것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효율과 생산성을 신봉하는 그린스펀이 자신의 정책을 설명하는데 있어서는 그렇게 썩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연방기금금리와 생산성의 상관 관계도 겉으로 보면 그렇게 긴밀한 것 같지는 않다.
연준리, 엄밀하게 말해서 그린스펀의 금리정책은 이전과 달리 상당한 비판을 받고 있다. 90년대 IT 버블을 연착륙시키지 못하고 금리를 1%까지 끌어내릴 수 밖에 없었다는 것 자체가 비판의 대상이다. "왜 미리 경기변동을 스무딩하게 만들지 못했느냐"는 비판이다.
그린스펀은 숫자와 통계를 절대적으로 신임하지만, 인플레이션 타겟팅은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정해진 숫자에 연연해서 정책을 수행할 경우 미묘한 경제 흐름을 놓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그린스펀 자신도 IT 버블 붕괴의 조짐을 미리 찾아내고, 대비하는데는 실패했다.
생산성에 집착하는 그린스펀의 태도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적들도 많아졌다. 사실 "높은 생산성이 인플레 압력을 완화시킨다"는 주장은 90년대 `신경제론`과 같은 것이다. 신경제론자들은 당시 Y2k 등 비정상적인 IT 경기확장을 눈치채지 못하고, "기술 발전과 생산성 향성이 인플레없는 무한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했었다.
연준리가 금리인상에 과감한 태도를 보이지 못함으로써 또 한번 치명적인 실수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그린스펀이 이번 청문회에서 비교적 뚜렷하게 "디플레 종료"를 선언, 금리인상을 기정사실화한 것도 이같은 비판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그린스펀 청문회 이후 많은 연준리 관계자들이 그린스펀의 코멘트를 부연 설명했다. 그 중 가장 재미있는 설명이 벤 버난케 연준리 이사로부터 나왔다.
버난케 이사는 그린스펀 청문회 다음날 미국 채권시장협의회 연설에서 "경제지표 호전에 따른 시장 반응을 감안하면, 통화정책은 이미 긴축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통화정책이 다루는 금리는 단지 연방기금금리만이 아니다"면서 "다양한 금리와 수익률이 시장에서 형성되는데 3월 고용지표 발표후, 연방금리가 1%에 머물고 있음에도 `통화 환경`은 분명하게 긴축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연준리가 실질적으로 금리를 올리지 않았지만, 경제지표와 그린스펀의 코멘트 등이 어우러져서 시장 금리가 이미 상승하지 않았느냐는 주장이다.
그린스펀은 시장에 메시지를 던졌고, 시장은 나름대로 그 메시지를 해석했다. 채권수익률은 상승하고 있고, 주식시장도 금리인상에 적응하느라 무분별한 랠리를 자제하고 있다. 미국 경제는 이번에도 역시, `그린스펀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 "긴급한 인플레 압력 없다"-그린스펀(종합)
- [뉴욕=edaily 정명수특파원]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21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는 왕성한 확장 국면에 진입해 있다"며 "연방기금금리가 어느 시점에서는 반드시 인상되어야한다"고 말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이날 상하 양원 합동 경제위원회에 참석, 준비된 연설문을 통해 이같이 말하고 "고용시장은 점진적인 회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전날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말한 것과 같이 "디스인플레이션은 종료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선언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그러나 "광범위한 인플레이션 압력은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플레 아직 없다
그린스펀 의장은 "오랜동안 계속된 시장 친화적인 통화정책이 아직까지는 `광범위한 인플레 압력`을 불어일으키지는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생산성이 매우 강했기 때문에 기업들은 고용을 늘리지 않을 수 있었다"며 "수입에서 노동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고, 기업 실적은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경쟁 압력이 작용하면서 임금이 수익으로 전환될 것"이라며 "이같은 과정에서는 인플레 압력이 추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노동비용이 `확정적으로 상승 반전`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저금리 정책의 핵심은 생산성
그린스펀 의장은 "생산성이 향상됐기 때문에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지난 몇개월간 5% 수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는 상황에서도 어떻게 1%라는 낮은 금리를 유지할 수 있느냐"는 의원의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과거 경제 회복기와는 달리,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노동비용 부담을 감당할 수 있게 됐다"며 "(단순히) 인플레가 낮기 때문에 저금리 정책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노동비용 구조와 가격, 수익성을 감안할 때, 당장의 긴급한 인플레 압력은 없다"고 말했다.
◇금리인상 파급효과 연구중
그린스펀 의장은 "금리인상 시기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지만, 우리(연준리)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지 `정책 패턴`을 얘기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금리를) 움직일 것이냐, 말 것이냐는 물론이거니와 만약 우리의 정책이 바뀐다면, 즉 통화정책 전체 프로그램이 바뀐다면,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미래의 영향 분석(forward looking)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금리를 움직이지 않은 것은 사고(accident)가 아니라, 액티브한 정책 프로그램(active program)의 일환이었다"며 "연준리가 있던 자리가 바로 연준리가 원하는 자리(Where we were is where we wanted to be)"라고 말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시장이 정확하게 자신의 뜻을 이해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하면서 청문회를 마쳤다.
- (증시조망대)`금리인상` 두렵지 않다
- [edaily 안근모기자] 전세계 금융시장이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에 다시 떨고 있다. 그린스펀의 입이 아니라 이제는 지표를 통해 매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중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주식시장이 금리인상이라는 재료를 그리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경기가 회복국면에서 확장국면으로 본격 진입했다는 점을 중앙은행이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 주식 투자자들은 경기 사이클 진전에 따른 업종별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으로 대응하면 되는 것이다.
특히 시장이 우려하는대로 미국 연준이 빠른 시일내에 큰 폭으로 금리를 올릴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경계는 하되 과도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미국의 딱한 사정
미국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을 명시적인 목표로 삼는 기관이 아니다. 현재 미국 경제, 연준, 그리고 그린스펀의 고민은 `불균형`에 있다. 즉 재정과 무역부문의 쌍둥이 적자를 어떻게 개선시키느냐가 가장 큰 과제다.
이론적으로는 금리인상과 같은 긴축정책이 쌍둥이 적자를 치료하는 좋은 수단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사정은 그렇지 않다.
금리를 올리면 달러화가 강세로 반전되면서 무역수지의 적자폭은 확대된다. 그린스펀이 무역적자 해결책으로 자국의 소비축소(통화긴축)보다 해외의 소비확대(달러약세)를 강요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는 미국의 역사적 전통이기도 하다.
금리인상은 미국의 재정수지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도 크다. 금리정책이 재정의 규율을 세우기에는 이미 미국의 재정적자폭이 너무 크다. 특히 이라크전황 악화로 인해 미국의 재정지출은 `금리`라는 경제적 통제영역을 벗어나 있다. 게다가 대통령선거를 치러야 하지 않는가.
따라서 연준이 이른 시일내에 큰 폭의 금리인상을 단행한다면 미국 국채시장에는 심각한 붕괴위협이 가해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그린스펀은 이미 미국 국채시장과 이라크전쟁의 포로가 돼 있다. 그린스펀은 지난 99년 의회증언에서 "시장에 맞서는 것은 잘 해봐야 불확실성의 위험만을 키울 뿐(Betting against markets is usually precarious at best)"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밸류에이션 부담이 그리 크지 않다
동원증권 김세중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12개월 실적전망을 토대로 한 미국증시의 현재 밸류에이션은 18.98배로 형성돼 있다. IT버블 이전의 고점수준인 지난 1992년1월의 20.9배에 거의 근접해 있다. 그러나 밸류에이션 비교는 금리수준까지 감안해야 한다.
92년 당시 연방기금금리는 4.0%로 지금의 1.0%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즉, 연준이 금리를 300bp 올려야 미국 증시에 실질적이고 역사적인 밸류에이션 부담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연준이 과연 300bp를 올릴 수 있을까.
◇한국의 시장금리는 정부가 정한다
전세계 금융시장 특히 채권시장이 크게 발전함에 따라 통화정책은 점차 `민영화`되고 있다. 장기금리는 시장 참여자들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심리를 토대로 정한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린다고 하더라도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강하지 않다면 주식 밸류에이션을 약화시킬 장기금리 상승세는 제한된다. 아직까지 미국 채권시장에는 이같은 기대심리가 `강하게` 형성돼 있지는 않다.
우리나라의 장기금리는 중앙은행도, 시장도 아닌, `정부`가 정한다는 사실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미국 연준이 달러화 가치의 추세적 방향성을 되돌릴만한, 즉 달러화를 강세기조로 전환시킬만한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채권시장에서 막대한 공급요인으로 작용했던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 발행도 중단될 것이다. 이는 오히려 장기금리의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장기금리를 가파르게 끌어 올리는, 지난 2001년말과 같은 교과서적 반응은 큰 오류였다는 사실을 지금 우리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잘 알고 있다. 당시의 채권시장 대응이 만약 옳았다면, 지금 성장잠재력이니, 청년실업이니, 산업공동화니 하는 화두를 틀어쥐고 고민할 이유가 없다.
◇업종별 시장별 포트폴리오에는 유념
다만 제한된 범위라 할 지라도 금리의 상승은 나름대로 주식시장에 의미가 있다. 금리상승은 이론적으로 PER가 높은 성장주에 불리하고 PER가 낮은 가치주에 유리하다. 미래가치에 대한 할인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선발 경기주보다는 후발 경기주에 비중을 높이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금리인상은 경기의 상승추세가 이제 후반부로 향하고 있음을 중앙은행이 공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동원증권 김세중 책임연구원은 "PER가 높은 종목이라고 하더라도 삼성전자처럼 현재의 수익도 뛰어나고 재무구조 역시 우량한 종목은 금리상승의 충격범위 밖에 있다"고 말했다.
- (정명수의 월가 키워드)Investment Bank②
- [뉴욕=edaily 정명수특파원] "월가의 투자은행(Investment Bank)"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다. 바로 `돈`이다. 아이비 리그 출신의 우수한 인재들이 투자은행으로 향하는 이유는 그곳에 엄청난 부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2월부터 3월 투자은행들의 실적이 발표될 즈음, 월가에서는 "어느 회사의 누가 어디로 옮긴다"는 식의 얘기를 흔히 들을 수 있다.
모든 비즈니스가 그렇지만 금융은 기본적으로 `사람 장사`다. 뛰어난 인재를 많이 끌어들이면 업계 최강이 된다. 인재를 확보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수단은 역시 `돈`이다.
◇인재들의 대이동
비용절감을 위해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던 IB들이 스카웃 열풍에 휘말렸다. M&A, 채권, 기술주 분석 등 자신들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분야에서 최고라는 인재들을 끌어들이느라 혈안이다.
인재 전쟁의 한복판에 CSFB가 있다. 지난 2월 도이체방크는 CSFB로부터 10여명의 인력을 `차떼기`로 스카웃한다고 발표했다.
그 중에는 존 메츠라는 기술주 분석의 대가도 포함돼 있다. 메츠는 도이체로부터 3년간 최소 500만달러의 연봉을 제의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엄청난 몸값의 메츠는 그러나 이달초 CSFB에 잔류키로 최종 결정됐다. CSFB의 존 맥 CEO가 그에게 어떤 제안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가만히 앉아서 도이체에 당할 수는 없었다. 지난해 CSFB는 기술주 관련 세일즈에서 업계 3위를 기록했다. 도이체방크는 이 분야 13위다. 도이체가 메츠를 끌어왔다면 순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났을 것이다.
CSFB의 인재를 노리는 IB는 도이체뿐이 아니다. 베어스턴스는 지난 금요일 CSFB의 신용파생상품 트레이딩 헤드인 데이비드 칼손을 스카웃했다고 발표했다.
UBS도 지난 월요일 M&A 사업부문 헤드에 CSFB 출신의 캐리 코치만을 선임한다고 밝혔다. 코치만은 CSFB에서 M&A 공동 헤드로 일해왔다. 39세인 코치만은 4월부터 시카고에서 투자은행 부문의 공동 헤드도 겸직할 예정이다.
CSFB는 다급해졌다. 회사를 떠나기로 결정된 사람들을 붙잡는 한편 새로운 인재를 외부에서 끌어오지 않으면 안됐다.
CSFB는 정크본드 투자의 일인자라는 베넷 굿맨을 다시 눌러 앉혔다. 베넷 굿맨을 위해 CSFB는 `Alternative Capital Division`이라는 새로운 사업부를 만들기까지 했다. 굿맨은 지난해 가을 CSFB를 떠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내로라하는 펀드와 투자은행에서 그를 모셔가려고 삼고초려를 마다하지 않았다.
굿맨은 정크본드, 프라이빗 뱅킹 분야에서 최고 솜씨를 자랑한다. 올해 46세인 굿맨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출신으로 정크본드의 본산, 드렉셀번함에서 실력을 쌓았다. 이후 도날드슨, 러프킨 앤 젠렛(DLJ)이라는 레버리지 파이낸싱 그룹을 이끌며 정크본드 업계의 1인자가 됐다. DLJ가 2000년 11월 CSFB로 합병되면서 CSFB 그룹의 일원이 됐다.
2003년 4월 그는 CSFB 상업은행 부문 회장으로 승진했지만, 그로부터 4개월 후 회사를 떠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존 맥 CEO는 래리 슐러스가 굿맨의 후임자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런데 이달초 슐러스가 돌연 회사를 떠나면서 상황이 묘하게 돌아갔다. 도이체, 베어스턴스, UBS 등 경쟁사에서 인력을 빼가는 통에 정신이 없던 CSFB는 다시 굿맨을 잡아두기로 한 것이다.
그렇다면 굿맨의 연봉은 얼마나 될까. 로이터 통신은 최근 그의 연봉 패키지가 1000만달러를 넘는다고 보도했다.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굿맨의 잔류는 CSFB에게 낭보임에 틀림없다. 지난 3년간 CSFB는 굿맨이 지휘하는 레버리지 파이낸싱 분야에서 `넘버 원`이었다. 지난해 하이일드 언더라이팅도 220억달러에 달해 2002년도 실적을 두배나 뛰어넘었다. 굿맨은 하이일드 채권 분야에서 CSFB에 엄청난 수익을 안겨줬다. 그는 한때 월가에 유행처럼 번졌던 `텔레콤 본드` 투자를 강력하게 반대했다. 당시 월가는 굿맨의 전략을 조롱했지만, 결국 CSFB만이 통신채권에 물리지 않은 유일한 IB가 됐다.
CSFB에게는 굿맨 같은 인물이 회사를 떠나 다른 경쟁사로 옮긴다는 것 자체가 악몽이었을 것이다.
◇왜 CSFB인가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CSFB의 고급인력들이 스카웃 표적이 된 것일까.
도이체방크가 `차떼기` 스카웃을 시도했던 기술주 분석 부문의 사정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CSFB는 한 때 `기술주의 왕국`으로 불렸다. 프랭크 콰트론이라는 `문제적 인물`이 CSFB에 들어오면서 90년대말 IT 버블기에 실리콘 밸리를 장악하다시피했다.
도이체가 노렸던 인력들도 모두 콰트론 인맥이다. 콰트론파는 그러나 IT 버블 붕괴와 콰트론 개인의 몰락으로 사내 입지가 급격하게 위축됐다. 존 맥 CEO는 기술주 분석팀 인력을 300명선에서 100여명선으로 축소시켰다. 연봉이 깎이고, 각종 혜택이 없어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 틈을 도이체가 비집고 들어간 것이다. 최근 주식시장이 회복세를 나타내고, 기술주 중심으로 M&A 시장이 활성화될 조짐을 보이자, 도이체가 인력 충원에 나선 것이다.
도이체는 `콰트론파` 10여명을 통째로 데려오는데 개인 당 최소 300만~400만달러의 연봉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말한 메츠는 이보다도 많은 연봉을 제안받았다.
CSFB는 `콰트론 스캔들` 이후 고급 인력에 대한 연봉 및 보상 체계에 변혁을 꾀하고 있다. 존 맥 CEO가 주도적으로 고액 연봉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 이로인해 몸값 불리기에 익숙한 CSFB의 우수 인재들이 집중적으로 스카웃 유혹을 받게 된 것이다.
CSFB는 M&A 부문에서 3위권을 항상 유지했지만, 최근 2년간 주요 인력이 이탈하면서 지난해에는 순위가 6위로 추락했다. 월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디즈니-컴캐스트 M&A와 같은 `빅딜`에서 CSFB는 철저하게 소외 당했다.
존 맥 CEO는 잃어버린 M&A 시장을 되찾기 위해 마크 그라네츠를 영입, 글로벌 M&A 헤드로 앉히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라네츠는 지난해 GE와 비방디유니버셜의 방송미디어 부문 합작, 1999년 쉐브론과 텍사코 합병 등 굵직한 M&A를 성사시킨 베테랑이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CSFB도 필요한 인력을 스카웃하면서 거액을 쓰지 않는가. 다른 IB로 옮기려는 인재를 돈으로 붙잡으면 될 일이 아닌가.
존 맥 CEO의 생각은 좀 다르다. 그는 월가의 보상체계 전반을 개혁해야한다고 믿고 있다. 존 맥은 IB하면 떠오르는 `돈`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 계기가 바로 `콰트론 스캔들`이었다.
◇프랭크 콰트론
CSFB는 지난해 초 프랭크 콰트론을 해고했다. 다음 달 콰트론은 기술주 IPO와 관련된 비리 협의로 두번째 법정에 설 예정이다. 콰트론 스캔들은 그가 기술주 IPO를 추진하면서 애널리스트들에게 해당 회사의 사업내용을 미화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것과 주식 배당을 특정 고객들에게 유리하게 조작했다는 것이다. 작년에 열린 재판에서는 배심원들의 판단이 일치하지 않아 공판 자체가 무효가 됐다.
콰트론 스캔들은 기술주 거품 시대 월가의 치부를 그대로 보여준다. 존 맥은 CSFB가 콰트론 식의 비리로 휘청거리기 시작한 2001년 7월 CEO로 선임됐다.
필연적으로 존 맥은 콰트론을 제거(?)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었다. 콰트론은 CSFB 내에 스스로의 왕국을 가지고 있었다. 존 맥은 콰트론이 가진 무소불위의 힘이 스캔들을 만들었고, 회사의 수익성을 떨어뜨린다고 판단했다.
존 맥이 CEO가 된지 3개월후 그는 콰트론과 담판을 하게 된다. 당시 콰트론은 자신의 기술주 사업부문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15%를 인센티브로 받아가는 파격적인 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콰트론은 자신이 원하는 팀원을 언제든지 고용하고 해고할 수 있었다.
콰트론은 실리콘 밸리 공략을 위해 CSFB의 본사가 있는 뉴욕에서 떨어져 나와 캘리포니아 팔로 알토에 별도의 근거지를 만들기도 했다.
존 맥과 콰트론의 담판은 뉴욕과 팔로 알토의 중간 지대인 캔자스 시티에서 이뤄졌다. CSFB의 최고 책임자인 존 맥조차도 콰트론을 뉴욕으로 불러들이지 못한 것이다.
존 맥과 콰트론은 만남이 처음은 아니었다. 사실은 둘 사이에는 깊은 악연이 있다. 존 맥은 CSFB의 CEO가 되기 전에 30여년간 모건스탠리에서 일했다. 그는 2001년 권력투쟁에서 밀려난 후 곧바로 CSFB로 옮겨왔다. 존 맥이 모건스탠리 사장으로 있을 때 콰트론을 부하로 거느리고 있었다.
기술주 부흥이 태동하던 1996년 콰트론은 존 맥에게 파격적인 인센티브와 독자적인 권한을 요구했다. 콰트론은 기술주 팀을 업계의 최강으로 만들어 놓을 테니 그에 합당하는 돈과 힘을 달라고 했다.
존 맥은 콰트론의 제의를 거절했다. 콰트론은 자신이 키운 존 메츠 등 기술팀 150여명을 몽땅 이끌고 도이체방크로 이적해버린다. 존 맥을 궁지로 몰아넣은 것이다.
이후 콰트론은 도이체에서 승승장구했고, 몸값을 더욱 높여서 팀을 이끌고 CSFB로 넘어왔다. IT 열풍이 전세계를 열광시킬 때 콰트론의 기술주 팀은 월가 최고의 실적을 자랑했다. CSFB 내에서는 그 누구도 콰트론파를 제어할 수 없었다.
존 맥이 CSFB로 왔을 때, 콰트론과 같은 폐쇄적이고, 터무니없는 인센티브를 보장받은 독자적인 팀들이 사내에 무수히 존재했다. 존 맥은 증권거래위원회(SEC) 출신 율사를 고용, 법무 감사팀을 만들었고, IT 버블 붕괴로 불거진 각종 스캔들을 내사하도록 했다. 존 맥은 콰트론을 블랙리스트 1번에 올려놨다.
그러나 법무팀은 콰트론을 합법적으로 제거할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오히려 콰트론과 CSFB가 맺은 계약서에는 회사가 일방적으로 콰트론을 해고했을 때 막대한 보상금을 지불하도록 돼 있었다.
존 맥은 다른 작전을 써야만했다.
캔자스시티에서 만난 두 사람은 어색한 저녁을 함께했다. 존 맥은 이렇게 말했다.
"프랭크, 난 계약서를 찢어버릴 거야."
"회장님, 그렇게는 못하실걸요. 계약은 계약이니까요."
"난 할 수 있다네. 법률적인 검토도 했어. 법정에 갈 준비도 돼 있다구.
두 사람 사이에 냉기류가 흘렀다. 존 맥은 모건스탠리에 있을 때 `Mack the Knife`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부하 직원들을 무섭게 몰아부치는 것으로 유명했다. 맥이 칼을 뽑았다면 정말 콰트론의 목을 칠 것이다.
콰트론은 맥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의 연봉이 깎였고, 권한도 축소됐다. 콰트론의 역할도 바뀌었다. `자신의 팀`만 이끄는 것이 아니라 이사회의 일원으로서 근무시간의 20%를 할당, 다른 팀을 의무적으로 도와야했다.
존 맥과 콰트론의 과거를 아는 사람들은 존 맥이 CSFB에 가자마자 콰트론을 내칠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존 맥은 콰트론을 그대로 두고, 자신이 추진하는 개혁의 모델로 콰트론을 내세웠다.
존 맥은 "콰트론조차 항복했다. 너는 어떻게 할래"하며 다른 팀들의 인센티브도 깎아버렸다. 존 맥은 자기 자신, 자신의 팀의 이익을 위해 모래알처럼 흩어진 CSFB를 `하나의 팀`이라는 개념으로 묶어나가기 시작했다. 존 맥의 개혁이 시작된 것이다.
◇존 맥의 개혁
존 맥은 올해 60세로 1972년 모건스탠리에 입사했다. 2001년 권력 투쟁에서 밀려날 때까지 채권 부문을 이끌며 모건스탠리를 월가 최고의 IB로 키워냈다. 그는 레바논 이민자 집안의 여섯째 아들로 태어났다. 축구 장학금을 받고 듀크 대학에 입학했으며, 졸업후 노스캐롤라이나의 작은 브로커리지 회사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스미스바니에서 채권 세일즈맨으로 일했고, 모건스탠리에 입사한 후 특유의 카리스마를 발휘, 사장직에 올랐다.
사람들은 그가 모건스탠리를 그만두자 마자 CSFB의 CEO를 맡은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비록 모건스탠리에서 밀려났지만, 여생을 편하게 보낼 수 있는 충분한 물질적 보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퇴직 당시 그는 5억4400만달러에 달하는 스톡옵션을 부여받았다.
월가는 그가 문제 투성이 CSFB에 가서 도대체 무슨 일을 하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존 맥이 와서 본 CSFB는 그야말로 흥청망청이었다. 일례로 CSFB는 매년 1000만달러의 자금을 들여서 벤츠와 BMW를 임대, 500여명의 매니징 디렉터들에게 제공했다. DLJ를 합병할 때 이같은 조건이 계약서에 명기돼 있었던 것이다.
존 맥은 자신이 젊음을 바친 월가가 이처럼 비효율적이고, 무분별해지는 것을 묵과할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존 맥은 지난해 11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월가의 개혁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소상하게 밝혔다. 그는 이날 `인력 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존 맥은 "요구는 반드시 관리되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월가는 뛰어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을 끌어들였고, 그에 걸맞는 파격적인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성장해왔다. 월스트리트 맨들의 요구는 간단한 것이다. 바로 `돈`이다. 존 맥은 돈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을 경쟁력있게 만드는 것은 `돈`이 아니다.
"맞아요. 월가에 들어오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직장을 잡을 때 오직 돈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됩니다. 돈에 집착하면 궁극적으로 회사에 피해를 주게 됩니다. 제 생각에 월가는 사람을 관리하는 능력이 매우 약합니다. 우리는 흔히 이렇게 말하죠. `만약 당신이 우리와 함께 일하면 당신이 원하는 분야에 배치시켜주겠다. 그리고 많은 돈을 주겠다` 이것이 바로 `머니 컬쳐(money culture)에요.
돈이 매니지먼트를 대체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내가 돈을 많이 줬으니까, 너와 논쟁을 벌일 필요는 없다. 너를 지도할 필요도 없다. 너를 진실하게 대할 필요도 없다. 너를 코치할 필요도 없다. 이런 것이 오늘날 월가의 문제를 만들어낸 겁니다."(But too often in our business, money is used as a substitute for managing. So the idea that if I can pay you a lot of money, [then] I don"t have to engage with you, I don"t have to be direct with you, I don"t have to be honest with you, I don"t have to coach you, [has] made a whole problem on Wall Street.")
존 맥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최고라고 믿는 곳에서 일하고 싶어한다"며 "회사로부터 정직한 피드백을 받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돈이 아니라 매니지먼트로 사람을 사로잡아야한다고 강조한다.
"만약 어떤 직원이 아이디어가 있다면 회사는 핵심적인 지원과 자본을 제공해서 그것을 현실화하도록 해줘야합니다. 매니저는 직원들을 존엄하게 대하고, 그들의 활동에 대해 보답하고 감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은 회사의 전체적인 문화에 동화될 수 있는 것입니다."
어쩌면 자신의 부하 직원이 될지도 모를 하버드대생 앞에서 존 맥은 다소 고루한, `오소독스`한 인력 관리론을 설파했다.
월가는 "더 많은 인센티브, 더 많은 연봉이라면 언제든지 회사를 바꿀 수 있다"는, `돈의 문화`에 젖어있다. 존 맥 자신도 그런 월가의 문화를 만든 장본인 중 하나다.
존 맥은 CEO 취임 당시 "돈 때문에 CSFB에 온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돈의 힘`으로 굴러가는 월가를 `인간의 힘`으로 굴러가도록 개혁할 수 있을까. 존 맥이 오늘날 Investment Bank에 던지는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