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검색결과 4,145건
- "춥다고? 올레로 나와 바!" 간세다리 제주걷기
- ▲ 카트라이더 타는 모습 [조선일보 제공] 제주도 올레 걷기는 ‘제주올레(jejuolle)’란 표지판과 함께 시작된다. 시작을 알리는 글귀인 만큼 반갑다. 1코스가 시작되는 시흥초등학교 담벼락에 붙은 파란 하늘빛 표지를 확인하고 이제 15km 정도 ‘놀멍, 쉬멍’(놀다가, 쉬다가) 걸어간다. ▲ 올레 1코스 길올레란 ‘거리에서 집 대문으로 통하는 좁은 골목길’이란 뜻의 제주 사투리다. 동네 꼬마들이 “올레로 나올래?”라는 식으로 사용하던 단어다. 그만큼 제주 사람들에게는 친숙하다. 제주도 공무원 행정망 이름도 올레다. 이 올레가 제주올레걷기로 다시 태어났다. 제주 동쪽 해안에서 남서부 해안까지 올레를 살갑게 이어 붙여 만들었다. 해안과 마을, 오름 등을 걷는 코스다. 전체 길이는 약 183km. 현재 11개 코스로 나뉘어 있다. 걷기에 편하고 예쁘다. ‘착한 길’이라고 칭해도 좋을 듯하다. 길을 만든 사람들에게 현기증 나는 세상에 쉼표도 찍을 겸 한번 간세다리가 돼 보란다. 간세다리는 제주 토박이말로 ‘게으름뱅이’란 뜻이다. 그래서 길라잡이로 사용되는 소책자 제목이 <제주올레-간세다리의 바당올레 하늘올레>다. 간세 부리며 걸어도 길가 하나하나 주의 깊게 봐야 한다. 길 안내가 돌멩이나 나무, 바닥이나 나뭇가지 등에 화살표나 리본으로 표시돼 있다. 넓은 시야로 큰 풍광을 보기도 하지만 천천히 걸어가며 우리 주변의 소소한 것에도 관심과 애정을 가져보라는 뜻이리라. 제주올레 하기 좋은 계절이 어디 따로 있겠냐만 2월 제주는 어느 시기 못잖게 적당하다.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신경이 제주 바람에 깨어나는 느낌이다. 그만큼 올레길의 크고 작은 것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길가에 살랑이는 유채꽃과 야트막한 현무암 돌담길도 참 정겹다. 이런 길이 있었나 싶다. 당근 이파리로 가득한 푸른 밭도 넘실댄다. 당근 캐는 노부부 모습도 보인다. 2월의 잔설이 곳곳에 흰빛을 더한다. ▲ 올레길가에 핀 유채꽃(좌) - 올레길 인근 당근밭에서 당근캐는 모습(우)밭과 밭 사이에는 양쪽을 구분 짓기 위한 돌담이 쌓여 있다. 제주 토박이말로 ‘밭담’이라고 한다. 얼키설키 쌓여 있는 돌들이 거센 바람에 무너지지 않는 게 신기하다. 현무암의 거친 표면들이 서로 엉겨 붙고 돌과 돌 사이 구멍으로 바람이 빠져나가 잘 쓰러지지 않는단다. 제주의 지혜다. 1코스 중간의 말미오름을 오르다 보면 쇠막대가 가로놓여 있다. 길을 잘못 들었나 잠시 당황하지만 이내 막대에 걸쳐진 글귀를 보곤 슬며시 미소 짓는다. ‘소 방목 중 문단속 부탁합니다.’ 문을 살며시 여닫고 다시 길을 나선다. ▲ 밭담의 돌담사이 구멍(좌) - 소방목 중 문단속을 부탁하는 문패(우)오름은 ‘기생화산’이라는 제주 말이다. 자그마한 산을 일컫는다. 제주에서는 한라산 빼고는 다 오름이다. 360여개가 있다. 그 중 하나인 말미오름에 오르면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손에 잡힐 듯하다. 선명한 녹색의 밭들도 바라보기 시원하다. ‘생태관광’이나 ‘지속가능한 관광’이란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해도 걷는 것 자체가 뿌듯하다. 가족과 친구, 연인과 함께 걷기에 무리가 없다. 시작과 끝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코스별로 나뉘어 있지만 지키라는 법은 없다. 기분 내키는 대로 2월의 제주 바람을 쐬어가며 원하는 곳에서 시작해 원하는 곳에서 끝내면 된다. 물론 코스별로 오름길, 해안길, 수목길, 마을길 등의 특징이 있고 5~7시간 걸리므로 시간과 코스 특징만 고려하면 된다. 걷다 허기지면 먹을 거리도 많다. ‘세계 최초의 전문직 여성’이라 일컬어지는 해녀의 섬 제주답게 올레길 주변엔 ‘해녀의 집’이란 음식점이 종종 눈에 띈다. 그 주변 해녀들 공동체에서 운영하는 음식점으로 조개죽이나 전복죽, 해삼, 성게, 물회, 성게칼국수 등의 음식이 있다. 대도시에서 접하기 힘든 감칠맛이다. ▲ 말미오름에서 바라본 우도(좌) - 멀리서 바라본 말미오름(우)올레걷기를 마쳤다면 좀더 활동적인 레포츠를 즐기는 것도 좋다. 관광의 섬인지라 제주에는 각종 체험거리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카트라이더와 ATV(All Terrain Vehicle, 4륜 구동 오토바이). 한겨울 끝자락이지만 제주 바람은 외부 활동하기에 차지 않다. 오히려 시원하기까지 하다. 카트라이더와 ATV를 탈 수 있는 곳은 제주 곳곳에 있다. 카트라이더란 미니 경주용 자동차를 말한다. 경주용이라 해서 위험할 것은 없다. 지면과 차체 간격이 5cm 밖에 안돼 뒤집어질 걱정이 없다. 만 8세 이상의 어린이도 탈 수 있어 가족이 함께 타기에 적당하다. 1인승과 2인승 카트가 있다. 타기 전 간단한 조작법을 배우게 되며 헬멧을 착용하게 된다. 지면이 젖어 있으면 방수용 옷을 따로 입게 된다. 미니 자동차지만 속도감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시속 30km 이상 나온다. 코너링의 짜릿함도 느낄 수 있고 경주용 자동차 특유의 굉음도 실감난다. 코스도 포뮬러 경주 축소판이다. 꾸불꾸불한 코스를 달리다 보면 한겨울의 추위도 잊을 수 있다. 카트라이더가 정해진 아스팔트 코스 위에서 이뤄지는 데 반해 ATV는 산길과 초원 등의 비포장 길에서 타게 된다. 카트라이더보다는 안전에 더 신경 써야 하므로 헬멧, 가슴 및 어깨 보호대 등의 보호장비를 착용해야 한다. 10분 정도의 작동법 숙지와 연습 주행 이후 본주행에 나서게 된다. ▲ ATV 타는 모습(좌) - 올레8코스 월령포구쪽에서 바라본 제주바다(우)ATV를 타다 보면 자갈과 진흙, 풀밭의 느낌과 진동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그만큼 스릴과 쾌감은 배가된다. 크기 1.5m 정도의 몸체에 커다란 바퀴 4개가 달려 있어 장난감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힘이 장사다. 웬만한 곳은 거침없이 지나간다. 다만 제주 산간지방에는 2월에도 간혹 눈이 내려 안전에 주의해야 한다. 2월 제주에서는 이밖에도 패러글라이딩이나 승마도 가능해 색다른 경험을 즐길 수 있다. 제주도는 바람이 많이 불고 해발 100~200m의 오름이 많아 패러글라이딩하기에 적당하다. 높은 산이 아니고 안전한 비행 위주라 특히 초보자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비행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도 숙련된 가이드와 함께 타는 2인승 패러글라이딩 이 가능하다. 월랑봉이나 금악봉에서 많이 탄다. 말타기는 제주 곳곳에 있는 승마 클럽을 이용하면 된다. ::: 여행정보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청 : www.jeju.go.kr - 제주특별자치도 관광정보 : www.jejutour.go.kr - 제주올레 : www.jejuolle.org ○ 문의전화 - 제주특별자치도청 관광정책과 : 064)710-3851~3 - (사)제주올레 : 064)739-0815 - 제주특별자치도 패러글라이딩연합회 : 064)070-7018-2606 ○ 대중교통 정보 [ 비행기 ] - 서울-제주, 하루 50여회 운행, 1시간 소요 - 부산-제주, 하루 20여회 운행, 50분 소요 [ 문의 ] 대한항공 1588-2001, www.kr.koreanair.com 아시아나 1588-8000, www.flyasiana.com 제주항공 1599-1500, www.jejuair.net 진에어 02)3660-6000, www.jinair.com [ 선 박 ] - 부산-제주, 약 11시간 소요 / 문의 : 현대설봉 064)751-1901/ 코지아일랜드 064)751-0300 부산 1544-1114 -인천-제주, 약 13~15시간 소요 / 문의 : 제주 064)721-2173/ 인천 1544-1114 - 목포-제주, 약 4시간 30분 소요 / 문의 : 제주 064)758-4234/ 목포 1544-1114 ○ 숙박정보(관광공사 인증 숙박업소) - 성산포스카이호텔 : 서귀포시, 064)784-7000, www.jeju-sky.com - 다이아몬드텔 : 제주시, 064)784-7400 - 에쿠스모텔 : 서귀포시, 064)792-2341, www.alljeju.co.kr - 호텔윈드앤샌드 : 제주시, 064)743-5001 - 디셈버호텔 : 제주시, 064)745-7800, www.jejudecember.co.kr - 다이아몬드호텔 : 제주시, 064)742-7744, www.dhj.co.kr - 호텔 EJ : 제주시, 064-712-7880 ○ 식당정보 - 황가네제주뚝배기 : 제주시/ 전복뚝배기, 오분작뚝배기, 성게국/ 064)713-8887/ http://odinni.com/hwanggane - 대포동산횟집 : 서귀포시/ 생선회/ 064)738-6060/ www.depo-dongsan.co.kr - 오조해녀의집 : 서귀포시/ 전복죽/ 064)784-0893 - 축협축산물플라자 : 서귀포시/ 한우소고기, 갈비탕/ 064)794-5658 - 덤장중문점 : 서귀포시/ 갈치조림, 고등어조림/ 064)738-2550/ www.deomjang.co.kr - 흑돈가 : 제주시/ 흑돼지구이/ 064)747-0088/ www.blackpig.kr
- [네티즌 新 놀이문화①]누드 MP3 즐감 유행, "가수들 긴장하세요~"
- ▲ 소녀시대, 동방신기, 원더걸스, 빅뱅(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순)[이데일리 SPN 양승준기자] ‘소녀시대 ‘지’(Gee), 카라 ‘프리티걸’ MR 제거 동영상이요~’ 네티즌들이 가수들의 보컬 추출 놀이에 푹 빠졌다. 최근 네티즌들은 각종 인터넷 연예 게시판에 가수들의 라이브 동영상 중 MR(Music Record, 보컬 없이 음악과 코러스만 녹음된 음원)을 제거한 파일을 올리고 이를 서로 공유하며 가수들의 목소리를 즐기는 '누드 MP3 즐감’이 한창이다. 이 같은 네티즌들의 신(新)놀이 문화는 굳이 ‘인터넷 폐인’의 산실인 디씨인사이드 혹은 베스티즈 같은 특정 커뮤니티를 들어가지 않아도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MR 제거’라는 키워드만 넣어봐도 검색되는 게시물이 수백 건이 넘는다. 네티즌들의 MR 제거 놀이는 주로 가수들의 라이브 동영상이 원 소스로 활용되고 있다. 음색 조절 기능이 있는 골드 웨이브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해 보컬이 중심이 되는 음원 대역을 끌어올리고 나머지 부문은 낮춰 가수들의 보컬을 두드러지게 하는 것이다. 물론 라이브 동영상에서 MR을 100% 제거해낼 순 없다. 그러나 이 같은 작업이 이뤄지면 가수들이 직접 부른 보컬 부분을 실제 방송과 달리 좀 더 확연하게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네티즌들이 가수들의 보컬 추출 놀이에 빠진 이유는 가수들의 라이브 실력을 검증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가요계는 ‘비디오 킬 더 라디오 스타’라는 말을 입증 하듯 오디오형 가수보다 비디오형 가수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획사 대부분이 가수들이 어떤 노래를 들려주느냐 보다는 어떤 무대 연출로 관객들의 시각을 자극하느냐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네티즌들의 보컬 실력 검증 대상으로는 댄스가수가 주를 이루고 있다. 동방신기와 빅뱅, 원더걸스, 소녀시대, 카라를 비롯 비, 보아, 세븐 등 무대에서 퍼포먼스가 도드라지는 가수가 주 타깃이다. 네티즌들은 앞서 언급한 가수들의 보컬 강조 라이브 동영상을 보며 감탄사를 쏟아내기도 하고, 때론 실망감에 좌절하기도 한다. 네티즌의 이 같은 검증 작업에 곤욕을 치른 가수도 여럿 생겨나고 있다. 특히 신인가수 T는 “자기가 부르고 싶을 때만 노래한다”, “립싱크 잘 하네. 기획사는 무슨 생각으로 데뷔 시킨 건지 모르겠다”는 네티즌의 지적을 받으며 온라인 상에서 뭇매를 맞고 있다. 최근 네티즌들의 MR 제거 놀이는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들의 생생한 보컬음을 꾸밈 없는 상태에서 감상하고 싶어하는, 보다 적극적인 팬심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다. 보컬이 강조된 동영상 혹은 음원을 들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목소리를 좀 더 ‘리얼하게’ 감상하려는 것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A가수 MR 제거 라이브 영상, 음원 좀 올려주세요”라는 글을 올려 ‘실력자’들의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음악 관련 테크닉이 발전할수록 가수들이 좀 더 편한 환경에서 손쉽게 녹음을 할 수 있게 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실제로 개그맨이지만 음반을 내고 가수로도 활동한 박명수는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기계가 다 알아서 해줘”라고 눙을 칠 정도로 최근 녹음 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또한 이는 21세기 비주얼 가수들의 부족한 노래실력을 커버해 주는 보호막으로 작용해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가수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테크닉의 발전은 자신들 뿐만 아니라 NSI(네티즌 수사대)의 수사력도 함께 증진시켜왔다는 사실을 말이다. 가수라면 최소한의 노래실력은 이제 필수인 세상이 됐다.▶ 관련기사 ◀☞[네티즌 新 놀이문화②]구준표가 '무릎팍도사'에?...상황극 놀이 '붐'☞[네티즌 新 놀이문화③]나도 제작자! 자가발전 '대중문화 UCC족' 는다☞"故 김성재 사건 재수사하라"...네티즌 재수사 촉구 청원☞'아내의 유혹' 장서희 미니홈피 제목은 '부셔버릴거야'(?)
- [D-5 해피 밸런타인③]'부러우면 지는 거다'...싱글족 위한 안티러브 무비
- ▲ 영화 '클로저'의 한 장면/[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2월14일 밸런타인데이는 커플들에게 축복의 날이지만 솔로들에게는 저주와 외로움의 날이다. 거리 도처에는 커플들을 위한 이벤트가 넘쳐나고 극장에는 데이트로 설레는 커플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이럴 때일수록 솔로들은 ‘영원한 사랑은 없다’ 내지 '사랑은 부질 없는 것'임을 설파한 영화들을 보며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누구에게나 소중한 하루, 마냥 신세한탄만 한 채 허비할 순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밸런타인데이에 파트너 없는 싱글들이 가슴에 새겨야할 한마디, '부러우면 지는 것'이다. 영화의 엔딩자막이 올라갈 무렵 '솔로여서 행복하다' 식의 마음의 안식을 안길만한, 싱글들을 위한 안티밸런타인데이 무비를 꼽아봤다. 사실 연인 간의 진실된 사랑은 문학이나 영화 속에서나 등장하는 판타지일 수 있다.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2004년 작 ‘클로저’는 남녀 간 사랑이 얼마나 위선으로 가득 찰 수 있는 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으로 밸런타인데이에 싱글들이 보기에 이보다 더 좋은 작품은 없다. 동명의 연극이 스크린으로 옮겨진 ‘클로저’는 남녀 관계에 나올 수 있는 배신과 거짓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첫 눈에 반한 사랑도 조건을 갖춘 또 다른 사랑 앞에서 균열이 생기고, 순수하게 시작한 사랑도 알고보면 결국 서로를 이용하기 위한 욕망에 불과하다. 나탈리 포트만, 주드 로, 줄리아 로버츠, 클라이브 오웬 등 쟁쟁한 할리우드 스타들이 출연해 사랑의 비정함과 남녀관계의 비루함을 서정적인 영상 속에 역설적으로 담아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세상에 믿을만한 남녀 관계는 하나도 없다는 확신마저 갖게 할 것이다. ‘클로저’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작품으로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들을 꼽을 수 있다. 그동안 작가주의 영화라는 선입견에 갇혀 그의 영화를 배척했던 솔로들이라면 밸런타인데이를 기점 삼아 홍 감독의 작품들을 두루 섭렵하길 권한다. 데뷔작인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시작으로 ‘오!수정', ‘강원도의 힘’, '생활의 발견’,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극장전’, ‘해변의 연인’ 등등 그의 작품들에는 한결같이 포장되지 않은 남녀관계들이 주를 이룬다. 여성 솔로들이라면 어차피 남자들이란 술 먹고 여자와 하룻밤을 자보려 덤비는 속물에 불과하다는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에 안도(?)할 것이며 남성 솔로들 또한 믿을 여자 하나도 없다는 자각에 혼자가 편하다고 위로를 받게 될 것이다. ▲ '미세스&미스터 스미스'의 한 장면서로 죽을 것 같이 사랑해 결혼한 커플들이 막상 결혼 후 원수로 돌변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을 담은 영화가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가 출연한 영화 ‘미세스&미스터 스미스’다. 이 영화에는 서로 사소한 오해로 감정이 쌓여 결국 총과 로켓포로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하는 커플이 나온다.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가장 스케일 큰 부부싸움 영화다. 이보다 고전으로는 1989년작 ‘장미의 전쟁’도 있다. 마이클 더글라스, 캐서린 터너가 주연으로 출연한 ‘장미의 전쟁’ 또한 부부싸움의 파국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밖에 '사랑은 변해도 우정은 변치 않는다'고 자기 주문을 외우기에 적합한 영화도 있다. ‘델마와 루이스’와 ‘바운스’ 등이 그렇다. 두 작품 모두 여성 버디 영화의 한 획을 그은 작품이다. ‘영웅본색’이나 ‘첩혈쌍웅’ 같은 홍콩 느와르 액션영화 또한 남자들의 죽고못사는 우정을 그린 고전들이다. 하지만 이런 영화들은 개봉작이 아니기 때문에 찾아봐야 한다는 수고스러움이 필요하다. 이럴 때는 밸런타인데이 하루 전인 13일 금요밤 11시 5분에 KBS 2TV에서 방영되는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이 안성맞춤이다. ‘갈림길에 선 부부를 보며 나를 생각한다’는 프로그램 제작의도는 비단 기혼자들에게만 위로를 주는 것이 아니다. ▶ 관련기사 ◀☞[D-5 해피 밸런타인①]'이민호부터 써니까지'...스타들의 초콜릿 추억담☞[D-5 해피 밸런타인⑤]'초콜릿보다 달콤'...볼만한 '콘서트&공연'☞[D-5 해피 밸런타인④]불황 속 극장가 '알뜰살뜰' 이벤트로 기쁨 두 배☞[D-5 해피 밸런타인②]커플 상황별 추천 개봉작 5...'영화도 스텝 바이 스텝'☞김승수, 밸런타인데이 맞아 日서 프로모션
- (부동산Brief)대한전선, 남광토건 유상증자 참여 `고민`
- [이데일리 윤진섭 윤도진기자] ○..건설공제조합이 워크아웃 건설사에 대한 보증 처리 문제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워크아웃 건설사들이 선급금에 대한 조건 없는 보증서 발급, 민간주택에 대한 하자보증서 발급 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 건설공제조합은 이 같은 요구에 연대보증 등 조건을 충족할 경우에만 선급금에 대한 보증서 발급을 재개키로 결정. 해당 업체들은 `워크아웃 회사에 누가 연대보증을 서겠느냐`라며 반발. 하지만 이에 대해 건설공제조합은 `해당 업체들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자칫 조합이 부실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특정업체를 위해 기준을 바꾸기는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 ○..남광토건(001260)이 일반공모 증자 방식으로 300억원 가량을 유상 증자키로 한 가운데 대한전선이 유상증자에 참여할지 여부가 관심. 업계에선 자본 확충이 필요한 남광토건 상황을 감안할 때 대한전선이 유증에 참여가 필요하다는 분석. 하지만 대한전선 입장에서 주주배정이 아닌 일반공모 방식이란 점에서 참여여부를 확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후문. 이와는 별도로 업계는 이번 유상증자가 대한전선, 차종철 남광토건 회장 등 대주주들의 지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관심. 현재 지분구도는 대한전선이 최대주주인 알덱스가 25.79%, 대한전선 11.43%, 에스네트 25.79%, 차종철 남광토건 회장 3.49%, 김성균씨 5.20%, 기타 28.30%. ○..서울 뚝섬 상업용지에서 랜드마크 주상복합을 짓고 있는 대림산업(000210)과 한화건설이 서울시가 내놓은 `한강 공공성 회복 선언` 즉 한강변 주요지역의 초고층 재건축 계획 탓에 울상(?)을 짓고 있다고. 서울시는 성수·합정·이촌·압구정·여의도 등 5개 지역을 전략정비구역으로 정해 부지를 기부채납 받는 조건으로 초고층 재건축을 허용, 연내에게 개발계획을 마련하겠다는 계획. 그러나 이들 지역 중 성수지역은 뚝섬 상업용지 바로 옆에 위치하고 압구정지구는 한강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다는 점이 뚝섬에 악재가 되고 있다고. `한숲 e-편한세상`, `갤러리아 포레` 등 뚝섬 주상복합은 분양가가 최고 3.3㎡당 4500만원을 넘는 랜드마크급 초고층 초고급 주상복합을 짓는 사업인데 주변에 50층대 초고층 아파트가 우후죽순 들어서면 가치가 묻힐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4일 현재 해외건설 수주실적이 전년 동기대비 절반수준(37억 달러)에 그친 가운데 대형 건설사인 A사와 B사가 각각 중동 지역에서 대형 플랜트 수주를 앞두고 있어, 올해 첫 중동 대형 플랜트 수주 테이프를 누가 끊을지에 업계의 관심. A사의 경우 작년 10월경에 일본계 모 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사실상 수주한 상태.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발주처가 본 계약을 미루면서 해를 넘긴 상황. 이르면 2월 중순경에 본 계약이 예상된다고. B사도 중동에서 이르면 다음주에 15억 달러 안팎의 대형 플랜트 계약 체결이 임박했다고.▶ 관련기사 ◀☞남광토건, 301.5억 규모 유상증자
- [최은영의 패셔니스타]블랙, 퍼...F4의 절대지존, '구준표 스타일' 완벽 해부
- ▲ 이민호[이데일리 SPN 최은영기자] '잘 생겼지, 키 크지, 돈 많지. 어떻게 이런 내가 싫을 수 있어?' 드라마 방영 전 포스터 속 홍보 문구가 현실이 되어 버렸다. 요즘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등장하는 F4의 인기는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다. 특히 F4의 리더 구준표는 신드롬에 가깝다. 과장 조금 보태면 이 세상 모든 여자들이 그를 사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준표 역을 맡은 이민호의 인기가 수직 상승하며 그가 입고, 걸치고, 신는 모든 것이 화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현재 이 드라마에는 F4의 럭셔리함을 살리기 위해 이들만을 위한 전담 스타일리스트가 배정된 상태다. 그중에서도 F4의 리더 구준표의 드라마 속 패션 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몸에 피트하게 달라붙는 정장에 남자라면 다소 소화하기 부담스러울 법한 퍼와 과도하게 구불거리는 파마머리. 물론 이 같은 구준표 스타일을 이민호처럼 완벽하게 소화하기란 쉽지 않다. 내 남자를 이민호처럼 완벽남으로 꾸미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눈요기용으로는 과히 최고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황홀하게 하니 말이다. 그래서 준비해봤다. F4의 전담 스타일리스트 이공이스튜디오 정혜진 실장이 밝힌 구준표 스타일 키워드. ◇'블랙'으로 표출되는 강렬한 카리스마 구준표의 전공색을 블랙이다. 옷도 심지어 '튀는' 머리색도 까맣다. 드라마에서 혹은 영화에서 패션은 곧 캐릭터를 뜻한다. '꽃보다 남자' 속 이민호 패션도 마찬가지다. 이민호의 드라마 속 패션 코드를 제대로 읽어내기 위해선 캐릭터를 이해하는 게 우선이다. 이민호가 맡은 준표는 F4의 리더이자 글로벌 규모의 대한민국 대표재벌 '신화그룹'의 후계자. 바쁜 부모 대신 고용인들 손에 자라난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완전판이다. '하면 된다' 식의 거침없고 저돌적인 가문의 경영 방침 아래 나고 자라 성격은 거칠고 다혈질적인 편. 5개 외국어를 구사하고, 각종 호신술과 격투기에도 능한 천하무적형 인간이다. 하지만 의외로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도 지녔다. 특히 사랑 앞에서는 순정파로 한결같은 마음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 잔디(구혜선 분)를 지켜낸다. 이와 같은 구준표의 캐릭터를 패션으로 풀어내려면 럭셔리 하면서도 강인한 느낌의 스타일적 요소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바로 강렬한 힘이 느껴지는 블랙 컬러와 몸에 피트하게 달라붙는 수트였다. 이민호는 블랙 컬러로 강인함을 표출하고 간결하게 떨어지는 디테일을 살린 정장과 고급스런 퍼로 재벌가 사람다운 럭셔리함을 표현하고 있다. 정장은 재킷부터 바지까지 몸에 피트한 것을 기본으로 한다. 남자 옷은 피팅감에 따라 느낌이 180도 달라진다. 제 아무리 멋진 옷도 크거나 혹은 작으면 폼이 나지 않게 마련이다. 특히 이민호의 경우 큰 키에 비해 마른 몸과 긴 팔, 다리 탓에 몸에 딱 맞는 기성옷을 찾기 힘들어 대부분 스타일팀이 자체 제작한 맞춤 정장을 입는다고 한다. 드라마 한 회 분량에만 10벌 가량의 의상이 사용된다니 구준표를 완성해내는데 얼마나 많은 이들의 땀과 노력이 담기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구준표 역으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이민호.◇ 프레피룩, 액세서리는 금물 '꽃보다 남자' F4가 뜨며 자주 언급되는 스타일 용어가 있다. 바로 프레피룩(Preppy Look)이 그것. 하지만 이는 절대적으로 잘못 알려진 상식이다. 최상위층 자제들로 구성된 F4 멤버들은 프레피룩을 입지 않는다. F4가 프레피룩을 선보인 건 드라마 방영 전 홍보 포스터에서가 전부다. 프레피는 미국의 명문 사립고등학교 학생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들이 주로 입는 단순하면서도 클래식한 옷차림을 프레피룩이라고 하는데 값비싼 옷을 아무렇게나 편하게 입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하지만 F4 멤버들은 명문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임에 분명하지만 프레피룩은 배제하고 있다. 다른 학생들은 교복을 입지만 F4 멤버들은 정장 수트를 기본 복장으로 한다. 복장에서 학생스러움은 찾아보기 어렵다. 사실 고등학생이 정장을 입는다는 게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꽃보다 남자'는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만큼 판타지적인 느낌이 강할 수밖에 없고 그 속의 F4는 일반 아이들과 달라야 한다는 생각에서 F4의 스타일은 시작됐다. 세계 10대 기업으로 꼽히는 초일류기업 자제인 구준표는 아마도 개인 스타일리스트가 있었을 것이고, 학교에서든 공식적인 자리에서든 TPO에 맞게 럭셔리한 옷을 입었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실제 개인 스타일리스트가 배정됐고, 최고급 정장에 액세서리들이 동원되고 있다. 사실 드라마 속 구준표 스타일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럭셔리하면서도 댄디하고, 시크하면서도 남자다운 절제미가 느껴진다. 구준표는 피트감을 살린 정장으로 절제미를 표출하고, 화려한 컬러의 옷 대신 디테일이 섬세한 의상에 퍼로 럭셔리한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또 이민호의 얼굴 자체가 이목구비가 굉장히 뚜렷한 편으로 과도한 액세서리는 자칫 느끼함을 더할 수 있어 자제하고 있다. ◇ 구준표의 완성은 헤어에 있다언뜻보면 과도한 웨이브가 살짝 부담스럽기도 하다. 오죽하면 이민호 본인 또한 딱 하루 머리를 풀고 드라마를 촬영하던 날 '속이 다 시원하다'며 그렇게 좋아했을까. 하지만 구준표 스타일의 완성은 바로 이 과하게 부풀려진 헤어스타일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준표의 헤어는 원작에 기반을 두고 탄생됐다. 의상 콘셉트를 잡기에 앞서 헤어스타일이 먼저 정해졌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그런만큼 구준표 스타일을 완성하는데 있어 헤어는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사실 '천상천하 유아독존' 구준표에게 평범한 헤어스타일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이민호는 드라마 속에서 어깨 길이의 긴 커트 머리에 스타일러로 일일이 웨이브를 넣은 베이비 펌으로 극중 구준표를 완성해내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헤어컬러다. 짙은 블랙컬러의 머리색은 구준표의 강렬한 카리스마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 이민호▶ 관련기사 ◀☞[VOD]이민호·소녀시대 새해인사...'소년소녀 활약 기대하세요'☞이민호, 첫 '억대 개런티' 광고계약...'꽃남' 인기 톡톡☞'꽃남' 이민호, 백상예술대상 2개 부문 후보...인기상 김현중과 접전☞[스타 설맞이③]'신성' 이민호·유설아, "어려움 딛고 더욱 높게 나세요"☞'각별한 인연' 이민호-박보영, 이번엔 월화드라마 바통터치
- (정장진의 Tour & Culture)질 떨어지는 비즈니스 컬처, 세계화의 복병
- [이데일리 정장진 칼럼니스트] 최근에 경제 뉴스를 보니, 기업하시는 분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집값 붕괴도 아니고 펀드 붕괴도 아닌 환율 불안이라고 한다. 환율이 높든 낮든, 안정을 보여야 기업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경영 계획을 세울 수 있는데 안타깝기 그지없다. 정부로서도 원화 약세에 대처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모양이다. 원화 약세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들의 씀씀이가 늘어서 불황 속에서도 그나마 매출을 올리는 곳들이 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100달러를 바꾸면 몇 개월 사이에 앉아서 거의 5만원을 더 받을 수 있으니 그만큼 물건을 싸게 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매장이나 쇼핑센터에서는 영어 도우미를 늘리는 것은 물론이고 특히 일본과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언어 지원과 그들의 구미에 맞는 선물 코너를 많이 늘렸다고 한다. 엔화와 위안화에 대해서도 원화가 걱정스러울 정도로 약세이기 때문이다. 친절과 예의, 관광객 유치 그 이상의 의미를 가져야 며칠 전 신문을 보니, ‘불쾌한’ 기사 제목이 하나 시선을 끌어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기사의 제목은 “한국 사람들 시끄럽고 중국인 업신여겨요” 였다. 앞서 말했던 쇼핑센터 점원은 “날이 갈수록 일본인, 중국인 손님이 늘어 현재는 100명 가량 찾아온다”고 했다. 이 수치는 두세 달 전보다 두 배 늘어난 수치라고 한다. 그리고 씀씀이도 커졌다. 그런데, 인구 22만 명인 베이징 동북부의 왕징 지역에 사는 중국인들은 ‘한국 사람들은 시끄럽고 중국인을 업신여긴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왕징 지역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에 걸쳐 개발된 대규모 고급 주거지역으로 베이징에 거주하는 한국인 10만 명 중 70% 정도가 살고 있는 한인촌이다. 두 에피소드는 서로 상관이 없고 또 일반화시켜 확대해석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화와 관련하여 몇 가지 문제들을 되돌아 보게 한다. 여행, 문화, 예술 컨텐츠를 사업 영역으로 갖고 있는 직업 상의 관심 때문에 관련 기사를 스크랩하는 나는 이 자료를 출강하는 학교의 강의 교재로도 종종 활용하곤 한다. 놀랍게도 학생들이 비즈니스 컬처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것을 느끼고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이런 무관심은 종종 나 역시 “한국 사람들 시끄럽고 사람을 업신여겨요”라는 말을 하게 한다. 한 달 전쯤, 뭔가 생각을 정리할 것이 있어서 학교 인근의 한 외국계 체인 커피점에 들렀다. 아직도 금연을 못한 나는 끽연 공간에 앉았고 학교 앞이라 담배를 피우는 젊은 학생들이 몇 명 들어와 있었다. 내 바로 뒤에 여학생과 그 남친으로 보이는 남학생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런데 남학생이 목이 칼칼한지 아니면 감기가 들었는지, 계속해서 가래를 뱉어 재떨이에 뱉곤 했다. 그것도 듣기 거북할 정도로 큰 소리를 내며. 그러기를 한 열 번을 했을 것이다. 소리 안 나게 불편을 해소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정 어려우면 화장실을 이용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일어나 조금 떨어진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정도 제스처라면 이해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남학생은 아랑곳하지 않고 재떨이를 타구 삼아 계속 가래를 뱉어댔다. 나는 울화가 치밀어 올라 그 자리에서 일어나 호통을 치고 말았다. 이후 다시는 그곳에 가질 않는다. 대학생 딸 아이를 두고 있지만 내 아이도 저럴까 싶기도 했고, 어떻게 저렇게 행동을 할까 의문이 들기도 했다. 잠시 있으려니, 가래를 뱉은 남학생이 아니라 여친인 여학생이 다가와 내 앞에 섰다. “시끄럽게 해서 죄송한데요. 학교 교수님이세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 돈 주고 들어온 커피점에서……” 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나와버렸다. 조금 더 있다가는 남학생까지 가세해서 의자라도 집어 던지고 폭력을 쓸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고약한 세상이다. 나는 돈 안내고 커피점에 들어갔나? 자리를 피해주었으면 눈치라도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남친 가래 뱉는 소리는 여친에게는 듣기 좋은 음악이었나? 비즈니스 컬처는 포도주 마시는 법, 파티 여는 법, 대화를 이끌어 가는 법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나라의 문화, 예술, 최근 소식, 종교 등에 대해 사전 준비를 하고, 언급을 피해야 할 사항과 해서는 안 될 행동을 미리 숙지하고 상대방의 호의를 얻어내서 상담을 성사시키는 전반적인 기술이자 인격의 발로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자연스러워야 한다. 이 세상 어디에도, 사람들 앞에서 가래를 뱉는 행위를 보고 그 사람에게 호의를 가질 사람은 없다. 아랍 인들도, 중국인들도, 프랑스 인들도, 아프리카 인들도 옆 사람에게 피해를 줘가며 큰 소리로 가래를 뱉지는 않는다. 그리고 커피점 같은 곳에서 신발을 벗고 발을 빈 의자에 올려놓거나 하지도 않는다. 앙케트 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들 시끄럽고 중국인들 업신여겨요”라는 답을 한 사람이 27.3%에 달했다고 한다. 여기에 추가해야 할 것이다. “한국인들 커피점에서 큰 소리로 가래를 뱉고, 신발 벗고 빈 의자에 발 올려놓고 그래요”. 나는 도덕 선생도 아니고, 훈육주임도 아니다. 여행 컨텐츠를 개발하고 가공하며, 가끔 강의를 하고 여기저기 기고도 하는, 문화예술과 여행에 관심이 많은 일개 사업가이자 선생일 뿐이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도 예의를 저버리지 않으려고 노력을 한다. 아니 노력하기 이전에 의당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산다. 그게 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편안함을 누군가가 방해하면 참지 않는다. 세계화는 영어 잘하고, 명품 옷으로 치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사업을 해보면 상대방의 진실성과 성실성이 느껴져야 비즈니스가 진행되는 경험을 하곤 한다. 이 경험은 나만의 경험이 아닐 것이다. 사업은 궁극적으로 인간관계이며 이 진리는 세계화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더욱 강조되고 있다. 공중도덕은 이 좋은 인간관계의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출발점이다. 길거리에 침 뱉고, 커피점에서 신발 벗고 빈 의자에 발 올려놓는 사람과 계약서에 서명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공중도덕은 나를 위해서 지키는 것이다. 공중전화 박스나 벤치 혹은 가로등과 같은 공공 기물을 파손하는 행위를 비유적으로 반달리즘(Vandalism)이라고 하는데, 꼭 기물 파손 행위만 반달리즘이 아니다. 우리의 삶을 편안하게 해주는 조건과 환경은 무엇일까? 환율이 좋아져서 외국 쇼핑객들이 이전보다 많은 돈을 쓴다고 한다. 다행이다. 더욱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고 서울에서 더 많은 쇼핑을 즐기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계속 환율을 낮추면 될 것이다. 쇼핑이 줄면 더 낮추고, 그래도 또 줄면 더 낮추고…… 환율을 계속 낮추었는데, 쇼핑이 예상 밖으로 저조했다면,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또 반대로 환율이 상당히 올라 지갑 열기가 겁나는데도 외국인이 이전보다 더 많이 찾아오고 쇼핑도 늘었다면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환율은 언제 다시 800원대로 떨어질지 모른다. 그러니 내국인의 외국 여행이든, 외국인의 한국 여행이든 환율은 관광 정책 개발과 가시적, 비가시적 관광 인프라를 구축할 때는 염두에 두어서는 안 된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우리의 삶을 편안하게 해주는 여러 조건들과 환경 그대로 외국인들을 맞으면 된다. 가식은 오래가지 못하며, 선심도 쉽게 속을 내보인다. 우리의 삶을 편안하게 해주는 여러 조건과 환경을 쉬운 말로 공중도덕이라고 한다. ▲ 파리▲ 세느강▲ 관광투어버스파리 신드롬까지는 아니더라도, 서울 신드롬을 만들어야 파리를 찾는 일본인 관광객들 중 일년에 몇 명이 걸리는 병이 있다. 이른바 파리 신드롬이라는 그리 심하지 않은 신경쇠약증인데, 잔뜩 기대를 걸고 파리에 도착한 일본인들 중 몇 사람이 꿈에 그리던 파리와는 전혀 다른 파리를 만나고 실망한 나머지 일으키는 외상 증후군이다. 잔디밭에 널브러져 있는 개똥, 차창을 열고 재떨이를 비우는 프랑스 아저씨와 아줌마들, 요즈음은 많이 나아졌지만 불어만 고집하는 식당 종업원들, 간혹 바가지를 씌우는 택시 운전사들…… 덧붙이자면 길을 물어도 어깨만 들썩해 보이고 제 갈길 가버리는 쌀쌀맞은 파리 사람들…… 파리만 그럴까? 대도시나 유명 관광지에 가면 으레 있는 일들이다. 파리 신드롬은 파리를 지상 최고의 문화예술의 도시로 알고 파리를 찾은 관광객 자신의 허약한 환상에서 나온 질병이다. 비단 일본인들만 그런 것은 아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같은 영화는 물론이고 <파리의 미국인> 같은 옛날 영화에서도 파리는 꿈에 그리던 곳으로 등장하며 실제로도 매혹적인 구석이 많다. 어쨌든 파리는 이런 이미지와 전 세계 사람들이 갖고 있는 야릇한 환상을 먹고 산다. 물론 대다수 파리 사람들은 대다수 서울 사람들처럼 하루하루 살기가 녹록지 않아 정신 없이 하루를 보내곤 해서, 자신들이 사는 파리가 그런 곳인지 아닌지에 대해 별로 관심도 없다. 서울도 외국인들에게 서울 신드롬이라는 병에 걸리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파리는 관광객들을 위해 도시를 치장하거나, 공중도덕을 강조하는 캠페인 같은 것도 없다. 단 개똥 문제는 조금 심각해서 파리 시에서 골치를 앓고 있으며 여러 가지 안을 내놓고 있다. 강력한 진공 청소기를 단 개똥 처리 오토바이를 운영해 보기도 했고 비닐봉지를 나눠주기도 했지만, 효과는 크게 없었다. 그런데도 파리는 연간 8,600만 명이라는 천문학적 숫자의 외국인들을 불러들인다. 파리 같은 환상도 심어줄 수 없고, 겨우 환율 덕이나 봐야 하는 서울인데, 거기다가 커피점에서 가래나 뱉고 옆 사람 생각하지 않고 신발 벗고 큰 소리로 떠들고 한다면, 또 인도로 퀵서비스와 피자 배달 오토바이들이 고속 질주를 하는 서울이라면, 모르긴 몰라도 환율이 더 떨어져도 외국인들은 발길을 돌릴 것이며, 자기네 나라로 돌아가서도 말할 것이다. “한국사람들 시끄럽고 인도, 차도 구분도 없고 외국인을 업신여겨요”. 공공장소 같은 곳에서 몰상식한 행동을 하면 그 행동은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을 업신여기는 행동이다. 여행·문화·예술 포탈 레 바캉스(www.lesvacances.co.kr) 대표 정장진
- 천년 동안 사무친 그리움 - 월악산
- ▲ 월악산 미륵리사지에 미륵불이 서 있습니다. 중생을 구원하러 올 미래불입니다. [조선일보 제공] 부처님이 바라보고 있는 저 산자락 위에 또 다른 부처님이 계십니다. 두 부처님은 천년 동안 서로를 그렇게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그리움이 사무쳐서 돌이 되었고, 바위가 되었습니다. 여기는 충청북도 월악산. 황량한 겨울바람이 불어오는 미륵리사지 절터입니다. 옆에는 한국에서 가장 처음 개발된 온천 마을 수안보가 있습니다. 이번 주, 월악산으로 초대합니다. 따뜻한 겨울을 맞이하세요. ▲ 산 그림자를 충주호에 드리우는 월악산 풍경입니다. 이 웅장한 산 속에 그리움이 숨어 있습니다.망국의 한(恨), 그리고 미륵불 도선 국사가 이랬다지요. “월악산 그림자가 물에 비치는 날 천지가 개벽하리라.” 그리고 세월이 지나니 예부터 ‘물막이골’이라 부르던 곳에 충주댐이 생기고, 지금 충주호에 산 그림자가 드리워 있습니다. 천지 개벽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그 개벽을 희구하는 사람들은 월악산 한가운데에 미륵불을 세워놓았습니다. 미륵불은 현세불인 석가모니에 이어 56억7000만년 후에 나타날 미래불입니다. 사람들은 그 돌부처가 마의태자라고 믿고 있습니다. 마의태자 아시지요, 통일신라 마지막 왕 경순왕의 아들? ▲ 고요히 서 있는 부처 아래 스님 한분이 예불을 올립니다. 돌을 쌓아 만든 법당과 미륵불이 주는 분위기는 굉장히 이국적입니다망국(亡國)의 왕자가 경주를 떠나 금강산으로 가던 길이었답니다. 그 도중에 이곳 월악산에 들러 절을 세우고 미륵불을 세웁니다. 전설은 그러합니다. 수안보에서 이정표를 따라 월악산국립공원으로 향합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입장료를 내고서 들어갑니다. 제법 긴 오솔길 끝에 절터가 있습니다. 텅 빈 공간에는 바람만 쌓이는데, 메마른 풀밭이 소근댑니다. 저거 봐, 외로운 사람 또 왔다. 말 그대로 ‘절터’입니다. 탑 몇 개와 멀리 보이는 돌부처, 그게 전부입니다. 개울을 건너 돌부처를 향해 걸어갑니다. 등에 분명히 비석을 지고 있었을 거북이상이 반깁니다. 비석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정말 큽니다. 크다 함은 이 절의 후원자가 권력과 금력에 막강한 인물이었음을 뜻합니다. 그러니 망해버린 나라의 왕자가 세웠다는 낭만적인 사연은 허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그리 믿기로 합니다. 진실과 사실이 언제나 똑 맞아떨어지지는 않으니까요. 미륵불 뵙는 길 조금 못 미쳐 개울가에 동그란 바윗돌이 하나 있습니다. 온달 장군이 가지고 놀던 공깃돌이랍니다. 온달은 이곳에서 금방인 단양 온달산성에서 전사했으니, 여기까지 장군의 전설이 있는 것도 당연합니다. 정말 힘이 장사였던 모양입니다. 공깃돌이 어찌나 큰지! ▲ 온달 장군이 던지면서 놀았다는 온달 공깃돌. 미륵리에 있습니다.미륵리라는 이름을 가진 공간에서 저 거대한 미륵불을 만난다는 것. 그리고 거친 돌로 쌓아 만든 법당의 낯섦이 여행객을 긴장시킵니다. 경주 석굴암을 본떠 돌로 3면을 올리고 그 벽에 부처와 보살상을 모시는 자리를 뚫어놓았습니다. 그 자리에 있었을 불상들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습니다. 서 있는 미륵불은 목 위와 그 아래가 재질이 다릅니다. 신비롭게도, 흰 재질의 불두(佛頭)는 이끼가 끼는 법이 없답니다. 황량함과 신비로움. 그렇기에 더욱 자신 속으로 침잠하게 만드는 여행지입니다. 절터에서 산 속으로 가는 길이 있습니다. 차도 지나갑니다. 미륵대원사라는 절이 나옵니다. 삼국유사에 이곳에 있었다고 소개되는 절 이름입니다. 그 사라진 절을 한 스님이 화강암 기둥 108개를 세워 복원하겠다고 원(願)을 낸 절입니다. 지금 서른 개 정도 만들었으니, 그 완성은 언제일까요. 무너진 절터와 천년을 뛰어넘는 치열한 맹세. 당신은 무엇을 느끼시나요. ▲ 미륵불이 바라보고 있는 그 자리에 덕주사 마애불이 바위에 새겨져 있습니다.바위에 새겨진 千年 그리움 자, 미륵리와 작별합니다. 월악산자락을 휘감는 송계계곡으로 차를 몹니다. 그 길 끝은 호수. 산그림자가 비추는 충주호입니다. 호수를 만나기 전에 당신은 또 다른 그리움을 만나게 됩니다. 그곳 이름은 덕주사. 당신을 기다리는 분은 마의태자의 여동생, 덕주공주입니다. 덕주골에 차를 대놓고 산길에 접어듭니다. 굳센 시멘트로 포장해놓은, 편하되 운치는 없는 길을 2km 오릅니다. 길 끝에 있는 덕주사는 마의태자의 동생 덕주공주가 세웠다고 합니다. 원래 있던 월악사라는 절을 찾아온 공주가 불교에 귀의하면서 이름을 바꿨다고 하지요. 그 공주가 절에 있는 큰 바위에 불상을 새겨넣었으니, 바로 덕주사 마애불입니다. 사람들은 덕주공주 본인의 모습을 새긴 것이라고 합니다. 절은 6·25 전쟁 때 불타 사라졌지만, 대법당으로 쓰인 자리에 마애불이 천년 세월을 견디며 앉아 있습니다. 마애불이 바라보는 정면으로 산자락 속에 미륵불이 서 있습니다. 느껴지시나요, 오라버니가 만든 미륵불과 여동생이 만든 마애불이 천년 동안 서로를 바라보며 퍼붓는 그리움이. 바위로 뒤덮인 월악산 그림자 속에는 그런 애잔함이 흐릅니다. 마애불을 알현하러 가는 시멘트길,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제법 등산이라도 한 듯 다리가 뻐근하고 등은 땀으로 범벅이 됩니다. 그럴 때 갈래길이 있습니다. 도로 끝 월악나루로 가서 충주호 유람선 타기, 아니면 길을 돌려 수안보로 가서 온천욕으로 피로를 풀기. 저는 뒤쪽을 권합니다. 유람선도 좋지만, 건강이 우선! 유람선은 다음에 타세요. ▲ 월악산 산자락이 호수 속에 숨었습니다온천욕으로 끝맺는 그리움 수안보는 한집 건너 온천이고 한집 건너 음식점입니다. 충주시에서 관리하는 물을 나눠 쓰는 업소들이라 물 품질은 똑같습니다. 그러니 되도록이면 신설 업소를 찾으십시오. 수질이 똑같으니 시설 좋은 곳을 고르시면 됩니다. 웬만한 모텔, 여관에서도 객실에 온천수가 공급되니까 이산가족 되기 싫은 가족, 연인들께서는 모텔로 가시면 됩니다. 물론 프론트에 온천수 공급 여부 확인은 필수. 아 하나 더 있습니다. 수안보에 도착하면 주유소 건너편에 있는 관광안내센터를 꼭 들르세요. 정말 친절한 안내와 각종 할인 쿠폰에 감동 받습니다. 온 세상이 불황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관광지들도 마찬가지고, 감히 여행을 떠날 엄두를 못내는 분들도 많습니다. 월악산 미륵리와 수안보를 권합니다. 헛헛한 마음, 그리움과 텅빈 가슴을 다 던지고 오십시오. - 겨울날, 박종인 드림 ::: 여행수첩 1.가는 길(서울 기준):중부내륙고속도로 충주IC나 괴산IC에서 빠진다. 이후 ‘수안보’ 이정표를 따라 가면 된다. 수안보에 도착한 후 월악산 국립공원 이정표를 따라 가면 미륵리사지와 송계계곡, 덕주사를 찾을 수 있다. 2.묵을 곳:수안보 온천 홈페이지 www.suanbo.or.kr를 참고할 것. 상세한 설명이 나온다. 3.먹을 곳:온천거리 안에 있는 향나무식당(043-846-2813). 두 명이 가면 상 두개에도 다 못담을 정도로 많은 한정식을 낸다. 1만 원. 또 수안보 명물인 꿩 샤브샤브도 있다. 5만원(4인분). 만리식당도 단골이 많은 추천식당. 더덕요리와 꿩요리를 낸다. (043)846-3206. 4.충주호 유람선:월악나루에서 수시로 출발. 성인 1만원, 어린이 6000원. 운행시간은 문의할 것. 호수 주변을 샅샅이 유람하는 장기 코스도 있다. (043)422-1188, www.betaja.com ▲ 수안보 지도▶ 관련기사 ◀☞황희 정승 강단 느껴지는 길게 뻗은 물줄기
- 이정재 "여균동 만나 코믹 변신...김석훈 '돌+아이' 잘했다"(인터뷰①)
- ▲ 이정재[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여균동 감독을 만나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어요.” 배우 이정재는 영화 ‘1724 기방난동사건’(감독 여균동, 제작 싸이더스FNH, 배우마을)을 통한 코믹 변신의 공을 여균동 감독 탓(?)으로 돌렸다. 맵시 좋은 배우, 그래서인지 주로 강직하고 의리 있는 멋진 남자 캐릭터를 맡아왔던 이정재다. 하지만 ‘1724 기방난동사건’에서 이정재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멋’과는 거리가 먼 남루한 의상에 더벅머리, 폼을 잡기도 하지만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까불다가 상대가 전설적인 검개(현재의 조폭)라는 것을 알고 몸을 사리는 등 허술한 모습도 보여주며 관객들의 웃음보를 자극한다. 이정재와 절친한 친구로 역시 맵시 좋은 배우인 정우성이 영화 ‘똥개’에서 도전한 캐릭터 변신 못지않다. ▲ 영화 '1724 기방난동사건'의 이정재그렇다고 이정재가 변신을 목적으로 이 영화에 출연을 결정한 것은 아니다. 이정재는 “이미지를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시나리오가 워낙 재미있어서 선택을 한 거죠”라고 설명했다. ‘1724 기방난동사건’은 조선 경종 집권 말기, 검개(지금의 조폭)들의 세력다툼을 그린 영화다. 이 영화에서 이정재는 마포에서 ‘한 주먹’ 하는 명물로 전설적인 검개 두명 중 하나인 짝귀(여균동 분)를 운 좋게 기절시킨 뒤 억지로 그 무리를 이끌게 되는 천둥 역을 맡았다. 천둥은 짝귀의 라이벌인 한양 기방 명월향의 주인 만득(김석훈 분)과 각 무리의 우두머리로서, 또 기생 설지(김옥빈 분)를 사이에 두고 남자로서 맞붙게 된다. ▲ 영화 '1724 기방난동사건'의도하지 않은 변신일지 모르지만 막상 하고 보니 은근히 걱정도 되는 모양이었다. 이정재는 “관객들이 ‘쟤 연기하네’라는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두렵기도 해요”라며 약한 모습도 보였다. 영화 중반부까지 확실히 변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후반부에 남자의 의리, 우정 등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코믹 요소가 감소해 예의 멋진 캐릭터가 되는 것도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과 함께 역시 코믹하게 변신한 김석훈, 도발적인 캐릭터에 도전한 김옥빈이 든든한 의지가 되는 듯한 인상도 줬다. 특히 김석훈에 대해서는 부러워하는 모습도 보였다. ▲ 영화 '1724 기방난동사건'의 이정재와 김석훈“김석훈은 만득 캐릭터를 자신이 설정했어요. 완전히 ‘돌+아이’였는데 제대로 캐릭터를 잡았죠. 김옥빈은 겉으로는 너스레를 떨면서도 은근히 쑥스러워하는 면이 있어 편하게 해주려고 애를 썼는데 선머슴 같은 친구가 기생화장을 하고 춤을 추는 등 도발적인 캐릭터를 잘 소화했죠.” 또 하나 이정재를 안도케 한 것은 컴퓨터그래픽(CG)이다. 이 영화는 마지막 천둥과 만득의 맞장대결 장면을 격투기 게임 화면을 연상케 할 정도의 CG작업으로 완성했다. 이정재는 “CG가 워낙 많이 들어가 어떻게 나올지 걱정을 했어요. CG가 제대로 안입혀지면 하지 않는 것만 못하잖아요”라며 “우려했던 것보다 잘나와 안심했죠”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이정재 "패션사업 최근 손 떼...사업 맞지 않나봐요" (인터뷰②)☞[SPN 영화 리뷰]'1724 기방난동사건', 생각없이 그냥 웃고 즐겨라!☞이정재-김석훈, '1724 기방난동사건' 피 튀는 액션신의 비밀은?☞김석훈 "첫 악인 역할, 오랫동안 연구"☞이정재 "과장된 연기 처음엔 힘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