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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칼럼] 당신의 꿈의 작가, 지금 만나러 갑니다
- [이윤지 아나운서] 이달 초 우리나라가 주제국으로 참가한 2013 도쿄국제도서전 개막식의 진행을 맡았다. 전 세계 출판문화 교류의 전시장답게 ‘느낄’ 거리가 가득했다. 그 중에서도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이 다치바나 다카시 도쿄대 교수와 ‘디지털시대, 왜 책인가’를 주제로 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나에게 인생의 책은 어머니이다. 우리는 글에 앞서 말을 배우며 결국 책 또한 소리의 세계이다. 앞으로는 시각과 청각에 아날로그 감성까지 더해진 디지털 책이 반드시 만들어질 것이다.” ‘책 또한 소리의 세계이다’라는 구절에 유독 마음이 와닿는다. 북 콘서트를 진행하며 소리 내어 읽는 낭독의 매력을 느끼기 때문 일 것이다. 북캐스터로서 처음 북 콘서트를 진행할 때는 낭독이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어떤 목소리로 전해야 할지 종잡을 수도 없었다. 진지하게 읽자니 혼자만 분위기를 잡는 것 같고, 그렇다고 친구에게 말을 건네듯 편하게만 낭독하려니 혹시라도 바로 옆에서 듣고 있는 작가의 취향이 아니면 어쩌나 걱정이 됐다. 하지만 요즘은 은근히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책 내용에 푹 빠져 전할 뿐 아니라 입으로 한 자 한 자 낭독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참 신기한 것이 분명 눈으로 이미 보았던 내용인데 같은 구절을 소리 내어 낭독하면 느낌이 달라진다. 마음 속으로 읽을 때는 어린아이가 푸르른 들판을 후다닥 신나게 달리는 듯 하다. 하지만 입으로 낭독할 때는 마치 눈이 내린 뒤 아무도 밟지 않은 공터를 처음 발견한 뒤 설레는 마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레 발자국을 남기며 걷는 기분과 같다. 글자 한 자 한 자가 종이 위로 올라와 가슴 속에 뽀드득 뽀드득 새겨지는 듯하다. 이렇게 낭독을 마치면 작가들께서 “이게 제가 쓴 글이 맞나요? 잘 썼네요!”라며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들으니 새롭다고 말하곤 한다. 이럴 때면 같은 문장과 동일한 이야기일지라도 살아온 인생과 생각이 다른 또 다른 이가 낭독할 때, 책의 모습과 향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 독서를 마치고 혼자 노트를 작성하며 곱씹어볼 때와 그것을 소리내어 누군가와 수다 떨며 나누어보면 역시 또 다른 발자국으로 남을 것이다. 성대의 울림을 타고 세상 밖으로 나온 문장들은 공기의 울림을 통해 다시 나의 귀로, 머리로, 가슴으로, 미소로, 눈물로 전해져서 보다 풍성한 눈길이 될 것이다. 정현종 시인의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라는 시에 푹 빠졌던 적이 있다. 어찌나 구절마다 와닿던지 이 시를 몽땅 외워 아무도 없을 때 작은 목소리로 낭독해보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은 문득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시인과 대화하는 기분이 들었다. “작가님,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행복한 때는 없지요? 저도 사실은 으리으리하게 멋진 풍경도 좋지만 그냥 앉아 있거나 차를 마시거나 수다가 한창인 소소한 풍경도 아름답게 느껴져요. 음 그러니까요. 네 저도 작가님과 같은 생각입니다요!” 그럴 때면 마치 작가와 직접 소통한 느낌이 들어 책과 더 가깝게 느껴진다. 누구나 ‘한 번쯤 직접 만나 대화 나눠보았으면’ 하는 작가들이 있다. 때로는 항상 함께해온 나의 벗처럼, 때로는 꼭 껴안고 싶은 나의 연인처럼, 때로는 유년시절에 눈물 쏙 빼게 혼내시던 호랑이 선생님으로 다가오곤 한다. 하지만 여건상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힘든 경우가 많다. 대신 책을 꺼내어 밑줄 그었던 부분을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꿈에 그리던 멋진 작가와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온북TV ‘수요 북콘’ 진행자
- [수도권 분양시장] 대림산업, ‘e편한세상 보문’
- [이데일리 유선준 기자] 대림산업(000210)이 서울 성북구 보문4구역을 재개발한 ‘e편한세상 보문’ 아파트를 분양 중이다.지하 4층, 지상 12~15층 7개동에 총 440가구(전용면적 59~124㎡) 규모다. 이 중 일반분양분은 115가구로, 현재 전용 84㎡와 116㎡의 일부 잔여가구를 분양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발코니 무료 확장에 중도금 무이자와 계약금 분납 등 계약 조건을 대폭 변경해 계약자의 초기 부담을 크게 낮췄다. 전용 84㎡는 4억6000만원대부터, 전용 116㎡는 5억6000만원대로 분양가를 내렸다. 전용 116㎡의 경우 분양가가 6억원 이하라 매입 후 5년간 양도세가 면제된다.입지도 좋은 편이다. 지하철 6호선 보문역과 창신역까지 걸어서 5분 안에 갈 수 있다. 시청까지는 직선거리로 4㎞ 이내고, 종로·동대문·광화문·명동 등 도심으로도 쉽게 갈 수 있다. 주변 환경도 쾌적하다. 단지 북쪽으로는 보문사가 있어 경내 녹지를 볼 수 있다. 가까운 곳에 낙산공원과 서울 성곽길, 생태형 하천인 성북천이 있다. 대학로와 동대문 패션거리도 가깝다. 단지 바로 옆에는 동신초, 한성여중·고, 용문중, 경도고가 있다. 고려대·성균관대·한성대·성신여대와도 가깝다. 서울대 대학병원, 고려대 대학병원, 돈암제일시장, 경동시장, e마트 청계점 등 생활편의시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단지 중앙광장에는 수경시설이 설치된다. 지상 주차장을 없애 안전하고 편하게 걸어 다닐 수 있도록 했다. 주차 공간의 폭을 기존 아파트보다 10cm 더 넓은 2.4m로 적용해 초보운전자도 쉽게 주차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아파트는 또 모든 가구에 전열교환 환기시스템이 설치돼 창문을 열지 않고도 환기할 수 있는 등 친환경 저에너지 아파트로 설계됐다. 고효율 콘덴싱 보일러로 열효율을 높여 가스비를 아낄 수 있도록 했다. 집 안에는 LED 조명과 고효율 램프가 설치됐다. 센서등과 거실등을 제외한 등기구들은 일괄 소등 스위치로 간편하게 끌 수 있다. 입주는 오는 12월 예정이다. 견본주택은 보문역 3번 출구 쪽에 마련됐다. 분양 문의 : 1588-4097.‘e편한세상 보문’ 아파트 조감도.▶ 관련기사 ◀☞대림산업, 2분기 실적 부진..목표가↓-NH☞대림산업, 2Q 안정적인 영업이익 달성..'매수'-KB☞대림산업, 2분기 영업익 1117억..전년比 10.64%↓
- 대형건설사, 서울 강남권에 4757가구 분양 ‘봇물’
- [이데일리 김경원 기자] 대형건설사들이 올 하반기 서울 강남권에 4700여 가구를 내놓을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건설사들이 최근 위례신도시의 사례처럼 ‘될 곳은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2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삼성물산, 대우건설,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등 대형건설사들이 강남·서초·송파·위례신도시 등 강남권에 4757가구를 분양한다. 우선 삼성물산이 9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잠원대림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 잠원을 분양한다. 이 아파트는 전용 59~133㎡ 843가구 중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84~104㎡ 126가구를 일반 분양한다. 일반 분양 126가구 중 1가구를 제외한 나머지는 84㎡형이어서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대산업개발도 같은 달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에 ‘위례 아이파크 1차’를 분양한다. 전용 87~128㎡로 지하 3층~지상 24층, 400가구 규모의 주상복합 아파트다. 지하철 8호선과 분당선 환승역인 복정역과 5호선 거여역을 이용할 수 있다. 대림산업은 10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일대 경복아파트를 재건축해 ‘e편한세상 경복’을 공급한다. 전용 84~113㎡, 368가구 중 55가구를 일반분양한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지하철 9호선 환승역인 선정릉역이 2014년 개통할 예정이다. 대림산업은 이어 11월에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대 신반포한신1차 아파트를 재건축해 ‘e편한 세상 한신’을 공급한다. 전용 59~230㎡ 1487가구 중 667가구를 일반 분양한다. 지하철 9호선 신반포역과 가깝다. 대우건설은 하반기에 경기 성남시 위례신도시 A2-9구역에서 ‘위례 센트럴파크 푸르지오’를 분양한다. 지하 4층~지상 25층 8개동에 전용 94㎡와 101㎡, 687가구로 구성된다. 이어 A3-9구역에 ‘위례 그린파크 푸르지오’를 공급한다. 지하 2층~지상 23층 16개동에 전용 101㎡과 113㎡, 972가구로 지어진다. 두 단지는 지하철 8호선 복정역과 5호선 마천역, 신설 예정인 우남역을 이용할 수 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되면 강남권은 가장 먼저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이라며 “업무시설이 밀집돼 있고 학군이 우수하며 편의시설을 이용하기가 편하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삼성물산, ‘래미안 수지 이스트파크’ 이벤트 개최☞신규 산업단지, “에너지 최적화 단지로 조성”
- [지금은 분양중]자연 환경 풍부한 역세권 아파트 'e편한세상 보문'
- [이데일리TV 김성권 기자]대림산업은 서울 성북구 보문동 보문4구역을 재개발한 ‘e편한세상 보문’의 전용면적 84㎡와 116㎡형 일부 잔여가구를 분양중이다.e편한세상 보문은 지하 4층~지상 15층, 7개 동 규모로 총 440가구로 구성된다.이 아파트는 단지 앞에 지하철 6호선 보문역과 창신역이 위치해 있고, 보문로와 내부순환로를 통해 내, 외곽 진출입이 편리하다. 또 경전철 보문역이 개통되면 환승역 프리미엄까지 누릴 수 있다는 게 분양 관계자의 설명이다.단지 북측으로는 보문사와 접하고 있으며, 인근 낙산공원과 낙상공원에서 연결되는 서울 성곽길, 생태형 하천인 성북천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교육 환경은 단지 바로 옆에 동신초등학교가 단지 내 어린이 공원과 연계돼 안전한 통학여건을 보장하고, 한성여중·고, 용문중, 경동고와 고려대, 성균관대 등 명문 대학들이 가깝다.생활편의 시설로는 인근에 대형마트와 동대문 패션거리, 돈암 제일시장이 가까운 거리에 있고, 서울대학병원, 고려대학병원 등 의료시설도 편리하게 이용 가능하다.아파트 내부 구조는 드레스룸과 개인 욕실을 갖춘 독립적인 설계로 사생활 보호에 신경을 썼으며, 드레스룸과 붙박이장을 함께 설치해 넓은 공간을 확보했다.e편한세상 보문의 견본주택은 지하철 6호선 보문역 3번 출구에서 성북구청 방향으로 50m 지점에 마련됐다. 입주는 오는 12월 예정이다. (문의: 1588-4097)
- [명사의서가] 김승유 "역사·미래학을 보라…'사람'이 거기 있다"
- 김승유 학교법인 하나학원 이사장(사진=김정욱 기자 98luke@)[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어찌 책 한 권이 인생을 바꾸겠는가. 혹여 누군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는 인생의 전환을 맞은 시점에 그 책을 만난 것이다. 그렇다. 책은 인생을 풍성하게 할 수 있다. 살을 붙이고 폭을 넓힐 수 있다. 그러나 뼈 아픈 회오를 남길 수도 있다. 산산이 부수고 가슴을 치게 할 수도 있다. 그 사람의 독서기를 듣고 살아온 삶과 그를 품어온 그릇을 가늠할 수 있는 건 그 때문이다. 지난 3일 서울 을지로 하나금융지주 본사에서 만난 김승유(70) 학교법인 하나학원 이사장이 그렇게 이른다. 사회 곳곳의 명사를 찾아 책과 연관된 인생, 책에서 비롯된 경영, 책을 통해 곧추세운 철학을 듣는 시리즈를 시작하며 그 첫 대상으로 김 이사장을 찾았다. 그는 지금 1회 졸업생을 낸 하나고등학교를 운영한다. 하지만 그에겐 여전히 금융계가 가깝다. 1965년 한일은행에 입사해 지난해 하나금융지주 회장직에서 퇴임할 때까지 일생을 금융업에서 보낸 그다. 잠시의 외도도 없었다. 인터뷰 시작 전 한사코 ‘제대로 읽은 책이 없다’며 손사래를 치던 그가 결국 동양의 고전부터 미래학의 역할까지 꿰뚫었다. 화두는 역사와 미래였다. ▲옛 인물의 삶이 곧 역사고 철학“사마천의 ‘사기(史記)’엔 사람 사는 모든 일이 나오지 않는가. 뜻을 굽혀 남의 비위를 맞춘다는 곡학아세(曲學阿世), 나를 알아주는 친구라는 의미의 관포지교(管鮑之交), 사냥이 끝난 후에는 사냥개를 버린다는 토사구팽(兎死狗烹)까지. ‘사기’는 세상사는 일의 본질을 터득케 하는 기본이다.” 오래전 대학 졸업 즈음부터 틈틈이 펴본 ‘사기’는 지금껏 김 이사장의 일생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다. 사마천의 ‘사기’가 무엇인가. 동양사의 근간이자 인간학의 보고다. 동양뿐 아니라 세계의 고전으로 손꼽힌다. 중국인 특히 한족의 시조부터 시작해 한나라 무제에까지 이르는 3000여년의 역사를 짚는다. 하지만 그에게 ‘사기’는 먼나라 남의 역사가 아니었다. “옛 인물, 그들이 살아온 얘기가 역사가 되고 철학의 일부가 된 것 아니냐. 거스르지 않으며 인생을 관조하는 방법을 배웠다. ‘사기’를 처세술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술’에는 되레 거부감이 있다.” ▲역사를 너무 몰랐다는 걸 알려주는 역사서 세상에 책읽기만큼 만만한 것이 있겠는가. 이젠 돌상에도 책 대신 마우스가 올라간다지만 특별한 교육이나 번거로운 절차 없이 잡을 수 있는 게 책이다. 책에서 멀어진다면 이유는 둘 중 하나다. 흥미를 잃었거나 여유가 없거나. “솔직히 책읽기와 거리가 있었다”고 말한 김 이사장은 뒤의 경우였다. “통독은 별로 해본 적이 없고 제목과 서문, 마지막 후기를 거쳐 중간 중간 흥미있는 부분을 건너뛰며 읽는 것이 전부”라고 했다. 그런데 얘기가 진행될수록 내용은 증폭됐다. 그는 기대 이상으로 많은 것을 꿰고 있었다. 최근 김 이사장이 읽고 있는 책은 대런 애쓰모글루 MIT 경제학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 하버드대 정치학 교수가 공동저술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다. “동서고금의 국가 흥망성쇠를 섭렵한 글을 썼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운을 띄운다. “역사에 대해 너무 몰랐구나 싶었다. 그리스·로마신화를 알지 못하고선 서구 어느 나라를 이해하기도 힘들겠다는 판단을 뒤늦게 했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김 이사장이 특히 몰두한 건 제도다. 책은 오늘날 국가의 정치·경제적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으로 제도를 본다. 착취적 제도를 포용적 제도로 변화시키는 것이 알맹이다. 바뀌는 일은 쉽지 않다. 사회가 특정방식으로 조직된 이후엔 그런 경향을 지속하려는 관성을 보이는 탓이다. 하지만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책의 관점이다. “사회건 조직이건 핵심은 제도가 얼마나 많이 포용을 할 수 있는가다. 기득권층이 아닌 사람들을 어떻게 어느 정도로 끌어안는가에 따라 내일이 달라진다.” 결국 제도가 국가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란 책의 주제의식은 김 이사장의 이슈와 맞닿아 있었다. ▲40년 전부터 이어온 ‘미래학’에 대한 관심김 이사장의 주요 관심 중 하나는 미래학이다. 미국 남가주대에서 경영대학원을 다니던 1960년대 말경 접한, 허만 칸(1922~1983)이 쓴 ‘서기 2000년(The Year 2000)’의 미래구상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미래학의 태두라 할 칸은 당시 30여년 뒤 밀레니엄 시대에 펼쳐질 프레임워크를 정확히 짚어내고 있었다. 특히 계량화된 수치가 믿을 만하다. 얼마 전 유엔에서 펴낸 ‘2030 보고서’를 본 적이 있다. 똑같이 30년 뒤를 내다봤는데 유엔 보고서엔 차라리 허황된 진단이 많더라.” 그렇다면 김 이사장이 다른 무엇보다 미래학에 무게를 둔 이유는 무엇일까. “미래를 예측하는 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금융계는 세계변화 속에서 우리 위치를 가늠하는 일이 중요하다. 비단 금융이 아니어도 앞을 내다보는 눈을 키울 필요가 있다.” 미래학이 전부를 말해줄 순 없지만 달라질 세상을 그리는 데 팁은 얻어내야 한다는 지론이다. 그렇다고 칸이 내다봤던 미래가 아쉽지 않은 건 아니다. “중국, 파키스탄, 인도네시아까지 언급하고 있으나 한국에 대한 얘기는 없어 섭섭하더라”고 했다. 미래학에 관한 김 이사장의 줄긋기는 톰 피터스에게까지 이르렀다. 앨빈 토플러, 피터 드러커와 함께 세계 3대 경영 석학으로 꼽히는 피터스. 그가 역대 최고 경영서라 할 ‘초우량 기업의 조건’ ‘경영혁명’ ‘미래를 경영하라’ 등을 내놓은 데는 통계를 비롯한 정교한 자료사용이 기반이 됐다는 거다. “금융업은 곧 확률통계”라며 김 이사장은 국내서 제대로 된 미래학이 나오지 못하는 문제도 꼬집었다. “‘나도 할 수 있다’로 끝낼 것이 아니라 세밀한 자료를 통해 ‘이렇게 해서 이렇게 해야 된다’를 설명해내야 한다. 혼자만의 과제는 아니다. 팀워크가 문제되는 것이 이 지점이다.” ▲롤프 옌센 저서서 따온 ‘드림 소사이어티’하나금융그룹에 ‘드림소사이어티’라는 행사가 있다. 이른바 지식경영을 해보자는 취지다. 정기 조찬강연회로 운영된다. 2002년 하나은행에서 시작했으니 10년을 넘겼다. 그룹 계열사와 제휴사가 교류를 통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교양과 지식을 넓히자는 것이 목적. 한 달에 한 번꼴로 연 10회 정도 연사를 초청하고 그룹 임원들이 모여 강의를 듣는다. 그간 다녀간 연사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 김성근 고양원더스 감독 등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를 아우르는 명사들이 초청됐다. 이뿐인가. ‘적진’의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까지 강연자로 세웠다. 행사명 ‘드림소사이어티’의 어원이 궁금했다. 김 이사장이 그 에피소드를 귀띔했다. 행사를 그룹에 제안한 후 명칭을 고심하던 김 이사장이 어느 날 서점에 들르게 됐다. 그러다 세계서 가장 큰 미래문제연구집단인 코펜하겐미래학연구소장을 지낸 덴마크 미래학자 롤프 옌센의 저서 ‘드림소사이어티(Dream Society)’를 발견한 것. “우연히 서점에서 만난 책이다. 눈에 들어온 대목이 있었다. ‘위대한 소설가가 이야기를 상상해내듯 경영의 미래 역시 상상하는 것이다.’ 그 내용이 마음에 들어 저자의 허락도 안 받고 책제목을 그대로 행사명에 써버렸다.” 한바탕 호방한 웃음 끝에는 뼈를 심었다. “결국 지식경영이구나 싶었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을 얼마나 잘 조직하고 다시 사회에 환원하는가가 미래경영의 관건이란 생각을 했다.” 정보사회의 뒤를 이을 ‘꿈꾸는 사회’의 청사진. 역사를 발판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시각을 키우자는 건 김 이사장이 한결같이 이어온 ‘이즘’이다. 김승유 학교법인 하나학원 이사장(사진=김정욱 기자 98luke@)▲“결국 사람이다” 김 이사장은 요즘 온통 ‘학교와 학생’에게 신경이 뻗어 있다. 인터뷰 직전엔 지난밤 아르바이트로 지친 한 졸업생이 보낸 문자 얘기가 한참 이어졌다. 금융인과 학교법인인으로 있을 때의 차이는 크다. 우선 “불안한 것이 없어졌다”고 했다. “예전엔 은행이 거의 철밥통으로 인식됐다. 이젠 아니다. 굉장히 리스크가 큰 직업이 됐다. 환율·펀드·금리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당장 영업에 영향을 받는다. 국내 국외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그 부담감에서 벗어나 이젠 편해졌다지만 “점점 어려워지는 때에 물러나 후배들에게 미안하다”는 소회는 피해가기 어려운 모양이다. 감상도 잠깐 다시 학교이야기다. 그에게 학생들은 에너지를 만드는 동력처럼 보였다. “1회 졸업생에 대한 애정이 크다. 그 아이들의 졸업식에서 ‘절대로 좌절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윈스턴 처칠이 2차대전 중 옥스퍼드대 졸업식 축사에서 했다던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를 떠올렸다. 전혀 다른 상황 아닌가. 그래도 왠지 그 절박함이 닮은 듯했다. 문득 그의 역사와 미래엔 담긴 그림이 궁금해졌다. 답은 힘들이지 않고 나왔다. 사람이었다. 좀더 구체적으론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다. 과거도 그렇고 미래도 그렇고 백성의 마음을, 왕의 마음을, 고객의 마음을, 직원의 마음을 어떻게 잡아내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는 거다. “결국 사람이다. 가령 사람이 어떤 마음을 갖고 일하는가는 분명 차이가 있다. 시키는 것과 직접 하는 건 다르다. 스스로 하려 들게 만드는 것이 자본주의 아니냐. 물론 승자가 살아남는 게임이지만 사회적으로 배려할 수도 있다. 그러니 패자부활전도 있는 거다. 사람을 배려하고 경영하는 일이 역사와 미래의 요체가 돼야 한다.” ▲지금 살게 하는 그것이 바로 철학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다. ‘사회현상을 외면하지 말자’가 김 이사장의 절대 각론이 된 것은. 사실 언제는 중요치 않다. 저소득층 자녀에게 공부방을 만들어주고 노인요양을 위한 방법을 찾고 다문화가정과 저출산·입양문제 등에 조직차원에서 마음을 쓰도록 독려한 건 누가 떠밀어 한 일이 아니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부터 서울대에 초빙교수로 강의를 나간다. 그런데 질문도 많고 까다로운 학생들이 유난히 강의 끝에 환호를 보내는 날이 있단다. 다름 아닌 사회의 부조리함을 많이 지적한 날이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사회를 흔들었던 것도 그 이유 아닌가. 누군가 나서서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지적해주기를 바라는 거다.” 그 소통구조가 여전히 막혀 있다는 얘기는 굳이 덧붙이지 않았다. 그래서 학생들이 마치 숨통이 터진 듯 열광했다는 말도 군더더기였을 거다. 경영철학 혹은 운영철학을 따지듯 캐물을 필요는 없었다. 지금 그 자리에서 김 이사장을 살게 하는 그 자체가 철학이었다. 이 모두를 책 한 권에 모아놓으면 어떨까 잠시 생각하다가 회고록을 집필할 의사는 없는지 물었다. “회고록은 아니다. 다만 금융의 역사를 한번 짚어보고 싶은 생각은 있다. 아무도 미처 기록하지 못한 것을 기록해야겠다는 사명감은 있다.” ▲김승유 이사장은…지난해 3월 하나금융지주 회장직에서 공식퇴임하면서 47년 금융인생을 접었다. 1997년 하나은행장을 맡으며 15년 동안 하나금융그룹을 이끌어왔던 김 이사장의 가장 큰 업적은 2010년 외환은행 인수다. 결과적으로 강3 약1 체제였던 금융업계 지도가 빅4 체제로 바뀌는 계기가 됐다. 그 이전 충청은행(1998), 보람은행(1999), 서울은행(2002)을 줄줄이 인수·합병하면서 일개 군소은행에 불과했던 하나은행을 국내 대표은행으로 부상시켰다. 퇴임 후에도 그가 완전히 떠났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없을 정도로 그의 자리는 공고했다. 하지만 ‘사회공헌에 남은 인생을 바치겠다’는 소신을 지키고 있는 중이다. 지난 4년여간 수행하던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직도 내려놓고 현재는 하나금융이 설립한 하나고등학교 이사장직만 맡고 있다. 1943년생으로 경기고, 고려대 경영학과, 미국 남가주대 경영대학원을 졸업, 한국 대표 금융 CEO로 평생을 지냈지만 작가 김훈·정호승의 역사문화기행에도 따라나설 만큼 스펙트럼이 넓다. 그래도 책보단 차라리 미술이다. 화가 김환기의 그림을 좋아한다. 요즘은 수십 번의 셔터를 눌러 단 한 장을 건져내는 사진찍기에 몰입하고 있다.
- 위례 이후 청약시장, 내집마련 어디
-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부동산시장이 침체의 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요즘이지만 인파가 몰리는 곳이 있다. 바로 아파트 모델하우스 얘기다. 분양을 앞두고 문을 열었다 하면 방문객 2만~3만 명은 예사다. 청약 경쟁률도 최고 300대 1로 치솟는 곳도 많다. 지난해만해도 파리만 날리던 분양시장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아파트 분양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는 이유는 정부의 정책 영향이 크다. 정부가 분양시장에 과감한 ‘군불 때기’에 나선 때문이다. 정부가 연말까지 6억원 이하 또는 전용면적 85㎡이하 신규 주택을 분양받을 경우 5년간 발생하는 양도세를 면제하면서 수요자들의 관심이 분양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미분양이 아닌 신규 분양에 대한 양도세 감면은 최근 잇따른 거래활성화 대책 때 내놓지 않았던 파격조치다. 여기에다 무주택기간이나 청약통장 가입기간 등에 점수를 매겨 당첨자를 가리는 청약 가점제를 대폭 완화, 무작위 추첨제로 변경한 점도 인기를 끄는 또 다른 이유다. 누구든지 ‘운’만 좋으면 인기지역 아파트를 당첨받을 수 있어서다.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장롱 속 청약통장을 다시 꺼내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분양시장, 하반기 ‘큰 장’ 들어선다 청약시장에 온기가 돌자 주택건설업체들도 본격 분양 채비에 나서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그동안 대기하고 있던 물량을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부동산정보회사 부동산114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하반기 공급 예정물량은 8만623가구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1.65배 늘어난 수치다. 지방 분양 물량(4만5918가구)이 감소하면서 전국 분양 물량(12만6541가구)은 지난해 하반기보다 약간 줄었다. 하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알짜 분양단지들이 줄줄이 청약을 대기하고 있어 청약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에서는 재건축·재개발 단지와 보금자리주택 물량이 관심을 끈다. 8월 강남구 대치동 청실 재건축 총 1608가구 중 162가구를 일반 분양한다. 인근 세곡 2보금자리지구에서도 7월과 10월 두 차례로 나눠 1634가구를 내놓을 예정이다. 서초구에서도 잠원동 대림 재건축(9월), 반포동 e편한세상 반포한신(11월)이 새 주인을 찾는다. 재개발로서는 영등포구 신길동, 마포구 아현동에서 공급될 예정이다. 경기도에서는 고양 삼송신도시(7월), 광교신도시(8월), 위례신도시(10월) 등 신도시 물량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하남시 김모(54) 중개업자는 “인기지역에서 분양물량이 쏟아지면서 모델하우스에는 사람들이 몰리고 중개업소에는 정작 파리 날리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방의 경우 1000가구 이상 대단지는 부산 대연6구역(12월), 대구 월배지구(10월), 대전 죽동(10월), 울산 중산동(9월) 등이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방의 경우 치솟던 청약경쟁률이 다소 주춤해지고 있으나 양도세 면제라는 마취효과가 연말까지 지속되므로 대체로 순항할 것으로 점쳐진다.가격메리트 부각되는 곳만 선별 청약을 부동산 시장이 저성장체제로 접어든 만큼 들뜬 분위기에 휩쓸려 묻지마 청약하는 것은 금물이다. 지난 2000년대 부동산 시장 호황기에는 분양을 받은 것 자체가 대세상승 열차에 타는 티켓을 구입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비싸도 입주 때 가격이 올라 충분한 보상을 해줬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입주 때 시세가 오히려 분양가 이하로 떨어져 ‘분양불패 신화’에 균열이 생긴 상황이다. 따라서 주변 시세보다 10%이상 저렴한 곳에 선별적으로 청약을 하는 것이 좋다. 분양가가 싸지 않다면 오히려 기존 매매시장에서 내집 마련을 하는 게 나을 수 있다. 기존 매매시장은 하반기에 취득세 감면 종료로 거래가 뜸해지면서 급매물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 금리가 바닥을 찍고 오를 가능성이 높으므로 중도금 대출규모를 최소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 분양시장 청약경쟁률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떴다방들이 몰리는 것은 분양권 단기 전매차익 수요도 한몫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입주 후 5년간 발생하는 양도차익은 면제가 가능하나 입주전 분양권을 사고 팔 때에는 면제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다운계약서나 청약통장 불법 매매 유혹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말자. 특히 청약통장 매매는 그 자체가 불법인데다 청약통장 보유자가 행방불명이나 사망할 경우 권리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는 등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박원갑/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