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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동철 KDI 원장 “연금 개혁, 정부안 만들어 국회 설득해야”[ESF2024]
- [이데일리 이도영 기자]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18일 “국민연금 개혁의 리더십을 국회에 넘길 것이 아니라 정부가 원하는 그림을 만들어 국회를 설득하는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조 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 신라호텔에서 ‘인구 위기…새로운 상상력,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제로 열린 제15회 이데일리 전략 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 원장이 18일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 영빈관 루비홀에서 열린 ‘이데일리-PERI 특별 심포지엄에서 안티포퓰리즘 재정정책이란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국민연금 개혁은 21대 국회에서 국민의힘이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 안을, 더불어민주당이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5%’ 안을 주장하며 여야 간 이견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구조개혁을 포함한 부대조건에 민주당이 동의하면 소득대체율 44%까지 양보할 수 있다고 했지만, 결국 소득대체율 1%포인트 차이로 21대 국회에서 연금 개혁 협상이 무산됐다.조 원장은 “이대로 가면 국가 부채가 50년 뒤엔 GDP(국내총생산)의 250%를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국민연금과 교육 재정 문제”라고 설명했다.현행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 소득대체율은 42%다. 소득대체율은 2028년까지 매년 0.5%포인트씩 떨어져 40%가 될 예정이다. 조 원장은 “부과식이 진행되는 한 (연금 개혁은)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현재 국민연금은 기금이 적립되다가 소진되면 부과식으로 전환되는 ‘부분 적립식’이라고 불린다. 부과식은 급여 지급에 필요한 재정을 매달 가입자들의 보험료로 충당하고 적립식은 급여 지급액을 미리 보험료로 적립하고, 적립된 기금과 기금 운용수익을 연금 재정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조 원장은 “국민연금을 낸 만큼 받는 쪽으로 개혁해도 후 세대는 본인이 낸 것에 절반밖에 받지 못하는 그런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고 구조개혁을 강조했다.조 원장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현재 국민이 납부하는 내국세의 20.79%를 부과하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세입이 증가하면 교부금도 증가하게 되는데, 저출생으로 인구가 줄어 산정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그는 “내국세는 올라가고 학령인구는 줄기에 학년 인구 1인당 교육비 지출이 1인당 소득에 비해 30%를 넘는 수준”이라며 “세종시의 부채는 5000억 원이 넘는데, 세종시 교육청은 못 쓴 적립금(교부금)이 5000억 원이 넘는다”고 말했다.조 원장은 “국민연금 문제가 계속된다면 현 세대가 후 세대를 착취하는 구조고, 교육 재정 문제를 개혁하지 않으면 후 세대가 현 세대를 착취하는 것”이라며 “두 가지를 함께 개혁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조 원장은 정부의 형태에 대해서도 사회적으로 고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더 내고 더 받는 정부를 원하는가, 덜 내고 덜 받는 걸 원하는가. 국민 부담률이 불과 5~6년 전에 GDP의 25%였는데 현재는 32%”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가깝고 미국보다는 훨씬 높은 상황”이라고 했다.그는 “우리가 ‘빅 가버먼트(GOVERNMENT)’를 바라는 것인가에 대해 사회적으로 논의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계속 이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 우리가 한번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이상은 사회보장학회장 "인구문제로 변화 직면, 출구 찾아야"[ESF2024]
-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다양한 관점에서 재정, 이민 정책 등을 논의하며 어떻게 출구를 열지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이상은 한국사회보장학회장(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은 18일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에서 ‘인구위기···새로운 상상력,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제로 열린 ‘이데일리·정책평가연구원(PERI) 심포지엄’ 축사에서 초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 위기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인구위기…새로운 상상력,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제로 제15회 이데일리 전략포럼(Edaily Strategy Forum 2024)이 18일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렸다. 이상은 한국사회보장학회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의 길을 걷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기준 0.72명까지 내려갔고, 내년쯤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을 앞뒀다. 이 회장은 저출산, 고령화에 대응해 일·가정 양립 사회를 실현하려면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과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가 거대한 사회전환을 목전에 뒀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다”며 “물론 재정건정성을 위한 쉬운 방식은 정부 지출과 개입을 줄이는 것이지만 이 문제에서는 정부가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며 책임성이 있는 개입과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다만, 이 회장은 정부 재정의 방만한 사용은 한국 사회 회복력을 저하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 논의를 통해 이를 절충한 해법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이번 포럼이 인구위기 문제를 재정, 이민 정책 등 다양한 관점에서 모색하며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이번 심포지엄은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진행될 이데일리 전략포럼의 첫날 행사로 열렸다. 세계적인 연구기관인 미국의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 위스콘신대 빈곤문제 연구소 등 국내외 주요 연구자들이 참석해 한국을 위한 근거 기반 재정, 인구, 이민정책에 대해 논의한다.
- "인구변화, 재정·국민연금 고갈 위기…극복 실마리 찾길"[ESF2024]
-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이익원 이데일리 대표는 “인구변화는 생산성 저하와 국가 재정위기, 국민연금 고갈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오늘 심포지엄에 인구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인구위기…새로운 상상력,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제로 제15회 이데일리 전략포럼(Edaily Strategy Forum 2024)이 18일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렸다. 이익원 이데일리 대표가 ‘이데일리-PERI 특별 심포지엄’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이 대표는 18일 ‘이데일리 전략포럼’의 첫날 행사로 서울신라호텔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정책평가연구원(PERI) 특별 심포지엄’에서 “인구 위기는 하루 이틀 된 문제가 아니다”며 “급기야 합계출산율이 곤두박질해 2018년 1 이하로 떨어졌고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그렇다고 단시일 내 깔끔하게 해결할 방법도 없다”고 진단했다.그러면서 “오늘 심포지엄에선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와 위스콘신대 빈곤문제연구소(IRP), 미국 사회정책연구기관 MDRC를 비롯한 해외 연구기관 석학들이 인구변화에 직면한 한국의 재정과 인구정책, 이민정책에 대한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공유한다”며 “한국에서도 대표적인 석학과 전·현직 관료가 참여해 이들과 인사이트를 공유한다”고 소개했다.참석자들에 대한 환영 인사도 전했다. 이 자리에는 유일호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종석 규제개혁위원장, 박병원 전 경영자총협회 회장,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과 이상은 한국사회보장학회장은 축사를 했고,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영상으로 축사 메시지를 보냈다.아울러 바바라 울프 위스콘신대 빈곤연구소 경제공공 정책 석좌교수, 루이 사이너 브루킹스연구소 허치슨센터 정책 디렉터를 비롯한 해외 석학들도 발걸음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이 번영의 길로 갈 수 있도록 좋은 인사이트를 많이 제시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심포지엄을 함께 준비한 PERI와 관련해서는 “프로그램을 짜임새 있게 꾸며준 안종범 정책평가연구원장에 고마움을 전한다”며 “안 원장은 학자로서, 또 경제 정책을 폈던 정책설계자로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 정책평가연구원이 민간 싱크 탱크로서 앞으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이어 “이데일리와 정책평가연구원은 앞으로도 사회 발전을 끌어낼 수 있는 제언을 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이데일리는 이날 심포지엄을 시작으로 20일까지 사흘간 ‘인구 위기…새로운 상상력, 패러다임 전환’을 주제로 제15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을 개최한다.
- 미국 1.66명 vs 한국 0.81명…미국거주 한국인 출산율은?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미국의 합계출산율은 1.66명, 한국은 0.81명이다.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의 합계출산율은 어떨까. 미국에 가까울까, 한국에 가까울까.바바라 울프(Barbara Wolfe) 미국 위스콘신대 빈곤문제연구소 공공정책 명예교수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안고 한국을 찾는다. 울프 교수는 18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이데일리 전략포럼에 참석, 이러한 내용을 포함해 ‘미국의 복지정책이 출산율에 미치는 효과’ 연구결과를 발표한다. 바바라 울프 미 위스콘신대 빈곤문제연구소 공공정책 명예교수울프 교수는 이번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미국 한인 사회의 출산율 동향을 분석한 최신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이 더 효과적인 인구 정책을 수립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그가 교수로 재직 중인 위스콘신 메디슨대는 이번 전략포럼의 파트너인 국내 민간 정책연구기관 ‘정책평가연구원’(PERI)의 해외 협력기관 중 한 곳이다.그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서면인터뷰에서 “이번에 공개할 연구는 미국 거주 한인들의 출산율이 고국인 한국의 출산율과 비슷한지, 아니면 미국의 출산율과 비슷한지 여부에 대한 비교 분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미국 거주 한국 여성의 합계출산율이 미국 여성보다는 낮지만 한국에 거주하는 여성의 출산율보단 높을 것임을 시사했다. 합계출산율로 보면 미국 여성>미국 내 한국 여성>한국 거주 여성 순이란 얘기다.그는 이러한 차이의 원인을 노동시장에서의 남녀 기회 불균형, 사회적 인식 등에서 찾았다.특히 울프 교수는 과거 한국을 방문했던 경험 등을 언급하며 이러한 분석을 이어갔다. 그는 “과거에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했고, 수십 년 전 국제재정학회의 프로그램 구성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에도 남성이 여성을 동등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강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최근엔 더 많은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했으니 현재는 이런 태도가 없어졌길 바란다”고 했다. 아울러 과거 세계가치관조사(WVS) 결과를 설명하면서 “기존의 사회적 규범과 태도 역시 한국의 출산율 저하의 주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7~2018년 세계가치관 조사에서 한국 답변자의 절반 이상은 ‘직장 내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은 권리를 가져야 한다’(53%), ‘미취학 아동이 워킹맘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65%)는 의견에 동의했다.울프 교수는 한국 가정 내에서의 여성 중심 양육문화도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가사·양육 부담이 남성보다 여성에 지나치게 쏠려 있단 것이다. 그가 근거로 삼은 2020년 미 노동통계국(BLS)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 맞벌이 부부는 여성이 남성보다 하루 평균 3시간 36분을 가사·육아에 더 많이 쏟았다. 미국 맞벌이 부부의 경우 이 차이가 1시간 12분에 불과했고, 올해 조사에선 31분까지 줄어들었다.울프 교수는 “한국 아빠들은 자녀 양육에 들이는 시간이 제한돼 있고 주로 엄마들에게 양육 시간을 더 할애하라는 식으로 부담을 지우고 있다”면서 “출산율을 제고하려면 남녀간 가사·양육 시간 할당 문화를 바꾸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바바라 울프 명예교수는…경제학자인 울프 교수는 미 펜실베니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 위스콘신대 매디슨 캠퍼스의 경제학과 공공정책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1994~2000년 빈곤 연구소장을 거쳐 2006~2008년 라 폴렛 공공정책 학교에서 첫 여성 소장을 역임했다. 미 국립 의학 아카데미의 선출 회원이며, 국립 과학 아카데미 어린이·청소년·가족 위원회의 부위원장, 국립 보건 연구소장 자문위원회 구성원으로 활동했다.
- 7개국 54명 석학이 펼치는 지식의 향연…인구위기 해법 찾는다[ESF2024]
-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오늘부터 ‘인구위기…새로운 상상력,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제로 열리는 제15회 이데일리 전략포럼(Edaily Strategy Forum 2024)은 올해 처음으로 기존 이틀에서 사흘로 일정을 확대했다. 미국, 일본, 스웨덴, 핀란드, 독일, 벨기에, 이스라엘 등 7개국 20여 명의 외국 석학을 포함, 총 54명의 연사가 참여, 인구문제의 실질적 해법을 모색한다. 18일 열리는 이데일리-정책평가연구원(PERI) 특별 심포지엄은 브루킹스연구소, 정책평가연구원 등 유수의 국내외 연구기관이 참여해 한국 인구정책을 실증분석을 통해 논의하는 자리다. 루이 사이너(Louise Sheiner) 브루킹스연구소 허치슨센터 정책 디렉터는 미국의 고령화와 그에 따른 국가 재정정책 변화의 필요성을, 티모시 스미딩(Timothy M. Smeeding) 미국 위스콘신대 석좌교수, 미국 뉴욕의 비영리 사회정책 연구기관 MDRC의 제임스 리치오(James Riccio) 선임연구원 등은 8개월간의 한국 인구정책 연구 성과를 각각 발표한다.본행사인 19일에는 베스트셀러 ‘80억 인류, 가보지 않은 미래’의 저자인 세계적 인구통계학자 제니퍼 스쿠바 미국 인구참조국(PRB) 대표와 프레드릭 라인펠트 스웨덴 전 총리의 기조연설을 필두로 출산친화적 인구 정책을 위한 정부 거버넌스의 혁신 방안과 지방소멸 대응 해법, 사회구조의 변화를 위한 개혁 과제 등 정부의 전략적 선택을 제시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나경원 국민의힘 국회의원, 이상협 하와이대 경제학과 교수, 하타 다츠오 아시아성장연구소(AGI) 이사장 등 국내외 인구 전문가들이 참여해 논의를 펼친다.20일에는 에스코 아호 핀란드 전 총리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세션별로 인구변환, 수축경제 대응을 위한 비즈니스 솔루션, 저출산 극복을 위한 기업의 사회적 역할, 일·가정 양립을 위한 사회 문화적 환경 조성, 노년세대와 젊은 세대의 공존 등을 주제로 국내외 전문가들이 열띤 토론을 벌인다. 홍성국 전 의원과 심현보 모니터 딜로이트 부사장은 수축경제에 대응하기 위한 비즈니스 솔루션을 발표하고 크리스토프 하만 한국머크 바이오파마 대표와 이동수 SML메디트리 대표는 저출산 극복을 위한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제시한다.세계 각지의 인구변화와 다문화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인 알렉스 와인랩(Alex Weinreb) 이스라엘 사회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일·가정 양립을 위한 사회 문화적 환경 조성 방안을 제시한다. 특히 6남매를 키우며 ‘연예계 대표 다둥이’로 불리는 가수 박지헌씨(그룹 V.O.S 리더)가 자신의 경험담을 펼친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송길영 작가가 저출산 초고령사회에서 젊은 세대와 실버 세대의 공존을 주제로 강연을 펼친다.[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저출산에 380조 쓰고도 사후평가 안 해…실효성 따져 대책 새로 짜야"[ESF2024]
-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최근 18년 동안 380조원의 저출산 대응 예산을 들였다지만 제대로 쓴 건지 여부를 따질 사전·사후평가는 없었다. 평가했더라도 근거 기반으로 제대로 했는지 여부도 알 수 없다. 정확한 근거 없는 예산집행과 평가는 정책 실패로 귀결될 뿐이다.”안종범 정책평가연구원(PERI) 원장은 그간 정부의 저출산 대응에서 명확한 원인 분석, 재정 지출 정책의 사전·사후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지금이라도 객관적·과학적인 정책별 사후평가를 기반으로 저출산 대책들을 새로 디자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종범 정책평가연구원장(사진=이영훈 기자)안 원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저출산 예산이 380조원에 달할 때까지 쌓인 문제가 많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정부는 저출산 원인분석이 부족했고 대응책에 사전·사후 평가를 하지 않았다”며 “예산심의권을 가진 국회에선 저출산 대응 프로그램의 예산이 전년 대비 몇 % 증감하는지만 따질 뿐 프로그램의 실효성을 따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최근 권익위원회에서 출산·양육지원금 1억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놓고 설문조사를 벌인 데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여론조사 결과로 정책을 만들겠단 점도 위험하지만 왜 1억원인지, 효과는 어떨지 따져봤나”라며 반문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현금지원책에 관해선 출산지원금 1억원을 약속한 부영그룹 사례 등을 활용해 사전·사후평가를 벌여볼 만하다고 언급했다. 이른바 무작위 통제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s: RCT)이다. 의학계의 신약개발 때 쓰인 방식으로 미국에선 정책효과를 평가하는 사회적 실험의 방법론으로도 쓴다.안 원장은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저출산 대응책엔 RCT를 적용, 혜택을 받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대조군을 무작위로 선정해 행태변화를 일정 기간 비교해 정책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큰 예산이 드는 사업은 기획재정부에서 5년에 한번 심층평가를 하지만 대략적으로 벌이는 측면이 강해 효과 없는 제도를 솎아서 없애지 못했다”며 “정치적 부담 때문에 한 번 만들어진 제도는 없애지도 못한다”고 쓴소리했다. 저출산 대응 예산 확대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국가재정전략회의 때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장관이 저출산 대응 예산을 늘려달라고 읍소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며 “소득, 계층, 학력 등에 따른 세밀한 원인 분석 없이 예산만 늘린다고 출산율이 오르겠나”라고 했다. 그는 “예산 늘려 저출산을 해결하겠다는 게 지난 20년 동안의 방식이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큰 관련성 없이 저출산 딱지만 붙여 예산을 만드는 관행이 생겼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저출산 대책에 RCT를 적용해 그 결과에 따라 정책을 수정 또는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안 원장은 내달 열리는 제15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인구감소 대응책 중 하나로 거론되는 이민 확대 정책과 관련, 정책평가연구원에서 마련한 RCT 적용 구상을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효과적인 이민 정책 마련을 돕기 위해 숙련 또는 비숙련 근로자, 가족동반 체류 시 주거·자녀교육비 지원 여부 등을 나눈 RCT 방식을 설계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종범 원장은...△성균관대 경제학과 학·석사 △위스콘신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재정학회장 △제19대 국회의원 △대통령실 경제수석, 정책조정수석 △정책평가연구원(PERI) 원장
- "섣부른 보조금은 지방소멸에 역효과…특화산업 키워 자생력 길러줘야"[ESF2024]
- [이데일리 최연두 김형욱 기자]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현금성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정부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형태의 지원이 아닌, 규제 완화를 통해 지역사회가 특화 산업을 더 잘 키울 수 있도록 자생력을 길러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하타 다츠오 아시아성장연구소(AGI) 이사장하타 다츠오 일본 아시아성장연구소(AGI) 이사장은 최근 이데일리와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경제적 관점에서 시장 실패가 일어나지 않는 한 정부가 불필요하게 나서서 개입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와의 정책 공유를 통해 상호 성장을 도모하자는 취지에서 AGI를 설립한 그는 오는 6월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이데일리 전략포럼에 참석, 지방소멸 해법을 주제로 발표한다. 그는 지난해 10월 국내 민간 정책 연구기관인 정책평가연구원(PERI)과 업무협약(MOU)을 맺으며 한·일 정책 연구 교류를 본격화하고 있다.◇“규제 완화로 지역경제 살릴 수 있어”지방소멸에 대응해 현금성 재정을 투입하는 대신 지역 특화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건 일본의 경험에서 나온 그의 경험적 주장이다. 일본은 이미 2006년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를 마주했고, 이는 곧 지방소멸로 이어졌다. 일할 청년들이 사라지고 그나마 남은 이들 모두 도심으로 이동하자 아키타현, 시마네현, 고치현 등 무수한 지역이 소멸 위기에 처했다.일본 정부는 지역발전을 위해 수조엔(수십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쏟아부었으나 여전히 지방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 지방소멸의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타 이사장은 특히 일본 정부가 현재도 지역 발전을 위해 운용 중인 지방창생추진교부금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 효과가 미미한데다 엉뚱한 데 쓰이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그는 “교부금은 지역 정치인들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지출되고 있다”면서 “낭비적인 지출의 전형적인 예”라고 지적했다.하타 다츠오 AGI 이사장이 지난 9일 이데일리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그는 대신 아베 신조 정부(2012~2020년) 때 시작한 규제 개혁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바람직한 정책 사례로 꼽았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13년 ‘아베노믹스 전략특구’를 제안, 일본 현지 10여개 지역을 국가전략특구로 지정해 기업 투자를 가로막아 온 각종 규제를 풀었다. 이를 통해 농업, 관광, 의료 등 지역별 산업 경쟁력을 높였다는 게 하타 이사장의 설명이다.이는 역시 지방소멸에 직면한 한국에 시사하는 점이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해 2000년대 초부터 지역상생발전기금,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등 여러 기금을 운영해 왔지만, 그 실효에 대해선 비판적 시각이 많다. 윤석열 정부 들어 기업과 지자체가 손잡고 규제 해소를 통해 지역 투자를 활성화하는 기회발전특구 조성을 시작했지만 이제 시작 단계다.그는 “이러한 실험적 규제 완화는 지역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당시 농업특구로 지정된 효고현 야부시의 사례를 공유했다. 일본은 농업이 핵심 산업인 일부 지역들에서 농업법인 설립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이고 있다. 이는 외부 기업과의 경쟁을 원치 않았던 일본 각지의 농부들이 배수진을 친 결과다. 야부시가 해당 대표 지역 중 하나다. 과거에는 야부시에 농업법인을 세우려면 기업 출자한도 규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규제 특구로 선정된 야부시가 직접 나서 농업법인 설립의 장벽을 낮추자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기업의 투자한도를 자본금 총액 기존 ‘50% 미만’으로 끌어올렸다. 또 농사 짓는 사람 한 명을 임원으로 두면 법인 설립이 가능해졌다. 여러 농업법인이 생겼을 뿐 아니라 외부에서 청년층도 대거 유입됐다. 2020년 기준 야부시에서 운영되는 농업 경영체(농업 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개인이나 법인)는 총 800개나 된다.◇ “기업들의 정년 연장, 강요 말아야”하타 이사장은 인구 소멸 대응 정책과 같은 맥락에서 고령화에 따른 인력난 우려에 대한 대응에 대해서도 정부의 직접 개입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내비쳤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사람들이 더 오래 일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나서서 법적 정년을 연장하는 건 부작용이 뒤따른다는 지적이다.그는 “일본에선 기업이 근로자를 정년까지 해고할 수 없는 종신고용제도가 잘 지켜지고 있지만 이 제도가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방해하고 더 나은 인재를 고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측면도 있다”며 “여기서 정년을 더 연장한다면 기업이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직원까지 더 오래 일하도록 만들어 신규 채용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일본은 1994년 60세를 법적 정년으로 정하고 기업의 고용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초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이를 늘리자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법적 정년 연장보다는 기업의 자율에 맡기는 편이 효율적이리란 게 하타 이사장의 주장이다. 실제 지난해 기준 일본 기업의 정년은 60세가 대부분(66.4%)이지만, 기업이 자체적으로 65세까지 늘린 곳도 23.5%에 이르며 그 비중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하타 이사장은 “정부가 법적 정년을 정해 민간기업에 맞출 것은 강요해서는 안된다”며 “정년은 각 기업이 스스로 결정하고 정부는 각 기업이 스스로 정한 운영 방침을 잘 지키는지 점검하고 확인하는 역할에 그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그는 더 나아가 기업이 자율적으로 근로자를 좀 더 자유롭게 해고하고 채용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타 이사장은 “능력이 부족한 임직원을 쉽게 해고할 수 없는 현 제도 아래에선 기업들은 젊은 층 채용을 늘리려 할 뿐 퇴직자 채용은 꺼릴 것”이라며 “제도를 뜯어고쳐 무능한 퇴직자를 해고할 수 있게 된다면 기꺼이 퇴직자를 다시 뽑을 수 있는 유인이 된다”고 말했다. ◇ 하타 이사장은일본 오사카대와 국립정책대학원에서 명예 교수로 재직 중인 재정 전문가. 1965년 일본 국제기독교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73년 미 존스 홉킨스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정부 조세 위원회 전문가 위원을 비롯, 주택·토지 위원장, 전기가스 감시위원회 창립 의장 등을 거쳤으며 일본 경제협회 회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