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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정국에 유튜브 이용시간 7분39초↑…통신 트래픽도 폭증
  • 탄핵 정국에 유튜브 이용시간 7분39초↑…통신 트래픽도 폭증
  • [이데일리 최연두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이후 디지털 환경도 후폭풍이 일고 있다. 45년 만의 계엄령과 계엄 해제로 국민들의 유튜브 이용 시간이 급증하고, 국회 앞 탄핵 찬반 집회가 몰리면서 통신 서비스에 차질이 발생하는 등 통신 트래픽도 폭증했다.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직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관련 담화를 스마트폰으로 지켜보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지난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범국민촛불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과 김건희 특검법 통과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넷플릭스와 티빙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에서는 ‘서울의 봄’과 ‘택시운전사’ 등 1980년대 한국 계엄령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들이 이번 주말 시청 상위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4일 새벽 계엄령을 해제했지만, 탄핵 찬반 여론이 갈리면서 정치적인 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사회성이 짙은 영화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8일 아이지에이웍스의 애플리케이션(앱)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5일 국내 이용자의 유튜브 1인당 평균 사용 시간은 133분 17초로, 지난 3일(125분 38초)보다 7분 39초 증가했다. 이는 3일 만에 6.1% 증가한 수치로,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이후 정치권의 실시간 소식을 궁금해 하는 이용자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계엄령 해제에도 그 임팩트가 크기 때문에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4일 새벽 계엄령 해제 시각에 일부 서비스에서는 접속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네이버 카페는 당일 온라인 공지를 통해 00시 30분부터 2시까지 서비스 안정화를 위한 임시 점검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당시 트래픽 폭증으로 인해 다음 뉴스 댓글 등 일부 서비스에 접속 지연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지난 3일 저녁부터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을 위한 대응 체제를 구축하고 적극 대응 중”이라고 밝혔다.비슷한 시기 통신망에도 일시적인 차질이 발생했다. 특히 7일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 일대에 대규모 집회가 열리면서 인터넷과 통화 연결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탄핵소추 관련 투표가 진행됐던 시기에는 국회본관 로텐더홀에서 대기중이던 기자들이 몰리면서 기사 송고를 위한 모바일 접속이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를 인지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이동기지국을 추가 배치하고 기지국 용량을 확장하는 한편, 트래픽 분산 등을 통해 서비스 품질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넷플릭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화면 캡처한편, 넷플릭스에서는 8일 기준 영화 서울의 봄이 ‘오늘의 대한민국 톱10 영화’ 순위 1위에 올랐다. 이는 지난 24시간 동안 가장 많이 시청된 영화를 의미한다. 티빙에서도 ‘실시간 인기 영화’ 20위권에 택시운전사와 1987 등 관련 영화들이 포함됐다.
2024.12.08 I 최연두 기자
검·경 내란죄 수사 급물살…계엄 사태 책임 尹 정조준하나
  • 검·경 내란죄 수사 급물살…계엄 사태 책임 尹 정조준하나
  •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검찰과 경찰이 12·3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윤석열 대통령 내란 혐의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날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의원 정족수 미달로 폐기됐지만 내란 혐의는 헌법상 대통령 불소추특권의 적용을 받지 않는 만큼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8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은 이날 오전 7시53분경 내란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전 장관을 긴급체포하고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이는 지난 6일 특수본 설치 후 나온 첫 조치다. 특수본의 긴급체포 조치는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우려 등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로, 이번 비상계엄 선포를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대통령과 함께 사실상 주도한 인물로 손꼽힌다.김 전 장관은 “국민적 의혹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이날 새벽 1시30분께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했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이 조사를 앞두고 휴대폰을 교체하고 텔레그램 계정을 탈퇴했다가 재가입하는 등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만큼 선제적 조치를 취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수본은 전날 국회 윤 대통령 탄핵안 자동 폐기와 무관하게 신속히 수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추가 조사를 거쳐 48시간 안에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기관은 피의자를 긴급체포를 한 경우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풀어줘야 한다.특수본은 이날 박세현(49·사법연수원 29기) 본부장 등 검사 20명과 수사관 30여명이 서울고검과 서울중앙지검, 대검찰청 등 각자 사무실로 나와 향후 수사 계획을 논의했다. 전날 군검찰과 합동수사를 위해 국방부가 군검사 5명과 수사관 7명 등 12명 규모의 인원도 파견하면서 특수본 전체 인력은 약 60여명으로 늘었다. 특수본은 서울동부지검에 사무실이 준비되는 오는 9일부터는 본격적인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윤 대통령이 고발된 내란 혐의는 헌법상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의 적용을 받지 않기에 탄핵 여부와 관계 없이 수사가 지속 가능하다. 헌법은 대통령이 재직 중 형사상 소추(기소)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면서도,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는 예외로 하고 있다. 이에 대통령실과 국방부 등을 상대로 비상계엄과 관련한 자료 확보를 위한 강제수사도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경찰 역시 120여명의 전담수사팀을 구성하고 송영호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심의관(경무관)을 필두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날 비상계엄 관련 전담 수사팀이 내란 혐의로 김 전 장관의 공관, 장관 집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앞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목현태 국회경비대장 등의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아 포렌식 작업을 진행한 것에 이어 핵심 인물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경찰 관계자는 “내란죄는 경찰의 수사 영역”이라며 “우리는 우리의 수사를 열심히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2024.12.08 I 백주아 기자
트럼프, 취임전 '정상' 외교 개시…막강한 영향력 과시
  • 트럼프, 취임전 '정상' 외교 개시…막강한 영향력 과시
  •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기도 전에 정상외교를 시작했다. 5년 8개월 만에 다시 문을 연 프랑스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식에 ‘깜짝’ 등장한 것. 전 세계 주요 지도자들이 모인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복귀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첫 방문지로 유럽으로 정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프랑스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기념식 참석차 프랑스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AFP)◇각국 정상들 앞다퉈 트럼프에 악수 청해…“돈에 굴복”7일(현지시간) CNN방송,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기념식에 참석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2019년 4월 화재로 거의 전소됐으며, 지난 5년 8개월여 동안 복구 공사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전 세계 50여명의 주요 지도자가 참석했다. 트럼프 당선인도 프랑스 정부로부터 공식 초청을 받았으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동행했다.트럼프 당선인은 아직 취임하지 않았으나 막대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그가 대성당 안으로 발을 들였을 때 미리 착석해 있던 각국 정상들은 앞다퉈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청했다. 과거 미 대통령으로 처음 국제무대에 데뷔했을 때 조롱·멸시 어린 시선과 함께 ‘왕따’를 당했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뉴욕포스트는 “전 세계 국가 원수들과 고위 인사들이 ‘돈’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고 묘사했다. 다른 주요 외신들도 “트럼프 당선인이 전 세계 지도자들을 압도하며 화려하게 국제무대에 복귀했다”며 “각국 정상들이 마치 트럼프 당선인에게 잘 보이려는 듯 행동했다”고 입을 모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바로 옆에 배치된 트럼프 당선인의 자리도 눈길을 끌었다.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한 질 바이든 여사보다도 앞선 자리였기 때문이다. ◇마크롱·젤렌스키·윌리엄과 회동…이미 美대통령 행보 트럼프 당선인의 이번 파리 방문은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미국에선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취임 전까지는 정상외교 활동을 자제하는 관행이 있는 데다, 트럼프 당선인이 첫 해외 방문지로 유럽을 택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정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위비, 대(對)유럽연합(EU) 관세 등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실제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행사에 앞서 마크롱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3자 회담을 가졌다. 당초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과 젤렌스키 대통령을 따로 만날 계획이었으나 급작스럽게 3자 회동이 성사된 것이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두 정상이 먼저 만나고 45분 후 회담에 합류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지금 세상이 약간 미쳐가는 것 같다. 우리는 그것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동 이후 엑스(X옛· 트위터)에 “훌륭하고 생산적인 3자 회담이었다”면서도 “우리는 모두 이 전쟁이 가능한 빨리, 정당한 방식으로 끝나길 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나처럼 단호하다”고 적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첫 날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줄곧 공언해 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노트르담 재개관 행사 이후엔 윌리엄 왕세자와도 회동했다. 사실상 ‘국가 정상으로서의’ 외교 활동을 펼친 것이다. 일각에선 각종 트럼프 관련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유럽을 방문한 것 아니냐는 조롱섞인 의견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싸우자, 싸우자, 싸우자’(Fight, Fight, Fight)라는 이름의 향수 및 콜로뉴를 출시했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유세 도중 총격범의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은 뒤 외친 구호로, 이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함께 그를 상징하는 선거 구호가 됐다.◇트럼프-마크롱 악수도 주목…과거 마크롱 ‘굴욕’ 재조명한편 트럼프 1기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 트럼프 당선인과 마크롱 대통령이 악수하는 장면은 이번에도 큰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7년 5월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마크롱 대통령과 처음 만났을 때 무려 29초 동안 악수를 나눴다. 당시 두 사람은 두 손을 꽉 맞잡아 마치 힘겨루기를 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해 화제가 됐다. 손에 흰 자국이 비칠 정도였다. 당시 외신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얼굴을 찡그렸다고 보도했고, 소셜미디어(SNS)에선 “40세의 마크롱이 71세의 트럼프에게 힘에서 밀렸다”, “트럼프가 마크롱을 위협했다” 등의 반응이 봇물을 이뤘다.트럼프 당선인은 이날도 엘리제궁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면서 마크롱 대통령의 오른손을 자신에게 끌어당겨 세게 흔들었다. 또 궁 안에서도 카메라를 보고 악수할 때 마크롱 대통령의 오른손을 위에서 아래로 누르면서 꽉 움켜쥐고 놓아주지 않았다. 과거 악수 장면을 연상시키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친(親)트럼프 매체인 폭스뉴스는 “트럼프 당선인이 ‘마크롱 악수’로 다시 한 번 세계 지도자들을 압도했다”고 평가했다.
2024.12.08 I 방성훈 기자
탄핵 무산과 혼돈의 정국…지붕만 바라보는 환율
  • 탄핵 무산과 혼돈의 정국…지붕만 바라보는 환율[주간외환전망]
  •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표결이 무산되면서 국내 정국은 안갯속이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원화 디스카운트’ 분위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적으로도 트럼프발(發) 달러 강세, 프랑스 정치 불안에 따른 유로 약세, 지속되는 아시아 통화 약세 등 원화가 강세로 돌아설 재료가 부재한 가운데 1400원대에 안착한 원·달러 환율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볼 것으로 예상된다.지난주에는 비상 계엄령 선포 충격으로 정치 리스크가 부각되며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된 한 주였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환율은 장중 1440원을 돌파했다. 이후에도 탄핵 정국으로 전개되면서 재차 1430원 부근까지 상승하며 불안감이 지속됐다. 계엄령 이후 정부가 무제한 유동성 공급 등 긴급 시장 안정 조치를 내놓으면서 환율 상단을 지속적으로 눌렀다. ◇식물정부와 탄핵정국 지속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범국민촛불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과 김건희 특검법 통과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지난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표결이 무산됐다. 윤 대통령 탄핵안에는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만 표결에 참여했다. 그러나 의결 정족수 부족에 투표가 성립되지 않으면서 개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탄핵안은 자동 폐기됐다. 탄핵안은 재적의원(300명) 중 3분의 2인 200명이 찬성해야 가결된다.윤 대통령이 일단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식물정부’로 전락하며 국정에 동력을 잃을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야당은 정기국회가 종료되는 오는 11일에 임시국회를 열어 탄핵안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탄핵 정국 전개에 따른 정치 불확실성으로 달러화 수요가 우위를 지속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국내 금융시장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는 확대될 수 있다. 이에 원화 대신 엔화를 선호할 가능성도 크다. 또한 국내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이는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환시장 변동성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환율 상승 속도를 늦출 수 있는 건 외환당국, 즉 정부뿐이다. 정부는 계엄 이후부터 매일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회의)를 열고 외환시장을 비롯해 금융시장을 점검하고 있다. 지난주 변동성 국면에서 외환당국은 장중 강한 실개입을 통해 환율 추가 상승을 막는 모습이었다. 외환당국은 이번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은 차츰 완화될 것으로 내다보며 자신감을 드러냈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의 사태에 대해 “환율이 1410원으로 약간 오른 상태지만, 이후 새 쇼크(충격)가 없다면 천천히 다시 내려갈 것”이라며 “(탄핵 정국이) 과거 경험으로 미루어 길게 가더라도 정치적인 프로세스와 경제적인 프로세스가 분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또 이 총재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계엄 사태에 따른 정국 혼란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더 큰 불안 요소라고 밝히기도 했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1월 말까지는 정치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이라며 “2016년 박근혜 정권 퇴진 당시 사례를 돌아보면 최초 언론 보도부터 퇴진까지 약 46일이 소요됐고, 현재 날짜에 단순 대입하면 2025년 1월 18일을 전후해 상황이 진정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1월 20일이라는 것까지 감안하면 앞으로의 달러 강세 시기에 원화 절하폭이 여타국보다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미국 물가·유럽 금리 결정 주목사진=연합뉴스오는 11일 발표되는 미국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전년대비 기준 헤드라인 소비자물가 2.7%(+0.1%포인트), 근원 소비자물가 3.3%(전월과 동일)가 예상된다. 10월 소비자물가는 중동 긴장 고조 여파에 따른 유가 상승으로 에너지 물가의 낙폭이 축소된 가운데 트럼프 트레이드, 국채금리 상승, 모기지금리 상승, 주택 수급 불균형 해소 지연으로 주거비 물가의 견조함이 지지됐다.다만 트럼프 트레이드 되돌림 속에서 근원 소비자물가는 11월 제한된 상단을 확인한 이후 12월 오름폭이 축소되면서 헤드라인과의 차별화가 관측될 것으로 보인다.또 이번주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은 통화정책에 대한 코멘트 할 수 없는 블랙아웃 기간이다. 최근 연준 위원들은 금리 인하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미국 경제 현황에 대하여 ‘놀랍도록 좋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12일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에서는 금리가 3.40%에서 3.15%로 인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9월 소비자물가가 2021년 4월 이후 처음으로 2%를 하회한 점은 이를 지지하는 대목이다. 또 10월 회의 이후 미 대선 결과 트럼프 변수가 새롭게 부상하고, 프랑스 예산안 갈등에 따른 정치 리스크가 재차 부각되면서 성장 하방 압력이 높아졌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마린 르펜 프랑스 하원 원내대표가 협상 여지를 밝힌 부분을 고려하면 프랑스의 정치적 불안도 점진적인 우려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만 당분간 관련 불확실성에 유로화 강세는 제약될 전망”이라고 밝혔다.최예찬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비상계엄 관련 이벤트의 발생은 국가 건전성을 침해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며 “인구 등 구조적 문제와 함께 고려해본다면 향후 1400원 이상의 고환율이 뉴노멀이 과장된 의견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2024.12.08 I 이정윤 기자
“내 작품의 근원은 사랑”…한강, 노벨문학상 강연
  • “내 작품의 근원은 사랑”…한강, 노벨문학상 강연[전문]
  •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소설가 한강(54)이 7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에서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을 통해 지난 31년 간의 작품 세계를 회고했다.한강 작가는 이날 ‘빛과 실’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채식주의자’,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의 소설을 쓰며 삶에 대해 질문하고 통찰해온 시간들을 작가 특유의 낮고 잔잔한 목소리로 들려줬다. 그는 약 30분에 걸쳐 미리 준비해 간 원고를 한국어로 읽어내려갔다. 한강은 “나는 쓰는 사람”이라며 “하나의 장편소설을 쓸 때마다 질문들을 견디며 그 안에 산다”고 했다. 소설가 한강이 7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에서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어 그는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2021년 가을까지,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란 두 질문이 나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왔다”며 “하지만 첫 소설부터 최근의 소설까지, 어쩌면 내 모든 질문의 가장 깊은 겹은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것이 내 삶의 가장 오래고 근원적인 배음(背音)이었던 것은 아닐까?”라고 말했다.다음은 한강의 강연 전문.빛과 실지난해 1월, 이사를 위해 창고를 정리하다 낡은 구두 상자 하나가 나왔다. 열어보니 유년 시절에 쓴 일기장 여남은 권이 담겨 있었다. 표지에 ‘시집’이라는 단어가 연필로 적힌 얇은 중철 제본을 발견한 것은 그 포개어진 일기장들 사이에서였다. A5 크기의 갱지 다섯 장을 절반으로 접고 스테이플러로 중철한 조그만 책자. 제목 아래에는 삐뚤빼뚤한 선 두 개가 나란히 그려져 있었다. 왼쪽에서부터 올라가는 여섯 단의 계단 모양 선 하나와,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일곱 단의 계단 같은 선 하나. 그건 일종의 표지화였을까? 아니면 그저 낙서였을 뿐일까? 책자의 뒤쪽 표지에는 1979라는 연도와 내 이름이, 내지에는 모두 여덟 편의 시들이 표지 제목과 같은 연필 필적으로 또박또박 적혀 있었다. 페이지의 하단마다에는 각기 다른 날짜들이 시간순으로 기입되어 있었다. 여덟 살 아이답게 천진하고 서툰 문장들 사이에서, 4월의 날짜가 적힌 시 한 편이 눈에 들어왔다. 다음의 두 행짜리 연들로 시작되는 시였다.사랑이란 어디 있을까?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사랑이란 무얼까?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금실이지.사십여 년의 시간을 단박에 건너, 그 책자를 만들던 오후의 기억이 떠오른 건 그 순간이었다. 볼펜 깍지를 끼운 몽당연필과 지우개 가루, 아버지의 방에서 몰래 가져온 커다란 철제 스테이플러. 곧 서울로 이사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 뒤, 그동안 자투리 종이들과 공책들과 문제집의 여백, 일기장 여기저기에 끄적여놓았던 시들을 추려 모아두고 싶었던 마음도 이어 생각났다. 그 ‘시집’을 다 만들고 나자 어째서인지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아졌던 마음도.일기장들과 그 책자를 원래대로 구두 상자 안에 포개어 넣고 뚜껑을 덮기 전, 이 시가 적힌 면을 휴대폰으로 찍어두었다. 그 여덟 살 아이가 사용한 단어 몇 개가 지금의 나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뛰는 가슴 속 내 심장.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 그걸 잇는 금(金)실- 빛을 내는 실.그후 14년이 흘러 처음으로 시를, 그 이듬해에 단편소설을 발표하며 나는 ‘쓰는 사람’이 되었다. 다시 5년이 더 흐른 뒤에는 약 3년에 걸쳐 완성한 첫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시를 쓰는 일도, 단편소설을 쓰는 일도 좋아했지만-지금도 좋아한다- 장편소설을 쓰는 일에는 특별한 매혹이 있었다. 완성까지 아무리 짧아도 1년, 길게는 7년까지 걸리는 장편소설은 내 개인적 삶의 상당한 기간들과 맞바꿈된다. 바로 그 점이 나는 좋았다. 그렇게 맞바꿔도 좋다고 결심할 만큼 중요하고 절실한 질문들 속으로 들어가 머물 수 있다는 것이. 하나의 장편소설을 쓸 때마다 나는 질문들을 견디며 그 안에 산다. 그 질문들의 끝에 다다를 때-대답을 찾아낼 때가 아니라- 그 소설을 완성하게 된다. 그 소설을 시작하던 시점과 같은 사람일 수 없는, 그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변형된 나는 그 상태에서 다시 출발한다. 다음의 질문들이 사슬처럼, 또는 도미노처럼 포개어지고 이어지며 새로운 소설을 시작하게 된다.세번째 장편소설인 ‘채식주의자’를 쓰던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나는 그렇게 몇 개의 고통스러운 질문들 안에서 머물고 있었다. 한 인간이 완전하게 결백한 존재가 되는 것은 가능한가? 우리는 얼마나 깊게 폭력을 거부할 수 있는가? 그걸 위해 더이상 인간이라는 종에 속하기를 거부하는 이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폭력을 거부하기 위해 육식을 거부하고, 종내에는 스스로 식물이 되었다고 믿으며 물 외의 어떤 것도 먹으려 하지 않는 여주인공 영혜는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매 순간 죽음에 가까워지는 아이러니 안에 있다. 사실상 두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영혜와 인혜 자매는 소리 없이 비명을 지르며, 악몽과 부서짐의 순간들을 통과해 마침내 함께 있다. 이 소설의 세계 속에서 영혜가 끝까지 살아 있기를 바랐으므로 마지막 장면은 앰뷸런스 안이다. 타오르는 초록의 불꽃 같은 나무들 사이로 구급차는 달리고, 깨어 있는 언니는 뚫어지게 창밖을 쏘아본다. 대답을 기다리듯, 무엇인가에 항의하듯. 이 소설 전체가 그렇게 질문의 상태에 놓여 있다. 응시하고 저항하며. 대답을 기다리며.그 다음의 소설 ‘바람이 분다, 가라’는 이 질문들에서 더 나아간다. 폭력을 거부하기 위해 삶과 세계를 거부할 수는 없다. 우리는 결국 식물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정체와 이탤릭체의 문장들이 충돌하며 흔들리는 미스터리 형식의 이 소설에서, 오랫동안 죽음의 그림자와 싸워왔던 여주인공은 친구의 돌연한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분투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죽음과 폭력으로부터 온힘을 다해 배로 기어나오는 그녀의 모습을 쓰며 나는 질문하고 있었다. 마침내 우리는 살아남아야 하지 않는가? 생명으로 진실을 증거해야 하는 것 아닌가?다섯번째 장편소설인 ‘희랍어 시간’은 그 질문에서 다시 더 나아간다. 우리가 정말로 이 세계에서 살아나가야 한다면, 어떤 지점에서 그것이 가능한가? 말을 잃은 여자와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는 각자의 침묵과 어둠 속에서 고독하게 나아가다가 서로를 발견한다. 이 소설을 쓰는 동안 나는 촉각적 순간들에 집중하고 싶었다. 침묵과 어둠 속에서, 손톱을 바싹 깎은 여자의 손이 남자의 손바닥에 몇 개의 단어를 쓰는 장면을 향해 이 소설은 느린 속력으로 전진한다. 영원처럼 부풀어 오르는 순간의 빛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자신의 연한 부분을 보여준다. 이 소설을 쓰며 나는 묻고 싶었다. 인간의 가장 연한 부분을 들여다보는 것- 그 부인할 수 없는 온기를 어루만지는 것- 그것으로 우리는 마침내 살아갈 수 있는 것 아닐까, 이 덧없고 폭력적인 세계 가운데에서?그 질문의 끝에서 나는 다음의 소설을 상상했다. ‘희랍어 시간’을 출간한 후 찾아온 2012년의 봄이었다. 빛과 따스함의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소설을 쓰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마침내 삶을, 세계를 끌어안는 그 소설을 눈부시게 투명한 감각들로 충전하겠다고. 제목을 짓고 앞의 20페이지 정도까지 쓰다 멈춘 것은, 그 소설을 쓸 수 없게 하는 무엇인가가 내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었다.그 시점까지 나는 광주에 대해 쓰겠다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1980년 1월 가족과 함께 광주를 떠난 뒤 4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그곳에서 학살이 벌어졌을 때 나는 아홉 살이었다. 이후 몇 해가 흘러 서가에 거꾸로 꽂힌 ‘광주 사진첩’을 우연히 발견해 어른들 몰래 읽었을 때는 열두 살이었다. 쿠데타를 일으킨 신군부에 저항하다 곤봉과 총검, 총격에 살해된 시민들과 학생들의 사진들이 실려 있는, 당시 정권의 철저한 언론 통제로 인해 왜곡된 진실을 증거하기 위해 유족들과 생존자들이 비밀리에 제작해 유통한 책이었다. 어렸던 나는 그 사진들의 정치적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으므로, 그 훼손된 얼굴들은 오직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으로 내 안에 새겨졌다. 인간은 인간에게 이런 행동을 하는가, 나는 생각했다. 동시에 다른 의문도 있었다. 같은 책에 실려 있는, 총상자들에게 피를 나눠주기 위해 대학병원 앞에서 끝없이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의 사진이었다. 인간은 인간에게 이런 행동을 하는가. 양립할 수 없어 보이는 두 질문이 충돌해 풀 수 없는 수수께끼가 되었다.그러니까 2012년 봄, ‘삶을 껴안는 눈부시게 밝은 소설’을 쓰려고 애쓰던 어느 날, 한 번도 풀린 적 없는 그 의문들을 내 안에서 다시 만나게 된 것이었다. 오래전에 이미 나는 인간에 대한 근원적 신뢰를 잃었다. 그런데 어떻게 세계를 껴안을 수 있겠는가? 그 불가능한 수수께끼를 대면하지 않으면 앞으로 갈 수 없다는 것을, 오직 글쓰기로만 그 의문들을 꿰뚫고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그 후 1년 가까이 새로 쓸 소설에 대한 스케치를 하며, 1980년 5월 광주가 하나의 겹으로 들어가는 소설을 상상했다. 그러다 망월동 묘지에 찾아간 것은 같은 해 12월, 눈이 몹시 내리고 난 다음 날 오후였다. 어두워질 무렵 심장에 손을 얹고 얼어붙은 묘지를 걸어 나오면서 생각했다. 광주가 하나의 겹이 되는 소설이 아니라, 정면으로 광주를 다루는 소설을 쓰겠다고. 9백여 명의 증언을 모은 책을 구해, 약 한 달에 걸쳐 매일 아홉 시간씩 읽어 완독했다. 이후 광주뿐 아니라 국가폭력의 다른 사례들을 다룬 자료들을, 장소와 시간대를 넓혀 인간들이 전 세계에 걸쳐, 긴 역사에 걸쳐 반복해온 학살들에 대한 책들을 읽었다.그렇게 자료 작업을 하던 시기에 내가 떠올리곤 했던 두 개의 질문이 있다. 이십대 중반에 일기장을 바꿀 때마다 맨 앞페이지에 적었던 문장들이다.현재가 과거를 도울 수 있는가?산 자가 죽은 자를 구할 수 있는가?자료를 읽을수록 이 질문들은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되는 듯했다. 인간성의 가장 어두운 부분들을 지속적으로 접하며, 오래 전에 금이 갔다고 생각했던 인간성에 대한 믿음이 마저 깨어지고 부서지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쓰는 일을 더이상 진척할 수 없겠다고 거의 체념했을 때 한 젊은 야학 교사의 일기를 읽었다. 1980년 오월 당시 광주에서 군인들이 잠시 물러간 뒤 열흘 동안 이루어졌던 시민자치의 절대공동체에 참여했으며, 군인들이 되돌아오기로 예고된 새벽까지 도청 옆 YWCA에 남아 있다 살해되었던, 수줍은 성격의 조용한 사람이었다는 박용준은 마지막 밤에 이렇게 썼다. “하느님, 왜 저에게는 양심이 있어 이렇게 저를 찌르고 아프게 하는 것입니까? 저는 살고 싶습니다.”그 문장들을 읽은 순간, 이 소설이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벼락처럼 알게 되었다. 두 개의 질문을 이렇게 거꾸로 뒤집어야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이후 이 소설을 쓰는 동안, 실제로 과거가 현재를 돕고 있다고, 죽은 자들이 산 자를 구하고 있다고 느낀 순간들이 있었다. 이따금 그 묘지에 다시 찾아갔는데, 이상하게도 갈 때마다 날이 맑았다. 눈을 감으면 태양의 주황빛이 눈꺼풀 안쪽에 가득 찼다. 그것이 생명의 빛이라고 나는 느꼈다. 말할 수 없이 따스한 빛과 공기가 내 몸을 에워싸고 있다고.열두 살에 그 사진첩을 본 이후 품게 된 나의 의문들은 이런 것이었다. 인간은 어떻게 이토록 폭력적인가? 동시에 인간은 어떻게 그토록 압도적인 폭력의 반대편에 설 수 있는가? 우리가 인간이라는 종에 속한다는 사실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간의 참혹과 존엄 사이에서, 두 벼랑 사이를 잇는 불가능한 허공의 길을 건너려면 죽은 자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어린 동호가 어머니의 손을 힘껏 끌고 햇빛이 비치는 쪽으로 걸었던 것처럼.당연하게도 나는 그 망자들에게, 유족들과 생존자들에게 일어난 어떤 일도 돌이킬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은 내 몸의 감각과 감정과 생명을 빌려드리는 것뿐이었다. 소설의 처음과 끝에 촛불을 밝히고 싶었기에, 당시 시신을 수습하고 장례식을 치르는 곳이었던 상무관에서 첫 장면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열다섯 살의 소년 동호가 시신들 위로 흰 천을 덮고 촛불을 밝힌다. 파르스름한 심장 같은 불꽃의 중심을 응시한다.이 소설의 한국어 제목은 ‘소년이 온다’이다. ‘온다’는 ‘오다’라는 동사의 현재형이다. 너라고, 혹은 당신이라고 2인칭으로 불리는 순간 희끄무레한 어둠 속에서 깨어난 소년이 혼의 걸음걸이로 현재를 향해 다가온다. 점점 더 가까이 걸어와 현재가 된다.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 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쓰는 동안 알게 되었다. 시간과 공간을 건너 계속해서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현재형이라는 것을.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그렇게 ‘소년이 온다’를 완성해 마침내 출간한 2014년 봄, 나를 놀라게 한 것은 독자들이 이 소설을 읽으며 느꼈다고 고백해온 고통이었다. 내가 이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느낀 고통과, 그 책을 읽은 사람들이 느꼈다고 말하는 고통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 대해 나는 생각해야만 했다. 그 고통의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인간성을 믿고자 하기에, 그 믿음이 흔들릴 때 자신이 파괴되는 것을 느끼는 것일까? 우리는 인간을 사랑하고자 하기에, 그 사랑이 부서질 때 고통을 느끼는 것일까? 사랑에서 고통이 생겨나고, 어떤 고통은 사랑의 증거인 것일까?같은 해 유월에 꿈을 꾸었다. 성근 눈이 내리는 벌판을 걷는 꿈이었다. 벌판 가득 수천수만 그루의 검은 통나무들이 심겨 있고, 하나하나의 나무 뒤쪽마다 무덤의 봉분들이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운동화 아래에 물이 밟혀 뒤를 돌아보자, 지평선인 줄 알았던 벌판의 끝에서부터 바다가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왜 이런 곳에다 이 무덤들을 썼을까,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아래쪽 무덤들의 뼈들은 모두 쓸려가버린 것 아닐까. 위쪽 무덤들의 뼈들이라도 옮겨야 하는 것 아닐까, 더 늦기 전에 지금. 하지만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나에게는 삽도 없는데. 벌써 발목까지 물이 차오르고 있는데. 꿈에서 깨어나 아직 어두운 창문을 보면서, 이 꿈이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말하고 있다고 느꼈다. 꿈을 기록한 뒤에는 이것이 다음 소설의 시작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그것이 어떤 소설일지 아직 알지 못한 채 그 꿈에서 뻗어나갈 법한 몇 개의 이야기를 앞머리만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다가, 2017년 12월부터 2년여 동안 제주도에 월세방을 얻어 서울을 오가는 생활을 했다. 바람과 빛과 눈비가 매 순간 강렬한 제주의 날씨를 느끼며 숲과 바닷가와 마을길을 걷는 동안 소설의 윤곽이 차츰 또렷해지는 것을 느꼈다. ‘소년이 온다’를 쓸 때와 비슷한 방식으로 학살 생존자들의 증언들을 읽고 자료를 공부하며, 언어로 치환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게 느껴지는 잔혹한 세부들을 응시하며 최대한 절제하여 써간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것은, 검은 나무들과 밀려오는 바다의 꿈을 꾼 아침으로부터 약 7년이 지났을 때였다.소설을 쓰는 동안 사용했던 몇 권의 공책들에 나는 이런 메모를 했다.생명은 살고자 한다. 생명은 따뜻하다.죽는다는 건 차가워지는 것. 얼굴에 쌓인 눈이 녹지 않는 것.죽인다는 것은 차갑게 만드는 것.역사 속에서의 인간과 우주 속에서의 인간.바람과 해류. 전 세계를 잇는 물과 바람의 순환.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연결되어 있다, 부디.이 소설은 모두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의 여정이 화자인 경하가 서울에서부터 제주 중산간에 있는 인선의 집까지 한 마리 새를 구하기 위해 폭설을 뚫고 가는 횡의 길이라면, 2부는 그녀와 인선이 함께 인간의 밤 아래로-1948년 겨울 제주도에서 벌어졌던 민간인 학살의 시간으로-, 심해 아래로 내려가는 수직의 길이다. 마지막 3부에서 두 사람이 그 바다 아래에서 촛불을 밝힌다.친구인 경하와 인선이 촛불을 넘겼다가 다시 건네받듯 함께 끌고 가는 소설이지만, 그들과 연결되어 있는 진짜 주인공은 인선의 어머니인 정심이다. 학살에서 살아남은 뒤, 사랑하는 사람의 뼈 한 조각이라도 찾아내 장례를 치르고자 싸워온 사람. 애도를 종결하지 않는 사람. 고통을 품고 망각에 맞서는 사람. 작별하지 않는 사람. 평생에 걸쳐 고통과 사랑이 같은 밀도와 온도로 끓고 있던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며 나는 묻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얼마나 사랑할 수 있는가? 어디까지가 우리의 한계인가? 얼마나 사랑해야 우리는 끝내 인간으로 남는 것인가?‘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뒤 3년이 흐른 지금, 아직 나는 다음의 소설을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 그 책을 완성한 다음에 쓸 다른 소설도 오래 전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다.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세상을 떠난 언니에게 내 삶을 잠시 빌려주려 했던, 무엇으로도 결코 파괴될 수 없는 우리 안의 어떤 부분을 들여다보고 싶었던 ‘흰’과 형식적으로 연결되는 소설이다. 완성의 시점들을 예측하는 것은 언제나처럼 불가능하지만, 어쨌든 나는 느린 속도로나마 계속 쓸 것이다. 지금까지 쓴 책들을 뒤로 하고 앞으로 더 나아갈 것이다. 어느 사이 모퉁이를 돌아 더이상 과거의 책들이 보이지 않을 만큼, 삶이 허락하는 한 가장 멀리.내가 그렇게 멀리 가는 동안, 비록 내가 썼으나 독자적인 생명을 지니게 된 나의 책들도 자신들의 운명에 따라 여행을 할 것이다. 차창 밖으로 초록의 불꽃들이 타오르는 앰뷸런스 안에서 영원히 함께 있게 된 두 자매도. 어둠과 침묵 속에서 남자의 손바닥에 글씨를 쓰고 있는, 곧 언어를 되찾게 될 여자의 손가락도.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세상을 떠난 내 언니와, 끝까지 그 아기에게 ‘죽지 마, 죽지 마라 제발’이라고 말했던 내 젊은 어머니도. 내 감은 눈꺼풀들 속에 진한 오렌지빛으로 고이던, 말할 수 없이 따스한 빛으로 나를 에워싸던 그 혼들은 얼마나 멀리 가게 될까? 학살이 벌어진 모든 장소에서, 압도적인 폭력이 쓸고 지나간 모든 시간과 공간에서 밝혀지는, 작별하지 않기를 맹세하는 사람들의 촛불은 어디까지 여행하게 될까? 심지에서 심지로, 심장에서 심장으로 이어지는 금(金)실을 타고?지난해 1월 낡은 구두 상자에서 찾아낸 중철 제본에서, 1979년 4월의 나는 두 개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었다.사랑이란 어디 있을까?사랑은 무얼까?한편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2021년 가을까지, 나는 줄곧 다음의 두 질문이 나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왔었다.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이 두 질문 사이의 긴장과 내적 투쟁이 내 글쓰기를 밀고 온 동력이었다고 오랫동안 믿어왔다. 첫 장편소설부터 최근의 장편소설까지 내 질문들의 국면은 계속해서 변하며 앞으로 나아갔지만, 이 질문들만은 변하지 않은 일관된 것이었다고. 그러나 이삼 년 전부터 그 생각을 의심하게 되었다. 정말 나는 2014년 봄 ‘소년이 온다’를 출간하고 난 뒤에야 처음으로 사랑에 대해- 우리를 연결하는 고통에 대해- 질문했던 것일까? 첫 소설부터 최근의 소설까지, 어쩌면 내 모든 질문들의 가장 깊은 겹은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그것이 내 삶의 가장 오래고 근원적인 배음이었던 것은 아닐까?사랑은 ‘나의 심장’이라는 개인적인 장소에 위치한다고 1979년 4월의 아이는 썼다. (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 그 사랑의 정체에 대해서는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금실이지.)소설을 쓸 때 나는 신체를 사용한다.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부드러움과 온기와 차가움과 통증을 느끼는, 심장이 뛰고 갈증과 허기를 느끼고 걷고 달리고 바람과 눈비를 맞고 손을 맞잡는 모든 감각의 세부들을 사용한다. 필멸하는 존재로서 따뜻한 피가 흐르는 몸을 가진 내가 느끼는 그 생생한 감각들을 전류처럼 문장들에 불어넣으려 하고, 그 전류가 읽는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느낄 때면 놀라고 감동한다. 언어가 우리를 잇는 실이라는 것을, 생명의 빛과 전류가 흐르는 그 실에 나의 질문들이 접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에. 그 실에 연결되어주었고, 연결되어줄 모든 분들에게 마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소설가 한강이 7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에서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을 한 뒤 축하받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2024.12.08 I 김미경 기자
강연 선 한강 “나는 쓰는 사람…내 모든 질문 사랑 향해”
  • 강연 선 한강 “나는 쓰는 사람…내 모든 질문 사랑 향해”
  •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사랑이란 무얼까?/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금실이지.”아시아 여성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54)이 7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에서 유년 시절에 쓴 일기장 속 시 한 편을 공개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한강은 지난해 1월 이사를 위해 창고를 정리하다가 여덟 살(1979년)에 쓴 이 시를 낡은 구두 상자 속 일기장 사이에서 발견했다고 했다.한강 작가는 이날 ‘빛과 실’이란 제목의 강연을 통해 “나는 쓰는 사람”며 “하나의 장편소설을 쓸 때마다 질문들을 견디며 그 안에 산다”고 말했다. 또 자전적 소설 ‘흰’과 연결되는 작품을 준비 중이라면서 “어쨌든 나는 느린 속도로나마 계속 쓸 것이다. 지금까지 쓴 책들을 뒤로 하고 삶이 허락하는 한 가장 멀리, 앞으로 더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소설가 한강이 7일 오후(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에서 2024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노벨문학상 유튜브 캡처 이미지).이날 한강은 미리 준비한 강연문을 한국어로 낭독했다. 약 30분 동안 진행한 강연에서 ‘채식주의자’,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의 소설을 쓰며 삶에 대해 질문하고 통찰해온 시간을 회고했다.한강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대표작 ‘소년이 온다’와 관련해 “그곳에서 학살이 벌어졌을 때 나는 아홉 살이었다”며 “몇 해가 흘러 서가에 거꾸로 꽂힌 ‘광주 사진첩’을 어른들 몰래 읽었을 때는 열두 살이었다”고 개인적인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그는 광주 망월동 묘지를 다녀온 뒤 “정면으로 광주(5·18 민주화 운동)를 다루는 소설을 쓰겠다”고 결심했다면서 “900여 명의 증언을 모은 책을 구해 한달에 걸쳐 매일 9시간씩 읽어 완독했다. 이따금 망월동 묘지에 다시 찾았다”고 회상했다.한강은 이어 “소설을 쓰는 동안 실제로 과거가 현재를 돕고 있다고, 죽은 자들이 산 자를 구하고 있다고 느낀 순간들이 있었다”며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쓰는 동안 알게 됐다. 시간과 공간을 건너 계속해서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현재형”이라고 강조했다.특히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라는 이 두 질문이 오랫동안 자신에게 핵심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첫 소설부터 최근의 소설까지 ‘어쩌면 모든 질문의 가장 깊은 겹은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라고 회고했다.한 작가는 글을 쓸 때 신체를 사용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부드러움과 온기와 차가움과 통증을 느끼는, 심장이 뛰고 갈증과 허기를 느끼고 걷고 달리고 바람과 눈비를 맞고 손을 맞잡는 모든 감각을 사용한다”며 “그 전류가 읽는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느낄 때면 놀라고 감동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한강은 “언어가 우리를 잇는 실이라는 것을, 생명의 빛과 전류가 흐르는 그 실에 나의 질문들이 접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에 그 실에 연결되어 주었고, 연결되어 줄 모든 이에게 마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강연을 마쳤다.7일(현지시간) 스톡홀름 스웨덴 한림원 입구에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강연(2024 Nobel Prize lecture in literature) 포스터가 붙어 있다. 한강 작가는 이날 강연에서 “지금까지 쓴 책들을 뒤로 하고 앞으로 더 나아갈 것이다. 어느 사이 모퉁이를 돌아 더 이상 과거의 책들이 보이지 않을 만큼, 삶이 허락하는 한 가장 멀리”라고 밝혔다. (사진=뉴스1).7일(현지시간)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강연이 열리는 스웨덴 스톡홀름 한림원에서 강연에 참석하는 현지인들이 보안요원에게 입장을 위해 QR코드를 제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4.12.08 I 김미경 기자
민주 “제2 계엄 가능성에 대비…의원들 해외 출국 금지”
  • 민주 “제2 계엄 가능성에 대비…의원들 해외 출국 금지”
  •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제2의 기습 계엄 선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의원들의 해외 출국을 금지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7일 오후 국회 의원 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내란은 지속되고 있어 비상사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로 했다”면서 “(국회 안에서) 농성 조를 더 세분화해서 짜서 진행하고, 해외 출국을 금지하고 여의도 인근에서 30분 안에(국회) 본회의장으로 올 수 있는 곳에서 위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윤 원내대변인은 채해병 국정조사와 관련해서 “상황이 지금 내란 상태이지만 해병대원 국정조사에 대해 철저하게 준비해서 차질 없이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관련해서는 “임시회 1주일 단위로 끊어서라도 본회의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큰 방침을 정했다”면서 “내란 관련 특검도 상설특검 뿐만 아니라 일반 특검도 검토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은 오는 11일 재발의해서 14일 재표결 한다는 방침이다.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공세도 강화하기로 했다. 윤 대변인은 “한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하려는 대상이었지만 오늘부로 내란 동조자가 됐다”면서 “내란 동조 정당이 된 만큼 완전해 변했다고 보고, 한 대표에 대한 공세를 대폭 강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동훈 특검 등 내부적으로 오래전부터 논의 선상에 있었던 문제뿐만 아니라 추가 고발 등 검토 가능한 모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나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을 촉구하며 집회를 이어간 시민들을 향해 인사를 전하고 있다.(사진=뉴스1)
2024.12.07 I 황병서 기자
국민의힘 尹 탄핵 표결 불참하자…“이겼다!” 조기 해산한 보수 단체
  • 국민의힘 尹 탄핵 표결 불참하자…“이겼다!” 조기 해산한 보수 단체
  •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반대’ 집회에 참가한 보수단체가 국민의힘이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한 것으로 전해졌다.7일 뉴스1에 따르면 이날 정오부터 서울 영등포구 광복회관 앞에 자유대한호국단·가로세로연구소·행동하는자유시민 등 8곳 보수단체들이 ‘12·7 광화문 국민혁명대회’를 위해 모였다.이들은 오후 5시 45분 김건희 특검법이 부결되자 5초간 함성을 지르며 “우리가 이겼다”, “우리가 대한민국”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한 중년 여성은 양팔을 흔들며 춤을 췄고, 한 남성은 옆 사람에게 결과를 거듭 확인하고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또 이날 보수집회는 대통령 탄핵 표결 시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오후 6시쯤 조기에 마무리 됐다.탄핵안이 가결되려면 재적의원의 3분의 2(200명)가 찬성해야 하는데, 특검법 표결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다수 퇴장해 탄핵안 통과가 사실상 불발됐기 때문이다. 범야권 192명이 전원 찬성표를 던지게 되면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8표 이상의 이탈표가 나와야 한다.해산 과정에서 보수집회는 지나가는 반대 진영 참가자들에게 “윤석열이 이겼다”, “집에나 가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사진 촬영하는 이들에게 “너희가 사람이냐”고 진보 지지층에서 소리치자 “졌으면 집에나 가라”고 응수했다.다행히 인근에 있던 경찰이 “제발 그만들 좀 하라”고 제지하면서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진 않았다.주최 측은 이날 보수단체가 총집결해 10만명 상당이 모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날 오후 4시30분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에 의하면 2만명 가량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한편 7일 오후 7시 45분 기준,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윤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 표결에 참여했다. 나머지 국민의힘 의원 105명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재표결에서 부결되자 본회의장을 떠났다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우원식 국회의장은 일단 탄핵안 투표 종료를 8일 0시 48분까지 보류하기로 했다. 투표에 참여할 여당 의원들을 기다리겠다는 의미다.
2024.12.07 I 권혜미 기자
尹 탄핵 표결 참석한 안철수 "의원은 소신따라 투표권 행사해야"
  • 尹 탄핵 표결 참석한 안철수 "의원은 소신따라 투표권 행사해야"
  • [이데일리 김한영 기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석하지 않은 의원들을 겨냥해 “국회의원은 당론이 있다 하더라도 소신에 따라서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국회(정기회) 제17차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탄핵소추안이 상정되고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사진=뉴스1)안 의원은 7일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 투표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원은 한 사람 한 사람이 헌법기관”이라며 “헌법기관으로서의 임무와 소신에 따라서 충실히 투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안 의원은 앞서 본회의장에 상정된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 표결에 참석했다. 현재까지 여당에서 표결에 참석한 의원은 안 의원, 김상욱 의원, 김예지 의원 세 사람이다.투표는 8일 자정이 넘어서야 끝날 전망이다. 앞서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탄핵 관련해서는 의사 진행 발언 없이 제안 설명만 하는 것으로 얘기가 됐다”면서 “무기명 수기 투표를 하게 되고 72시간 내에 투표를 완료해야 되기 때문에 오늘 12시 30분까지 투표가 완료될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안 의원은 이어 “윤 대통령에 자진하여 사퇴할 시기와 국정운영 방안을 투표 전에 제시해달라 말씀드린 적 있다”며 “오늘 아침 그걸 모두 당에 위임했기 때문에 당은 그 두 가지에 대해 답을 할 의무가 있으나 그러지 못 했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그런 부분에 납득할 수 있는 국민이 얼마나 되겠나”라며 “약속드린 대로 국민 뜻에 따라 투표를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금으로서는 윤 대통령이 당에 모든 걸 맡겼기 때문에 언제 자진하여 사퇴할지, 국정을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구체적 내용에 대해 당과 합의를 해서 하루빨리 국민께 발표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안 의원은 또한 “말씀드린 대로 국민과 함께 의정 활동을 충실하게 국민을 위해서 하겠다”고 다짐했다.
2024.12.07 I 김한영 기자
“음료 1000개, 빵 50개 사놨어요”…尹 탄핵 집회서 ‘선결제’ 릴레이
  • “음료 1000개, 빵 50개 사놨어요”…尹 탄핵 집회서 ‘선결제’ 릴레이
  •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시위가시는 분들 위해 국밥 선결제 해뒀습니다”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된 7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위하는 시민들을 위한 ‘선결제’ 릴레이가 시작됐다.지난 6일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구 트위터)에는 국회 인근 카페, 빵집, 식당 등에 대량의 음식을 선결제 해뒀다는 시민들의 게시글이 쏟아지고 있다.사진=뉴스1게시글에는 선결제한 매장의 위치와 상호명, 물품의 내용, 수령 시간 등이 담겨있다. 예를 들면 ‘베이글과 크림치즈, 커피 40세트를 어떤 매장에 선결제 했으니 아무개의 이름을 대고 수령해 사용해달라’는 내용이다. 매장을 찾기 쉽게 약도도 첨부하고 하고 있다.선결제 방식으로 시위대에게 건네는 품목은 커피, 피로회복제, 햄버거, 죽, 떡, 토스트, 김치찌개, 국밥, 라면, 김밥, 커피 등 다양하다. 선결제 매장에 핫팩을 구비했으니 가져가라는 게시글도 눈에 띄었다.내용을 보면 “시위가시는 분들 부디 몸 조심히 다녀오세요. 지인분들과 국밥 선결제 해뒀습니다”라며 “순댓국 60그릇, 만둣국 30 그릇. 12/7(토) 오후 2시~소진시까지”라는 설명도 덧붙었다.국회 앞의 한 카페에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10명으로부터 800여잔이 선결제 됐다. 또 다른 카페에는 “촛불 집회 때문에 왔다”고 말하면 아메리카노와 아몬드쿠키, 핫팩을 받을 수 있도록 100세트를 선결제한 사람도 있었다. 이 외에 라떼와 루이보스 티, 카모마일 티 등도 140잔 선결제 했다는 인증글이 있었다.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시민들이 모여 '탄핵 표결' 촉구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또 한 시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택시)기사님이 국회 앞에 내려주시고 2분 후에 결제 취소를 하셨다”며 결제앱 영수증을 첨부하기도 했다.해당 글을 본 시위 참가자들은 “대한민국 너무 따뜻하다”, “눈물납니다”, “우리 국민들 최고”, “다같이 민주주의를 지킵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한편 이날 오후 5시 30분 기준 국회 앞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14만9000명(주최 측 추산은 100만명)이 집결했다.
2024.12.07 I 권혜미 기자
세번째 김건희 특검법도 재표결서 부결…與 이탈표 6표(상보)
  • 세번째 김건희 특검법도 재표결서 부결…與 이탈표 6표(상보)
  •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0월 11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왓타이 국제공항에서 귀국하기 전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한광범 김한영 기자] 세번째 김건희 특검법이 7일 국회 본회의 재표결서 부결돼 결국 폐기됐다. 다만 당론으로 부결을 추진한 여당 내에서 최대 6표의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재표결을 진행했으나 가결 정족수인 재석의원 3분의 2에 미치지 못해 부결됐다. 의원 300인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은 198표, 반대는 102표였다. 여당에서 최소 6표의 이탈표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앞서 두번째 김건희 특검법의 경우 재표결에서 최대 4표의 국민의힘 이탈표가 나온 바 있다.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여당 내 이탈표 확대를 위해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 대상을 대폭 축소하고, 추천권을 대법원장에게 주는 수정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한 바 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이 역시도 앞서 두 차례 특검법과 같이 재의요구(거부)권을 행사했다.국민의힘 의원들은 김건희특검법에 대한 재표결 투표에 참여한 후, 안철수 의원을 제외한 전원이 퇴장해 윤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 수순을 밟았다.
2024.12.07 I 한광범 기자
‘尹 탄핵’ 투표 절차 시작…“내일 새벽 12시 30분 투표 완료”
  • ‘尹 탄핵’ 투표 절차 시작…“내일 새벽 12시 30분 투표 완료”
  •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7일 오후 5시 국회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투표 절차가 시작됐다. 이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투표는 무기명 수기투표로 진행되는 만큼 오는 8일 오전 12시 30분까지 투표가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탄핵 관련해서는 의사 진행 발언 없이 제안 설명만 하는 것으로 얘기가 됐다”면서 “무기명 수기 투표를 하게 되고 72시간 내에 투표를 완료해야 되기 때문에 오늘 12시 30분까지 투표가 완료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김건희 특검법과 윤 대통령의 탄핵안에 대해 부결 당론을 정한 것과 관련 윤 대변인은 “이로써 국민의힘은 위헌정당 내란 동조 정당이 됐다고 저희는 판단한다”면서 “한동훈 대표 또한 국민의힘 체포 대상자에서 내란 동조자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나라와 민생을 위해서 탄핵을 거부한다면서 무엇이 두려워 의원들의 자유로운 투표의사를 막고 당론으로 의결을 결정했는지 의회 정신에 입각해서 봤을 때도 합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7일 오후 5시께 국회 본회의에는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의의 건이 상정됐다.(사진=뉴스1)
2024.12.07 I 황병서 기자
'尹 지시 폭로' 前국정원 차장 "김용현 '계엄 실패'가 짤린 이유"
  • '尹 지시 폭로' 前국정원 차장 "김용현 '계엄 실패'가 짤린 이유"
  •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국군방첩사령부의 국회의원 체포조 계획을 폭로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평소 신뢰를 받았다면서도 “신뢰를 받는 것과 부당한 명령에 따르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윤 대통령 지시를 따르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홍 전 차장은 7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차장을 하면서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받은 건 처음”이라면서도 “대통령이 주요 현안에 대해 꼭 보고하라고 해서 우크라이나 출장이나 북한 동향 등에 대해 직접 보고한 경우가 많았다. 술자리에도 몇 번 부르셨다. 그래서 대통령이 저를 믿고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앞서 홍 전 차장은 전날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비상계엄 선포 직후 윤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내용을 폭로했다. 통화 녹음이 되지 않는 보안폰의 특성상 녹취 등은 없었지만, 홍 전 차장은 직접 의원들에게 윤 대통령과의 통화 목록을 보여주고 이에 대한 사진 촬영도 허용하기도 했다. 정보위 소속 김병기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홍 전 차장에게 “비상계엄 발표한 것 봤느냐.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 국정원에도 대공수사권을 줄 테니 우선 방첩사령부를 도와서 지원하라.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우라”고 말했다.홍 전 차장은 대통령과 통화를 마친 후 육군사관학교 후배이기도 한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대통령 지시사항을 전달하며 “뭘 도와주면 되느냐”고 물었고, 여 사령관은 이에 “일단 국회는 경찰을 통해 봉쇄하고 있다. 체포조가 나가 있는데 소재 파악이 안 된다”며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검거를 위한 위치추적을 요구했다.체포 대상자 명단은 우원식 국회의장,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박찬대 원내대표·김민석 수석최고위원·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유튜버 김어준씨, 김명수 전 대법원장, 권순일 전 대법관 등이었다.여 전 사령관은 이들 명단에 대해 “1차·2차로 축차적으로 검거해 방첩사 내 시설에 구금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홍 전 차장에게 전했다. 홍 전 차장은 여 전 사령관의 말을 듣고 놀라 “미친 X이구나”,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왼쪽)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태용 국정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尹, 북한 위협에 ‘핵폭탄을 쏘거나 말거나’ 등 말해”홍 전 차장은 윤 대통령의 지시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고, 5일 밤 경질 통보를 받고 6일 오전 이임식까지 마쳤지만 당일 오전 느닷없이 사직서가 반려됐다. 그는 6일 이 같은 윤 대통령 통화 내용 등을 국회에서 폭로한 후 “어제(6일) 전화로 해임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그는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당시 윤 대통령과의 통화와 관련해 “대통령의 목소리가 굉장히 격앙돼 있었다”고 전했다. 홍 전 차장은 “제가 예전 북한 위협과 관련한 보고를 하러 들어갔을 때 ‘다 때려죽여, 핵폭탄을 쏘거나 말거나’ 그런 말을 해서 많이 놀랐었다. 이 사람의 스타일이라고 느꼈다”며 “이번에 ‘싹 다 잡아들여’라고 말할 때도 비슷하다고 느꼈다. 깊은 생각 없이 말하는 느낌이었다”고 평가했다.현재 내란 개입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여인형 전 사령과의 주장에 대해선 “진심으로 (내란에) 참여했다고 본다. 민간인은 군인의 사고를 이해하기 어렵다. 역사의 한 순간에 뭔가 역할을 한다면 목숨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도 하는 것이 군인”이라고 밝혔다.홍 전 차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이만해서 다행이지 군인 몇백 명 중 누군가 돌발행동을 해서 개머리판으로 구타만 했어도 정말 큰 문제가 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사직에 대해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이 (계엄에) 실패했기 때문에 물러나게 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분석했다.그는 2차 계엄 가능성에 대해선 “어제는 그랬다”며 “김 전 장관 후임으로 지명된 최병혁 전 사우디아라비아 대사는 김 전 장관과 뜻을 같이 해온 인물이고 핵심 인물도 군에 그대로 있었다”면서도 “결국 폭로 이후 방첩사령관, 수방사령관, 특전사령관이 직위해제됐는데 다행이다. 김선호 국방부 차관은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조태용 국가정보원장(가운데),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뒷줄 왼쪽), 이경민 국군방첩사령관 직무대리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사진=국회사진기자단)홍 전 차장은 자신의 폭로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조태용 국정원장과 관련해선 “조 원장을 비롯한 몇몇 인물들은 이런 위험한 상황을 방치했다.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조 원장은 6일 국회에서 정보기관 수장으로는 이례적으로 직접 기자들 앞에 서서 “대통령이 국정원장에게 정치인 체포하라는 지시를 전혀 하신 적 없다”고 주장했다.◇“조태용 원장에 尹지시 전하자 ‘내일 얘기합시다’ 회피”이와 관련 홍 전 차장은 “원장이 대통령으로부터 그런 지시를 안 받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내가 받았기 때문”이라며 국정원 내부의 3일 밤 상황을 자세히 전하기도 했다. 그는 “계엄령 발표 이후 밤 11시 30분쯤 국정원 대책 회의가 열렸고 회의가 끝난 후 내용이 예민해 독대로 조 원장에게 ‘방첩사 지원’ 지시 등을 보고했다”고 밝혔다.이어 “(보고를 들은) 조 원장이 갑자기 고개를 휙 돌리면서 ‘내일 얘기합시다’라고 했다”며 “본인도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여기에 관여하지 않고 싶다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 몰랐다고 하면 내 이야기를 듣고 놀라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대화와 논의를 거부했다. 본인이 알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홍 전 차장은 6일 관련 보도가 나온 후 사실관계를 묻는 조 원장의 질문에 ‘오보’라고 밝힌 이유에 대해선 “그동안 조 원장이 보인 행태를 봤을 때 제 이야기를 들어줄 의지가 의사도 없다고 느꼈다”며 “기사를 보면 저에게 직접 한동훈 대표를 체포하라고 지시했다고 나와있는데, 그건 아니고 방첩사령관이 밝혔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측면도 있다”고 부연했다.그는 조 원장이 자신의 경질사유로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을 언급하는 것과 관련해선 “4일 오후, 제가 국정원장 직무대행을 할 때 경험을 얘기하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자꾸 북한 위협을 언급해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측면이 있으니 야당에도 안보브리핑을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한 바 있다”며 “이를 듣고 조 원장이 ‘야당 대표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고도의 정치적인 행위’라고 말했다”고 밝혔다.그러면서 “야당 대표에게 정보를 주자는 것이 아니라 지금 북한과의 정황이 안정적이란 사실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차원이었다”면서도 “지금 생각해 보면 비상계엄을 실시해 놓고 야당 대표에게 북한 상황을 안정적이라고 말하는 건 현정부 이해관계와 대치되는 것이었다. 제가 정치적 판단을 못하고 조언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2024.12.07 I 한광범 기자
민주, 이상민 행안장관 탄핵안 발의…“내란 적극 가담”
  • 민주, 이상민 행안장관 탄핵안 발의…“내란 적극 가담”
  •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사태와 관련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다.민주당은 7일 오전 10시 30분께 국회에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탄핵 사유로는 △대통령의 위헌·위법적 비상계엄 발령 동조 및 내란 모의 참여 △계엄사령관의 불법적 임명 동조 △대통령과 경찰의 내란을 방조 등을 꼽았다.민주당은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무위원이자 경찰청을 그 소속으로 두고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자로서 국무회의의 서무를 담당하는 주요 국무위원에게 부여된 권한을 남용해서는 안 되며, 정치적 중립성을 준수해야 하는 치안 최고의 권한을 맡은 공무원”이라면서도 “헌법과 법률을 위배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고 밝혔다.탄핵안은 본회의 보고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한다.조승래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이날 기자와 만나 “10일날 본회의가 예정돼 있으니 스케줄 상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한편, 국회는 이날 5시께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을 진행한 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표결에 들어간다.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계엄 관련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계엄 사태에 관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뉴스1)
2024.12.07 I 황병서 기자
첫 마디는 계엄, 희망의 말까지…한강, 무슨 말했나
  • 첫 마디는 계엄, 희망의 말까지…한강, 무슨 말했나
  •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마침내 침묵을 삼켰다. 그의 첫 마디는 지난 3일 밤 대한민국을 뒤흔든 ‘비상계엄’에 대한 비판이었고, 마지막 말은 ‘희망’이라는 일종의 주문 같았다.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희망하는 것도, ‘희망’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소설가 한강(54)이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기자회견에서 마지막으로 꺼낸 말이다. 한강은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관련 질문이 나오자 “큰 충격을 받았다”며 “바라건대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방식으로 통제하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입을 뗐다. 우리나라 최초, 아시아 여성 작가 중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톡홀름 스웨덴 아카데미(스웨덴 한림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그가 지난 10월 10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호명된 후 질의응답이 있는 기자회견을 가진 건 이날이 처음이다. 수상 소식이 전해진 뒤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 참석한 것을 제외하면 언론과의 접촉을 일절 삼갔다. 한강은 부친인 한승원 작가를 통해 “전쟁에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냐”며 침묵을 택한 바 있다.세계 언론의 이목이 쏠린 이날 한강은 특유의 침착하면서도 진솔한 태도로 답변을 이어갔다. 약 50분간 이어진 회견에서 비상계엄 등 정치적 현안부터 노벨상 수상 이후 느꼈던 감정들까지 시종 진지함과 소탈함을 오가며 차분하게 답변을 이어갔다.질문은 영어로, 답변은 한국어로 이뤄졌으며 통역가가 한 작가의 한국어 답변을 영어로 전달했다. 한강은 이날 영어 질문을 한국어로 통역하는 과정을 대부분 생략하고 바로 답변했다. 일부 질문에는 직접 영어로 답하거나 통역이 다소 부정확한 경우엔 영어로 정정해서 말하기도 했다.통역가가 열띤 어조로 답변을 전달하자 한강은 “굉장히 낙천적으로 말씀해주시는 것 같다”며 소탈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미안하다는 통역가에게는 “그럴 것 없다”며 “당신이 낙천적이기 때문”이라고 격려하기도 했다.다음은 한강 작가의 말들.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에 대한 소신“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젊은 경찰분들, 젊은 군인분들의 태도도 인상 깊었다. (...) 내적 충돌을 느끼면서 최대한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 받았다.”“바라건대,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言路)를 막는 그런 방식으로 통제를 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문학의 역할“언어의 힘은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다.”“문학이란 것은 끊임없이 타인의 내면으로 들어가고, 또 그러는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을 깊게 파고들어 가는 행위이기 때문에 어떤 내적인 힘이 생기게 된다.”“문학은 우리에게 여분의 것이 아니고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채식주의자의 유해도서 지정 논란“유해도서라는 낙인을 찍고, 도서관에서 폐기를 하는 건 책을 쓴 사람으로서는 가슴 아픈 일이었던 건 사실이다.” “한국에서 굉장히 고통스럽게 공감하면서 읽어주는 독자도 많지만 오해도 많이 받는다. 그게 그냥 이 책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광기인지 질문도 하고 싶었다.”노벨문학상의 의미“이 상은 문학에 주는 것이고, 문학에 주는 상을 이번에 받았구나, 생각했다. 그러니까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다시 쓸 준비가 됐다.” 제2의 한강이 나오려면“어릴 때부터 문학 작품을 읽는 근육 같은 것을 기를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모든 독자가 작가인 것은 아니지만, 모든 작가는 열렬한 독자라고 말하지 않나. 일단은 독자들이 많이 나오는 게 가장 좋을 거 같다.”전쟁 언급하며 침묵했던 이유“많은 질문을 하게 되는 시기라고 생각된다. 때로는 희망이 있나? 이런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요즘은 얼마 전부터, 몇 달 전부터 아니면 그 전부터일지도 모르겠는데, 희망이 있을 거라고 희망하는 것도 ‘희망’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나 생각을 한다.”
2024.12.07 I 김미경 기자
'2선 후퇴' 뜻 밝힌 尹대통령 '2분 사과'…조기퇴진 논의 불붙나
  • '2선 후퇴' 뜻 밝힌 尹대통령 '2분 사과'…조기퇴진 논의 불붙나
  •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해제 후 첫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국 안정 방안을 여당에 일임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탄핵소추안이 부결되더라도 윤 대통령 조기퇴진 논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윤 대통령은 7일 대국민담화에서 “저의 임기 문제를 포함하여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 향후 국정 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윤 대통령이 국민 앞에 선 건 4일 새벽 비상계엄 해제 후 이번 담화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사흘 간 공개활동 없이 정국 수습 방안을 고심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7일 국회의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사과를 포함한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이날 담화는 1분 50초 길이였다. 계엄 경위에 관해선 “국정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의 절박함에서 비롯됐다”고만 짧게 설명했다. 정치인 체포 지시 의혹에 대한 해명이나 구체적인 향후 국정 운영 방안도 밝히지 않았다.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정된 상황에서 담화를 두고 또다른 논란이 생기는 걸 피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이날 담화로 7일 탄핵소추안은 일단 부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여당이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조경태 의원 등 탄핵에 찬성하겠다고 밝힌 의원들도 담화 이후 뜻을 돌리고 있다. 대통령 탄핵을 위해선 재적 의원(300명)중 3분의 2(20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야당 의원들(총 192명)에 더해 적어도 여당 의원이 8명 이상 반란표를 던져야 한다는 뜻이다.다만 윤 대통령 조기 퇴진 논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대통령 담화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정상적인 직무 수행은 불가능한 상황이고 대통령의 조기퇴진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와 만나 정국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여당 소장파나 시·도지사 등은 거국내각 구성 후 임기 단축 개헌 등을 탄핵의 대안으로 거론하고 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7일 표결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부결된다면 11일 임시국회를 소집해 탄핵을 재추진한다는 방침이다.
2024.12.07 I 박종화 기자
방송가도 계엄 후폭풍…예능·드라마 줄줄이 결방
  • 방송가도 계엄 후폭풍…예능·드라마 줄줄이 결방
  • [이데일리 스타in 최희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선포한 비상 계엄은 6시간 후 해제됐지만 그 후폭풍은 방송가까지 덮쳤다.‘지금 거신 전화는’ 포스터(왼쪽)와 ‘옥씨부인전’ 포스터(사진=MBC, SBS)지상파 3사는 물론 종편 채널 등이 예능·드라마 결방을 결정하고 뉴스 특보 방송하는 등 편성을 변경했다.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2’는 지난 6일 정상 방송했으나 7일 방송 예정이었던 10회는 결방을 결정하고 뉴스 특보를 방송한다. 8일 방송되는 음악 방송 ‘인기가요’도 결방한다.MBC 금토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은 6일과 7일 방송이었던 5·6회 방송이 뉴스 특보로 인해 결방된다고 밝혔다. 특히 5회는 6일 10분 일찍 확대 편성돼 방송될 예정이었으나 오는 13일로 연기됐다.JTBC 토일 드라마 ‘옥씨부인전’은 오늘(7일) 결방하고 8일 3회로 시청자를 찾아간다.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도 뉴스 특보로 결방한다.‘놀면 뭐하니’ 포스터(왼쪽)과 ‘결혼해YOU’ 포스터(사진=MBC, 채널A)채널A 토일 드라마 ‘결혼해 YOU’ 7회는 결방을 결정했다. 대신 8일에 7-8회를 연속 방송한다. MBN 또한 예능 ‘가보자GO’, ‘동치미’ 결방을 결정했다.TV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유튜브 예능 등도 콘텐츠 공개를 미뤘다. 나영석 PD 등이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 ‘채널 십오야’는 지난 6일 “오늘 업로드 예정이었던 금요일 정기 콘텐츠는 한 주 쉬어가기로 결정하였다”며 “저희는 다음 주 더 좋은 콘텐츠로 찾아뵙겠다”고 전했다.유재석, 황정민 등이 출연하는 유튜브 채널 ‘뜬뜬’의 ‘풍향고’ 역시 15일에야 볼 수 있을 예정이다. 제작진은 “이번주 일요일 업로드 예정이었던 ‘풍향고’는 한주 쉬어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오후 10시 20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발표를 갖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다음날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본회의에 상정됐고, 국회의원 190명이 참석해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날 오전 4시 27분쯤 용산 대통령실에서 생중계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했다.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7일 오후 5시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탄핵소추안을 먼저한 표결한 후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을 실시할 예정이다.
2024.12.07 I 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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