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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확률 높은 신약집중', HK이노엔 케이캡의 성공비결[기술수출 대해부]⑤
- 기술수출 대해부는 의약품 기술수출 양적 측면 및 계약 상대방 분석을 통한 질적인 측면까지 깊이 있게 다룬다. 특히 여러 차례 기술수출을 성공한 제약 바이오사들의 사례를 집중 조명, 이들 기업의 기술 경쟁력, 경제적 이익, 글로벌 브랜드 밸류 그리고 연구개발 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분석했다. 기술수출 이후의 임상단계 진전과 신약 후보물질의 상업화 가능성, 기대 수익에 대한 해부는 국내 제약바이오 투자에 있어 중요한 통찰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취재는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지원했다.[편집자][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HK이노엔(195940)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이 세계로 뻗어 가고 있다. 잇단 케이캡의 기술수출 성공 비결은 경쟁력있는 경증 치료제를 개발한 데 있다. 여기에 상업화와 기술수출을 동시 추진한 것이 전략적인 성공으로 평가받는다. 5일 HK이노엔에 따르면, 케이캡은 14개 회사와 45개국 수출 계약을 맺었다. 14건의 수출계약은 중국·미국·브라질 등 3건 기술수출과 11건 완제수출이다. 이 가운데 국내를 포함한 15개국에선 품목허가를 받고 제품을 출시했다.HK이노엔과 케이캡 기술수출 계약을 맺은 14개 회사는 중국 산둥 루신 제약, 베트남 린 파마, 중남미 라보라토리오스 카르노트, 인도네시아 칼베, 태국 폰즈, 필리핀 MPPI, 몽골 모노스, 싱가폴 UITC, 북미 브레인트리 래버러토리스, 말레이시아 파마니아가 로지스틱스, 인도·러시아·CIS 닥터레디, 브라질 유로파마, 사우디아라비아 등 10개 중동지역 타북제약제조사 등이다.케이캡 해외진출 현황. (제공=HK이노엔)케이캡은 지난 2018년 국산 신약 30호로 식품의약처안전처(식약처) 허가 품목에 이름을 올린 뒤 6년간 눈부신 성과를 창출해오고 있다. 국내에선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자리 잡았고, 여러 건의 기술수출을 성사시키며 대표적인 신약개발 성공 사례가 됐다.◇중증 질환 대신 성공가능성 높은 신약개발 선택HK이노엔은 난이도 높은 중증 질환 치료제 개발 대신 개발 성공확률이 높은 신약을 선택했다.회사 관계자는 “우리나라 제약바이오사와 글로벌 제약사와 자본력, 투자규모, 기술력 등에선 여전히 격차가 있다”며 “미충족 수요를 충족하는 혁신 신약도 중요하지만 국내 제약사의 투자 여력과 기술 정도를 고려해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신약을 개발을 목표로 했다”고 개발 당시 고민을 전했다. 대신, 시장성과 해외 진출 가능성을 꼼꼼히 따졌다. 그는 “다양한 과에서 다빈도로 처방돼 시장성 높다고 판단된 것이 소화성궤양제 분야”라며 “다케다의 보노프라잔이 중국·미국 진출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서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제제 관심이 올라간 상황과는 반대로 경쟁자는 많지 않았다”고 진단했다,케이캡 사업본부 관계자는 “세계 위식도역류질환 유병률 등을 살펴 시장 성장 가능성을 높게 봤다”면서 “경쟁상황 측면에서도 케이캡으로 충분히 승부를 볼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케이캡은 유한양행 레바넥스(레바프라잔), 다케다제약 보신티(보노프라잔)에 이어 세계 3번째로 개발된 P-CAB 제제다. 레바프라잔은 위식도역류질환 적응증으로 허가받지 못해 국내에서 존재감이 미미한 상황이다. 보노프라잔은 국내 출시를 하지 않았다. 국내 경쟁 강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 시장에서도 보노프라잔 외 뚜렷한 경쟁자가 없었다.중국 출시한 케이캡 중국 제품사진_현지제품명 타이신짠. (제공=HK이노엔)P-CAB 제제는 시장 진입 당시 기존 2세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인 PPI(프로톤펌프 저해제) 계열 제제의 뒤를 이어 차세대 치료제로 주목받았다. PPI 제제는 위산에 의한 활성화 과정이 필요해 공복 상태나 식전에 복용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컸다. 느린 약효와 불안정한 약제 상호 작용 등도 단점으로 지적됐다. P-CAB 제제는 PPI 제제의 단점을 보완했다.특히, HK이노엔은 P-CAB 제제 핵심 개발 역량을 확보한 상태였다. 유한양행의 레바넥스 개발에 참여했던 연구진 상당수가 HK이노엔(당시 CJ제일제당 제약사업부문)에 대거 합류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P-CAB 제제 개발법을 잘 알고 있었다.◇개발초기부터 기술수출·상업화 투트랙 전략케이캡은 개발 초기부터 국내외 시장 모두를 염두에 뒀다. 케이캡 사업본부 관계자는 “국내 소화성궤양제 시장은 1조원 규모”라며 “반면 세계 시장은 20조원 규모”라고 비교했다. 이어 “진정한 블록버스터 신약 지위 위상을 가지기 위해선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기술수출과 상업화 투 트랙 전략을 고려했다.HK이노엔 관계자는 “예전 기술수출되는 물질은 초기 단계 파이프라인이었다”면서 “하지만 요즘에는 어느 정도 검증된 임상 1상 이후 단계에서 기술이전하는 사례가 다수”라고 비교했다. 그는 이어 “신약개발 최종 목표를 기술이전이 아니라 상업화까지 염두에 두고 개발해야 추후 기술이전에서든, 제품화에서든 좋은 결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기술수출 실패나 기술수출 반환 후 후폭풍도 사전에 차단했다.캐이캡 사업본부 관계자는 “기술이전에만 의존하는 형태는 자칫하면 단발성 신약개발 및 파트너사에 의존적인 형태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며 “기술수출·상업화 투트랙으로 나눠 개발전략을 세우는 것이 지속가능한 연구개발(R&D)전략”으로 판단했다.◇탄탄한 국내시장 기반으로 해외 진출 케이캡 기술수출의 또다른 차별화 요인은 탄탄한 국내 시장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을 시도했다는 점이다.HK이노엔 관계자는 “케이캡이 글로벌 소화성궤양용제 시장 6위인 한국에서 단기간에 기존 PPI(양성자 펌프 억제제) 제제를 대체해 시장 1위 제품으로 성공하는 사례를 보여줬다”며 “이는 파트너사에 성공적인 상업화에 대한 확신을 심어줬다”고 진단했다.케이캡의 연간 처방액은 출시 첫해인 2019년 304억원을 시작으로 771억원(2020년) → 1107억원(2021년) → 1321억원(2022년) → 1582억원(지난해) → 918억원(올 상반기) 순으로 매년 큰 폭으로 성장했다.국가별 의약품 품목허가 관련 규제 차이를 살펴 국가별 진출 전략을 차별화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케이캡 사업본부 관계자는 “중국, 미국, 브라질 등은 품목허가를 위해 현지임상이 필요하다”며 “현지임상 기술수출은 계약금, 단계별 기술료, 로열티 등을 수취하는 구조다. 현지 파트너사가 직접 생산하고 유통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케이캡 완제품 수출국가 현황. (제공=HK이노엔)중국에선 현지임상을 끝내고 지난 2022년 ‘타이신짠’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했다. 미국 파트너사 브레인트리는 비미란성식도염 적응증으론 임상 3상을 마무리하고 결과 분석 중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허가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브라질 제약사 유로파마와 지난해 케이캡 개발, 제조, 허가, 판매 등 독점권을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기술이전 중이다.그는 “국가별로 임상 결과 인정 여부와 인정 범위가 다르다”며 “경우에 따라 국내 임상결과를 제출하거나 추가로 허가에 필요한 임상이 있을 경우 현지에서 진행 고려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완제수출국을 HK이노엔이 생산한 케이캡을 현지 파트너사 유통, 판매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인도·남아공·동유럽5개국의 완제수출 파트너사인 ‘닥터레디’는 인도, 러시아, 남아공 3개국에 대한 임상 3상을 최근 완료했다. 일부 국가에선 시판 후 조사, 가교 임상 등을 고려하고 있다.HK이노엔 관계자는 “케이캡을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글로벌 진출 적극 타진했다”며 “오는 2028년 100개국 진출, 2030년 연매출 2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포부를 내놨다.
- 빛바랜 트럼프 뉴욕 타종행사…3대지수 '주춤' [월스트리트in]
-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12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잠시 주춤했다. 예상보다 뜨거운 도매물가보고서가 나온데다 신규 실업수당청구 건수가 예상보다 늘어나면서 투심이 짓눌렸다. 국채금리는 치솟았고 전날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기술주들이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뉴욕 맨해튼에 있는 뉴욕증권거래소를 찾아 개장종을 울리며 “엄청난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이다”고 밝히긴 했지만, 빛이 바랬다.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12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개장 종을 울리고 있다. 트럼프는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에 두 번째로 선정되면서 증권거래소에 초청됐다. (사진=AFP)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53% 하락한 4만3914.12에서 마감했다.대형주 벤치마크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54% 떨어진 6051.25를,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0.66% 내린 1만9902.84를 기록했다.◇도매물가 둔화도 ‘스톱’…고용 약화 시그널도미국의 소비자물가에 이어 도매물가 역시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 현상이 정체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투심이 약화됐다. 미 노동부는 11월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0.2%)를 웃돈 수치다.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3.0%로, 지난해 2월(4.7%) 이후 가장 높았다.다만 기조적 물가 흐름을 볼 수 있는 에너지와 식품 등을 제외한 근원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2%로 전망치(0.2%)에 부합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5% 상승했다.구체적으로 상품 가격은 전월대비 0.7% 오르며 올해 2월 이후 가장 가파른 속도를 보였다. 상품가격 상승분의 약 80%는 식품 가격의 3.1% 급등 탓이다. 닭고기, 달걀 가격은 전월보다 8.2% 올랐고, 1년 전보다는 37.5% 상승했다. 조류 독감 영향이 크게 반영된 탓이다.다만 PCE물가에 반영되는 포트폴리오 관리 수수료(투자자문사에게 지불하는 수수료 등)과 항공료 가격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월가에서는 PCE물가는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글로벌트 인베스트먼트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키스 뷰캐넌은 “디스인플레이션의 궤적은 희망적이면서 동시에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인플레이션이 3% 아래로 계속 내려가고 있지만 연준의 목표치인 2%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진전이 느려지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여기에 고용시장 둔화 시그널이 나온 것도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12월 1∼7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4만2000건으로 한 주 전보다 1만7000건 증가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지난 10월 6∼12일 주간(24만2000건) 이후 두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2만건)도 웃돌았다.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한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1월 24∼30일 주간 188만6000건으로 직전 주보다 1만5000건 늘었다.모건스탠리의 이트레이드의 크리스 라킨은 “예상보다 높은 생산자 물가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트레이더들은 실업수당 청구 건수 증가에 더 집중한 것 같다”며 “견고한 고용지표가 꾸준히 발표되고 있지만 연준은 고용상황이 둔화하는 조짐에 민감하게 반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진단했다.일단 시장은 내주 연준이 25bp 추가 인하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내년 금리인하폭은 두차례로 대폭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은 12월 25bp 인하 가능성을 94.7%로 반영하고 있다. 다만 내년 1월에는 동결 한뒤, 3월에 25bp 인하, 이후 7월에 25bp 인하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뉴턴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채권 책임자인 엘라 혹샤는 “연준이 내주 ‘매파적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비둘기파 색깔을 띠기 보다는 조금 더 신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최고치 찍었던 기술주 일단 숨고르기..10년물 4.3% 돌파기술주가 대부분 떨어졌다. 엔비디아 1.41% 하락했다. 그래픽·동영상 편집 소프트웨어업체인 어도비는 예상보다 약한 내년 전망치를 발표한 후 13.69% 급락했다. 전날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메타(-0.3%), 알파벳(-1.57%), 아마존(-0.56%), 테슬라(-1.57%)도 약세를 보였다.디스인플레이션 현상 중단 및 고용 둔화 가능성에 국채금리는 다시 치솟고 있다.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4bp(1bp=0.01%포인트) 오른 4.197%를 기록 중이다. 글로벌 국채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금리는 6.3bp 급등하며 4.334%까지 올라섰다. 30년물 국채금리는 7.4bp 뛴 4.552%를 기록 중이다.달러도 강세를 이어갔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31% 오른 107.04를 기록 중이다. 유로화는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하고,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약세를 보였다. 1유로당 달러는 0.29% 떨어진 1.0469달러를 기록 중이다.◇유가 4일만에 하락…IEA “OPEC+ 증산 연기에도 공급초과”국제유가는 4거래일 만에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 대비 0.27달러(0.38%) 낮아진 배럴당 70.0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2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0.11달러(0.15%) 내린 배럴당 73.41달러에 마감했다. 이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월간보고서에서 OPEC+가 증산을 연기하더라도 내년 원유시장은 하루 140만배럴의 공급 초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한 게 영향을 미쳤다.
- [미식가의 세계⑫]해산물 요리로 지역경제를 살린 릭 스타인
- [예종석 한양대 명예교수 겸 음식문화평론가] 인류의 역사는 음식의 변천사이기도 하다. 우리의 밥상은 이미 과거의 밥상이 아니다. 조선 후기의 기록에 성인 남자는 7홉(약 420g)의 쌀로 한 끼 밥을 지어먹었다고 한다. 요즘 공깃밥의 두 배 규모다. 예부터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고 했지만 이젠 달라졌다. 최근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집계가 시작된 196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요즘 사람들은 한 끼에 평균 밥 반 공기 정도로 버티고 있다. 반면 돼지, 소, 닭고기 등 3대 육류 소비량은 지난해 기준 1인당 60.6㎏으로 쌀 소비량을 넘어섰다.우리 경제의 산업화는 외식 산업의 발달과 함께 식생활의 서구화를 가져왔다. 20년 전만 해도 식탁에서 볼 수 없었던 브로콜리, 셀러리, 파프리카가 등장하고 식당에선 부대찌개, LA갈비와 같은 정체가 모호한 음식들이 팔리고 있다. 인스턴트 식품과 배달 음식의 소비도 날로 늘어가고 있다.한 시대의 음식문화 발전에는 항상 그러한 변화를 주도하는 인물이 존재한다. 그들은 새로운 식재료와 요리법을 개발하고, 그것을 즐기며 평가하는 사람들이다. 편리한 식기와 식탁예절을 도입하는 것도 그들의 몫이었다. 오늘날의 음식문화를 만든 이들이 누구이며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브리야 사바랭은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주겠다”고 했다. 이제 우리가 누구인지를 알아볼 때다.릭 스타인 (사진=릭스타인 인스타그램)◇해산물 하나로 세계적인 음식관광 명소로 만들다예전부터 영국은 음식이 맛없기로 유명했다. 그러니 영국을 여행하면서 음식을 기대하는 사람도 드물었다. 전 프랑스 대통령 자크 시라크는 “핀란드 요리 다음으로 영국 요리가 형편없다.”는 발언으로 양국 국민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심지어 그 말이 화근이 되어 당시 프랑스가 올림픽 유치에 실패했다는 루머가 떠돌기도 했다. 그런 영국의 남서쪽 끝머리에 자리한 작은 어촌을 세계적인 음식관광 명소로 만든 인물이 있다. 그는 바로 요리사 릭 스타인(Rick Stein, 1947년~)이다. 스타인은 인구가 3500명에 불과한 콘월 카운티의 패스토우에 해산물식당을 차려 그 앞바다에서 나는 생선 요리로 관광객을 끌어들였다. 그 결과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어업이 활성화되었으며 나아가서 영국인들의 식습관까지 바꾸어 놓았다.스타인은 영국 남동부의 옥스퍼드셔주 처칠에서 태어나 농장에서 성장했다. 명문 기숙학교 어핑엄 스쿨을 졸업했으나 학창 시절의 성적은 그리 신통치 않았다. 10대 후반에 호텔지배인이 되기 위해 영국 교통호텔 그룹(British Transport Hotels)에서 단기교육을 받았다. 그 과정에 런던에 있는 한 계열호텔에서 보조요리사로 6개월 동안 일하기도 했다. 그의 나이 18세 때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많은 시련을 겪어야했다. 이듬해에 호주로 가서 철도수리공으로 일했고, 도축장과 해군조선소 등을 전전하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 후 뉴질랜드와 멕시코를 여행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고 그런 와중에도 폭넓게 독서하면서 자신의 진로를 생각했다. 해산물 (사진=게티이미지뱅크)스타인은 자신의 지난 학업태도에 대해 반성하고 심사숙고한 끝에 옥스퍼드대학교에 지원했고 무난히 합격했다. 호주에서 겪은 고난과 다양한 독서가 진학에 큰 도움이 되었다. 옥스퍼드의 입학시험에 “풍경을 묘사하라”는 작문문제가 나왔는데 그는 철도 수리하던 시절 목격했던 미개간지의 정경을 회상하여 현장감 넘치게 기술했다. 그의 인생 체험이 녹아있는 특이한 문장력에 옥스포드는 합격점을 주었다. 대학에서 영어전공으로 학사학위를 취득한 뒤 그는 패스토우로 갔다. 그곳에서 엉뚱하게 친구와 나이트클럽을 운영했는데, 현지 어부들과 잦은 갈등과 싸움 때문에 경찰에 의해 업장이 폐쇄되고 만다. 스타인은 파산을 피하기 위해 같은 건물에 갖고 있던 레스토랑 면허를 이용해 작은 식당을 운영했다. 1975년에 스타인은 패스토우에서 만난 동갑내기 질 뉴스테드와 결혼하고 함께 ‘해산물 식당(The Seafood Restaurant)’을 개업한다. 그는 독학으로 요리를 공부했지만, 천부적인 자질이 있었다. 스타인은 패스토우에 넘쳐나는 신선한 식재료를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의 다양한 요리법을 응용하여 생선요리의 신세계를 열었다. 그의 식당은 전통적인 ‘피시 앤 칩스’는 물론, ‘해산물 모둠’, ‘패스토우 랍스터’, ‘양념한 아귀 꼬리’, ‘도버 통 가자미’등 다양한 요리를 선보였다.피시앤칩스 (사진=게티이미지뱅크)식당은 대성공이었다. 스타인이 BBC에 출연해서 자신의 요리들을 소개하자 해산물 요리 붐이 일어났다. 사람들은 열광했다. 그의 음식을 맛보기 위해 영국은 물론 전 유럽에서 패스토우로 인파가 몰려왔다. 식당이 좋은 평판을 얻고 패스토우가 해산물요리 명소로 부상하자, 관광객은 미국은 물론 아시아에서도 찾아왔다. 사람들이 생선요리를 많이 찾으면서 다른 스타요리사들도 패스토우로 와 식당을 앞다투어 개업했다. 그 후 패스토우는 항상 전체 주민 숫자보다 많은 관광객으로 붐비게 되었다. 관광객이 증가하니, 식당은 물론 호텔, 쇼핑, 서비스업, 어업 등 연관 산업까지 덩달아 발전하기 시작했다. 스타인은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에 살면서도 생선을 많이 먹지 않던 영국인들의 뿌리 깊은 식사 취향을 바꿔 놓았다. 그의 식당이 유명해지면서 콘월 지역 해산물의 값어치도 올라가기 시작했고 출하량도 크게 늘어났다. 과거에는 영국 바다에서 잡히는 해산물의 대부분이 유럽 국가들로 수출되었는데 그즈음부터는 절반가량이 국내에서 소비되기 시작했다. 스타인의 작은 식당이 영국 수산업의 변화를 견인해 낸 것이다.랍스터 (사진=게티이미지뱅크)◇릭 스타인, 영국 최고의 요리사로 등극하다스타인의 활동은 점점 반경을 넓혀나갔다. 그는 ‘릭 스타인의 지중해 음식기행’, ‘상하이의 맛’, ‘릭 스타인의 롱 위크엔드’, ‘베니스에서 이스탄불까지’ 등 수많은 TV 요리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명성을 쌓았다. 그가 저술한 ‘릭 스타인의 해산물요리’ 등 20여 권의 요리책은 수백만 부가 팔려나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스타인의 사업도 번창하여 패스토우는 물론 다른 지역에까지 십여 개의 레스토랑을 오픈했고 요리학교, 호텔사업에까지 진출했다. 호주에도 진출하여 두 개의 식당을 열었다. 커피숍과 식품점, 선물가게도 운영한다.그는 ‘글렌피딕 트로피’를 비롯한 각종 상을 휩쓸며 영국 최고의 요리사로 등극했다. 2003년에는 콘월의 관광 진흥에 기여한 공로로 영국정부로부터 4등급 OBE훈장을 받았으며, 2018년에는 경제에 기여한 공로로 3등급 CBE훈장을 수훈했다. 참고로 CBE훈장은 우리나라의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과, 손자 정의선회장도 받은 바 있다. 스타인은 2007년에 질 뉴스테드와 이혼하고 2011년에 사라 번스와 재혼했다. 이혼 후에도 뉴스테드와 사업파트너로서의 관계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스타인은 사업에도 열심이지만 사회사업에도 관심이 많아서 빈곤계층의 젊은이들을 돕고, 어업을 육성하며 바다를 지키는 여러 비영리단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피시앤칩스 (사진=게티이미지뱅크)스타인이 패스토우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컸으면 지역 사람들은 그에게 스타인과 패스토우를 합성한 ‘패스타인’이라는 별명까지 붙여 주었다. 스타인과 패스토우의 스토리는 지역마케팅의 성공사례로 많은 나라들의 본보기가 된다. 세계 각국은 지역경제, 특히 침체된 지방도시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태국의 ‘송크란, 물의 축제’나 캐나다 빅토리아의 ‘꽃송이 세기 축제’처럼 축제를 하는 곳도 수없이 많고, 스페인의 빌바오처럼 미술관을 독특하게 건축하여 지역을 알리는 데 성공한 곳도 있다. 일본 가가와현은 ‘우동’이라는 지역음식으로, 덴마크의 오덴세는 인데르센이라는 인물로 고장을 띄우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역 곳곳에서 축제를 열고 있다. 그러나 들이는 노력에 비해 큰 성취를 얻는 경우는 드물다. 스타인의 경우는 그런 결과를 의도하고 시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식당 하나가 지역경제를 살린 희귀한 사례이다. 투자 대비 성과로 따지면 엄청난 성공신화이다. 이런 전례를 귀감으로 삼아 잘 연구하면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지역 활성화를 도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글의 서두에 영국음식이 맛없다고 한 언급은 이쯤에서 정정이 필요하다. 이제 영국은 더 이상 맛없는 음식의 나라가 아니다. 요즈음 런던은 세계미식의 수도라고들 한다. 우리나라의 맥주 광고에도 출연했던 셰프 고든 램지와 미슐랭 3스타로 빛나는 그의 스승 마르코 피에르 화이트, 제이미 올리버, 헤스톤 블루멘탈같은 세계적인 요리사들을 배출하기도 했다. 릭 스타인은 말할 것도 없다. 요리사가 음식으로 지역경제를 살리면 그 삶은 얼마나 뿌듯할까. 스타인은 올해 77세이다. 그는 2년 전에 심장수술을 했는데 여전히 활동적이며 현역에서 물러날 생각도 없는 듯하다. 그의 만수무강을 기원한다.예종석 한양대 명예교수
- “내년 학자금 지원 못 받는다” 대학 9곳 확인해보니
-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대구예술대, 신경주대, 제주국제대 등 9개 대학이 2025학년도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 지원에서 제한된다. 내년 해당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편입생은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을 모두 받을 수 없다.2025학년도 학자금 지원 가능 및 학자금 지원 제한 대학 결과.(자료 제공=대학교육협의회·한국사학진흥재단)12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한국사학진흥재단 등에 따르면 국가장학금·학자금 대출이 모두 제한되는 곳은 일반대, 전문대 각 5곳, 4곳이다. 국가장학금·학자금 대출이 모두 제한되는 일반대는 대구예술대, 신경주대, 제주국제대, 중앙승가대, 한일장신대 곳이다. 전문대 4곳은 광양보건대, 나주대, 부산예술대, 웅지세무대다. 전문대인 국제대는 국가장학금과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은 제한되나, 일반상환 학자금 대출은 가능하다.◇대학들, 내년부터 학자금 지원 받으려면 ‘이중 관문’ 통과해야2025학년도 학자금 지원 대학 선정은 새로운 대학 재정 평가체제가 적용된 첫 사례다. 교육부는 지난해 3월 대학 평가체제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직접 해오던 부실대학 평가를 올해까지만 시행하고 폐지하기로 했다.대신 내년부터는 대학을 평가하는 두 가지 기준이 적용된다. 하나는 대교협 산하 한국대학평가원의 기관평가인증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사학진흥재단의 재정진단이다.학생들이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을 받으려면 두 평가 모두에서 통과해야 한다. 기관평가에서는 ‘인증’이나 ‘조건부 인증’, ‘한시적 인증적용 유예’ 판정을, 재정진단에서는 ‘재정건전’ 판정이나 ‘자발적 구조개선 이행계획 통과’ 판정을 받아야 한다. 이 기준을 충족한 대학의 신·편입생들만 2025학년도 1년간 학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대교협에서 ‘인증’을 받더라도 재정진단에서 ‘경영위기’ 판정을 받은 대학의 학생들은 일반상환 학자금 대출만 받을 수 있다.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은 제한된다. 가장 불리한 경우는 대교협 평가에서 ‘미인증’ 판정을 받거나, ‘한시적 인증 적용 유예’를 받고 재정진단에서 ‘경영위기’ 판정을 받은 경우다. 이들 대학의 신·편입생들은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 모두를 받을 수 없다.◇대교협, 기관 ‘미인증·유예’ 20개大 발표…사학진흥재단, 14곳 ‘경영위기’ 판정새 평가제도에 따라 대교협·한국사학진흥재단은 이날 각각의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대교협은 전체 313개 대학 중 2개 대학에 ‘미인증’을, 18개 대학이 ‘한시적 인증 적용 유예’ 판정을 했다. ‘미인증 대학’은 중앙승가대, 대구예술대다. ‘한시적 인증 적용 유예’ 판정을 받은 대학 중 일반대로 분류되는 곳은 한일장신대, 신경주대(경주대), 제주국제대, 금강대, 서울기독대, 서울장신대, 예원예술대, 칼빈대, 서울한영대, 한국침례신학대, 화성의과학대다. 전문대는 나주대(고구려대), 광양보건대, 부산예술대, 웅지세무대, 수원과학대, 영남외국어대, 송호대가 한시적 인증 적용 유예 판단을 받았다.한국사학진흥재단은 대학 14곳을 경영 위기대학으로 분류했다. 이중 구조개선 이행계획 이행(승인)을 미이행한 대학은 10곳으로 신경주대(경주대), 대구예술대, 대전신학대, 제주국제대, 한일장신대, 나주대(고구려대), 광양보건대, 국제대, 부산예술대, 웅지세무대가 이에 속한다. 경영 위기대학 판정을 받았지만 자발적 구조개선 이행계획을 완료한 대학은 극동대, 김포대, 동강대, 여주대, 웅지세무대 4곳이다.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2025학년도 대입을 준비하는 수험생·학부모는 학자금 지원 제한 대학 명단을 반드시 확인하고 진학할 학교를 선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백기든 GM'에 로보택시 산업 지각변동…구글 선두·테슬라 추격
-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글로벌 ‘로보(무인)택시’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인 웨이모와 함께 양강 구도를 형성했던 제너럴모터스(GM)가 로보택시 사업에 대한 추가 투자를 중단하면서 앞으로 시장 주도권을 누가 확보할지 관심이 쏠린다.2017년 11월 2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GM의 자율주행차 사업부인 크루즈가 자율주행차를 선보인 미디어 행사에서 자율주행 GM 볼트 EV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로이터)11일(현지시간)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GM의 철수로 로보택시 사업을 하고 있는 구글의 웨이모와 테슬라가 기술 인재 확보 및 고객 유치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자율주행 기술 플랫폼이 줄어들면 규제 당국 입장에서 기술 검토와 감독이 단순화돼 시장 진입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GM은 2016년 크루즈를 10억 달러에 인수한 이후 로보택시 개발에만 100억 달러 이상을 쏟아부었다. 작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율주행 셔틀 크루즈 오리진의 운행 허가를 따내며 서비스를 본격화했지만, 잇따른 사고 이후 생산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사업 추진에 발목이 잡혔다. 이에 메리 베라 GM CEO는 “로보택시는 GM 핵심 사업이 아니다”고 밝히며 시장 철수를 선언했다.로보택시 시장에서 GM이 철수하면서 구글의 지원을 받는 웨이모의 독주 체제가 완성된 모습이다. 웨이모는 현재 미국에서 유일하게 상업적으로 로보택시를 유료로 서비스하고 있다. 로보택시 서비스 지역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이어 피닉스, 로스앤젤레스, 오스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확대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로보택시는 5세대 모델이며, 현대차(005380)와 협업해 신형 6세대 로보택시를 개발하고 있다.아마존 산하 자율주행 기업 죽스(Zoox)도 내년 로보택시 상업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지난달 라스베이거스에 이어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로보택시 시험 운행을 시작했다.또 후발주자로 테슬라가 뛰어들었다. 웨이모와 비교해 기술 측면에서 상용화 시기는 늦지만,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라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테슬라 주가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전날보다 5.93% 오른 424.77달러에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배경 중 하나로 GM의 로보택시 투자 중단이 꼽힌다. 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피터슨 자동차 박물관에 테슬라 사이버캡의 프로토타입이 전시되어 있다.(사진=로이터)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0월 테슬라의 로보택시 ‘사이버캡’을 공개해 시장에서의 경쟁 격화를 예고한 상태다. 2026년 대량 생산하겠다는 방침으로 3만 달러 미만 가격에 선보일 계획이다. 아울러 중국에서는 IT기업 바이두가 2021년 가장 먼저 로보택시 사업에 진출해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우한 등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하고 있거나 테스트 중이다. 최근 홍콩에서 시범 면허를 취득하며 사업 지역을 확대했다.반면 일본 자동차업계는 길을 잃은 모습이다. 혼다는 당초 GM과 공동 개발한 자율주행 차량 크루즈 오리진을 도쿄 도심에서 로보택시 사업에 사용할 예정이었다. 2026년 초부터 시작해 향후 약 500대까지 운영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었으나 GM의 로보택시 시장 철수로 일본 도입은 사실상 백지화됐다. 혼다는 크루즈에 총 8억52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일본 자동차업계는 로보택시 시장에서 미국과 중국이 실용화에 앞서 가는 상황에서 뒤처진 상황을 어떻게 만회할 수 있을지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완전 자율주행을 실현하려면 대규모의 개발비가 필요해 자동차 제조사 1곳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혼다는 구글의 웨이모와도 협업을 모색했지만 협력에 이르지 못했고, GM을 대체할 새로운 파트너를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GM의 철수로 경쟁자가 줄어들더라도 로보택시 사업의 본질적인 난관은 여전하다. 세계 각국의 규제는 물론 대규모로 수익성을 확보하고, 안전성을 검증하며, 대중의 신뢰를 얻는 과제가 남아 있다.
- 비상계엄發 경제심리 충격 朴 전대통령 탄핵때보다 심해
-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그 이후 이어진 대통령 탄핵 추진 등 정국 불안으로 경제심리지수가 급강하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당시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인용까지의 약 6개월과 비교해도 이처럼 낮은 상황은 없었다는 지적이다.반도체 등 주력 수출 품목의 성장세 둔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 리스크까지 부각하며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서 이탈하고, 원·달러 환율은 1430원선에서 고공행진 중이다. 최근 겨우 기지개를 켜나 했던 소비와 투자가 얼어붙으면서 내수가 다시 ‘부진의 늪’에 빠질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관광·유통업계는 대목인 연말을 맞아 비상계엄 사태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일 오후 서울 명동 빌딩에 윤석열 대통령 관련 영상이 나오고 있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뉴스심리지수 2년만에 최저…경기침체 우려기와 비슷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뉴스를 통해 국민의 경제 심리를 측정하는 뉴스심리지수(NSI)는 지난 9일 기준 83.19를 나타냈다. NSI는 한은이 국내 50여개 언론사의 경제 기사 표본 문장을 매일 1만개씩 추출해 인공지능(AI)을 통해 긍정·부정·중립 감정을 분류하고 각 문장 수 차이를 계산해 지수화한 것이다. 한 기사 안에서 ‘호조·개선’ 등 긍정 문장이 더 많은지, ‘감소·둔화’ 등 부정 문장이 더 많은지를 계산해 수치화한다. 100을 기준으로 지수가 이를 넘으면 과거 평균(2005~2023년)보다 심리가 낙관적인 것으로, 밑돌면 비관적인 것으로 해석한다. 한은 관계자는 “일별 NSI는 월 단위의 공식통계가 공표되기 전에 특정 이슈 발생에 따른 경제심리 변화를 즉각 포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월별 NSI는 주요 경제심리지표에 1∼2개월 선행하며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NSI는 미국 신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과 수출 경기 둔화 우려 등을 반영하며 지난달 29일부터 100을 밑돌기 시작했다. 이달 3일 92.82를 기록했던 NSI는 비상계엄 선포 사태와 이어진 탄핵 정국 충격으로 9일 83.19로 6일만에 10포인트가량 급락했다.이는 2022년 12월 9일(82.55) 이후 최저치다. 당시는 같은 해 11월 무역수지가 8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발표되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인 수출에 대한 우려가 컸을 때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내수도 움츠러들었던 시기다. 앞선 대통령 탄핵 정국 때와 비교해도 현재 경제심리가 얼마나 안 좋은지를 알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기간 국정농단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2016년 10월 중순부터 헌재에서 탄핵소추안이 인용된 2017년 3월 중순까지 NSI는 80 중반대에서 100 사이에서 등락했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전날(11일) 낸 보고서에서 최신 NSI를 인용하며 “최근의 경제 심리 충격은 2016~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보다 더 크게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국면 이전에는 팬데믹 직후 60 근처까지 떨어진 적이 있고,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과 통상마찰 등으로 국내 경기 침체 우려 등 위기감이 극에 달했던 2019년 8월에도 NSI가 80 대를 기록한 바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장기화시 소비위축·정책공백 불가피…尹 “끝까지 싸울 것”전문가들은 현 정국 불안이 장기화한다면 경제 심리 악화는 소비 위축으로, 정치적 리더십 부재는 재정 지출과 정책 공백으로 이어지면서 실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계엄선포 사태와 관련해 “국내 정치 불안은 경제주체, 특히 소비자의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과거 사례를 보면 2016년 10월 말부터 소비심리가 하강하다가 이후 정치 불안이 완화된 이후 본격적으로 개선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 모멘텀이 약화되는 국면인 만큼 정책적 지원의 필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정책 집행력이 약화할 수 있는 점은 경기에 하방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4분기에는 경제 심리가 부정적이고 정치적 불확실성과 세수 부족 등이 민간 소비와 투자 및 재정 지출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며 “잠재적인 노동자 파업도 경제의 공급 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올해 4분기 우리나라의 GDP 성장률을 0.1%포인트 하향 조정한 0.3%로 예상했다. 씨티는 급격히 악화한 국내 경제 심리를 반영해 우리나라의 올해와 내년 경제 성장률을 각각 0.1%포인트씩 하향 조정했다. 올해는 2.1%, 내년은 1.5% 성장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미 기업·기관 주최 각종 행사와 방한 단체 관광이 다수 취소됐고,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비상계엄 사태 이후 경기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태의 조기 수습만이 실물 경제 피해를 최소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는) 국정 마비의 망국적 비상 상황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대통령의 법적 권한으로 행사한 것”이라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어 “끝까지 싸우겠다”며 하야를 거부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헌법재판소에서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주장할 것이라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의 담화 발표 이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탄핵 찬성 의지를 밝혔고, 야당인 민주당은 탄핵소추안 표결을 애초 예정된 14일에서 하루 앞당겨 13일에 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원래 일정대로 하기로 결정했다. 노종면 민주당 대변인은 의원총회 후 “탄핵안의 내용이 중요하다”며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을 예정대로 14일 오후 5시에 한다고 밝혔다.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