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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웨이항공, ‘가성비·가심비 族' 노린다…8월 여행 혜택 제공
-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티웨이항공이 8월 탑승객을 대상으로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고 3일 밝혔다. 우선 국내 여행을 계획 중인 고객을 위해 국내선 왕복 항공권 예약 시 최대 10%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이달 14일까지 공식 홈페이지와 모바일에서 진행 중이다.8월 한 달간 결제카드 할인 및 티웨이페이 간편결제 추가 할인 혜택도 선보인다. 농협카드로 국내선 전 노선 10만원 이상 결제 시 1만원, 5만원 이상 결제 시 5000원 즉시 할인 가능한 쿠폰을 제공한다. 쿠폰 적용 탑승 기간은 오는 10월 31일까지다.또 매일 선착순 1000명에게 전 노선 대상 티웨이페이에 등록된 삼성카드로 15만원 이상 결제 시 1만원 추가 할인 쿠폰을 제공한다. 쿠폰 적용 탑승 기간은 오는 8월 22일부터 내년 3월 25일까지다.국제선 면세 혜택도 제공한다. 티웨이항공 기내 면세점에서는 주류, 선글라스, 액세서리, 건강식품 등 인기 품목을 최대 7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온라인 면세점 사이트나 메일, 전화를 통해 탑승 48시간 전까지 사전 주문도 가능하다.티웨이항공 탑승객을 대상으로 롯데면세점, 신세계면세점, 신라면세점 이용 시 적립금 제공, 등급 업그레이드 등 다양한 특별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티웨이항공은 지난달 22일부터 선선한 날씨와 인근의 자연, 레저 및 액티비티를 모두 즐길 수 있는 양양 노선 재운항에 나섰다. 광주-양양 노선 탑승객 대상으로 알펜시아 내 워터파크, 객실, 레스토랑 등 최대 40% 할인 및 휘닉스평창 워터파크 이용 시 최대 40% 할인을 제공한다.티웨이항공 관계자는 “홈페이지를 통해 왓챠, 쏘카, 여행자 보험, 호텔 예약 등 여행에 필요한 다양한 제휴 업체 혜택도 만나볼 수 있다”며 “티웨이항공이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을 통해 가성비와 가심비 모두 챙길 수 있는 합리적인 여행 즐겨보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 휠체어 탄 김지우씨 “한국 사회, 무해한 장애인 원해”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5호선 광화문역에서 열린 ‘제34차 출근길 지하철탑니다’에서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하고 있다. 전장연은 내년도 본예산에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 장애인 권리 4대 법률 제개정, 서울시의 장애인 탈시설 지원 조례 재정 등을 요구하며 지난해 12월부터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을 진행 중에 있다(사진=뉴시스).[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한국 사회는 무해한 장애인을 원합니다. 도와줘야 하는 불쌍한 존재로 인식할 때는 호의적이지만, 장애인이 권리를 요구하면 비난과 조롱의 말을 서슴지 않죠.”뇌병변 장애를 가진 유튜버 김지우(21)씨가 경험해온 한국 사회의 민낯이다. 최근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나 김씨는 시청자들이 자폐 스펙트럼을 다룬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에는 열광하지만,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해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이어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에 차가운 시선을 보이는 이유의 지점이 여기에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드라마 ‘우영우’의 등장에 대해서는 “반갑다”면서도 “현실에서는 장애인을 만나는 일도 쉽지 않다. 양날의 검처럼 느껴졌다. EBS ‘딩동댕 유치원’에 나오는 휠체어를 탄 친구 ‘하늘이’처럼 서사를 지닌 인물이 아니라, 그냥 학교, 놀이터에서 마주치는 것이 진짜 편견을 없애는 길”이라고 했다.첫 책 ‘하고 싶은 말이 많고요, 구릅니다’(휴머니스트)를 펴낸 뇌병변 장애인 유튜버 김지우 씨가 매달 자신의 ‘휠체어 꾸미기’ 작업을 통해 선보이고 있는 ‘이달의 휠체어’ 모습. 웨딩드레스, 한복 등 다양한 의상을 입고 그에 맞는 휠체어 디자인을 선보이는 화보 프로젝트로, 단순히 휠체어의 외형만 바꾸는 게 아니라 삶에서 휠체어를 어떻게 패션으로 치환하는지, 타인의 시선을 당당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사진=포토그래퍼 유흐름 제공).◇“출근길에 장애인이 없다”김씨는 7년차 인기 유튜버다. 고등학생 시절인 2017년부터 유튜브 채널 ‘굴러라 구르님’을 운영하며 장애 이슈를 다루고 있다. 그는 어리고 장애가 있는 여성이라는 사회적 약자라는 점에서 장애 이슈를 건드릴 때마다 자주 소환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의 첫 책 ‘하고 싶은 말이 많고요, 구릅니다’(휴머니스트)는 유투버이자 20대 여성, 휠체어를 탄 뇌병변 장애인으로서 겪어온 일상과 관계의 면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김씨는 “아무래도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이다보니 활자보다 영상에만 익숙해지더라. 유튜버 활동을 해오면서 언젠가 내 이야기를 정리된 무언가로 풀어내야겠다는 생각은 꾸준히 갖고 있었다”면서 “글로 만날 수 있는 독자층은 또 다를 텐데, 이번 작업을 통해 많은 독자를 만나길 기대하고 있다”고 웃었다.김씨 유튜브에 구독자가 많은 이유는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근사한 농담처럼 건넨다는 점이다. 이 같은 강점은 김씨의 책에도 잘 녹아있다. 이를테면 김씨 자신의 부모님 이야기를 꺼낼 때 엄마가 아닌 ‘현미’라고 지칭하는 식이다.“어린 내가 겪어야 했던 배타의 과정을 감당한 건 내가 아니고 현미였다. 그래서 현미는 자연스레 ‘쌈닭’이 됐다. 어릴 때 내게 익숙했던 현미의 모습은 뭔가 부당한 일이 생겼을 때 따박따박 따지는 거였다. (중략) 나와 분리되지 않는 삶을 산 현미는 어떤 것들을 견뎌야 했을까. 이제는 현미를 마주할 때다.”김씨는 엄마를 이름으로 부른 의도에 대해 “장애인인 저를 이야기할 때 가족 얘기를 빼고 쓸 수 없다. 좋든 싫든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장애인으로서 가족들에게 돌봄을 받고 자란다. 다만 ‘엄마’ ‘아빠’라고 쓰면 사회적 맥락에서 모성애, 희생 같은 것들이 너무 쉽게 달라붙을 것 같았다. 장애인 부모로서 읽히는 게 아닌 그냥 사람의 이야기를 쓰고자 했다”고 말했다.성에 대한 얘기도 책에 거침없이 썼다. 그는 “장애 여성으로서 다층적 차별을 겪게 되더라. 출산을 장려하면서도 장애여성들은 임신중절을 권유받기도 한다”며 “당연한 욕망인 성욕도 장애인이 이야기를 꺼내면 공격 당하는 일도 적지않다. 정당하지 않다”고 했다. 책에는 장애 이슈를 다루는 기획자로서 장애인의 삶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지, ‘덜’ 준비된 사회를 향해 어떻게 목소리를 낼지 등에 대한 사유와 통찰이 녹여져 있다. 준비가 ‘덜’된 사회를 향한 촌철살인도 잊지 않는다. 김씨는 책에서 “뇌성마비의 걸음이란 한 발자국, 손을 흔드는 타이밍까지 계산해야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다. 지하철 엘리베이터가 있는 출구와 내가 가야 할 장소가 정반대라든지,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다는 안내문을 본다든지, 환승을 하려면 리프트를 다섯 번 타야 한다거나 출구로 나가 100m 정도를 가서 다시 내려가야 하는 일 역시 다반사다. 지하철은 ‘대중교통’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꾸 대중이라는 말 안에 장애인이 있는 것은 까먹는 모양이다. 여전히 많은 것이 달라지지 않았고, 책임을 져야 할 사회는 조용한데 열의가 있는 개인만이 고군분투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는다.이길보라 영화감독 겸 작가는 추천사를 통해 “이 책은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틈새를 유쾌하고 발칙하고 근사하게 가로지른다”며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휠체어를 탄 여성으로 살아가는 작가의 이야기는 정확하게 한국 사회의 단면을 짚어낸다”고 적었다.그는 요즘 휠체어 꾸미기에 빠져있다. 지난해 9월부터 매달 한복, 웨딩드레스, 교복 등 다양한 의상을 입고 그에 알맞은 휠체어 디자인을 선보이는 화보 프로젝트 ‘이달의 휠체어’를 진행 중이다. 줄임말로 일명 ‘휠꾸’로 통한다. 단순히 외형을 꾸민다는 데 나아가 ‘당당함’을 획득하자는 의도를 담았다. 휠체어가 타인의 시선을 받아내는 수동적 존재였다면 타인의 눈길을 끄는 패션쯤으로 그 시선을 즐긴다고 했다.김씨는 ‘휠꾸’를 하나의 문화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어릴 적 ‘왜 나는 다른 친구들과 다르지?’라는 생각을 품었던 만큼 장애 아동들을 모아 나만의 휠체어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서울대 사회학과를 다니는 김씨는 지난해 4월 ‘서울대 배리어프리 보장을 위한 공동행동’을 결성해 현재까지 관악구 예산지원으로 서울대 인근 식당 32곳에 경사로를 설치하기도 했다. 공중파 방송출연, ‘세바시’ 강연, 평창동계패럴림픽 성화 봉송 주자, 연극 배우, 잡지(보그) 화보 촬영 등을 하며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 왔다.그는 대표로 나서는 일이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물음에 “‘대표’ 자리에 올려지는 것은 대단한 권리인 동시에 사회적 소수자에겐 그 자체로 소수자성을 재확인시키는 일이기도 하다”면서 “그럼에도 직접 나서 이야기하는 것은 한국사회에서는 아직도 장애인을 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김씨는 “어릴 적 나는 어른이 되면 내 장애가 낫는 줄 알았다. 알려주는 사람도, 나 같은 장애를 가진 친구도 없었다”며 “장애인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리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김지우 씨가 자신의 휠체어에 그라피티를 새긴 뒤 촬영한 화보(사진=포토그래퍼 장모리 제공).
- 노부스 콰르텟, 내달 16일 베토벤 현악사중주 전곡 연주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이 다음달 1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베토벤 현악사중주 전곡 연주 시리즈’ 첫 무대를 갖는다.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 (사진=목프로덕션)노부스 콰르텟은 2020년 멘델스존 현악사중주 전곡 연주, 2021년 쇼스타코비치·브람스 현악사중주 전곡 연주에 이어 올해 베토벤 현악사중주 전곡 연주에 도전한다. 당초 지난 6월 공연 예정이었으나 멤버 비올리스트 김규현의 부상으로 연기해 8월부터 시리즈에 돌입한다.소속사 목프로덕션 측은 “노부스 콰르텟은 큰 산과도 같은 음악적 과업을 앞에 두고 (앞선 공연 취소를) 네 멤버가 더욱더 단단해질 수 있었던 계기로 삼았다”며 “김규현은 부상을 완전히 회복해 지난 9일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프랑스 현악사중주단 모딜리아니 콰르텟 비올리스트의 빈자리를 대주자로 함께해 채우며 완벽한 복귀 후 컨디션을 선보였다”고 전했다.노부스 콰르텟은 한국을 대표하는 현악사중주단으로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 김영욱, 비올리스트 김규원, 첼리스트 이원해로 구성돼 있다. 2007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 젊은 연주자들이 실내악에 대한 사명감으로 결성해 올해 창단 15주년을 맞는다. 2012년 뮌헨 ARD 콩쿠르 2위, 2014년 제11회 모차르트 국제 콩쿠르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무대에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이번 공연에선 베토벤 현악사중주 4번, 5번, 9번, 10번을 연주한다. 목프로덕션 측은 “프로그램 구성은 매회 공연에서 베토벤의 인생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도록 모든 날짜에 초기, 중기, 후기의 작품을 고루 안배하여 다양성과 넓은 시야를 담았다”고 설명했다.노부스콰르텟의 ‘베토벤 현악사중주 전곡 연주’ 시리즈는 다음달 16일을 시작으로 11월 11일과 19일, 그리고 내년 상반기 2회 공연을 예정하고 있다. 이번 첫 공연의 티켓 가격은 4만 4000~6만 6000원이며 예술의전당 홈페이지,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수 있다.
- 곤지암 등 혹서기 31곳 골프장 휴장..85곳은 정상 운영
- 블루원 디아너스 CC 코스 전경. (사진=한국골프장경영협회)[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한국골프장경영협회(회장 박창열)가 2022년 여름철 혹서기를 맞아 31개 골프장이 하계 휴장을 하고 85개 골프장은 휴장 없이 정상 운영한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전국 회원사 골프장을 대상으로 2022년 하계 휴·개장 현황을 파악한 결과 휴장하는 전국 31개 골프장 대부분은 3~4일 쉬지만, 곤지암CC는 10일, 한양CC는 7일간 휴장한다.다만, 아직은 휴장 일정은 확정하지 못한 골프장이 많고, 폭염과 국지성 폭우 등 기상여건에 따라 휴장을 탄력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힌 골프장이 많아 골프장 이용 시 해당 골프장에 휴·개장 여부 확인을 당부했다.골프장협회는 전국 골프장의 휴·개장 추가 현황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할 예정이다. ◇휴장 없는 골프장(85개소)가야, 경주신라, 고창, 골드레이크, 골프존카운티선운, 그랜드, 금강, 김포시사이드, 김해상록, 남부, 남여주, 남원상록, 노벨, 노스팜, 뉴스프링빌, 담양레이나, 대구, 더스타휴, 도고, 동부산, 동원썬밸리, 드비치, 레이크사이드, 레이크우드, 롯데스카이힐김해, 롯데스카이힐부여, 롯데스카이힐제주, 리베라, 마우나오션, 마이다스레이크이천, 마이다스밸리청평, 문경, 발리오스, 버치힐, 부곡, 부산, 블루원디아너스, 블루원상주, 블루원용인, 서서울, 서원밸리, 세라지오, 세븐벨리, 세이지우드여수경도, 세종에머슨, 세종필드, 센추리21, 소노펠리체, 수원, 써닝포인트, 썬힐, 안성, 양산에덴밸리, 양주, 에딘버러, 에버리스, 에이원, 에이치원클럽, 오크밸리, 용평, 은화삼, 이포, 인천국제, 인터불고, 정산, 제일, 지산, 클럽모우, 클럽비전힐스, 태광, 티클라우드, 파미힐스, 파주, 88, 포천아도니스, 푸른솔장성, 프리스틴밸리, 플라자CC설악, 플라자CC용인, 함평엘리체, 해운대비치, 화성상록, 화순, 휘닉스평창, 힐드로사이◇휴장 골프장 현황(31개소)곤지암: 7월 25일~8월 4일남서울: 8월 1일, 8일남촌: 8월 29일뉴서울: 7월 25일, 8월 1일, 2일뉴코리아: 8월 1일~3일동래베네스트: 8월 1일라데나: 7월 25일~29일루트52: 8월 1일베어크리크춘천: 7월 26일~29일블랙스톤이천: 8월 1일~2일블루헤런: 7월 25일~29일사우스스프링스: 8월 1일~2일솔모로: 8월 1일~3일송추: 8월 1일~3일신원: 8월 1일~4일아난티중앙: 8월 1일~3일아시아나: 8월 1일~2일안성베네스트: 7월 25일, 8월 11일여주: 8월 1일~3일우리들: 8월 17일우정힐스: 8월 1일~3일웰링턴: 7월 25일~29일, 8월 1일~5일제이드팰리스: 8월 2일~5일중부: 8월 1일~3일천룡: 8월 1일~3일페럼: 8월 1일~3일핀크스: 7월 20일, 8월 17일한양: 7월 28일~8월 3일한원: 8월 1일해슬리나인브릿지: 8월 2일~4일휘슬링락: 8월 1일~4일
- 격랑처럼 몰아치는 '흰' 메모리…"작가 한강이 보러와줬으면"
- 작가 시오타 치하루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개인전 ‘인 메모리’에 설치한 자신의 설치작품 ‘인 메모리’(2022) 가운데 섰다. 100평(330㎡) 남짓한 전시장은 천장부터 바닥까지 엮이고 뻗친 하얀색 실이 뒤덮고 있다. 작품에 쓴 ‘흰 실’을 두고 작가는 한강의 소설 ‘흰’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서서히 빨려든다. 하얀 동굴 속으로. 새가 꾸려둔 집인 듯, 거미가 쳐놓은 줄인 듯 눈앞에는 온통 얽히고설킨 ‘실 그물’뿐이다. 아니다. 뭔가 잡히기는 한다. 나룻배다. 선체는 어디로 갔는지 둥글고 흰 프레임으로 뼈대만 남긴 7m 길이의 배 한 척이 바닥에서 떠올라 천장에 매달려 있다. 아, 천장에 매달린 게 또 있긴 하다. 드레스. 하얀색 세 벌이 배 위로 뻗친 그물 틈에 걸려 있다. 마치 이들의 귀환을 환영이라도 하는지, A4사이즈 흰 종이 수백장이 그물 틈에 박혀 파도처럼 일렁이는 그 사이로. 사각 공간의 네 면은 물론, 천장부터 바닥까지 엮이고 뻗친 실과 실. 그 장관을 펼친 여기는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다. 100평(330㎡) 남짓한 전시장은 온통 흰 털실의 거대한 장막이 뒤덮고 있다. 그 속에 들어가 기꺼이 새가, 거미가 된 이들이 나지막이 꺼내놓는 혼잣말은 일부러 읊으려 한 독백이 아니었다. “말도 안 돼.” 맞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엄청난 일을 해낸 이는 독일에서 활동하는 일본작가 시오타 치하루(50)다. 설치작품에 붙인 타이틀 ‘인 메모리’(In Memory·2022·가변크기)는 개인전에 나온 그이의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전시명이 됐다. 시오타 치하루의 ‘인 메모리’(2022) 중 일부. 나룻배 후면에서 작품을 바라봤다. 둥글고 흰 프레임으로 뼈대만 남긴 7m 길이의 배 한 척 위에 하얀 드레스 세 벌이 실그물 틈에 걸려 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작가의 초대형 설치작품은 처음이 아니다. 2년 전 같은 공간인 가나아트센터에 ‘우리 사이’(Between Us·2022·가변크기)를 내놓아 모두를 기함케 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빨간 색실 하나로 화이트큐브를 완전히 덮어버리는 ‘관계의 방’을 만들었더랬다. 이 붉은 방에 들어서 보려는 관람객이 대거 몰리면서 작가의 첫 한국 개인전은 성황을 이뤘다. 하루 300∼500명, 주말에는 평창동 고갯길에까지 긴 줄이 늘어섰다니까. 그것도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한여름에 말이다. ◇캔버스 너머 공간 그리려 찾은 재료 ‘실’“실은 엉키고 얽히고 끊어지고 풀린다. 이 실들은 흡사 인간관계를 형상화한 것으로, 끊임없이 내 내면의 일부를 반영하기도 한다.” 전시장 입구에 작품보다 먼저 눈에 띄는 글귀. 작가가 직접 썼다는 이 내용이 복잡하게 얽힌 그이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까. ‘실을 엮는 작가’란 치하루를 부르는 별칭 그대로 그이는 실로 작업한다. 왜 하필 실인가. “화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바뀐 적이 없다. 그렇게 미대로 진학해 그림을 그렸는데 늘 부족한 느낌이 들더라. 캔버스 너머 공간에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오타 치하루 개인전 ‘인 메모리’ 전경.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카드·총·악보 등 오브제를 넣은 상자를 흰실로 감아낸 ‘존재의 상태’(State of Being·2022) 4점, 종이에 실로 그려낸 평면작품 ‘우주에 연결’(Connected to the Universe·2022) 4점, 악보·배 등 오브제를 넣은 상자를 검은 실로 감아낸 ‘존재의 상태’(State of Being·2022) 2점과 함께, 중앙에 조각작품 ‘존재의 상태’(State of Being·2022)를 걸고 세웠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그렇게 찾은 재료가 실이란다. 그 실이 특별한 것도 아니다. 작품에 따라 굵기와 소재만 달라질 뿐, 시중에서 누구나 살 수 있는 실이다. 설치작품인 ‘인 메모리’에 쓴 건 굵은 털실. 털실타래 수천 개 역시 국내 어느 도매상을 통해 들여왔단다. 더 매끈하고 질긴 실을 쓰기도 한다. 직육면체 상자에 트럼프카드, 권총, 악보, 사진, 메모지 등의 오브제를 공중에 띄우고 바깥면을 실로 휘둘러 감아낸 연작 ‘존재의 상태’(State of Being·2022)가 그랬다. 시오타 치하루의 ‘존재의 상태’(State of Being·2022) 연작 중 한 점. 시그니처컬러라 할 붉은 실로 휘두른 상자 안에는 오래된 사진앨범이 들어 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시오타 치하루의 ‘존재의 상태’(State of Being·2022) 연작 중 한 점(왼쪽)과 그 디테일(오른쪽). 검은 실로 휘두른 상자 안에 오래된 사진앨범이 들어 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실이 굳이 입체작품에만 쓰이는 것도 아니다. 캔버스에 물감 대신 실을 엮어 그림을 그리기도 하는데, ‘무한한 줄’(Endless Line·2022)이란 평면연작은 그렇게 나왔다. 비슷하지만 다른, 캔버스가 아닌 천 위에 실을 바느질로 박아낸 평면작품도 여럿이다. 휘몰아치듯 중앙으로 파고드는 크고 작은 원을 두고, 작가는 ‘우주에 연결’(Connected to the Universe·2022)이란 타이틀을 붙였다. 시오타 치하루의 ‘무한한 줄’(Endless Line·2022) 연작. 물감 대신 붉은 실을 뒤엉켜 캔버스 회화작품으로 완성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트라우마 ‘붉은 실’서 한 단계 넘어 나온 ‘흰 실’ 내용·구성이야 늘 변화를 겪는 거라 치자. ‘인 메모리’를 비롯해 이번 개인전에 나온 전시작이 예전과 결정적으로 다르다면, 바로 실의 색이다. 이제껏 작가의 시그니처컬러는 단연 ‘빨강’이었으니까. 흰색을 집중적으로 사용한 이유를 묻자 예상치 못한 대답이 나온다. 한국 소설가 한강의 영향이라는 거다. “한강이 쓴 소설 ‘흰’을 읽고 감명을 받았는데, 무엇보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과 처지가 비슷해 크게 공감했다.” 한강의 ‘흰’(2016)은 흰 것과 관련한 65편의 짧은 에피소드를 묶은 소설집. 강보, 배내옷, 각설탕, 입김, 달, 쌀, 파도, 백지, 백발, 수의 등 ‘흰 것’ 65가지의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다. 시오타 치하루의 ‘존재의 상태’(State of Being·2022) 중 연작 중 한 점(왼쪽)과 그 디테일(오른쪽). 하얀실로 휘두른 상자 안에선 트럼프카드가 부유하고 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작가가 말하는 ‘비슷한 처지’란 그중 죽은 어머니가 스물세 살에 낳은,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죽었다는 ‘언니’의 사연인데. 작가 역시 임신 6개월에 양수가 터져 병원에 실려가는 경험을 했다는 거다. “당시 ‘아이가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말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흰색은 죽음을 의미하기도 삶을 의미하기도 하지 않나. 작품에 쓴 하얀 실은 생과 사, 양쪽을 다 표현하기 위한 거다.” 작가가 이처럼 유독 삶과 죽음에 매여 있게 된 사유는 또 있다. “두 번의 암투병”이란다. 혈관, 세포, 피부 등을 연상케 하는 작품이 등장한 건 그 이후인데. 특히 그 자체를 표현하는 데 ‘핏빛 실’만한 것도 없었던 거다. 어찌 보면 이번 개인전의 ‘흰색’은 그 트라우마를 딛고 한 단계 올라선 거라 할까. 시오타 치하루의 조각작품 ‘세포’(2022) 연작 중 두 점. 유리컵을 붙인 위로 붉은 와이어(왼쪽)와 검은 와이어(오른쪽)로 휘감아 제작한 형상이 마치 사람의 심장처럼 보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15명 스태프 2주 매달린 대형설치 ‘인 메모리’ 회화 같은 평면작품 38점, 입체의 조각작품 16점을 꺼내놨지만 총 55점 전시작 중 관심은 단연 초대형 ‘인 메모리’에 쏠린다. “왜 메모리냐고? 배가 열쇳말이다. 기억을 담아 기억을 움직여 어디론가 데려가는 매개체로 배를 썼다. 드레스는 사람이 가진 제2의 피부를 상징하는 것이고.” 다 좋다. 그런데 도대체 이 거대한 작품은 어떻게 꾸려내는 건가. “구상과 다른 이미지가 나오더라도 전시장의 구조·형편을 파악하고 바로 현장에서 제작한다”란 대답이 나왔다. 작품을 미리 만들어 옮기는 게 아니란 뜻이다. 때문에 규모·내용에 따라 완성까지 걸리는 시간도 제각각인데. 하얀 동굴을 형상화한 ‘인 메모리’에는 독일에서 날아온 어시스턴트를 포함해 스태프 14∼15명이 동원됐단다. 하루 8시간씩 2주 14일을 꼬박 매달린 끝에 마침내 작가가 요구하는 세상을 펼쳐낸 거다. 작가 시오타 치하루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개인전 ‘인 메모리’에 설치한 자신의 설치작품 ‘인 메모리’(2022)를 바라보고 섰다. 100평(330㎡) 남짓한 전시장을 흰실이 뒤덮고 있는 작품은 스태프 14∼15명이 2주간 꼬박 매달려 완성을 봤다고 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그 세상을 작가 치하루는 작가 한강에게 한번 보이고 싶단다. “개인적으로 연락한 적은 없지만 작품을 보러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 문학과 미술, 도구는 다르더라도 말이다. 서로 가진 의식이 닿은 통로를 확인했으니 이제 깊은 공감대를 이룰 수 있지 않겠느냐는 ‘연결’로 읽혔다. 전시는 8월 21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