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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안 따라잡기]‘해커로 해커를 막는다’ 줌(Zoom) 등 보안강화 나선 화이트해커
-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코드게이트 2019` 국제 해킹대회에는 97개국 8616명의 화이트해커들이 참여했다.(사진=코드게이트보안포럼 제공)[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재택근무와 온라인 개학이 실시되면서 개인정보 유출, 해킹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줌(Zoom) 등 화상회의 서비스·제품 보안 강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화이트해커`까지 활용하고 나섰다. 화이트해커는 보안 시스템의 취약점을 발견해 `블랙해커`의 공격을 예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국내 화이트해커들은 국제 해킹대회를 석권하는 등 두드러진 실력을 보이며 보안업체 최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다.◇`화상회의 서비스 보안취약점 찾아라` 화이트해커 활용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화상회의 서비스·제품의 보안 강화를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보안 검증된 서비스·제품의 보급 확대 지원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화이트해커 등을 활용한 신규 보안 취약점 신고 포상제를 운영하기로 했다. KISA가 기존에 상시 실시하던 소프트웨어 취약점 신고포상제를 화상회의 서비스 대상으로 특별히 실시하는 것으로, 분기별로 우수 취약점을 선정해 평가결과에 따라 최고 10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해커는 악의적인 목적으로 다른 컴퓨터에 무단 침입해 데이터와 프로그램을 없애거나 망치는 `크래커(블랙해커로도 불림)`와 순수하게 학업이나 선의적인 목적으로 해킹을 하는 화이트해커로 구분된다, 화이트해커는 보안 취약점을 연구해 해킹 방어전략을 구상하는 보안 전문가를 지칭하기도 한다. 정보통신기술(ICT)이 급격하게 발전함에 따라 국가 및 사회의 대부분의 시설들이 사이버 상에서 연결되고, 사이버 공격에 따른 피해가 커짐에 따라 정부 주도로 화이트해커를 양성해 사이버 공격 방어에 나섰다. 국내에서도 지난 2013년 당시 미래창조과학부는 총 1000여명 규모의 화이트해커 양성 계획을 발표했으며, KISA는 최정예 사이버보안 인력양성 과정(K-Shield)을 운영하고 있다.◇화이트해커 양성 지속…모의해킹 훈련, 국제 대회서 실력 갈고닦아 한국의 경우 사이버 공격에 취약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보안 전문인력 및 화이트해커의 수가 수백명에 불과해 수천명에서 수십만명에 달하는 미국·중국·유럽 등에 비하면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도 화이트해커를 활용한 모의 훈련을 실시하고 국제 해킹대회를 개최하는 등 보안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KISA는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사이버 위기대응 훈련에서 화이트해커를 투입한 웹사이트 대상 모의침투 등 실전형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도 오는 5월에 모의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 실제 운영 홈페이지를 대상으로 취약점을 찾는 `핵 더 챌린지` 경진대회를 2018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올해로 13회째를 맞는 코드게이트의 국제 해킹방어대회에는 지난해 97개국 8616명의 화이트해커들이 참여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해킹대회 `데프콘(DEFCON CTF)`에서 라온화이트햇 소속의 화이트해커들이 우승을 차지했다.(사진=라온시큐어 제공)◇보안업체 최일선에서 활약…세계 해킹대회 석권한 실력 자랑국내 보안업체 중에서는 라온시큐어(042510)가 화이트해커 그룹으로 구성된 자회사 라온화이트햇을 두고 있다. 라온화이트햇은 최신 보안 위협에 대응하는 보안 인텔리전스 핵심기술을 연구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프리미엄 모의해킹, ISMS인증 컨설팅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 선진 모의해킹 기법을 활용해 웹기반 실습형 교육서비스인 `RAON CTF` 서비스를 출시해 올해 10여개의 대학 교육기관과 정보보호 전문가 양성 기관 등에 제공하고 있다.특히 라온화이트햇 센터의 이종호 핵심연구팀장은 미국 데프콘(DEFCON CTF), 일본 세콘(SECON CTF), 대만 히트콘(HITCON CTF) 등 세계 3대 국제해킹대회를 석권하며 실력을 입증했고, KISA의 `사이버 가디언스`로 위촉돼 활동했다. 신한금융그룹,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국방과학연구소 등 민·관의 보안 업무에 참여한 경력이 있으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정보보호전문위원회 가술전문위원으로 활약했다. 이 외에도 라온화이트햇 소속의 화이트해커들은 코드게이트 대회에서 2018~2019년 2연패를 달성했고, 지난해말 과기정통부 주최 사물인터넷(IoT) 보안위협 시나리오 공모전 대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SK인포섹도 80여명으로 구성된 화이트해커 그룹 `EQST(이큐스트)`를 운영하고 있다. EQST는 `Experts, Qualified Security Team`를 의미하는 단어로 모의해킹, 디지털 포렌식 등 실제 현장에서 침해위협을 다루고 있는 보안 전문가들의 위협 정보 연구를 통해 새로운 지능형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됐다. EQST는 취약점, 공격패턴 등 침해위협을 연구할 뿐만 아니라 실제 침해사고 현장에 투입돼 원인 조사 및 대책을 수립하고, IT인프라 보안 취약점 진단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2018년에는 국내 최초로 모의해킹과 관련한 크레스트(CREST) 국제 인증을 취득한 바 있다. SK인포섹은 EQST 연구 활동의 성과물을 위협정보 분석보고서를 통해 고객에게 제공하고, 보안관제 플랫폼 `시큐디움`에 반영해 지능형 위협에 대한 예방·탐지·분석에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사이버위협연합(CTA)과 공유한 해킹 정보, 시큐디움 인텔리전스 데이터베이스에 축적된 정보와 포렌식 분석까지 더해진 침해사고지표를 대외에 공개하고 있다. 해커들의 집중 표적이 되고 있는 AD 서버 해킹 여부를 점검할 수 있는 점검 툴을 제작해 무료로 배포했다.
- 정치에 선그은 연예계…지원유세·홍보물 도용도 'NO'
-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15일 끝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이하 4·15 총선)에서는 연예인들의 지원유세를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과거 연예인·유명인들의 선거 지원유세는 이들이 대중에게 쌓은 인지도, 친근감 등을 통해 정치인이 보다 정감있게 유권자들에게 다가설 수 있다는 점에서 자주 활용되던 선거운동 전략이었다. 유세 현장에서 스타의 한 마디 지원은 대중의 환심을 끌어들일 수 있는 요소로 꼽히기도 했다. 연예인들이 정치적 소신을 드러내는 일도 적잖았고 그런 연예인들을 일컫는 ‘폴리테이너’라는 단어도 일반적으로 사용됐다. 이번 4·15 총선에서 연예인들의 지원 유세는 드물었다. 지원유세에 나선 연예인은 후보의 가족, 일부 원로 연예인들에 국한됐다. 연예계의 정치판에 대한 선긋기가 과거 총선과 달라진 특징 중 하나였다.[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배우 심은하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약수동 인근에서 남편인 지상욱 미래통합당 성동구을 후보의 선거지원에 나서 지역 주민들과 인사하고 있다.(왼쪽부터)유상범 미래통합당 후보(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참), 유상범 후보의 동생인 배우 유오성이 지역구 선거 유세에 나선 모습. (사진=유상범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뜸해진 연예인 유세…나섰다가 빈축만이번 총선에서 지원 유세로 눈길을 끈 유명인은 1990년대 톱스타 심은하였다. 남편인 지상욱 미래통합당 후보(서울 중구·성동을)의 유세를 도왔다. 2001년 지 후보와 결혼하며 연예계를 떠난 심은하는 2010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지 후보의 내조를 톡톡히 했다. 이번 4·15 총선에서는 뒷전에 머무른 과거와 달리 전면에 나서 남편을 도왔다. 점퍼의 앞면과 뒷면에 ‘지상욱 배우자’라는 글귀를 새기는가 하면, 지 후보 없이 홀로 서울 중구 약수시장을 찾아 지역구민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배우 유오성은 형인 유상범 미래통합당 후보(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 배우 박정숙은 남편인 이재영 미래통합당 후보(서울 강동을), 클릭비 하현곤은 친척 형인 하창민 노동당 후보(울산 동구)를 가족이란 명분으로 지원했다.(밑에서 왼쪽부터)배우 김성환, 가수 김연자, 배우 전원주 등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원 유세에 나섰다. (사진=이낙연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혈연’ 없이 친분 및 정치적 소신에 따라 지원 유세에 나선 연예인들은 드물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추세에 조금이라도 거스르는 행동을 보이면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는데다 반대편 정당 지지 유권자들의 악플·보이콧 세례를 받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가수 김흥국과 산악인 엄홍길씨는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심했던 대구지역 수성갑에 출마한 주호영 미래통합당 후보 지원 유세를 펼쳤다가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한 지역구에서 저렇게 공개적으로 지지를 호소하고 다니는 것이 좋아보이지는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가수 송대관 역시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돕고자 전북 김제·부안 선거구 선거운동에 나섰다가 구설에 올랐다. 송대관은 지난 4일 유세차량에 올라 “코로나19로 지친 주민을 위한다”며 지지 연설을 했지만 오히려 다른 정당 지지 유권자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 강조로 나홀로 유세 중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핀잔을 들었다.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서울 종로구) 유세 현장에 나타난 배우 전원주에게는 지지 정당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비난이 일었다. 전원주는 2012년 제19대 총선 당시 허준영 새누리당 후보를 지원하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친분이 있던 안상수 무소속 후보와 이학재 새누리당 후보 지원 유세에 가세한 바 있다. 그런 그가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원하는 모습에 보수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권자들은 “철새 연예인”, “배신자” 등 댓글들이 달았다. 가수 겸 배우 배슬기 역시 김병준 미래통합당 후보(세종시 을) 지원 유세에 나섰다가 진보 정당 유권자들에게 “우파 연예인”이라는 댓글을 받았다.한 연예인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유세에 참여한 연예인 관련 기사 댓글들을 모니터링하면 좋은 말보다는 악플이나 보이콧하자는 의견들이 더 많다”며 “SNS로 간접 지지 의사를 표시하는 것만 해도 이미지 타격이 커서 연예인 본인도, 소속사도 주의하는 편이다. 정치에 뜻이 있지 않고서야 소신, 가치관을 드러내기 더욱 어려워진 시대”라고 말했다.(왼쪽부터)래퍼 마미손, 트로트가수 유산슬(유재석). (사진=세임사이드 컴퍼니, MBC)◇선거 홍보 활용 NO…특정 정당 지지 오해 ‘선긋기’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예인의 이미지, 노래 등 콘텐츠를 선거운동 홍보물에 활용하는 것도 철저히 선을 그었다. 자칫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는 오해를 사전에 막기 위함이다. 래퍼 마미손은 오준석 민중당 후보(서울 동대문갑)가 자신과 노래 ‘소년점프’를 패러디한 홍보물을 내놓자 소속사 세임사이드 컴퍼니를 통해 “특정 정당 홍보나 후보의 홍보 활동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며 “아티스트와 회사 동의 없이 어떤 관련 이미지와 저작물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JTBC 드라마 ‘SKY캐슬’에서 김주영 역을 맡았던 배우 김서형 역시 지난 4일 총선 정당 후보에 자신의 초상권이 무단 도용됐다며 즉각 중단해줄 것을 촉구했다. 그의 소속사 마디픽처스는 “초상권 무단 도용의 문제가 확인될 경우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며 “김서형 배우는 어떤 정당 홍보활동에도 참여하고 있지 않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개그맨 유재석이 트롯 가수 유산슬로 데뷔해 인기를 얻은 곡 ‘사랑의 재개발’은 지난해 말부터 각 정당이 선거송으로 독점 사용하기 위해 물밑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특정 정당에 구애받지 않고자 모든 정당과 후보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연예인들의 지원 유세 자체가 이미 구시대적인 선거운동 전략이 되어버린데다 SNS·포털 등 온라인의 발달로 악플 창구가 늘어나면서 연예인이 정치적 소신과 조금이라도 얽힐 경우 입게 될 타격이 커졌다”며 “자신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 정당이나 후보를 ‘악’으로 여기고 이를 지지하는 사람을 배척하려 하는 확증편향 추세도 점점 심화되는 만큼 앞으로 선거에서 연예인 지원 유세를 찾아보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강원도, 감자→오징어 이어 이번엔 '산나물' 완판 도전
- (사진=산림조합중앙회 강원지역본부 제공)[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이번엔 강원지역 ‘산나물’이 완판 신화에 도전한다. 앞서 ‘포케팅·오케팅’(포테이토·오징어와 티케팅의 합성어)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며 매진을 기록한 강원도의 감자와 동해시 오징어에 이어 지방자치단체가 지역경제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였다.산림조합중앙회 강원지역본부와 강원도는 ’산나물 팔아주기 특판행사‘를 오는 18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춘천, 평창, 고성 등 3개 지역과 온라인을 통해 진행할 예정이다.도와 산림조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임업인을 돕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자 기존에 진행하던 ’강원 산나물 어울림 한마당‘을 온·오프라인 특판행사로 바꿔 추진한다.또 두릅, 엄나무순, 산마늘, 취나물, 곰취 등 각종 산나물과 장아찌류 등 총 30t 물량을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네이버 스토어와 강원진품센터를 통해 진행하는 온라인 판매는 신선도 유지를 위해 곰취, 산마늘, 장아찌류 등 3개 품목을 제공한다.
- [시대藝인] "구르지 않으면 넘어진다…자전거도 예술도"
- 작가 유선태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서 연 개인전 ‘꿈꾸는 오브제’에 세운 자신의 조각작품 ‘아하!’(2020)를 올려다보고 있다. 국적이 애매하다는 80㎝ 오브제를 330㎝ 대작으로 키웠다. 여느 작품처럼 오른쪽에 자신을 투영한 ‘자전거 탄 남자’를 뒀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신기한 노릇이다. 문 너머로 새로운 세상이 자꾸 열리니. 나무에 걸린 문으로 들어서면 높은 산 깊은 호수가 펼쳐지고, 바위와 나무가 엉킨 숲 끝에 난 문으로 들어서면 광활한 들판과 푸른 하늘이 보인다. 하얗고 까만 격자형 타일이 끝나는 낭떠러지에선 투명문을 만나기도 한다. 그 뒤로 허연 폭포수가 무섭게 떨어지는. 도무지 끝을 알 수 없는 여정이 아닌가. 가로막는 게 한 가지가 있다면. 그 문을 통과하는 두려움. 그런데 그것도 괜찮다. 혼자가 아닌 듯하니. 항상 문에 먼저 도착해 기다리는 한 사람이 있으니. 자전거에 올라탄 채 안을 응시하는, 아니면 이미 저만치 그 세상에 들어서 있는. 어서 오라고도, 다시 돌아가라고도 하지 않는. 그래. 그를 ‘자전거 탄 남자’라고 부르자. 마치 벽에 걸어둔 인터넷세상인 듯, 클릭하고 클릭해 자꾸 안으로 빨려드는 듯, 그림 안팎으로 한참 밀당을 하던 그때. 진짜 ‘자전거 탄 남자’가 눈앞에 나타났다. 작가 유선태(63)다. 오랜만의 외출이라고 할까. 개인전으론 4년 만이고,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선 5년 만이다. 책이 날고, 축음기가 떠다니며, 누워 있는 시계에, 꽃·풀을 잃은 화분 등. 한 번 보면 절대 잊지 못하는 특유의 회화작품에 조각·설치작품까지 얹은 45점을 걸고 세운 뒤, ‘꿈꾸는 오브제’란 전시타이틀을 달았다. 유선태의 회화작품 ‘시간의 사원’(2019). 서양의 건축물에서 볼 법한 기둥을 문으로 삼고 안으론 동양화에서 자주 보이는 산수를 배치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48번 이사한 인생… 삶도 예술도 ‘노마드’ 그동안 무엇이 변했는가를 물으니 “변한 건 내가 늙은 것”이란 익살스러운 ‘현답’이 돌아왔다. “작품이란 건 변한다기보다 추구하는 것을 향해 나아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갈지자 행보이긴 하지만, 예전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간다는 말이 맞을 거고.” 인간성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그저 바뀌는 호기심을 찾아가는 것뿐이라고. 어쩔 수 없이 질문을 바꿔야 했다. 그동안 무엇을 채워왔던가로. 그제야 듣고 싶은 얘기가 나왔다. ‘오브제의 확장’이다. “예전에 오브제는 그저 벽에 붙어 있거나 좌대에 몇 점 올려 있을 뿐이었는데, 이번에는 조각으로 여러 점을 빼냈다. 사실 내가 추구하는 바이기도 하다. 그림을 그리고 그 안에 오브제가 있고, 그 오브제가 튀어나와 조각이 되고, 그것을 흡수한 다른 오브제가 만들어지고.” 그렇게 결국 “그림도 조각도 오브제도 다 한통속이 돼간다”는 거다. 유선태의 회화작품 ‘나의 정원’(2020). 풍경 속의 풍경 위로 책·축음기·시계 등 작가가 아끼는 오브제가 떠다닌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중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지난 30여년을 오브제와 씨름해왔다. 도대체 그이에게 오브제가 뭐길래 이젠 장르를 넘나드는 열쇠까지 쥐어준 건가. “샘물이다. 영감의 원천이다.” 어떻게? “하나하나가 얘깃거리를 가지고 있으니까. 그것들이 말을 한다. 시간을 말하고, 삶의 흔적이라고 말하고.” 그러곤 “오브제 그 자체가 이미 작품이 아니겠느냐”고 되묻는다. “예술이란 게 창작이지만 때론 발견이기도 하다. 삶의 구석에 버려진 것을 재발견하는.” 하지만 그렇게 좋아한다는 오브제 때문에 고생도 만만치 않았단다. 풍물시장에서 사고, 길에 떨어진 것을 줍고, 지인들이 가져다주고. 그렇게 수집한 오브제가 이사 땐 몇 트럭씩 나온다니. 그럼에도 “사람들은 오브제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고.” 그러니 힘이 배로 들 수밖에. 작가 유선태가 자신의 회화작품 ‘나의 정원’(2019) 앞에 섰다. “자연과 인공의 조화”라고 말한 하얗고 까만 타일 뒤로 허연 폭포수가 쏟아져 내린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그 고생을 그이는 ‘자전거 타기’로 풀어냈으려나. 자신을 투영했다는 그 ‘자전거 탄 남자’를 기어이 작품마다 들였다는 얘기다. “동물을 좋아했다. 수의사가 꿈일 만큼. 고향 전주에서 어린 시절 닭을 많이 키웠는데 어느 날 이사를 하면서 내다 팔아야 했다. 이후론 닭을 오래도록 못 먹었지만, 어쨌든 열네 살 그때 그 돈으로 중고 자전거를 샀다. 10년을 탔나 보다. 자전거처럼 좋은 게 없더라. 주말에는 낚싯대를 들고 강이나 호숫가로 가서 한참을 있다가 왔다.” 이제야 고리 하나가 풀린다. 바로 이 장면이 그이의 작품세계가 아니던가. 낚싯대를 드리워야 할 듯한 산과 물만 넘실대는 풍광. 자신 외에 아무도 없으니 그 앞에 앉으면 누구나 미지의 세계를 꿈꿔야 할 듯한 전경. ‘예술과 예술 사이’(2020), ‘시간의 사원’(2019), ‘나의 정원’(2019·2020), ‘말과 글: 세 개의 시간’(2017), ‘말과 글: 책 위에서의 명상’(2017) 등등의 그림이 줄줄이 엮여 나올 수밖에. 그 위로 ‘자전거 탄 남자’의 예술철학은 이 대목에서 절정에 이른다. “자전거라는 게 구르지 않으면 넘어지는 거다. 예술도 마찬가지더라. 한 달을 놀고 여섯 달을 쉬고 한 해를 건너뛰면 쓰러지게 돼 있다.” 유선태의 ‘나의 정원’(2020) 왼쪽 디테일과 ‘나의 정원’(2019) 오른쪽 디테일. 대부분의 작품에 덧입혔다는 ‘말’과 ‘글’이란 글자가 비로소 선명하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예술에 대한 확신이 없다…신념은 있다” 세상에 다 있는 오브제고, 현실에 다 있는 풍경이다. 하지만 결코 실제처럼 보이지 않는 그곳. 그이의 작품에 왕왕 ‘초현실주의’란 단정이 붙는 이유다. 하지만 유 작가는 고개부터 가로젓는다. “내 그림은 초현실주의가 아니다”라고. “그냥 상상이라고 보면 된다. 1980년대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모든 사람들은 자기 독백을 하고 자기 삶을 말한다. 그게 어떻게 이즘이 될 수 있겠나. 각개전투지. 난 지극히 현실에 바탕을 둔 사람이다.” 그저 바쁘게 경계를 넘나들 뿐이라는 유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방점을 찍은 건 조각으로 보인다. ‘시간의 화살’(2020), ‘문’(2020), ‘세 여인’(2020) 등 1m 안팎의 브론즈 작품이 여러 점인데 그중 유독 시선을 끄는 대작이 한 점 있다. “10여년 만에 괜찮은 작품”이라고 스스로 평가한, 알루미늄을 주재료로 쓴 ‘아하!’(2020)다. 장정 9명이 붙어 전시장으로 옮겼다고 할 만큼 무게감도 대단하지만 일단 330㎝의 높이로 압도한다. 모델은 역시 오브제. “국적이 애매한 80㎝ 정도의 여인상”이다. 그 크기만큼 나무로 깎았다가 성에 차지 않아 결국 3m 대작으로 키웠다. 비스듬하게 기울인 몸체가 특징인 이 여인 옆에도 ‘자전거 탄 남자’를 둔 건 물론이다. 유선태의 조각작품 ‘문’(2020). 115㎝ 높이의 브론즈로 제작했다. 문 위에 ‘자전거 탄 남자’가 도드라져 보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유선태의 조각작품 ‘문’(2020). 중앙에 거울을 넣고 테두리는 철과 나무로 둘렀다. 거울작품은 작가가 최근 새롭게 시도하는 영역. “그림도 조각도 오브제도 다 한통속”이란 철학이 고스란히 담겼다. 거울 속에 비친 작품은 ‘예술과 예술 사이’(2020)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열네 살 이후 끝없이 떠돌아야 했다는 이 ‘자전거 탄 남자’의 인생은 과연 어땠을까. “내 삶은 노마드(유목민) 같다. 이사를 마흔여덟 번 했으니까. 집에 누워 있어도 내 집이 아니다 싶을 만큼.” 그 때문인가. “세상은 즐겁고 아이러니하고 풍자스러워야 한다”는 게 그이의 생각이다. 그래서 ‘꿈꾸는 오브제’란다. 잠시나마 다른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어차피 예술은 던져보는 거고, 과정이고 음모”라며 웃는다. 다만 그 길에 ‘문’은 필요하다고 했다. “내 호기심으로, 오브제의 시간으로 들어가게 하는 통로”라고. 이렇게 엄청난 세계를 꺼내놓고도 그이는 “예술에 대한 확신이 없다”고 한다. “내 앞길을 모르겠고 그림이 잘 될 거란 장담도 할 수 없으니.” 하지만 “신념은 있다”고 했다. 죽을 때까지 작업은 하겠다는 의지 말이다. 위트로 진지함으로 ‘들었다 놨다’한 게 몇 차례인가. 그이의 페달에 따라 움직이는 세상을 닮았구나 싶다. 전시는 26일까지. 유선태의 회화작품 ‘말과 글: 100만 달러’(2017). 작가에게 지폐는 상생을 의미한단다. 사람과 사람 관계, 또 그 관계에서 서로 필요한 것을 연결하는 도구로. 지폐 가운데 자신의 작품 ‘나의 정원’(2019)을 박았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유선태의 설치작품 ‘예술은 오래된 가방’(2018) 두 점과 ‘시간을 나르는 가방’(2019). 가방이란 오브제에 직접 그림을 그려 넣어 완성했다. “노마드(유목민)의 필수품이 가방이 아니겠느냐”고 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유선태의 330㎝ 조각작품 ‘아하!’(2020)를 뒤에서 바라봤다. 비스듬하게 기울인 몸체가 제대로 드러난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