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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가빴던 100일' 尹정부 경제팀, 물가잡기·구조개혁은 아직
- [이데일리 이명철 조용석 원다연 최정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취임 100일을 맞은 경제팀은 그간 ‘민간 주도 성장’과 함께 고물가와 저성장 등 경제 위기 대응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왔다. 앞으로는 물가안정, 구조개혁, 성장동력 마련 등이 경제팀의 정책 최우선 순위에 놓일 전망이다. 경기 회복 여부가 윤 대통령의 지지율 반등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경제팀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윤석열(가운데 단상)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인 지난 4월 1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한덕수 (왼쪽에서 5번째)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 추경호(왼쪽에서 4번째)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등 초대 내각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고물가 안정 당면과제, 추석·폭우 등 변수16일 관가에 따르면 윤석열정부 경제팀을 이끌고 있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등은 오는 17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경제팀 수장인 추 부총리는 취임 후 즉각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차질과 물가 상승, 경제 성장률 하향 조정 등 대내외 경기 여건이 불안정해지는 상황에서 ‘원팀’ 대응 체계를 강조한 것이다.민간 주도 경제 활성화는 세제 개편안을 통해 드러났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고 세액 공제를 확대해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는 한편,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통해 부동산 세제 정상화를 천명했다. 추 부총리는 “그간 세제가 과도하게 규제 목적의 정책 수단으로 사용돼 기업 경쟁력이 저하되는 결과를 초래해왔다”고 지적했다. 취임 전부터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래주머니를 벗기겠다”고 강조한 추 부총리는 경제 규제 혁신 TF를 만들어 50개 과제를 만드는 등 규제 개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외환 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23년만에 처음으로 두 달째 6%대를 넘어선 고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은 당면 과제다. 대외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면서 농축산물 할당관세 적용과 유류세 인하폭 확대 등에도 물가는 쉽게 잡히지 않고 있다. 인구 대책· 연금 개혁 등 중장기 구조개혁은 아직 첫 발도 떼지 못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인구위기대응 TF가 출범해 지난달부터 순차적으로 대책을 발표했어야 하지만, 아직 주요 방안은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저출산·고령화와 맞물려 고갈 시기가 더 앞당겨질 수 있단 전망이 나오는 국민연금과 관련해서도 연금개혁 추진 의지만 밝혔을 뿐, 논의는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추경호(가운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노동개혁 제도화 관건, 농어업 과제도 산적문재인 정부의 고용 정책이 공공일자리 위주였다고 지적했던 윤 정부로선 고용 안정이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주 52시간 제도 개편 등 노동시장 개혁과 중대재해 감축 등도 현안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취임 후 대우조선해양(042660) 사내 하청 노조 파업을 평화적으로 타결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이후에는 원하청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방안이라는 숙제를 안게 됐다. 노동시장 개혁과 관련해서는 임금·근로시간 제도 개선 방안 마련에 나섰지만, 제도화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주 52시간 틀 내에서 노사합의를 전제로 유연하게 변화한 환경에 맞게 선택권을 강화하고 임금은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이 개혁 방안의 골자이지만, 노동계 등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정식(왼쪽)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19일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파업 현장을 방문해 철 구조물 안에서 농성 중인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축산물 물가 안정을 위해 물가 관련 현장을 잇따라 다니며 의견을 듣고 적극적인 정책 메시지를 던졌다. 농축산물을 비축해 방출하는 수준에 그쳤던 물가 안정 대책은 정 장관 체제 하에서 돼지고기·소고기·닭고기 등에 할당관세(0%) 적용을 확대하는 등 보다 과감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으로는 물가 안정과 함께 정책 추진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와의 갈등 봉합이 그의 앞에 놓인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유의 원유 가격을 용도별로 차등화하는 낙농 제도 개편안에 대한 낙농육우협회의 반발이 대표적이다.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개 식용과 관련한 문제도 정 장관이 안고 있는 과제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해수부 공무원의 고(故) 이대준씨 피살 사건 결론이 당초 ‘월북’에서 뒤집히면서 수습에 진땀을 뺐다. 지난달말에는 이씨에 대한 직권면직을 취소하고 사망으로 인한 면직 발령내는 등 신속히 움직였다. 앞으로는 HMM(011200) 보유 지분 매각 추진이 최대 관건이다. 최근 조선업황이 개선되면서 HMM이 역대급 실적을 냄에 따라 원래 계획보다 빨리 민영화를 추진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투입 자금 규모가 수조원대에 달해 주인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일본이 내년 약 130만t의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출키로 함에 따라 대책도 모색해야 한다. 이번 정부에서는 일본과 원만한 외교 관계를 중요시하고 있어 적절한 묘안이 시급한 상황이다.정황근(왼쪽에서 두번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달 13일 강원 평창군 진부면 호명리 준고랭지 배추 재배단지를 방문해 수급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평창군)조승환(오른쪽 첫번째)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6월 28일 서울 마포구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서울지원에서 2020년 9월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 유가족들과 면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삼성 경영 복귀’ 임박한 JY...뉴삼성 전략 드라이브 본격화
-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는 15일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이 결정되며 빠른 시일 내 경영에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간 이 부회장의 부재로 성과를 내지 못했던 대형 인수합병(M&A)과 반도체·바이오·5세대 이동통신(5G) 등 대규모 투자 계획 실행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스템반도체 1등 전략인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실현과 ‘칩(Chip)4 동맹’에서의 우리나라 입지 강화를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동원할 것으로도 기대된다.[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정부의 8·15 광복절 특별사면·복권 대상자에 포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서초구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 부정과 부당합병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한 뒤 나와 복권 결정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앞으로 더욱 열심히 뛰겠다”…‘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속도낼듯이 부회장은 전날 복권된 직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앞으로 더욱 열심히 뛰어서 기업인의 책무와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이날 법무부가 밝힌 경제인 특사 결정의 이유가 경제 활성화를 통한 경제위기 극복인 만큼 이 부회장은 경영에 복귀해 투자와 고용에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은 지난 5월 향후 5년간 450조원 투자 및 8만명 신규 고용 계획을 내놨다. 반도체, 바이오, 5G, 배터리(이차전지)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주력하고 있는 사업 대부분의 투자가 진행 중인 만큼 조속히 경영에 복귀해 이를 총괄해야 한다는 게 재계의 목소리다.그중에서도 반도체 부문을 직접 챙기며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전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목표로 하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전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경기침체 우려·물가 상승으로 인해 구매 수요 하락 가능성이 점쳐지는 데다 파운드리 역시 1위 업체인 대만 TSMC과의 시장점유율 격차를 좁히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영진과 함께 사업장 방문 등을 통해 사업 현안을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또, 삼성전자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직접 주재함으로써 현장 경영, 임직원 소통 행보를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멈춰섰던 삼성의 M&A 시계가 빨라질 것으로도 기대된다. 124조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삼성의 대형 M&A는 2016년 11월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9조4000억원에 인수한 이후 전무하다. 반도체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 적극적인 M&A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지난 6월 이 부회장이 유럽 출장을 떠나 반도체, 자동차부품 전문 기업에 대한 M&A를 검토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네덜란드의 NXP, 독일 인피니언 등 차량용 반도체 기업과 영국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인 ARM 등이 후보로 꼽힌다.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시찰 후 연설을 마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美 파운드리공장 착공식서 바이든 만나나…글로벌 네트워크 총동원이 부회장의 복권 후 첫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제2파운드리 공장 착공식에 참여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착공식에 이 부회장과 한·미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면 올해 5월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에서 이뤄진 삼성전자를 고리로 한 한·미 양국 간 ‘경제·안보 동맹’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5월 방한하자마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시찰을 첫 일정으로 소화하며 한국과의 반도체 동맹을 강조해 왔다. 이때 이 부회장은 양국 대통령에 3나노 공정 신기술을 직접 소개했다.출장의 제약이 없어지며 특히 미국 출장을 통해 사업 파트너들과의 교류를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캐나다와 미국의 여러 사업파트너들을 만나겠다고 출국한 바 있다. 이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IT 기업과 통신기업 버라이즌, 제약기업 모더나 등 다양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남으로써 글로벌 인맥을 과시했다.올해 유럽 출장에서도 네덜란드 ASML을 찾아 평소 친분이 있는 피터 베닝크 ASML CEO를 만나 EUV 장비의 원활한 공급을 요청한 것으로도 알려진다. 파운드리 사업 강화를 위해 직접 미국 빅테크 기업 경영진들을 만나는 등 글로벌 광폭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030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행보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선친인 고(故) 이건희 회장도 지난 2009년 특별사면을 받은 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적극 나선 바 있다.이 부회장 역시 이건희 회장처럼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광폭행보를 보일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이 회장은 사면 이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복귀해 1년6개월 동안 10여 차례의 해외출장, IOC 위원 110명과의 미팅 등을 강행했다. 이 회장은 평창올림픽 유치 후에도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각종 시설 등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적극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 8일만에 300만 돌파…'국뽕' 논란 피한 '한산' 호평 속 흥행
-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 영화 ‘한산:용의 출현’(이하 ‘한산’)이 개봉 8일째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 청신호를 켰다.3일 투자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한산’은 지난달 27일 개봉한 이후 8일째인 이날 오전 7시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 결과 누적관객 306만 4785명을 기록했다. 여기에 관객들의 호평까지 잇따르며 극장가 여름대전에서 승기를 잡은 모양세다. 이 기세라면 손익분기점인 관객 600만명을 무리 없이 넘길 것으로 보인다. ‘한산’의 연출자이자 제작자인 김한민 감독은 개봉 후 만난 자리에서 “과분할 정도로 좋은 평을 해줘서 감사할 따름이다”고 관객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명량’의 국뽕 논란 잠재워‘한산’은 전작인 ‘명량’에 따라붙은 논란을 피하면서 후반부의 압도적인 해양 전투 장면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명량’은 1761만명이라는 흥행 기록에도 ‘국뽕’과 ‘신파’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김한민 감독은 “해전의 차이에 따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명량’은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이순신의 고뇌, 불굴의 의지, 통렬한 역전승 등 뜨거운 구조를 가진 작품이었고 ‘한산’은 수세를 승세로 돌리기 위해 적군의 전술을 역이용하고, 학익진과 거북선을 활용한 냉철한 전략·전술이 돋보이는 싸움이었기 때문에 해전의 특색에 따라서 연출의 톤앤매너(Tone&Manner)가 정해진 것 같다”고 부연했다.◇ 물 없이 해전 구현한 ‘버추얼 프로덕션’특히 ‘한산’의 해양 전투 장면은 단 한 번도 배를 물에 띄운 적이 없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더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는 버추얼 프로덕션을 통해 사전 시각화 작업을 하고 3000평 규모의 VFX스튜디오에서 촬영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버추얼 프로덕션은 촬영을 완료한 이후 CG를 입히는 기존의 공정과 다르게, 가상의 카메라를 이용한 실시간 시각화 작업으로 사전 시각화 단계에서 최종 영상물에 가까운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김한민 감독은 “버추얼 프로덕션은 동영상 콘티인 프리 비주얼보다 더 발전된 기술”이라며 “가상의 카메라 워킹을 쓰면서 하나의 완벽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작업인데 그러다 보니까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시간과 공정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70% 정도 성공적이었던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날씨 등 변수를 줄이고 작업 현장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평창동계올림픽 때 사용한 스케이트장을 VFX스튜디오로 개조해 ‘한산’을 촬영했다”며 “그곳에서 후속작인 ‘노량’까지 촬영했다”고 얘기했다.◇ 이순신 3부작 완결편 ‘노량’, 3분의 2가 해전‘한산’이 흥행에 청신호를 켜면서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인 ‘노량:죽음의 바다’(이하 ‘노량’)에도 관심이 쏠린다. ‘노량은 임진왜란 7년사의 마지막 해인 1598년을 배경으로 조선과 왜, 명 3국의 전투이자 이순신의 마지막 전투를 담는다. 일찌감치 이순신 장군 역의 김윤석을 비롯해 백윤식 정재영 허준호 등 캐스팅을 완료하고 ‘한산’과 동시에 제작했다. 오는 연말 또는 내년 상반기 개봉을 목표로 후반 작업이 한창이다. ‘명량’이 60분, ‘한산’이 50분의 해전을 담았다면, ‘노량’은 3분의 2 분량을 해전에 할애할 전망이다. 김한민 감독은 “임진왜란 7년사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가 나왔고 이순신 장군이 돌아가신 전투였고 겨울전투였고 밤전투가 많았다”며 “‘한산’과 ‘명량’에서 선보인 해전의 기술과 노하우의 집약체가 ‘노량’에서 보여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높였다.2010년 ‘명량’ 작업에 착수하면서 출발한 이순신 3부작에 어느덧 12년을 쏟아부었다.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장군은 역사적 인물 중에서 우리가 가장 존경하고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가장 오염되지 않은 인물로, 지금 시대에 소환될 이유가 충분하다”며 “이순신 장군이 우리 시대에 필요한 통합, 화합의 아이콘으로서 흥미진진한 해전과 함께 관객에게 잘 전달된다면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 뜻깊을 것 같다”고 전했다.
- 휠체어 탄 김지우씨 “한국 사회, 무해한 장애인 원해”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5호선 광화문역에서 열린 ‘제34차 출근길 지하철탑니다’에서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하고 있다. 전장연은 내년도 본예산에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 장애인 권리 4대 법률 제개정, 서울시의 장애인 탈시설 지원 조례 재정 등을 요구하며 지난해 12월부터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을 진행 중에 있다(사진=뉴시스).[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한국 사회는 무해한 장애인을 원합니다. 도와줘야 하는 불쌍한 존재로 인식할 때는 호의적이지만, 장애인이 권리를 요구하면 비난과 조롱의 말을 서슴지 않죠.”뇌병변 장애를 가진 유튜버 김지우(21)씨가 경험해온 한국 사회의 민낯이다. 최근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나 김씨는 시청자들이 자폐 스펙트럼을 다룬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에는 열광하지만,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해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이어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에 차가운 시선을 보이는 이유의 지점이 여기에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드라마 ‘우영우’의 등장에 대해서는 “반갑다”면서도 “현실에서는 장애인을 만나는 일도 쉽지 않다. 양날의 검처럼 느껴졌다. EBS ‘딩동댕 유치원’에 나오는 휠체어를 탄 친구 ‘하늘이’처럼 서사를 지닌 인물이 아니라, 그냥 학교, 놀이터에서 마주치는 것이 진짜 편견을 없애는 길”이라고 했다.첫 책 ‘하고 싶은 말이 많고요, 구릅니다’(휴머니스트)를 펴낸 뇌병변 장애인 유튜버 김지우 씨가 매달 자신의 ‘휠체어 꾸미기’ 작업을 통해 선보이고 있는 ‘이달의 휠체어’ 모습. 웨딩드레스, 한복 등 다양한 의상을 입고 그에 맞는 휠체어 디자인을 선보이는 화보 프로젝트로, 단순히 휠체어의 외형만 바꾸는 게 아니라 삶에서 휠체어를 어떻게 패션으로 치환하는지, 타인의 시선을 당당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사진=포토그래퍼 유흐름 제공).◇“출근길에 장애인이 없다”김씨는 7년차 인기 유튜버다. 고등학생 시절인 2017년부터 유튜브 채널 ‘굴러라 구르님’을 운영하며 장애 이슈를 다루고 있다. 그는 어리고 장애가 있는 여성이라는 사회적 약자라는 점에서 장애 이슈를 건드릴 때마다 자주 소환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의 첫 책 ‘하고 싶은 말이 많고요, 구릅니다’(휴머니스트)는 유투버이자 20대 여성, 휠체어를 탄 뇌병변 장애인으로서 겪어온 일상과 관계의 면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김씨는 “아무래도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이다보니 활자보다 영상에만 익숙해지더라. 유튜버 활동을 해오면서 언젠가 내 이야기를 정리된 무언가로 풀어내야겠다는 생각은 꾸준히 갖고 있었다”면서 “글로 만날 수 있는 독자층은 또 다를 텐데, 이번 작업을 통해 많은 독자를 만나길 기대하고 있다”고 웃었다.김씨 유튜브에 구독자가 많은 이유는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근사한 농담처럼 건넨다는 점이다. 이 같은 강점은 김씨의 책에도 잘 녹아있다. 이를테면 김씨 자신의 부모님 이야기를 꺼낼 때 엄마가 아닌 ‘현미’라고 지칭하는 식이다.“어린 내가 겪어야 했던 배타의 과정을 감당한 건 내가 아니고 현미였다. 그래서 현미는 자연스레 ‘쌈닭’이 됐다. 어릴 때 내게 익숙했던 현미의 모습은 뭔가 부당한 일이 생겼을 때 따박따박 따지는 거였다. (중략) 나와 분리되지 않는 삶을 산 현미는 어떤 것들을 견뎌야 했을까. 이제는 현미를 마주할 때다.”김씨는 엄마를 이름으로 부른 의도에 대해 “장애인인 저를 이야기할 때 가족 얘기를 빼고 쓸 수 없다. 좋든 싫든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장애인으로서 가족들에게 돌봄을 받고 자란다. 다만 ‘엄마’ ‘아빠’라고 쓰면 사회적 맥락에서 모성애, 희생 같은 것들이 너무 쉽게 달라붙을 것 같았다. 장애인 부모로서 읽히는 게 아닌 그냥 사람의 이야기를 쓰고자 했다”고 말했다.성에 대한 얘기도 책에 거침없이 썼다. 그는 “장애 여성으로서 다층적 차별을 겪게 되더라. 출산을 장려하면서도 장애여성들은 임신중절을 권유받기도 한다”며 “당연한 욕망인 성욕도 장애인이 이야기를 꺼내면 공격 당하는 일도 적지않다. 정당하지 않다”고 했다. 책에는 장애 이슈를 다루는 기획자로서 장애인의 삶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지, ‘덜’ 준비된 사회를 향해 어떻게 목소리를 낼지 등에 대한 사유와 통찰이 녹여져 있다. 준비가 ‘덜’된 사회를 향한 촌철살인도 잊지 않는다. 김씨는 책에서 “뇌성마비의 걸음이란 한 발자국, 손을 흔드는 타이밍까지 계산해야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다. 지하철 엘리베이터가 있는 출구와 내가 가야 할 장소가 정반대라든지,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다는 안내문을 본다든지, 환승을 하려면 리프트를 다섯 번 타야 한다거나 출구로 나가 100m 정도를 가서 다시 내려가야 하는 일 역시 다반사다. 지하철은 ‘대중교통’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꾸 대중이라는 말 안에 장애인이 있는 것은 까먹는 모양이다. 여전히 많은 것이 달라지지 않았고, 책임을 져야 할 사회는 조용한데 열의가 있는 개인만이 고군분투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는다.이길보라 영화감독 겸 작가는 추천사를 통해 “이 책은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틈새를 유쾌하고 발칙하고 근사하게 가로지른다”며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휠체어를 탄 여성으로 살아가는 작가의 이야기는 정확하게 한국 사회의 단면을 짚어낸다”고 적었다.그는 요즘 휠체어 꾸미기에 빠져있다. 지난해 9월부터 매달 한복, 웨딩드레스, 교복 등 다양한 의상을 입고 그에 알맞은 휠체어 디자인을 선보이는 화보 프로젝트 ‘이달의 휠체어’를 진행 중이다. 줄임말로 일명 ‘휠꾸’로 통한다. 단순히 외형을 꾸민다는 데 나아가 ‘당당함’을 획득하자는 의도를 담았다. 휠체어가 타인의 시선을 받아내는 수동적 존재였다면 타인의 눈길을 끄는 패션쯤으로 그 시선을 즐긴다고 했다.김씨는 ‘휠꾸’를 하나의 문화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어릴 적 ‘왜 나는 다른 친구들과 다르지?’라는 생각을 품었던 만큼 장애 아동들을 모아 나만의 휠체어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서울대 사회학과를 다니는 김씨는 지난해 4월 ‘서울대 배리어프리 보장을 위한 공동행동’을 결성해 현재까지 관악구 예산지원으로 서울대 인근 식당 32곳에 경사로를 설치하기도 했다. 공중파 방송출연, ‘세바시’ 강연, 평창동계패럴림픽 성화 봉송 주자, 연극 배우, 잡지(보그) 화보 촬영 등을 하며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 왔다.그는 대표로 나서는 일이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물음에 “‘대표’ 자리에 올려지는 것은 대단한 권리인 동시에 사회적 소수자에겐 그 자체로 소수자성을 재확인시키는 일이기도 하다”면서 “그럼에도 직접 나서 이야기하는 것은 한국사회에서는 아직도 장애인을 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김씨는 “어릴 적 나는 어른이 되면 내 장애가 낫는 줄 알았다. 알려주는 사람도, 나 같은 장애를 가진 친구도 없었다”며 “장애인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리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김지우 씨가 자신의 휠체어에 그라피티를 새긴 뒤 촬영한 화보(사진=포토그래퍼 장모리 제공).
- 격랑처럼 몰아치는 '흰' 메모리…"작가 한강이 보러와줬으면"
- 작가 시오타 치하루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개인전 ‘인 메모리’에 설치한 자신의 설치작품 ‘인 메모리’(2022) 가운데 섰다. 100평(330㎡) 남짓한 전시장은 천장부터 바닥까지 엮이고 뻗친 하얀색 실이 뒤덮고 있다. 작품에 쓴 ‘흰 실’을 두고 작가는 한강의 소설 ‘흰’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서서히 빨려든다. 하얀 동굴 속으로. 새가 꾸려둔 집인 듯, 거미가 쳐놓은 줄인 듯 눈앞에는 온통 얽히고설킨 ‘실 그물’뿐이다. 아니다. 뭔가 잡히기는 한다. 나룻배다. 선체는 어디로 갔는지 둥글고 흰 프레임으로 뼈대만 남긴 7m 길이의 배 한 척이 바닥에서 떠올라 천장에 매달려 있다. 아, 천장에 매달린 게 또 있긴 하다. 드레스. 하얀색 세 벌이 배 위로 뻗친 그물 틈에 걸려 있다. 마치 이들의 귀환을 환영이라도 하는지, A4사이즈 흰 종이 수백장이 그물 틈에 박혀 파도처럼 일렁이는 그 사이로. 사각 공간의 네 면은 물론, 천장부터 바닥까지 엮이고 뻗친 실과 실. 그 장관을 펼친 여기는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다. 100평(330㎡) 남짓한 전시장은 온통 흰 털실의 거대한 장막이 뒤덮고 있다. 그 속에 들어가 기꺼이 새가, 거미가 된 이들이 나지막이 꺼내놓는 혼잣말은 일부러 읊으려 한 독백이 아니었다. “말도 안 돼.” 맞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엄청난 일을 해낸 이는 독일에서 활동하는 일본작가 시오타 치하루(50)다. 설치작품에 붙인 타이틀 ‘인 메모리’(In Memory·2022·가변크기)는 개인전에 나온 그이의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전시명이 됐다. 시오타 치하루의 ‘인 메모리’(2022) 중 일부. 나룻배 후면에서 작품을 바라봤다. 둥글고 흰 프레임으로 뼈대만 남긴 7m 길이의 배 한 척 위에 하얀 드레스 세 벌이 실그물 틈에 걸려 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작가의 초대형 설치작품은 처음이 아니다. 2년 전 같은 공간인 가나아트센터에 ‘우리 사이’(Between Us·2022·가변크기)를 내놓아 모두를 기함케 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빨간 색실 하나로 화이트큐브를 완전히 덮어버리는 ‘관계의 방’을 만들었더랬다. 이 붉은 방에 들어서 보려는 관람객이 대거 몰리면서 작가의 첫 한국 개인전은 성황을 이뤘다. 하루 300∼500명, 주말에는 평창동 고갯길에까지 긴 줄이 늘어섰다니까. 그것도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한여름에 말이다. ◇캔버스 너머 공간 그리려 찾은 재료 ‘실’“실은 엉키고 얽히고 끊어지고 풀린다. 이 실들은 흡사 인간관계를 형상화한 것으로, 끊임없이 내 내면의 일부를 반영하기도 한다.” 전시장 입구에 작품보다 먼저 눈에 띄는 글귀. 작가가 직접 썼다는 이 내용이 복잡하게 얽힌 그이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까. ‘실을 엮는 작가’란 치하루를 부르는 별칭 그대로 그이는 실로 작업한다. 왜 하필 실인가. “화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바뀐 적이 없다. 그렇게 미대로 진학해 그림을 그렸는데 늘 부족한 느낌이 들더라. 캔버스 너머 공간에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오타 치하루 개인전 ‘인 메모리’ 전경.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카드·총·악보 등 오브제를 넣은 상자를 흰실로 감아낸 ‘존재의 상태’(State of Being·2022) 4점, 종이에 실로 그려낸 평면작품 ‘우주에 연결’(Connected to the Universe·2022) 4점, 악보·배 등 오브제를 넣은 상자를 검은 실로 감아낸 ‘존재의 상태’(State of Being·2022) 2점과 함께, 중앙에 조각작품 ‘존재의 상태’(State of Being·2022)를 걸고 세웠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그렇게 찾은 재료가 실이란다. 그 실이 특별한 것도 아니다. 작품에 따라 굵기와 소재만 달라질 뿐, 시중에서 누구나 살 수 있는 실이다. 설치작품인 ‘인 메모리’에 쓴 건 굵은 털실. 털실타래 수천 개 역시 국내 어느 도매상을 통해 들여왔단다. 더 매끈하고 질긴 실을 쓰기도 한다. 직육면체 상자에 트럼프카드, 권총, 악보, 사진, 메모지 등의 오브제를 공중에 띄우고 바깥면을 실로 휘둘러 감아낸 연작 ‘존재의 상태’(State of Being·2022)가 그랬다. 시오타 치하루의 ‘존재의 상태’(State of Being·2022) 연작 중 한 점. 시그니처컬러라 할 붉은 실로 휘두른 상자 안에는 오래된 사진앨범이 들어 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시오타 치하루의 ‘존재의 상태’(State of Being·2022) 연작 중 한 점(왼쪽)과 그 디테일(오른쪽). 검은 실로 휘두른 상자 안에 오래된 사진앨범이 들어 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실이 굳이 입체작품에만 쓰이는 것도 아니다. 캔버스에 물감 대신 실을 엮어 그림을 그리기도 하는데, ‘무한한 줄’(Endless Line·2022)이란 평면연작은 그렇게 나왔다. 비슷하지만 다른, 캔버스가 아닌 천 위에 실을 바느질로 박아낸 평면작품도 여럿이다. 휘몰아치듯 중앙으로 파고드는 크고 작은 원을 두고, 작가는 ‘우주에 연결’(Connected to the Universe·2022)이란 타이틀을 붙였다. 시오타 치하루의 ‘무한한 줄’(Endless Line·2022) 연작. 물감 대신 붉은 실을 뒤엉켜 캔버스 회화작품으로 완성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트라우마 ‘붉은 실’서 한 단계 넘어 나온 ‘흰 실’ 내용·구성이야 늘 변화를 겪는 거라 치자. ‘인 메모리’를 비롯해 이번 개인전에 나온 전시작이 예전과 결정적으로 다르다면, 바로 실의 색이다. 이제껏 작가의 시그니처컬러는 단연 ‘빨강’이었으니까. 흰색을 집중적으로 사용한 이유를 묻자 예상치 못한 대답이 나온다. 한국 소설가 한강의 영향이라는 거다. “한강이 쓴 소설 ‘흰’을 읽고 감명을 받았는데, 무엇보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과 처지가 비슷해 크게 공감했다.” 한강의 ‘흰’(2016)은 흰 것과 관련한 65편의 짧은 에피소드를 묶은 소설집. 강보, 배내옷, 각설탕, 입김, 달, 쌀, 파도, 백지, 백발, 수의 등 ‘흰 것’ 65가지의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다. 시오타 치하루의 ‘존재의 상태’(State of Being·2022) 중 연작 중 한 점(왼쪽)과 그 디테일(오른쪽). 하얀실로 휘두른 상자 안에선 트럼프카드가 부유하고 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작가가 말하는 ‘비슷한 처지’란 그중 죽은 어머니가 스물세 살에 낳은,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죽었다는 ‘언니’의 사연인데. 작가 역시 임신 6개월에 양수가 터져 병원에 실려가는 경험을 했다는 거다. “당시 ‘아이가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말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흰색은 죽음을 의미하기도 삶을 의미하기도 하지 않나. 작품에 쓴 하얀 실은 생과 사, 양쪽을 다 표현하기 위한 거다.” 작가가 이처럼 유독 삶과 죽음에 매여 있게 된 사유는 또 있다. “두 번의 암투병”이란다. 혈관, 세포, 피부 등을 연상케 하는 작품이 등장한 건 그 이후인데. 특히 그 자체를 표현하는 데 ‘핏빛 실’만한 것도 없었던 거다. 어찌 보면 이번 개인전의 ‘흰색’은 그 트라우마를 딛고 한 단계 올라선 거라 할까. 시오타 치하루의 조각작품 ‘세포’(2022) 연작 중 두 점. 유리컵을 붙인 위로 붉은 와이어(왼쪽)와 검은 와이어(오른쪽)로 휘감아 제작한 형상이 마치 사람의 심장처럼 보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15명 스태프 2주 매달린 대형설치 ‘인 메모리’ 회화 같은 평면작품 38점, 입체의 조각작품 16점을 꺼내놨지만 총 55점 전시작 중 관심은 단연 초대형 ‘인 메모리’에 쏠린다. “왜 메모리냐고? 배가 열쇳말이다. 기억을 담아 기억을 움직여 어디론가 데려가는 매개체로 배를 썼다. 드레스는 사람이 가진 제2의 피부를 상징하는 것이고.” 다 좋다. 그런데 도대체 이 거대한 작품은 어떻게 꾸려내는 건가. “구상과 다른 이미지가 나오더라도 전시장의 구조·형편을 파악하고 바로 현장에서 제작한다”란 대답이 나왔다. 작품을 미리 만들어 옮기는 게 아니란 뜻이다. 때문에 규모·내용에 따라 완성까지 걸리는 시간도 제각각인데. 하얀 동굴을 형상화한 ‘인 메모리’에는 독일에서 날아온 어시스턴트를 포함해 스태프 14∼15명이 동원됐단다. 하루 8시간씩 2주 14일을 꼬박 매달린 끝에 마침내 작가가 요구하는 세상을 펼쳐낸 거다. 작가 시오타 치하루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개인전 ‘인 메모리’에 설치한 자신의 설치작품 ‘인 메모리’(2022)를 바라보고 섰다. 100평(330㎡) 남짓한 전시장을 흰실이 뒤덮고 있는 작품은 스태프 14∼15명이 2주간 꼬박 매달려 완성을 봤다고 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그 세상을 작가 치하루는 작가 한강에게 한번 보이고 싶단다. “개인적으로 연락한 적은 없지만 작품을 보러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 문학과 미술, 도구는 다르더라도 말이다. 서로 가진 의식이 닿은 통로를 확인했으니 이제 깊은 공감대를 이룰 수 있지 않겠느냐는 ‘연결’로 읽혔다. 전시는 8월 21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