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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근 사라지면 치료 기회 잃는다… 탈모 환자 증가에 후끈 달아오르는 '탈모 시장’
-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아버지가 M자형 탈모인 회사원 이 모(38)씨는 3년 전부터 머리를 감을 때 머리카락이 ‘훅훅’ 빠지는 것을 느끼자마자 병원에서 탈모 관리를 시작했다. 이씨는 “약을 먹은 뒤 머리카락에 힘이 생기고 빠지는 게 확실히 줄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번 여름휴가 때 태국에 다녀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처방전이 필요한 탈모약을 태국에서는 처방전 없이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복제약이지만 가격이 국내의 3분의 1 수준이라 한 번 가면 1년치 정도를 사 온다”고 했다. 자영업자인 차 모(35) 씨는 20대 중반부터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젊다고 생각했던 차씨는 약 대신 검정콩, 어성초 달인 물, 마늘즙 마사지 등 민간요법에 기댔지만 증상은 오히려 악화됐다. 결국 차씨는 올해 초 넓어진 이마를 가리는 부분가발을 맞췄고, 병원에서 본격적으로 탈모치료를 시작했다. 차씨는 “넓어진 이마는 이미 모근세포가 손상돼 약을 써도 효과가 없다고 한다”며 “이마가 더 넓어지지 않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병원에서 탈모를 ‘관리’하는 사람이 늘면서 탈모시장이 과열되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전문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탈모치료제 시장 규모는 1228억원(처방약 기준)으로 전년(1093억원) 대비 12.3% 증가했다. 일반의약품이나 의료기기, 샴푸, 한약재 등을 모두 합치면 매년 14%씩 커져 국내 탈모시장 규모가 4조원에 이른다는 조사 자료도 있다.국민건강보험에 따르면 탈모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2013년 20만 5600명에서 2017년 21만 3800명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 수치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대부분의 탈모환자들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치료를 받기 때문. 대한탈모치료학회는 국내 잠재적 탈모 인구를 1000만명으로 추산한다. 특히 20~30대 탈모 인구가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이학규 루트모발이식센터 원장은 “유전적 요인이 있는 사람에게 스트레스나 흡연 등 환경적인 요인이 겹치면 탈모 진행이 빨라지면서 젊은 탈모환자들이 많이 늘었다”며 “이외에 민간요법에 의존하다 효과를 못 보고 병원을 찾는 사람,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사람 등 예전보다 내원 환자 수가 확실히 늘었다”고 말했다. 민간요법 중 의학적으로 효과를 인정받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원장은 “민간요법으로 효과를 본 사람이 분명 있긴 하지만 통계적으로 효과를 본 사람과 못 본 사람의 차가 너무 커 의학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이데일리 이동훈 기자]적극적 탈모 관리 추세는 빅데이터 분석으로도 나타난다. 빅데이터 전문 링크브릭스가 지난 10년간 탈모 커뮤니티, 주요 포털, 소셜미디어 등을 분석한 결과 10년 새 탈모 검색량은 405% 늘었다. 탈모 관련 주요 키워드도 최근 5년 새 ‘M자형 탈모’ 등 구체적인 유형을 나타내는 키워드들로 세분화됐다. 김상규 링크브릭스 대표는 “이는 탈모치료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해와 지식, 관심이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환자가 늘면서 주요 탈모치료제의 매출도 늘었다. 대표적인 탈모치료제는 ‘프로페시아’(MSD)와 ‘아보다트’(GSK)다. 프로페시아는 2000년에, 아보다트는 2009년에 국내에 출시했다.유비스트에 따르면 프로페시아와 동일성분의 복제약 99개는 지난해 전년대비 6.5% 늘어난 672억원을, 아보다트와 54개의 복제약은 21.4% 늘어난 51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1분기에는 각각 전년동기 대비 15.7%, 27.6% 늘어난 108억원, 8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들 약은 ‘5알파 환원효소’라는 물질을 없앤다. 이 물질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DHT라는 물질로 바꾼다. DHT가 탈모유전자와 결합하면 탈모가 생긴다. 약으로 5알파 환원효소를 없애면 DHT 생성이 안 된다. 두 약 모두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로 효과를 인정받았다. 심우영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두 약 모두 모근세포에 작용해 머리카락이 안 빠지게 하고 가는 머리카락을 굵게 만든다”며 “그래서 모근이 남아 있는 탈모 초기부터 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모근세포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라면 약으로 이를 되살릴 수는 없다. 이외에도 모근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판시딜’, 모근 혈관을 확장하는 ‘미녹시딜’ 등도 탈모치료에 쓴다.탈모를 치료하는 사람이 늘면서 국내 제약사들도 탈모 신약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JW중외제약(001060)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과 공동으로 세포의 분화와 증식에 관여하는 Wnt신호 경로를 활용한 신개념 탈모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이를 이용하면 모낭 줄기세포와 모발성장에 관여하는 세포의 분화를 촉진할 수 있다. 동물실험에서 기존 탈모치료제와 동등한 효과는 물론 새로운 모낭이 만들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동아에스티(170900)는 바이오벤처 네오믹스와 공동으로 탈모신약을 개발 중이며 바이오벤처 인벤티지랩 내년 상반기 유럽서 지속형 탈모주사제 임상1상을 추진 중이다.
- 쿠첸 밥솥·휴롬 원액기?…주방가전, 이미지 바꾸기 '총력전'
- 쿠첸 ‘더 와이드 에어프라이어 오븐’ (제공=쿠첸)[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쿠첸(225650)과 휴롬, 자이글(234920) 등 그동안 주방가전에 주력했던 업체들이 최근 신사업 추진을 통해 기존 이미지 벗기에 나섰다.이들은 공통적으로 특정 주방가전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업체다. 쿠첸은 쿠쿠와 함께 우리나라 전기밥솥 시장을 이끌어온 양대 업체다. 휴롬은 원액기 제품 자체를 ‘휴롬’이라고 부를 정도로 관련 분야에서 이미 대명사가 된 브랜드다. 자이글 역시 원적외선 전기그릴이란 명칭 대신 ‘자이글’이 익숙할 정도다.하지만 이들 기업은 관련 시장이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최근 몇 년 간 실적 하락세를 경험했다. 때문에 주방가전 영역 안에서 제품군을 확장하는 한편, ‘헬스케어’ 등 유망한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등 실적 회복을 위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첸은 최근 ‘진공 블렌더’(CM-PV100S)와 ‘텀블러 블렌더’(CM-T600W·CM-T601G) 등 블렌더 2종을 출시했다. 블렌더는 과일과 채소 등을 갈아 음료를 만드는 용도뿐 아니라 요리를 할 때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다. 때문에 최근 필수 주방가전으로 자리 잡고 있다.쿠첸은 지난해 10월 ‘파워 블렌더’를 출시하며 블렌더 분야에 처음 진입했다. 올 들어서는 유리와 스테인리스 듀얼 용기를 활용한 ‘듀얼 초고속 블렌더’ 등 다양한 블렌더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진공 블렌더 등 2종을 출시하면서 관련 제품군을 한층 강화했다. 쿠첸은 이달 들어 오븐을 겸한 에어프라이어인 ‘더 와이드 에어프라이어 오븐’도 출시했다.쿠첸은 블렌더와 에어프라이어뿐 아니라 ‘인버터 복합레인지’도 출시하며 전자레인지 분야에 출사표를 냈다. 인버터 복합레인지는 인버터 방식 전자레인지와 함께 그릴 등 요리를 위한 복합 기능을 적용했다. 쿠첸 관계자는 “전기밥솥에 이어 2014년 처음 출시한 전기레인지가 현재 전체 매출액 중 약 20%를 차지하며 양대 주력사업으로 자리 잡았다”며 “전기레인지에 이어 블렌더와 에어프라이어 등 주방가전을 중심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노력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휴롬은 티마스터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전기주전자를 응용한 주방가전인 티마스터는 버튼만 누르면 재료에 따라 최적의 시간과 온도로 차를 우려내는 기능을 한다. △잎차·꽃차 △과일차 △한방차·약탕 등 기능을 통해 원재료 맛과 향, 영양, 농도에 최적화한 차를 만들 수 있다.휴롬은 원액기에 이은 신사업으로 2016년 말 티마스터를 처음 출시했다. 티마스터는 이듬해 1만대에 이어 지난해 5만대로 판매량이 1년 만에 무려 5배 성장했다. 휴롬 관계자는 “티마스터 판매량은 올 상반기 2만 1000대로 연말까지 6만대 이상 판매하며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티마스터를 전기주전자 시장으로 확대할 경우 조만간 테팔과 필립스 등과 함께 ‘빅3’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휴롬은 티마스터 외에 스퀴저도 출시했다. 휴롬 퀵스퀴저는 오렌지와 자몽, 레몬, 라임 등 과일류를 짜서 착즙주스를 만드는 제품이다. 과일을 반으로 잘라 스퀴저콘에 올리고 손잡이 핸들을 누르기만 하면 자동으로 착즙해준다. 이 관계자는 “티마스터와 스퀴저 외에 조만간 블렌더 분야에도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주방가전 이외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사례도 있다. 자이글은 뷰티마스크 ‘오투마스크’를 출시하고 렌털(임대) 방식으로 판매에 착수했다. 오투마스크는 산소발생기로 고농도 산소를 분당 최대 3리터(ℓ) 만들어내 얼굴에 분사한다. 통상 LED(발광다이오드) 빛을 이용한 피부 관리 방식과 달리 산소를 이용한 것이 특징이다. 자이글은 오투마스크를 포함한 뷰티 브랜드로 ‘ZWC’를 선보였다. 자이글은 ‘ZWC’ 브랜드와 관련, 뷰티마스크에 이어 산소를 이용한 탈모케어기기 등을 출시할 계획이다.이들 주방가전업체는 최근 몇 년 새 실적이 하락세를 보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쿠첸은 2016년 2726억원에 달했던 매출액이 이듬해 2373억원, 지난해엔 2234억원으로 줄었다. 휴롬은 같은 기간 매출액이 1728억원, 985억원, 800억원이었다. 자이글 역시 1020억원, 825억원, 558억원으로 매출 하락세가 뚜렷하다.업계 관계자는 “주방가전업체들이 과거 내놓은 히트작이 성숙기에 이르고 업체간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공통적으로 실적 하락세를 경험하고 있다”며 “때문에 기존 기술을 응용해 주방가전 분야에서 영역을 넓히는 한편, 헬스케어 등 유망한 분야에 진출해 실적 만회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휴롬 ‘티마스터’ (제공=휴롬)
- 우리메카, 홈에스테틱 브랜드 ‘아위(AWY)’ 론칭…미용기기 ‘미니핀’ 주목
- AWY 미니핀. (사진=우리메카)[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국내 뷰티 디바이스 시장에 ‘홈 뷰티’가 생활영역으로 자리 잡으면서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메카가 올해 초 홈케어 MTS 미용기기 ‘미니핀’을 출시하며 도전장을 내밀었다.‘미니핀은’ 우리메카가 10년간 쌓은 MTS 미용기기 기술력을 통해 올해 초 론칭한 에스테틱 브랜드 AWY(Always With You, ‘아위’) 제품 중 하나다. ‘MTS’는 ‘Microneedle therapy system’의 약자로 미세침을 통해 화장품 흡수율을 증가시키고, 피부 세포 재생에 효과적인 미용시술이다. 미니핀은 화장품을 얼굴에 바르지 않고, 제품 안에 넣어 사용하는 일체형 타입의 제품으로 소비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미니핀은 대한피부과학연구소에서 진행한 경피흡수 임상실험을 통해 피부에 기능성화장품을 바로 발랐을 때보다 5배 더 높은 흡수율을 보여준다는 것이 입증됐고 국내 KC, 해외 CE, CQC, FCC 등의 인증을 획득해 국내외 사용자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AWY 관계자는 “미니핀은 같이 사용하는 기능성 화장품에 따라 주름 및 피부 탄력 개선, 모공축소 등의 효과를 볼 수 있고 두피에 사용 시 탈모관리에도 효과적이다”라며 “‘매일 아침 환하게 빛나는 아름다움을 선사하기 위해 함상 함께한다’라는 브랜드 이름에 걸맞게 피부와 두피 관리에 고민이 고객들이 문제 개선을 위해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한편 우리메카는 2008년 설립 이후 국내 최초로 오토타입 MTS 기기를 개발했고 전문가용 MTS, 반영구 기기, 화장품 등을 전세계 40여 개국에 제조 및 수출해오고 있다. 우리메카는 국내 MTS 미용기기 시장의 리딩기업으로 MTS 관련 7종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기술력을 인정받아 2017년 중소기업기술혁신대전에서 국무총리표창을 수상한 바 있다.
- 염기서열 분석 몇시간이면..숨어있던 질병도 미리 찾아낸다
- [이데일리 류성 기자] 유전자 검사 서비스의 유용성을 세간에 널리 알린 대표적 사례는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다.2013년 안젤리나 졸리는 자신이 유방암에 걸리지 않았음에도 유전자 검사를 통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을 미리 알아내 자신의 유방조직을 제거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이때 안젤리나의 유방암 발병 위험을 측정하는 데 활용한 유전자 검사 방식이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이다. NGS는 유전체의 염기서열을 초고속으로 분석할수 있는 기술로 유전자 검사를 일반화시킨 주인공이다. 특히 NGS는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 변이를 미리 찾아내 개인별 맞춤형 치료를 가능케 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고있다. 여기에 2017년 NGS가 본격 상용화되면서 큰 폭으로 유전자 분석비용이 낮아지면서 대중화를 촉발시켰다. 분석비용은 기존 10만달러가 넘던 수준에서 최근 불과 100달러 안팎으로 낮아졌다.NGS는 유전체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을 기존 초대형 장비 여러 대로 직결식으로 데이터를 분석하느라 몇주씩 걸리던 것을 소형장비 1대로 병렬식으로 처리하는 차세대 플랫폼을 활용, 단 몇시간으로 단축시켰다. NGS 기술을 활용하는 유전자 분석 장비 제조분야의 선두업체로 세계시장의 70%를 석권하고 있는 곳이 일루미나다. 일루미나는 48시간이내에 60여명의 유전체를 분석할수 있는 노바섹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대부분 항목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병원으로만 제한하고 있는 국내와는 달리 상당수 질병항목까지도 유전자 검사업체를 통해 소비자가 자유롭게 검사받을수 있는 미국은 성인 25명 가운데 1명 꼴로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받은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미국 유전자 분석 전문업체 23andme사만 지금까지 500만명 넘는 이용자에게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제공했다. 시장이 커지면서 미국에서는 유전자 검사 전문업체만 90여개사가 난립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업체는 주로 가족,친족 관계 검사, 조상 및 뿌리 찾기, 라이프 스타일 및 웰니스, 질병 검사 등을 주력 사업으로 전개하고 있다.국내에서도 저렴해진 가격과 상용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유전자 검사 서비스가 대중속으로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특히 유전자 검사를 통해 얻는 데이터가 질병 사전 예측, 건강관리, 질병에 대한 맞춤형 처방과 치료 등에 유용하게 쓰일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이용자가 급증세다. 업계는 지난해 국내에서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받은 사용자가 12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주요 질환에 대한 유전자 검사도 병원이 아닌 유전자 검사업체에서 할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유전자 검사가 일반화되면 질병 발병을 미리 알고 예방할수 있어 전체적으로 국가의 의료보험 재정도 더욱 탄탄하게 만들수 있는 효과를 거둘수 있다”고 조언했다.유전자 검사 대중화는 몇년전까지 수천만원씩 하던 검사비용이 불과 10만원 안팎으로 급격하게 낮아진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현재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유전자 검사 서비스는 여러 항목을 묶어서 한번에 검사할수 있는 패키지 상품이 대세다. 예컨대 영양,피부,탈모 등 6가지 항목에 대한 유전자 검사 비용은 10만원, 12가지 항목은 15만원 수준이다. 일반적인 질병 발병 가능성을 알기 위한 유전자 검사 비용은 질병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대개 15만~200만원 가량이다. 유전자 분석분야 세계 최고기업으로 평가받는 중국 베이징 게놈 인스티튜트(BGI)는 유전체 분석 비용을 1달러 수준으로 끌어 내리는 것을 목표로 기술개발을 진행중이다.유전자 검사의 활용도도 전방위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국내 유전자 검사업체 테라젠이텍스(066700)는 아모레퍼시픽(090430)과 손을 잡고 맞춤형 화장품을 연내 출시하기 위해 공동개발에 한창이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피부노화,탄력,색소 침착 등 개인별 유전적 특징을 파악, 최적의 화장품을 맞춤형으로 제공할수 있어 소비자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유전체 분석회사 EDGC(245620)도 한국콜마(161890)와 각각 제휴를 맺고 맞춤형 화장품 개발을 진행하고있다.유전자 정보 기반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사업도 빠르게 성장하고있다. 개인별 유전자 특징을 파악해 각자의 체질에 맞는 건강기능식품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미 마크로젠은 동원F&B(049770)와 테라젠이텍스는 허벌라이프와 각각 손을 잡고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통한 맞춤형 건강식품을 제공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테라젠이텍스는 허벌라이프와 제휴를 통해 지난해에만 4만여명에게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 분야 국내최고의 실적을 기록했다.유전자 분석 데이터는 전공과 직업, 배우자, 주거지를 선택하는 데도 필수적으로 활용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업계는 보고있다. 실제 이미 일본에서는 배우자를 선택하는데 개인의 유전자 분석정보가 필수적 준비물로 자리하고있다.황태순 테라젠이텍스 대표는 “유전자를 분석하는 기술은 단순히 질병의 예측과 치료에 머물지 않고 헬스케어 분야를 뛰어넘어 우리 일상의 모든 분야를 바꾸게 될 것이다”고 예상했다.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 의뢰 유전자 검사(DTC)분야 세계 시장규모는 1400억원 달했다. 매년 25% 정도 증가해서 2022년에는 3400억원 가량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유전자검사 대중화..혈액·침으로 분석해 시간·비용 확 줄어
- [이데일리 류성 기자] 최근 인천에 사는 60대 김모씨는 한 대학병원에서 유전자 검사를 받고 깜짝 놀랐다. 자신이 뇌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도가 높은 상태라는 검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김씨는 곧바로 병원에서 정밀 검진을 받았다. 실제 검진에서도 뇌동맥류로 밝혀져 응급수술을 받고 생명을 건질수 있었다. 뇌동맥류는 파열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 질환이지만 출혈전 발견은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김씨는 15만원을 들여 유전자 검사를 받은 덕에 자칫 위험할수 있었던 생명을 구할수 있었다.특정 질환이 발병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미리 알수있는 유전자 분석이 대중화 단계를 맞고 있다. 기존 수천만원 하던 유전자 분석비용이 몇년새 수십만원 수준으로 크게 떨어지면서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지난 한해 12만여명이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추산한다. 글로벌 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유전자 검사 시장규모는 전년보다 10% 증가해 7조3000억원을 넘어섰다.유전자 검사 대중화시대를 열어젖힌 일등공신은 2017년 본격 상용되기 시작한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기술이 손꼽힌다. NGS는 기존 유전자 데이터를 직렬식으로 분석하느라 몇주씩 걸리던 것을 병렬식 분석이라는 혁신적 방식으로 전환, 몇시간만에 결과를 도출할수 있게 만들었다. 게다가 NGS는 초고가 대형장비 여러 대를 쓰던 것을 소형장비 1대로도 가능하게 해 분석비용도 대폭 낮추는 효과를 냈다. 기존 10만달러가 넘던 비용이 100달러 안팎으로 대폭 떨어지면서 대중화를 선도하고 있다. 유전자 분석은 개인 유전정보를 분석해 질병 발병을 예측할 뿐 아니라 질병진단,맞춤형 치료,건강관리, 화장품, 식단 등으로 그 쓰임새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현재 유전자 검사비가 가장 저렴한 분야는 향후 대머리가 될지 여부를 알수있는 탈모 검사다. 유전자 분석업체인 바이오니아(064550)는 탈모 유전자검사 비용을 5만원으로 책정하고 있다. 영양, 피부, 탈모 등 6가지 항목을 모두 유전자 검사를 받는 비용은 10만원까지 떨어졌다. 일반적인 질병 발병 가능성을 알기위해 유전자 검사를 받으려면 15만원에서 200만원 가량 비용이 든다.정일영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전자 검사는 암, 희귀질환, 산전 기형아검사등 질병분야 외에도 와인 취향, 수면패턴 조사, 선조분석 등 다양한 분야로 활용도가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유전자 분석 시장이 커지면서 업체간 경쟁도 치열하다. 이 분야 선두주자로는 테라젠이텍스(066700), 마크로젠(038290) , 디엔에이링크(127120), EDGC(245620), 랩지노믹스(084650), 메디젠휴먼케어 등이 손꼽힌다. 일부업체는 건강기능식품회사, 식품회사 등과 손잡고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통한 맞춤형 건강식품을 제공하면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테라젠이텍스는 글로벌 건기식 업체인 허벌라이프와 마크로젠은 동원F&B와 각각 제휴를 맺고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업계는 이미 대중화를 시작한 유전자 분석 서비스가 올해 연말을 기점으로 우리 곁에 성큼 다가설 것으로 자신한다. 현재 대부분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병원에서만 할수 있게 돼있지만 연말부터는 병원이 아닌 곳에서도 받을수 있는 서비스 항목이 대폭 늘어나기 때문이다. 현행 법규는 혈당,혈압, 콜레스테롤, 피부노화 등 12가지 분야만 병원에 가지 않고도 유전자검사업체에서 받을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연말부터 이를 알코올 의존성, 불면증,피부염증 등 57개 분야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황태순 테라젠이텍스 대표는 “유전자 분석 서비스는 개인의 의료뿐 아니라 식사,운동, 취미,미용,수면은 물론 전자제품,자동차,의류를 구입하는데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며 “앞으로 배우자와 주거지 선택을 하는데 있어서도 유전자 분석 서비스가 필수가 되는 시대가 올것”이라고 전망했다.국내 대표 유전자 분석업체 마크로젠 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유전자 검사를 하고 있는 모습. 마크로젠 제공
- 두자릿수 성장 기본…레이·원텍, 의료기기 신흥강자
- 이상철 레이 대표(왼쪽)와 김정현 원텍 대표[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국내 의료기기 시장에서 최근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주목받는 기업들이 있다. 레이(RAY)와 원텍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 기업은 공통적으로 내수시장이 아닌, 해외시장에서 더 많은 매출을 올리며 수출주도형 강소기업으로 관심을 모은다.26일 업계에 따르면 레이는 지난달 25일 코스닥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하고 기업공개(IPO) 절차에 착수했다.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레이는 이르면 다음 달 중 코스닥 시장에서 주식이 거래된다. 경기도 화성시에 본사를 둔 레이는 최근 몇 년 새 실적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 회사 매출액은 2016년 261억원에서 2017년 329억원, 지난해에는 51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액 증가율은 57%에 달한다.이상철 대표가 2004년 창업한 이 회사는 치과용 엑스레이(CT) 분야에서 두각을 보인다. 2012년 출시한 치과용 엑스레이 ‘레이스캔 알파’(RAYSCAN alpha)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시장에서 먼저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중국과 인도 등에서도 판매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 레이 매출액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90%를 훌쩍 넘어선다.해외 수출을 원활히 하고 현지에서의 근접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뉴저지와 애틀랜타를 비롯해 일본 도쿄와 호주 시드니, 멕시코 멕시코시티 등 각지에 법인도 순차적으로 구축했다. 현재 인도 등 신흥국가를 중심으로 추가적인 거점 마련을 추진 중이다.이상철 레이 대표는 “엑스레이에 이어 임플란트 수술 가이드를 제작하는 3D프린터 ‘레이덴트 스튜디오’ 등 치과용 의료기기 토털솔루션을 확보했다”며 “향후에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원텍은 피부과 의료기기 분야에서 주목받는 업체다.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이 회사는 매출액이 2016년 318억원에서 이듬해 402억원, 지난해엔 50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액 성장률은 26%였다. 원텍 역시 매출액 중 50% 이상을 해외시장에서 벌어들인다. 중국 베이징을 비롯해 미국 펜실베이니아, 일본 도쿄 등에는 현지 법인도 운영 중이다.원텍은 1999년 설립된 이래 피부과 레이저 의료기기에 주력해왔다. 현재 기미와 주근깨 등 잡티를 제거하고 피부 미백과 박피, 재생 등을 돕는 피부과 레이저 의료기기 토털솔루션을 확보했다. 2010년에는 가정에서도 탈모를 관리할 수 있는 ‘헤어빔’(Hear Beam)을 출시하며 홈케어 분야에도 진출했다. 홈케어 사업은 지난해 매출액 중 약 30%를 차지하며 주력으로 자리매김했다.원텍은 올해를 기점으로 수술용과 동물용 의료기기 분야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전립선 비대증과 척추내시경, 요로, 신장결석 등 수술을 수행할 수 있는 ‘홀인원’(Holinwon)을 비롯해 외과 정맥류 수술과 산부인과에서 최소 침습 수술을 할 수 있는 ‘베인케어’(Veincare) 등을 잇달아 출시했다.김정현 원텍 대표는 “올해는 피부·미용과 홈케어에 이어 수출·동물용 의료기기 실적이 더해질 것”이라며 “중남미와 동남아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의료기기 수출 지역도 확대하면서 매출액이 30∼40%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15년 코넥스에 상장한 원텍은 중장기적으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할 계획이다.
- 韓 진입규제, 中·이집트보다 높아..“기득권·포지티브·소극행정 등 3대 덫에 갇혀”
- 진입규제 강도 국제비교 (자료=글로벌기업가정신모니터(GEM))[이데일리 김종호 기자] 우리나라의 진입규제 수준이 중국은 물론 이집트 등보다도 뒤처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재계에서는 국내 신산업 진입 수준을 높이는 3가지 덫으로 기득권 저항과 포지티브(positive) 규제, 소극행정 등을 꼽았다.22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최근 국제연구기관 글로벌기업가정신모니터(GEM)는 한국의 진입규제 환경을 조사대상 54개국 중 38위로 평가했다. 이는 미국(13위)과 일본(21위)은 물론 중국(23위)과 이집트(24위)보다도 낮은 순위다. 선두권에 오른 대만(1위)과 독일(8위) 등 경쟁국보다 한국의 진입규제가 매우 높은 수준인 셈이다.대한상의는 의료와 바이오, ICT, 금융 등 주요 신산업 분야에서 국내 진입규제 방벽이 높은 이유에 대해 기득권 저항과 포지티브 규제, 소극행정 등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우선 상의는 신산업 기회를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으로 기득권 저항을 지적했다. 상의는 혁신적 아이디어가 나와도 기존 사업자가 반대하면 신산업은 허용되지 않고 신규사업자는 시장에 진입조차 못 하는 실정이라며 △원격의료 금지 △차량공유 금지 △각종 전문자격사 저항 등을 예로 들었다.기득권의 반대가 가장 심한 분야는 의료분야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이미 원격의료가 전면 허용되고 있다. 중국도 텐센트·바이두 등 ICT기업이 원격의료를 접목한 다양한 헬스케어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의료계 반대에 막혀 시범사업 시행만 십수년째 반복하는 실정이다. 상의는 “진입장벽을 낮춰 혁신의 속도를 높이는 경쟁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기득권 저항에 의해 진입 자체를 막거나 엄격한 요건을 설정해 진입장벽을 높게 설정하고 있다”며 “원격의료법만 하더라도 기득권층 반대와 의료민영화에 대한 우려로 20년째 시범사업만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또 상의는 시대착오적 포지티브 규제를 진입규제를 높이는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경쟁국은 네거티브(nagative) 방식으로 혁신활동을 보장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정해진 것 외에는 할 수 없는 포지티브 규제로 혁신활동이 봉쇄되고 있다는 비판이다.DTC(Direct-to-consumer) 유전자검사 항목 규제가 대표적이다. 국내는 현행법상 체지방, 탈모 등과 관련한 12개 항목만 허용하다 규제샌드박스 심사를 통해 13개 항목을 추가로 허용했다. 반면 영국, 중국은 DTC 검사 항목을 따로 제한하지 않고 미국도 검사 항목을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금융혁신과 숙박공유도 포지티브 장벽에 갇혀 있기는 마찬가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 핀테크 업체가 인공지능(AI) 기반 새로운 펀드상품을 개발했으나 법으로 정해진 펀드만 판매할 수 있는 규제 때문에 상품출시를 못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도심형 숙박공유업도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한옥체험업, 농어촌민박업 등 법으로 일일이 나열해 허용하고 있어 외국인만 이용 가능하고 내국인은 이용하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이와 함께 상의는 공무원의 소극행정을 규제장벽의 마지막 요인으로 지목했다. 상의는 “기업인이 느끼기에 해외 공무원은 규제완화를 돈 안 드는 가장 효과적인 투자라고 보는 반면 우리나라 공무원은 규제강화를 돈이 들지 않는 가장 확실한 대책이라고 보는 인식 차가 존재한다”면서 “기업이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해도 각종 행정편의주의, 규제 의존증 등 공무원의 소극적 태도 앞에 무산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지적했다.이어 상의는 “기득권과 포지티브 규제, 소극행정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규제를 개혁하는 것이 아닌 혁신을 규제하는데 그칠 것”이라며 “탈규제 원칙하에 사회 곳곳에 자리 잡은 기득권을 걷어내고 전면적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을 통한 과감한 규제개혁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규제에 떠나는 스타트업]②정부 규제개선 외치지만…현장선 "여전히 속도 느려"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모든 분야에서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규제도 더 적극적으로 풀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입니다.”지난달 23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대한민국 혁신성장,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 토론회에는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와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을 비롯한 업계 관계자들과 기획재정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 부처 관계자까지 참석해 국내 스타트업계의 글로벌 진출과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최성진 대표는 “2018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정부 규제 부담‘ 항목 순위가 140개국 중 79위를 기록했다. 2016년 기준 105위에서 상승했지만 여전히 미국(4위)과 중국(18위)에 비해 크게 뒤쳐지고 있다”며 “규제 샌드박스 등으로 규제 해소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소관 부처는 여전히 보수적이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규제가 더 생기기도 한다”고 지적했다.문재인 정부 들어 ‘제2벤처붐’ 조성을 목적으로 벤처·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들의 성장을 돕기 위해 규제 개혁 속도를 내려고 하지만, 여전히 업계에선 “속도가 더디다”는 아우성이 들려오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올해 초부터 도입된 규제 샌드박스다. 일정 기간 사업성을 시험·검증할 수 있는 실증특례를 부여하긴 하나 뉴코애드윈드의 예처럼 실효성이 부족하고 속도감이 떨어진다는 아쉬움이 나온다.◇업계 “보다 과감한 규제 개혁 필요해”지난 1월 17일 정부는 기업이 규제 존재 여부를 신속히 확인받을 수 있는 ‘규제 신속확인’, 규제 적용 없이 제품·서비스의 시험을 허용하는 ‘실증특례’, 시장 출시를 일시적으로 허용하는 ‘임시허가’ 3종 제도를 도입했다. 제도 도입 100일이 된 4월 말까지 26건의 규제 샌드박스 승인이 이뤄졌으며 5월 초까지 20여건을 추가로 심사, 올해 안에 100여건 이상 적용 사례를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ICT 업계는 정부의 의지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현장에서 봤을 때는 개선할 점이 여전히 많다는 입장이다. 최근 소비자직접의뢰(DTC) 유전자검사 업체들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DTC 실증특례를 받아 본격적인 사업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또 다른 규제 때문에 속이 시원한 상황은 아니다. 마크로젠과 디엔에이링크, 테라젠이텍스, 메디젠휴먼케어 등 4개 유전자검사 기업이 일부 질병 항목에 대해 DTC 유전자검사를 할 수 있게 됐으나 또 다른 벽에 규제에 막혀 속앓이를 하는 실정이다. 국내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질병 예방·관리 분야에서의 DTC 서비스는 불가능했으며, 2016년에서야 콜레스테롤·혈당·탈모 등 12개 항목에 한해서만 허용됐다.가장 먼저 규제 샌드박스 사업자로 선정된 마크로젠은 송도 인천경제자유구역에 거주하는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2년간 13개 질환과 관련된 ‘DTC 유전체 분석을 통한 맞춤형 건강증진 서비스’를 시행할 수 있게 됐다. 다만 2000명으로 제한된 숫자로는 자칫 유의미한 연구결과를 도출해내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마크로젠은 최소 1만명의 모수를 요구했으나 정부의 반대로 해외 사례 등 조사를 한 끝에 현 2000명으로 안건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로젠 관계자는 “2000명을 대상으로 하면 유의미한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어려울 수 있는데 추후에 모수를 조정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서 아쉽다”며 “애초에 하지도 못했을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건 긍정적이나, 좀 더 적극적이고 과감한 조치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테라젠이텍스는 비만관리·영양관리 등 26개 유전자 항목에 대한 실증을 신청했지만 개인의 성격과 우울증 항목 등은 제외됐으며, 메디젠휴먼케어은 한국인에 맞는 운동능력 유전자 발굴을 위해 15개 항목에 대해 실증 신청을 했으나 영·유아·청소년 신체 항목은 제외됐다.◇제2의 연대보증제 ‘관련인 등록제’연대보증제를 폐지한 취지를 퇴색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온 ‘관련인 등록제’도 그간 중소기업인들의 재기를 막아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관련인 등록제란, 연대보증이 없이 보증을 받은 기업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대주주이거나 무한책임사원에 해당하는 경영인 정보를 신용정보원에 ‘관련인’으로 등재하는 제도다. 문제는, 경영인 정보가 금융회사와 신용평가회사(CB)에 공유됨은 물론 개인신용평가 등에 활용되다보니 사업을 그만 두고 재창업을 하려 해도 신용불량자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어 금융거래상 불이익이 동반됐다는 점이었다.이에 관계부처인 금융위원회가 해당 제도를 개편한다고 발표했으나, 연대보증 폐지 후 이미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정부당국의 대처가 너무 늦었다는 말이 나온다. 당초 6월부터 개선하기로 했으나, 신용보증기금 등 관계 기관과의 협의가 진행 중이라 구체적인 시행 시기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금융위가 파악한 727명의 구제 대상자들이 책임경영을 이행했다는 부분을 직접 소명을 해야하는 점 역시 상황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국의 조치가 지지부진하는 사이, 선의의 피해자들을 양산해 사태를 악화시킨 셈이다.실제로 2015년부터 뷰티 관련 스타트업을 운영해온 A사의 대표는 최근 경영난을 호소하며 폐업을 결정했다. 그러나 아직 서류상 폐업은 미루고 있다. 신용보증기금(신보) 대출을 갚지 않고 폐업하면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A사 대표는 “신용보증기금의 대출을 갚지 못한 상태로 회사가 폐업할 경우, 국세기본법을 근거로 최대주주에게 변제의무가 있고 불가시 채무불이행자 명부에 등재된다는 걸 알았다”며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의 연대보증이 없다는 것은 믿지 말라. 구상권이 적용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최소 7년에서 10년간 신용불량자 등록은 회피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업계에선 보다 속도감 있고 과감한 규제혁파를 주문하고 있다. 최성진 대표는 “‘우선허용 사후규제’의 방향으로 제도혁신의 시간을 단축시켜야 한다. ‘규제는 곧 국내산업 진입장벽’이 아니라 ‘규제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시장과 시민사회의 자율과 책임의 조화를 통해서 혁신국가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