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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곳곳서 영향력 확대 튀르키예, 에르도안의 실리외교 [파워人스토리]
-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시리아 독재 정권 붕괴에 따른 최대 승자.” 시리아 반군이 지난 8일(현지시간) 50년 넘게 대를 이어 철권통치를 이어온 알아사드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자 주요 외신들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을 ‘최대 승자’ 중 하나로 꼽았다. 이란과 러시아가 알아사드 정권을 지지하고 미국 등 서방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때 튀르키예는 10년 넘게 시리아 북부 국경지대를 장악한 반군 일부 세력인 시리아국가군(SNA)를 지원했다. 튀르키예는 자국이 테러집단으로 규정한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쿠르드족 민병대 시리아민주군(SDF) 견제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2002년 당시 이슬람계 정의개발당(AKP) 대표 시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사진=AFP)튀르키예는 반군에 자금과 각종 군사 정보는 물론이고 무인기 등 공군 지원까지 아끼지 않았으며, 300만명이 넘는 시리아 난민을 “형제자매”로 칭하며 수용했다. 튀르키예 내부에서 이에 대한 반대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시리아 반군 지지를 중요한 외교 전략으로 밀어붙였고, 알아사드 정권의 붕괴로 트뤼키예가 시리아에서 주도권을 잡게 됐다는 평가다.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에르도안은 항상 원해왔던 역내 영향력을 얻게 됐다”고 분석했다.◇ 시리아 반군 지지 10년, 최대 승자로 지난 12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를 찾아 에르도안 대통령과 회담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이 지원하는 SDF와 SNA가 시리아 북부지역에서 벌이는 충돌에 대한 관리 방안이 주된 의제로,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의 재부상을 저지해야 하는 미국과 쿠르드족 분리주의 견제를 중시하는 튀르키예의 이해관계 차이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정치적 영향력 뿐만 아니라 에드로안 대통령은 시리아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볼 것으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내다봤다. 튀르키예는 시리아와 약 900km 길이의 국경을 맞대고 있으나 지난 2011년 시리아 내전 이후 시리아와 외교 단계를 단절했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수천억 달러 규모로 예상되는 시리아의 재건 사업은 튀르키예 기업들에게 큰 기회라고 짚었다.영국의 싱크탱크 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의 객원 연구원 티모시 애시는 “튀르키예의 큰 승리이자 에르도안의 천재적인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 중재자 자처하며 실리 추구 ‘독자 외교’에르도안 대통령의 독자적인 외교 노선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국제 무대에서 다양한 사안에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11일 해안 임차 문제로 긴장이 고조된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의 두 지도자를 수도 앙카라로 불러 양국의 긴장 완화 합의를 이끌어냈다. 서방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국이면서 동시에 중국과 러시아와도 대화를 이어가는 튀르키예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서 흑해 곡물협정 연장과 수감자 교환 등의 합의를 중재했다. 가자지구 전쟁에선 미국, 카타르, 이집트와 함께 이스라엘과 휴전 협상을 중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에르도안 대통령의 다각 외교는 오스만 제국 시절부터 시작된 외교 전략의 연장선으로 볼 수도 있다. 오스만 제국은 유럽, 중동, 북아프리카를 아우르며 다양한 민족과 종교를 통치해야 했고, 이에 외교에서 유연성과 실리를 중시했다. 이것이 에르도안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보다 독립적이면서 강경한 방식으로 발전했다는 평가다. 예컨대 2019년 튀르키예는 미국의 F-35 전투기와 러시아의 방공 미사일 시스템인 S-400 도입을 동시에 검토했다. 이는 외교 문제로 상당한 파장을 미치며 전략적 요충지로서 튀르키예의 영향력을 확인시켜줬다. 지난 10월 23일(현지시간) 러시아 타타르스탄공화국 카잔에서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AFP)◇ ‘21세기 술탄’…비판의 목소리도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같은 외교 정책을 펼칠 수 있는 배경에는 ‘21세기 술탄’으로 불릴 만큼 튀르키예 내 강력한 리더십과 이를 뒷받침하는 정치적 기반이 있다.그는 내각책임제 시절인 2003년 총선 승리로 59대 터키 총리가 됐고 2007년, 2011년 총선에서 잇따라 승리해 최초의 3선 총리가 됐다. 당시 튀르키예 경제는 빠르게 성장했고, 유럽연합(EU) 가입 협상도 시작했다. 이슬람과 시장 경제를 잘 융합시켰다는 평가로 상당한 인기를 누렸다.2014년 8월 튀르키예에서 역사상 첫 직선제로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과반을 넘는 득표로 그는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후 점차 강력한 리더십을 내세운 그는 2017년 총리직을 폐지하는 대신 부통령직을 신설해 대통령과 부통령에게 그 권한을 집중하는 개헌안을 국민투표로 통과시켰다. 2018년에 이어 작년 대선에서 당선되면서 22년 동안 튀르키예를 통치하고 있다.그는 강력한 이슬람 원리주의자로 부인인 에미네 에르도안도 공식석상에선 히잡 착용을 고집한다. 저금리 정책과 중앙은행 개입 등과 같은 비전통적인 경제 정책, 언론 통제와 같은 등 권위주의적 통치 등으로 인해 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954년 흑해 연안 도시 리제에서 태어나 튀르키예 최대 도시 이스탄불의 빈민가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한때 길거리에서 사탕, 빵, 생수 등을 팔며 학업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1994년부터 1998년까지 이스탄불 시장을 지냈고 2001년 정의개발당(AKP)을 창당했다.
- 알아사드의 몰락…“중동 세력구도 재편 신호탄”
-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붕괴로 중동의 세력 구도가 다시 짜여질 전망이다. 시리아가 지난 13년 동안 이란과 러시아가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었던 교두보 역할을 해왔던 만큼 극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튀르키예 수도 이스탄불에서 내전을 피해 도망쳐온 시리아 난민들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몰락과 반군의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사진=AFP)◇이란·러, 중동서 영향력 약화…“권력 균형 지각변동”CNN방송은 8일(현지시간) “앞으로 시리아에서 일어날 일은 중동의 권력 균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알아사드 정권의 몰락은 중동의 새로운 재편을 예고한다”고 전망했다. 앞서 시리아 반군은 전날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하고 내전 승리를 선언했다. 알아사드 독재정권이 붕괴한 것이다. ‘아랍의 봄’ 여파로 알아사드 대통령의 철권통치와 함께 내전이 시작된 2011년 3월 이후 무려 13년여 만이다. 이 기간동안 사망자만 30만~50만명에 달한다. 난민도 1000만명 이상 발생했다. 시리아 내전은 알아사드 대통령의 퇴출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에서 시작됐으나, 분쟁이 장기화하며 정부군, 반군,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쿠르드족 등 소수민족까지 얽히면서 복잡한 갈등 구조를 띠게 됐다. 이슬람 수니파-시아파 간 종파 갈등, 주변 아랍국가와 서방 국가의 개입,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 등으로까지 비화했다. 이란은 2013년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앞세워 정부군을 후원했고, 러시아도 2015년부터 반군에 대한 공습을 단행하며 본격 개입했다. 이후 시리아는 이란이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요한 통로가 됐다. 특히 멀리 떨어져 있는 헤즈볼라를 육로로 지원할 수 있는 중요한 연결고리였다. 러시아 역시 군사적·정치적 이유로 시리아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유일한 지중해 항구인 타르투스에 해군 기지를 건설했다.미국도 이란과 러시아의 개입, 이슬람국가(IS)의 시리아 장악 시도 등을 이유로 쿠르드민병대를 지원하며 발을 들였으나, 트럼프 1기였던 2019년 완전히 철수했다. 당시 미국은 IS가 시리아에서 건국을 선포한 칼리프(이슬람 신정국가 최고 권위자)를 물리쳐 더 이상 쿠르드족이 위협받을 일이 없다며 철수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동맹국보다 돈을 더 우선시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사진=AFP)이후 알아사드 대통령이 2021년 네 번째 연임에 성공했고 내전은 지속됐다. 이런 상황에서 알아사드 정권의 급작스러운 붕괴는 전 세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이란이 이스라엘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각각 전쟁을 치르면서 시리아 정부군에 대한 지원이 약화한 것이 반군의 승리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특히 헤즈볼라가 최근 이스라엘과의 분쟁으로 정부군에 도움을 주지 못한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이는 중동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같은 맥락에서 향후 중동의 세력구도가 격변을 피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실례로 헤즈볼라의 경우 이스라엘과 분쟁 중인 상황에서 이란의 지원까지 끊기면 세력이 크게 약화할 수밖에 없다. 이는 레바논이 정치적으로 격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사우디 등 영향력 확대 모색…튀르키예 최대 수혜 전망이란과 적대관계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주요 국가들은 시리아의 권력 공백을 이란의 영향력을 줄이고 자국의 세력을 넓힐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튀르키예가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그동안 수 백만명의 시리아 난민을 수용해온 데다, 시리아 반군을 지원해왔기 때문이다. 실제 시리아 반군의 승리를 가장 반긴 국가도 튀르키예다. 경제적으론 향후 시리아 재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고, 군사·안보 측면에서도 든든한 동맹을 확보할 수 있다. 튀르키예는 이란이나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시리아 내전 및 이스라엘 전쟁과 관련해선 이란과 적대하고 있다. 알아사드 독재정권을 비판해온 미국 등 서방세계는 시리아의 상황을 반기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반란을 성공적으로 이끈 시리아 반군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 역시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테러단체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오랫동안 고통을 받던 시리아 국민이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할 수 있는 역사적인 기회의 순간”이라며 “알아사드 정권의 몰락은 근본적인 정의의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시리아는 우리 우방은 아니다”라며 “미국은 (시리아와 관련해)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알아사드 정권은 물론 시리아 반군과도 우호적인 관계가 아니었기 때문에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이란은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고 나섰다. 호세인 아크바리 시리아 주재 이란 대사는 “알아사드 정권의 붕괴로 인한 여파는 미국이 통제할 수 없을 것이며, 미국의 전략적 목표를 심각하게 방해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지역 국가들과 튀르키예가 개입하는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질서있는 새정부 수립 관건”…알아사드는 러 도피한편 이번 반란을 성공적으로 이끈 HTS의 지도자 아흐메드 알-샤라는 정부군의 퇴진을 촉구하는 한편, 소수민족과 비(非)무슬림을 보호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하지만 시리아가 외교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외부 세력의 압박이 상당할 것으로 보여서다. WSJ은 “반군이 이끄는 새 행정부로의 이행이 얼마나 질서 있게 이뤄질지, 또 쿠르드족과 알라위트 등 소수민족을 포함한 시리아 내 경쟁 세력이 더 이상의 갈등을 피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짚었다.알아사드 대통령은 그동안 자신을 후원해준 러시아로 도피했다. 러시아 언론들은 이날 크렘린궁 소식통을 인용해 알아사드 대통령 가족에 대한 망명을 허가했다고 보도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아랍의 봄 당시 민주화를 요구하던 평화 시위를 강경 진압하고, 내전 도중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등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아 왔다.
- 트럼프 “美, 시리아 내전 개입 말라..우리 싸움 아냐”
-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이 주도하는 시리아 반군이 대규모 공세에 나선 지 열흘 만에 수도 다마스쿠스를 포위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이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7일(현지시간) 반정부군이 시리아 중부 하마 주를 장악한 가운데 한 남성이 하마 주 도로변에 버려진 시리아 정부군 소속 군용 차량을 지나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시리아 정부는 12월 7일 다마스쿠스 주변에 철조망을 설치한다고 밝혔고, 반군은 번개처럼 진격해 도시를 압박하고 있다. (사진=AFP)트럼프 당선인은 7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시리아가 엉망이지만 우리의 우방은 아니며 미국은 시리아와 관련해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건 우리의 싸움이 아니다. 그대로 둬라. 개입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리아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모래 위 레드 라인(넘어서는 안되는 선)을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를 거부해 대혼란이 벌어지고 러시아가 개입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이제 러시아도, 어쩌면 아사드 본인처럼 강제로 퇴출되고 있는데 사실 러시아를 위해서는 최선일 수도 있다”며 “시리아는 오바마를 정말 바보같이 보이게 하는 것 외에는 러시아에 결코 별 이득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시리아는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과 2011년부터 내전을 벌여온 반군이 대규모 공세에 나서면서 수도 다마스쿠스까지 포위했다. HTS 지휘관 하산 압둘 가니는 이날 오후 성명에서 “수도 다마스쿠스를 포위하는 마지막 단계에 들어섰다”고 주장했다. 지난 달 27일 친튀르키예 무장세력과 합세해 공세를 시작한 반군은 북서부의 알레포와 중부 하마를 차례로 점령하고 다마스쿠스를 향해 진군해왔다.그간 내전에서 러시아는 이란과 함께 알아사드 대통령 측의 정부군을 도왔으며, 미국은 시리아 정부군과 친이란 무장세력을 상대로 전투를 벌여온 쿠르드족 민병대를 지원하는 등 대리전 양상으로 진행됐다. 미군은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한다는 명분으로 시리아에 약 900명의 병력을 주둔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 이란, 튀르키예는 이날 외무장관 회동을 갖고 시리아 내전 대응책을 논의했다. 3개국 외무장관과 유엔의 시리아 특사 예이르 페데르센은 이날 카타르에서 열린 도하 포럼을 계기로 ‘아스타나 프로세스’에 따라 별도로 만났다.아스타나 프로세스는 러시아, 이란, 튀르키예 등 3국과 내전 당사자, 유엔 등이 참여해 시리아 내전 해법을 논의하는 틀이다.회동 후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시리아 정부와 반군 측 간에 정치적 대화가 시작되도록 하는 것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 두개의 전쟁 나비효과…시리아 반군, 8년만 알레포 탈환
- 시리아 반군이 11월 30일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주의 마아렛 알-누만(Maaret al-Numan)으로 이어지는 도로에서 탱크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AFP)[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시리아 반군이 8년 만에 시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알레포를 기습 탈환하면서 2011년 이후 14년간 이어져 온 내전의 판세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라는 두 개의 전쟁의 나비효과가 시리아에 폭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알레포 장악한 반군, 주민들에 통금령 내려30일(현지시간) AP·AFP 통신 등에 따르면 시리아 반군은 시리아 북부 알레포의 대부분을 장악했다. 시리아 반군 세력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하야트 타흐리트 알샴(HTS)이 튀르키예 지원을 받는 반정부 소규모 무장조직이 합세해 지난달 27일 북서부에서 대규모 공세에 나선 지 사흘 만이다. 알레포는 시리아 정권이 이란·러시아·헤즈볼라 등의 지원을 받아 반군세력을 몰아내는데 4년 이상 걸린 도시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반군이 2012년부터 점령했던 알레포를 되찾아올 때 이를 전쟁의 전환점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후 아사드 정권이 이란과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시리아 주요 지역을 통치하면서 시리아 내전은 사실상 소강상태에 놓인 것처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리브에 거점을 두고 있던 HTS 등 반군이 알레포를 급습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달 29~30일 사이 시리아 정보군, 보안군, 경찰은 모두 알레포를 철수했으며 반군은 정부깃발을 내리고 거리에서 불태웠다. 반군은 거의 모든 곳을 통제했지만 아직 장악력을 굳건히 하지 못했으며, 주민에게 11월 30일 오후 5시부터 24시간 통금령을 내린 상태다. 유엔 인도주의 업무 조정국은 11월 29일 알레포 공항이 폐쇄됐고 모든 항공편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과거와 달리 이들은 잘 훈련돼 있으며, 온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아부 모하마드 알 자울라니 HTS 군사사령관은 “알레포는 항상 문명과 문화가 만나는 장소였으며 문화적, 종교적, 다양성의 긴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며 수니파 이슬람 추종자에게 시아파 등 다른 소수 민족에게 해를 끼치지 말라는 칙령을 냈다. 그러나 이들리브 지역에서 보여준 인권 유린 혐의와 내부 갈등을 볼 때 이들이 보여주는 ‘관용’이 어느 정도 지속할지는 불분명하다. ◇반군 지원하는 튀르키예, 중동 장악력 확대 노려시리아의 북부도시 알레포의 랜드마크인 시타델 주변으로 황폐화된 도시전경이 펼쳐지고 있다. 이 사진은 시리아 반군이 알레포를 점령한 후인 11월 30일 촬영됐다. (사진 =AFP)전문가들은 이번 반군의 기습 배경에는 그간 시리아 정부군의 우군이었던 러시아와 이란, 헤즈볼라의 세력약화가 있다고 말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발목이 잡혀 3년이 넘게 전쟁을 하고 있고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공습에 지도부가 궤멸상태에 빠질 정도로 치명상을 입었다. 이란은 장기간 경제 제재 속에 ‘저항의 축’이 약화하며 운신의 폭이 좁아진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튀르키예가 재빨리 기회를 잡았다는 것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백악관에서 시리아 국장을 지낸 앤드류 테이블러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에 대해 “지각적 변동”이라며 “지역 및 국제세력이 10여년 전 시리아에 개입했고 이제 우크라이나, 가자, 레바논의 갈등이 모두 알레포에서 합쳐지고 중첩되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 시리아 내전이 확전 기로에 놓여있다고 강조했다. ‘대패’를 맞은 시리아 정부군이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알레포에 반격을 감행할 수 있을지, 아니면 다른 주요 도시에서도 후퇴할지를 놓고 향후 몇 주, 또는 몇 달에 걸쳐 향방이 정해질 것이란 말이다. 알레포가 함락되며 아사드 정권의 우방이었던 러시아는 알레포와 이들리브 주요 반군이 점유한 지역을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북한에 인적·물적 도움을 요청할 정도로 자국 전쟁에 허덕이는 러시아가 어느 정도 아사드 정권을 지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바삼 삽바그 시리아 외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시리아 정부, 국가, 군대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했다고 성명에서 밝혔다.◇셈법 복잡해진 미국과 이스라엘미국과 이스라엘의 셈법 역시 복잡해졌다. 미국은 아사드 정권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나 이슬람 테러 조직 알카에다와 관련된 HTS 역시 테러조직 명단에 올린 상태다. 이들은 시리아의 정치적 민주화와 무관하게 지하드(무슬림 성전) 이념에 따르고 있으며 정치적 자유를 요구하는 반군 연합 세력과 대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HTS은 자신들을 이제 알카에다와는 관련 없는 독립세력이라 주장하고 있다. HTS가 세력을 더하며 미국이 지원하고 있는 쿠르드족 민병대인 ‘시리아민주군’(SDF)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NYT가 전쟁감시단체와 반군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쿠르드족이 이끄는 전투원이 알레포 일부 동네에 버려진 검문소를 점령했다. 쿠르드족 연구 전문가인 블라디미르 반 빈겐버그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알레포에는 쿠르드족이 이끄는 SDF와 인민방위대(YPG)가 통제하는 두 개의 동네가 있으며, 터키가 통제하는 아프린에서 온 상당수 실향민들이 알레포 북부 틸 리파트에 거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고 이란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약 900명의 미군을 시리아에 배치하고 있는데, 이는 대부분 쿠르드족이 통제하는 지역에 주둔하고 있다. 숀 사벳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성명을 통해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대화를 거부하고, 러시아와 이란에만 의존하는 것이 현재 시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불렀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대로 반군과 정치적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5년 시리아 정부와 반군의 과도 정부 구성과 유엔 감독하에 선거를 통한 새 정부 구성을 내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이스라엘 역시 셈법이 복잡해졌다. 이란이 지원하고 있는 아사드 정권의 약화와 이를 통해 이란-헤즈볼라-시리아 축을 약화시키는 것은 이스라엘로서는 긍정적인 일이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해방을 지지하며 하마스를 지원하는 튀르키예가 시리아에서 강력한 발판을 마련하고 중동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은 이스라엘의 안보 위협을 심화시킬 수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11월 29일 저녁 국방부 수장들과 특별안보회의를 열어 시리아 내전과 레바논 휴전 등을 논의했다.
- 튀르키예, 이라크·시리아 공습…쿠르드족 무장 세력 대피소 등 파괴
-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튀르키예는 14일(현지시간) 쿠르드족 분리주의 세력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쿠르드 민병대(YPG) 등에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동부 카미슐리에서 튀르키예의 공습으로 연기가 치솟고 있다.(AFP=연합뉴스)튀르키예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이라크 북부와 시리아에서 공습을 실시해 쿠르드족 무장 세력 목표물 24곳을 파괴했다”며 “이번 공격으로 많은 무장 세력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이번 작전은 시리아 북부와 이라크 북부의 메티나, 하쿠르크, 가라, 아소스, 칸딜 지역에서 이뤄졌다. 동굴, 대피소, 벙커, 저장고, 천연가스 생산 시설 등이 공습 대상에 포함됐다. 튀르키예는 지난해 12월 말 이라크와 시리아의 분쟁 지역에서 자국군 12명이 전사하자 대규모 보복 공습에 나섰다. 올 들어서도 폭격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튀르키예군 9명이 PKK 대원과의 충돌로 사망했다. 튀르키예군은 쿠르드족 자치권을 주장하는 PKK, YPG와 수년째 유혈 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PKK 무장 세력에 대한 공세의 하나로 이라크에서 국경을 넘는 작전을 수행해왔다. PKK는 튀르키예와 미국, 유럽연합(EU)에서 테러 조직으로 지정된 바 있다.
- 광복절에 독일선 日위안부 피해자 기림일 시위 열려
-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세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을 맞아 30여명의 피해자가 있는 독일에서도 14일(현지시간) 기념 시위가 열렸다. 세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은 고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으로 공개 증언을 한 것을 기념해 매년 8월 14일로 제정됐다. 독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문 광장에서 열린 제11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 기념 시위에서 참가자 70여명이 피해자들의 패널 앞에 헌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연합뉴스는 이날 독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문 앞 광장에서 열린 제11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 기념 시위에서 참가자 70여명은 한국,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필리핀, 네덜란드 등 유럽과 호주 등 국가별 위안부 피해자 패널 앞에 헌화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네덜란드 탐사보도 전문 언론인 그리셀다 몰레만스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독일 여성 30여명을 비롯해 적어도 35개국에서 50만명을 넘어선다”면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7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독일 여성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다는 점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그는 앞서 ‘일생의 전쟁’(A LIFETIME OF WAR)이라는 저서에서 네덜란드전쟁기록원과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등에서 찾은 자료를 근거로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이 점령지인 인도네시아에서 위안소 역할을 하는 건물로 미성년자를 포함한 독일 여성 30명을 옮겨 1942년 3∼4월 상시로 성폭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그는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이런 전쟁범죄를 자인하지 않으면서, 여성 인권과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면서 “독일 연방의회도 함께 나서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의 사과를 받아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베를린 일본여성모임은 이날 성명에서 “일본은 식민주의 역사와 전쟁범죄를 여전히 직시하지 않고 있다”면서 “위안부는 일본에서 거의 터부시되고 있고, 역사 교과서에서는 매우 적고 추상적으로 묘사돼 있으며, 대부분의 교사는 이 주제를 논하는 것을 꺼린다”고 지적했다.이날 시위에는 독일 필리핀 여성 모임 가브리엘라, 베를린 야지디 여성위원회, 쿠르드족 여성위원회, 아프가니스탄 여성연합 파르크폰다, 베를린 여성 살해반대네트워크 등이 연대발언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