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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롱비치항처럼 바꿔야..미세먼지 40% 줄일 것”
- 남봉현 인천항만공사 사장. △1962년생(만 56세) △서울대 경제학 학사·석사, 중앙대 경영학 박사 △행정고시 29회(1987년 공직) △기획재정부 특구기획과장, 산업관세과장, 국고과장, 복권위원회 사무처장 △환경부 감사관 △해양수산부 기획조정실장 △인천항만공사 사장 취임(2017년 2월6일). [인천항만공사 제공][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2025년까지 인천항 미세먼지 배출량의 40%를 감축하겠습니다. 도전적인 목표를 세우고 다각적인 방안을 추진하겠습니다. 차별화된 친환경 항만을 만들겠습니다. 미국 롱비치항처럼 인천항을 친환경 항만으로 바꾸는 데 주력하겠습니다.”남봉현(사진·56) 인천항만공사 사장은 31일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1순위 경영 목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미세먼지 나쁨 일수는 전국 평균 57일(강화된 기준 적용)에 달했다. 특히 중국과 인접한 인천은 오염이 심할 때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의무적으로 시행되는 지역이다. 남 사장이 “친환경 항만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정부도 친환경 항만에 시동을 걸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오는 12월까지 ‘항만지역 등 대기질 개선에 관한 특별법’ 제정에 나섰다. △항만 대기환경 실태조사 및 계획 수립 △배출규제 해역 지정 △친환경항만 구축 지원 내용 등이 특별법에 담긴다. 인천항 등에 해양대기환경측정망을 구축해 미세먼지 현황을 파악하게 된다. 이 결과를 토대로 환경관리 정책, 선박용 미세먼지 저감장치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지난해 오염물질 8000톤 넘게 감축”인천항만공사는 두 가지 미세먼지 대책을 적극 추진 중이다. 우선 육상전원공급시설(AMP)이다. 현재는 선박이 부두에 접안할 때 필요한 전기 공급을 위해 벙커C유 등을 태우고 있다. AMP가 도입되면 육상에서 전기를 끌어올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항은 AMP 설치로 항만 대기오염 감축에 성공했다. 인천항만공사도 인천 북항·남항·신항 68개소에 저압AMP 시설을 설치해 작년에만 이산화탄소 8073t, 초미세먼지 2.2t 등을 감축했다. 공사는 태양광도 추진 중이다. 공사는 2012년부터 물류창고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하고 오염물질 배출 감축에 나섰다. 이후 인천시 교육청, 한국지역난방공사와 함께 인천여상 체육관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했다. 공사는 이 발전 수익으로 지난해 인천시 청소년 100명에게 장학금을 수여했다. ‘친환경 항만’에 이어 남 사장은 ‘자동화 항만’도 검토 중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춘 장관은 ‘해운강국 건설’ 국정과제의 일환으로 ‘실직 없는 항만 자동화’를 제시했다. 항만자동화는 하역·이송·보관·반출의 항만운영 전 단계를 무인으로 하는 것이다. 중국은 상해 양산항 등 3개 항만에 완전 자동화를 도입했고 11개 항만을 시범사업장으로 지정했다. 남 사장은 “4차 산업혁명 추세에 맞춰 인천신항 1·2단계에 적용을 검토 중”이라며 “여수·광양 테스트베드(실증연구), 부산신항 노사정 협의체의 논의를 보고 일자리, 설비 비용 등 관련 연구·준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年 1000만명 크루즈 시장, 더 커질 것” 승객과 승무원 등 3450여명을 태운 크루즈 코스타세레나호가 지난 5월11일 속초항 국제크루즈터미널 부두에서 떠나고 있다.[속초시청 제공=연합뉴스]앞으로 남 사장은 크루즈 관광에도 공을 쏟을 예정이다. 내년 4월26일에 국내 최대 규모의 크루즈 터미널이 인천항에서 개장하기 때문이다. 축구장 면적의 8배(5만 6005㎡) 대지에 연면적 7364㎡(2228평)의 규모로 건설된다. 세월호(6825t)보다 33배나 무거운 22만 5000t급 초대형 크루즈도 수용할 수 있다. 개장일에 맞춰 ‘바다 위의 특급호텔’로 불리는 코스타 세레나호(11만 4000t)가 인천에서 중국 상해, 일본 후쿠오카로 출항한다. 남 사장은 “아시아 크루즈 시장의 연간 관광객이 700만~1000만명이고 연평균 시장 성장률이 9.5%로 꾸준히 오름세”라며 “최근엔 남북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도 조만간 잘 풀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중·일 3대 크루즈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과거 인천항은 대북(對北) 총 교역 규모의 86.6%를 담당했다”며 “국제제재가 풀리면 남북 크루즈 사업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 [람사르습지③] 걸어서 만나는 세계적인 생태 천국 '창녕 우포늪'
- 이른 새벽 물안개가 피어오른 우포늪 풍경(사진=창녕군청)이른 새벽 물안개가 피어오른 우포늪 풍경(사진=창녕군청)3포2벌 중 가장 규모가 큰 우포[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여름철 우포늪은 온갖 생명의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개구리밥, 마름, 생이가래 같은 수생식물이 세력을 넓히고, 새하얀 백로가 얕은 물가를 느긋하게 거닐며 먹이 활동을 한다. 가시연꽃이 보랏빛 꽃을 피워 여름의 절정을 알릴 날도 머지않았다.우포늪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자연 내륙 습지다. 1억 4000만 년 전에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담수 규모는 축구장 210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다.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늪에 1000종이 넘는 생명체가 서식한다. 특히 국내 수생식물 50~60%가 이곳에 산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98년 3월 2일 람사르협약 보존 습지로 등록됐고,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잠정 목록에도 등재됐다.사지포제방에서 조금 올라가면 일몰 포인트로 유명한 팽나무, 일명 사랑나무를 만난다.◇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자연 내륙 습지우포늪은 제방을 경계로 우포, 목포, 사지포, 쪽지벌 등 4개 자연 늪과 2017년 복원 사업으로 조성한 산밖벌까지 3포 2벌로 나뉜다. 우포가 가장 크고 목포가 그다음이다. 이름의 유래가 재미있다. 소를 닮아 우포(소벌), 홍수 때 나무가 많이 떠내려왔다고 목포(나무벌), 모래가 많아 사지포(모래벌), 규모가 작아 쪽지벌이다.본래 하나였는데 제방을 쌓고 주변 땅을 농경지로 만들면서 나뉘었다고 한다. 산밖벌은 농경지로 만든 것을 원래대로 복원한 우포의 막내 늪이다. 쪽지벌 아래 19만 2250㎡ 규모로 조성했고, 탐방로 둘레는 2.8km에 이른다. 산밖벌과 쪽지벌을 잇는 다리도 설치했다. 길이 98.9m, 보행 폭 2m인 우포출렁다리는 우포늪의 새로운 명물로 사랑받는다.우포늪은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둘러볼 수 있다. 대합면, 이방면, 유어면, 대지면에 걸쳐 들고 나는 곳이 여럿이지만, 대개 우포늪생태관에서 탐방을 시작한다. 우포늪을 일주하는 ‘우포늪생명길’ 8.7km를 이용해 걷는다. 30분에서 3시간 30분까지 코스가 여럿이다. 길이 모두 이어지므로, 가고 싶은 만큼 가서 중간에 빠져나가거나 되돌아가도 된다.우포와 쪽지벌 사이 사초군락 인근에 형성된 작은 물웅덩이. 신비로운 모습으로 탐방객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우포늪생태관 옆으로 걸어 들어가면 가장 먼저 포플러나무 길을 만난다. 이곳에서 안내 지도를 참고해 어느 방향으로 갈지 정한다. 왼쪽은 전망대와 숲탐방로1길, 따오기복원센터를 거쳐 사초 군락과 목포제방, 소목마을 주차장으로 이어진다. 오른쪽은 대대제방과 사지포제방으로 향하는 길이다.자전거는 각각 따오기복원센터 부근과 대대제방까지 갈 수 있다. 대대제방까지 갔다 돌아와 따오기복원센터 부근까지 가면 우포늪생명길 구간 중 1/3을 둘러보는 셈이다. 이 정도로도 우포늪을 감상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걸으면서 만나는 풍경은 이보다 신비롭고 아름답다.모곡제방에서 바라본 쪽지벌쪽지벌은 규모가 작아도 우포늪 전체의 축소판이라 할 만큼 다양한 동식물이 살아간다. 고기잡이배 두세 척이 묶인 소목나루터는 안개 낀 새벽에 특히 몽환적이다. 사지포제방은 일몰 무렵에 찾으면 좋다. 우포와 쪽지벌 사이에 넓게 자리한 사초 군락, 사초 군락에서 목포제방 쪽으로 건너가는 징검다리, 우포와 목포의 경계에서 두 늪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목포제방도 주요 탐방 포인트다.우포늪을 탐방하기 전, 우포늪생태관에 들르자. 현장감 있는 입체 모형과 영상을 보며 우포늪의 사계와 생태 환경을 이해하기 쉽다. 특히 시청각교육실에서 하루 6회 상영하는 〈우포 사계〉와 3D 입체 영상이 큰 도움이 된다. 토요일 오후 2~4시에는 흥미진진한 생태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온라인과 전화로 접수하고 참가비는 무료다. 외국인 참여도 가능하다. 우포늪생태관에는 외국인을 위한 영어·중국어·일본어 안내 팸플릿이 마련되었다. 전화로 예약하면 영어와 일본어 해설도 들을 수 있다. 영어권 관광객에게는 초대 관장을 지낸 노용호 연구관이 직접 고안한 생태 춤을 추며 우포늪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준다. 창녕읍 영신버스터미널에서 우포늪생태관까지 하루 5회 버스가 다닌다.창녕 석빙고(보물 제310호)◇석빙고·척경비 등 창녕의 문화재창녕 읍내에는 주요 문화재가 많다. 석빙고, 신라 진흥왕 척경비, 술정리 동·서 삼층석탑,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이 지척에 있어 걸어서 돌아볼 만하다. 조선 시대에 얼음을 보관한 창녕 석빙고(보물 310호)는 명덕초등학교에서 길 건너 도로변에 언덕처럼 솟아 있다. 1742년(영조 18)에 지역 현감이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석빙고에서 약 400m 떨어진 만옥정공원에는 창녕 신라 진흥왕 척경비(국보 33호)가 있다. 진흥왕이 영토 개척을 기념해 세운 비다.술정리 동삼층석탑(국보 제34호)술정리 동 삼층석탑(국보 34호)과 서 삼층석탑(보물 520호)은 이중 기단에 삼층 탑신을 올린 전형적인 통일신라 석탑이다. 동 삼층석탑은 상륜부가 모두 없어졌을지언정 크기와 조각 기법이 불국사 석가탑과 비교할 만한 위풍이 있다. 서 삼층석탑은 동 삼층석탑에 비해 기법이 다소 떨어지고, 제작 연대도 늦은 것으로 보인다. 두 탑은 제법 거리를 두고 있다. 탑 이름에 동·서가 붙은 것은 한 절터에 있어서가 아니라, 술정리에 탑 2기가 있어 이를 구분하기 위함이란다.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사적 제514호)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사적 514호)은 5~6세기 부족국가인 비화가야의 흔적으로 추정한다. 2007년 송현동 15호분에서 순장 인골 4구를 발견해 화제를 모았다. 그중 16세 정도로 추정되는 소녀의 인골이 학제 간 융합 연구로 복원됐다. 1500년을 거슬러 모습을 드러낸 가야 소녀는 ‘송현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고분군은 창녕읍 교리와 송현리 일대에 넓게 자리하며, 산책로가 나서 여유롭게 둘러보기 좋다.관룡사 용선대 석조여래좌상(보물 제295호)경치 좋기로 소문난 화왕산 관룡사도 빼놓지 말자. 통일신라 사찰로 원효대사가 제자 1000명을 데리고 화엄경을 설법한 곳이라 전한다. 대웅전(보물 212호), 대웅전 관음보살 벽화(보물 1816호), 약사전(보물 146호), 용선대 석조여래좌상(보물 295호) 등 문화재가 많다. 대웅전 뒤로 수려한 바위산이 병풍처럼 둘러섰고, 석조여래좌상을 모신 아슬아슬한 바위에 올라서면 탁 트인 전망이 펼쳐진다.촬영 장소로 인기 높은 소목나루터. 소목마을 주차장에서 가깝다◇여행메모△당일 여행 코스= 우포늪생태관→우포늪생명길△1박 2일 여행 코스=우포늪생태관→우포늪생명길→숙박→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만옥정공원(창녕 신라 진흥왕 척경비)→창녕 석빙고→창녕 술정리 동·서 삼층석탑→관룡사△가는길=중부내륙고속도로 창녕 IC→교차로에서 우회전, 이정표 따라 약 5.8km→회룡마을에서 우회전, 우포늪 세진주차장까지 2km△주변 볼거리= 산토끼노래동산, 화왕산, 부곡온천
- [줌인] 中 화웨이의 약진 "경쟁자는 애플"…삼성은 없었다
- 화웨이는 선전 본사 내에는 스마트시티 전시관을 마련하고 원격 의료와 스마트 정부, 스마트철도, 스마트 그리드 등 다양한 관련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화웨이의 스마트철도 모습.[글·사진=선전(중국)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스마트폰에선 애플, 네트워크 장비 사업에선 노키아와 에릭슨이 우리의 경쟁자입니다.”지난 1월 말, ‘초 혁신시대, 한국 산업의 미래는’ 기획 시리즈 취재를 위해 떠난 중국 선전 출장에서 세계 3위 스마트폰 업체인 화웨이의 선전시 룽강구 본사를 찾았다. 본사에서 만난 ICT 솔루션 책임자는 화웨이의 경쟁업체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당연히 삼성전자(005930)를 거론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의 입에서 삼성이란 단어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선전 중심지에서 차로 40분 가량 걸려 도착한 화웨이 본사는 서울 여의도 면적에 버금가는 약 200만㎡(60만 5000평) 대지 위에 A~K까지 모두 11개 구역으로 나눠져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약 4만 명의 임직원 중 60% 가량은 R&D(연구개발) 인력이다. 거대한 본사 내부에선 각 구역을 오가는 셔틀버스들이 쉴새 없이 직원들을 실어 날랐다. 그리스 이오닉 건축 양식으로 지은 트레이닝센터에선 신입사원은 물론 전 세계 임직원들이 중국어 및 영어 동시 통역으로 이뤄지는 교육을 받는다. 또 대형 커튼월로 마감된 최첨단 연구동에서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인재들이 외부로 나가지 않고도 모든 생활이 가능한 완벽한 시설 안에서 근무하고 있다.삼성전자보다 18년 늦은 지난 1987년, 런 정페이(任正非) 창립한 화웨이는 불과 30년 만에 전 세계 170여개 국에서 18만명의 임직원을 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화웨이는 한 해 매출이 5216억 위안(약 90조원·2016년 기준)에 달하고, 지난 10년간 R&D비용으로 3130억 위안(약 54조원)을 투자하며 거침없는 약진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무려 8만명에 달하는 전 세계 R&D 인력을 고용해 15곳의 R&D센터, 36개 공동혁신센터, 45개 교육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과감한 R&D 투자를 바탕으로 화웨이는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제네바 본부가 발표하는 국제특허 신청 건수에서 2014년과 2015년은 각 3442건, 3898건으로 2년 연속 세계 1위에 올랐다. 또 2016년에도 3692건으로 세계 2위를 차지했다.화웨이는 한국에선 스마트폰 제조사로만 알려져 있지만 △캐리어 비즈니스(유·무선 네트워크) △컨슈머 비즈니스(모바일 디바이스)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ICT 인프라) 등 3개 사업부로 운영되고 있다.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캐리어 비즈니스가 가장 비중이 큰 분야다. 유·무선 전송망 및 코어망, 데이터 통신, 네트워크 서비스 등을 통해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화웨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이 약 3조 7000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10배가 훨씬 넘는 규모다.화웨이는 이런 캐리어 비즈니스를 발판으로 스마트폰과 ICT 인프라 부문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애플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스마트폰 분야의 경우 2011년 첫 제품을 출시한 지 불과 4년 만인 2015년 연간 출하량 1억 대를 돌파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기준 시장 점유율 10.8%로 삼성전자(21.9%)와 애플(15.2%)에 이어 세계 3위(중국 내수 1위)에 올랐다.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는 화웨이 전체 매출의 10%에 불과하지만 AI(인공지능)와 IoT(사물인터넷)이 결합한 스마트시티(Smart City)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삼아 집중 투자에 나서고 있다. 올해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세계 최대 IT·전자박람회 ‘CES 2018’의 화두도 바로 스마트시티였다. 화웨이는 본사 내부에 대규모 스마트시티 전시관을 마련하고 다양한 관련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이 중 원격 의료 분야는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크지만 한국에서는 엄격한 의료 및 개인정보 수집·활용 등의 규제 탓에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어, 세계 시장을 선점 당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규제 포비아` 없는 선전 글로벌 기업의 혁신
- 선전시 룽강구에 있는 화웨이 본사에 마련돼 있는 스마트시티 쇼룸에 원격 의료 관련 제품들이 전시돼 있다.[선전(중국)=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선전을 기반으로 성장한 글로벌 기업들은 이른바 ‘규제 포비아(PHOBIA·공포증)’ 없는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퍼스트무버(시장 선도자)로 변신하기 위한 혁신을 계속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와 미국 애플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세계 3위 스마트폰 제조업체 화웨이는 AI(인공지능)과 IoT(사물인터넷) 등이 결합한 ‘스마트시티(Smart City)’ 분야를 선점하기 위한 R&D(연구개발) 투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세계 상업용 드론(무인항공기) 분야 1위인 DJI는 비행규제가 없는 선전의 사업 환경 속에서 드론에 자율주행 기술을 결합하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화웨이, 원격 의료 등 ‘스마트시티’ 사업 박차지난 1월 29일 오후 찾은 선전시 룽강구의 화웨이 본사는 그리스 건축 양식과 거대한 커튼월로 이뤄진 최첨단 건물 등이 어우러져, 미국의 대학 캠퍼스나 고급 리조트를 연상시켰다. 화웨이 선전 본사는 서울 여의도 면적과 맞먹는 약 200만㎡(60만 5000평) 대지 위에 A~K까지 모두 11개 구역으로 나눠져, 4만여명의 임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이 중 60% 가량이 R&D 인력이다. 본사 내부에는 각 구역 사이를 오가는 셔틀버스가 쉴새 없이 직원들을 실어 나른다.영국 런던에서 브랜드마케팅 업무를 하다가 화웨이에 입사했다는 조시(24·여)는 “다양한 국가 인재들이 모이다 보니 중식은 물론 양식, 일식, 태국식, 할랄(아랍) 음식까지 구내식당에 모두 준비돼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화웨이는 한국에선 스마트폰 제조사로만 알려져 있지만 △캐리어 비즈니스(유·무선 네트워크) △컨슈머 비즈니스(모바일 디바이스)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ICT 인프라) 등 3개 사업부로 운영되고 있다. 이중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는 화웨이 전체 매출의 10%에 불과하지만 AI(인공지능)와 IoT(사물인터넷)이 결합한 스마트시티(Smart City)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삼아 집중 투자에 나서고 있다. 올해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세계 최대 IT·전자박람회 ‘CES 2018’의 화두도 바로 스마트시티였다. 화웨이는 본사 내부에 빅데이터를 활용한 대규모 스마트시티 전시관을 마련하고 다양한 관련 제품을 직접 소개하고 있다. 이 곳에선 원격 의료 시스템과 안면인식 데이터 검색 및 클라우딩 시스템, 스마트 거버넌스(정부 효율화 시스템), 스마트 철도·항공 시스템 등 실용화 단계에 이른 스마트시티 제품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특히 원격 의료는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크지만 한국에서는 엄격한 의료 및 개인정보 수집·활용 등의 규제 탓에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분야다.첸스 화웨이 ICT솔루션 리더는 “중국은 넓은 나라이고 의료시설이 전혀 없는 시골에선 원격 의료가 꼭 필요한 기술이라 정부 규제나 일반인들의 거부감이 거의 없다”며 “종합병원과 전문클리닉, 가정용 등 3단계로 나눠 원격 진료, 건강 체크, 의사 간의 정보 교환, 환자 정보 등을 통합 관리해 빅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빅데이터를 활용한 화웨이의 교통 및 CCTV 클라우드 솔루션.◇드론 세계 1위 오른 DJI…자율주행까지 확장창업 10여년 만에 전 세계 드론 시장의 70%를 차지한 DJI의 성공도 각종 규제에서 자유로운 선전의 사업 환경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지난 2006년 엔지니어 출신인 프랭크 왕이 설립한 DJI는 원래 무선 조종 헬리콥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플라이트 컨트롤러(기체가 비행하도록 모터를 제어하는 장치)’를 만들던 회사였지만, 보유 기술 활용해 드론을 직접 제작하면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서울과 달리 드론 등 무인항공기의 비행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는 선전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지난해 글로벌 매출 27억 달러(약 3조원)을 기록하며 불과 5년 새 100배 이상 성장한 DJI는 또다시 드론에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DJI는 선전시 난산구에 자율주행용 센서를 개발하는 R&D 센터를 마련하고 관련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지속적인 R&D 투자로 DJI의 부품 자체 생산율은 탑재 카메라를 포함해 100%에 육박하고 있다.석지현 DJI 매니저는 “드론에 자율주행 센서를 적용해 산업적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며 “최근 개발한 신제품은 비행 중 장애물이 나타나면 스스로 회피하고 변경된 경로까지 계산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선전시 난산구에 있는 대규모 도심 공원인 ‘OCT 하버(OCT Harbour)’에 있는 독특한 외관의 DJI 플래그십 매장.
- [여행] 명인, 사람에 반하다
- 경남 밀양 백중놀이 예능보유자인 하용부 명인이 즉흥 춤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사람에 반했다. 바람처럼 다가와 마음 속에 소리를 만들고, 향기를 풍긴다. 그리고선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다. 그 어떤 풍경보다 사람이 준 감동에 가슴이 크게 요동친다. 이번 여정은 전국의 명인을 찾아가는 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2015년부터 추진해 온 ‘지역명사 문화여행’ 사업이다. 지역의 역사와 생생한 삶을 함께 한 명사를 고품격 스토리텔러로 발굴·육성해 그들의 ‘인생담’과 ‘지역 고유의 문화관광 콘텐츠’를 접목했다. 지금까지 지역별로 총 14명의 명사가 활동하고 있다. 마지막 황손인 이석, 박경리씨의 딸인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 우리나라 1세대 커피 바리스타인 박이추 씨 등이다. 그중 이번 여정에서는 3명의 명인들을 만나봤다. 경남 밀양 백중놀이 예능보유자인 하용부 명인이 즉흥 춤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추는게 아니라 추어지는 거다”춤판이 벌어졌다. 물처럼 모나지 않다. 그 흐름에 몸을 내맡기면서 구부정해진다. 엉덩이도 살작 빠져 얼핏 춤이 아니라 엉거주춤 같지만 절묘하게 춤사위가 이어진다. 어디로든 뻗을 수 있게 휘어졌다가, 여차하는 순간 들이 댓바람으로 펼쳐낸다. 하용부는 가만히 서 있어도 춤이 된다는 ‘전설의 명무’ 하보경(1906~1998)의 손자다. 하보경은 영남 양반춤의 대가다. 하용부의 증조할아버지(하성옥)로부터 내려오는 ‘밀양 강변춤’의 맥을 잇고 있다. 타고난 춤꾼이라는 게다. 지난 2001년 중요무형문화재 제68호 밀양백중놀이 예능보유자로 지정됐다. 경남 밀양 백중놀이는 벼농사를 주로 하는 지방의 ‘호미씻이 놀이’의 일종이다. 밀양에서는 백중날에 논다해 ‘백중놀이’, 혹은 ‘꼼배기참놀이’라고도 한다. 양반들은 음력 7월 보름을 ‘머슴날’로 정해 머슴들에게 휴가를 주고 ‘꼼배기참’이라고 하는 음식으로 머슴들을 달랬다. 이날 머슴들은 각종 춤과 토속적인 놀이를 벌이며 하루를 즐겼다. 놀이는 농신제(農神祭)를 시작으로 작두말타기, 춤판, 뒷놀이로 이어진다. 농신제는 농악을 하며 원을 지어서 오방진굿으로 놀이마당을 닦는 순서다. 작두말타기는 지게와 비슷한 작두말에 좌상·무상을 태우고 벌이는 양반 욕하기 놀이이다. 춤판은 양반춤부터 난쟁이, 중풍장이, 배불뚝이, 꼬부랑할미, 떨떨이, 문둥이, 꼽추, 히줄대기, 봉사, 절름발이 등 익살스러운 춤과 범부춤, 오북춤 등 밀양에서만 볼 수 있는 멋드러진 춤으로 흥취를 돋군다. 이들 춤들은 각기 개성 있고 향토색이 짙다. 마지막 뒷놀이는 모든 놀이꾼이 함께 어울리는 군무로, 다양한 장단에 저마다의 활달한 춤사위로 기진할 때까지 춤을 췄다고 한다.하용부의 공연은 밀양연극촌(055-355-2308)에성 열린다. 즉흥 춤 공연과 춤사위 배우기 등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거친 숨소리와 나비처럼 떨리는 손짓을 지근거리에서 경험할 수 있다. 춤을 배우는 시간도 흥겹다. 처음에 멀쑥해하던 이들도 시간이 지나면 저마다 흥의 세계로 빠져든다. 서계종택의 13대 종부인 조귀분 여사가 ‘음식디미방’을 쓴 저자인 1대 종부 장계향을 직접 소개하고 있다.◇최초의 한글 음식백과서 ‘음식디미방’“이리 눈도 어두운데 간신히 썼으니, 이 뜻을 알아 이대로 시행하고, 딸자식들은 각각 베껴가되, 이 책을 가져갈 생각은 하지 말아라.”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음식백과서인 ‘음식디미방’ 책 뒤에 쓰인 말이다. 이 책은 지금부터 약 350년전인 1670년(현종 11년) 동사이사에 최초로 여성이 쓴 조리서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종가 레시피이기도 하다. 이름 그대로 경상도 양반가의 음식을 담고 있다. 지은이는 서계종가의 1대 종부인 ‘여중군자’ 장계향이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쓴 책이다. 음식디미방이란 ‘좋은 음식 맛을 내는 방문’이란 뜻으로 여기서 ‘디’는 한자 지(知)의 엣말이다. 경상도 양반가의 음식과 저장, 발효식품 등 146가지 요리와 51가지 술을 소개하고 있다. 장계향이 남긴 가문의 비법은 13대손인 조귀분 여사의 손에서 그대로 재현될 수 있는 이유도 ‘음식디미당’ 덕분이다. 조 여사는 종부에서 종부로 300년 넘게 이어져 온 손맛을 식탁 위에 펼쳐 놓는다.석계종택에서는 ‘음식디미방’ 속 요리를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잡과편(떡의 일종) 등 비교적 손쉬운 음식들이 대상이다. 조 여사가 강연자로 나선다. 음식디미방의 레시피대로 만든 한상차림을 맛볼 수도 있다. 물론 값은 녹록하지 않다. 유물전시관과 두들마을의 고택들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석계종택 옆으로는 음식디미방 체험관, 음식디미방 교육관과 전시관이 있다. 또 근처에는 정부인 안동장씨 유적비와 장계향 예절관, 유물전시관이 있어 두들마을에서 하룻밤 한옥체험을 하며 음식디미방에 소개된 음식을 맛보거나 직접 배울 수 있다.강원도 홍천의 흑자도예가인 김시영 명인◇국내 유일무이한 흑자 도공 ‘김시영 작가’“1년에 최소 300번 이상은 불을 때운 셈이지요. 그 300번 중에 마음에 드는 색을 찾는 건 손에 꼽을 정도지요. 무수한 실패를 거듭했어요. 그나마 체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힘들었지만 흑유의 매력 때문에 도저히 헤어나올 수가 없었지요.”강원도 홍천의 김시영 작가는 국내에서 드문 흑자(黑磁) 명인이다. 흑유(黑釉) 또는 흑자는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에서 널리 만들던 검은 도자기다. 흰빛을 즐겼던 조선시대에 맥이 끊겨서 그렇지 고려 때만 해도 청자보다 귀한 대접을 받았다. 철분이 든 약토(유약)를 발라 굽는 방식에 따라 다양한 스펙트럼의 검은빛이 나온다. 김 작가는 “조선시대에 워낙 흰색을 귀하게 여겼던 탓에 자취를 감췄지만 고려 때만 해도 많이들 썼다”고 했다. 김 작가는 대학 시절 우연히 마주한 흑자에 마음을 뺏겼다. 도예가의 길로 들어선 것은 1998년. 그는 당시 경기도 가평에 가마터 ‘가평요’를 차렸다. 쉽지 않은 길이었다. 일본이나 중국에는 전통 흑자 기술이 전수되고 있는 반면 당시 국내에는 스승으로 삼을 만한 도공이 없었다. 독학 끝에 흑자를 빚는 데 성공했고, 지금까지 국내에선 유일무이한 흑자 도공으로 활동해왔다. 김 작가 작품은 흑자를 청자나 백자보다 더 고급으로 치는 일본에서 인기가 있다. 일본미술구락부가 낸 ‘미술가명감’ 2009년판은 그가 만든 작은 찻잔 하나를 무려 100만엔(약 1000만원)으로 감정했다. 현재 그가 빚는 달항아리 연작은 개당 3000만원을 호가한다. 5년 전인 2012년 홍천강 지류 동막천이 지나는 홍천 모곡리에 새 작업실을 지었다. 이름도 그대로인 가평요를 유지했다. 대지 3300㎡(약 100평)의 널찍한 땅에 흙과 나무로 만든 건물 세 개 동이 들어섰다.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흑자를 만날 수 있는 전시장이다. 흑자를 계승하게 된 사연, 흙과 불의 조화에 따라 사뭇 다른 빛깔로 태어나는 흑자 이야기 등을 들을 수 있다.
- 자연과 하나된 예술 '순천만 습지'를 채우다
- ‘2016 순천만국제자연환경미술제’를 연 순천만국가정원 서문 일대의 WWT습지 주변에 자리잡은 최평곤 작가의 대나무 설치작품 ‘돌아가는 길’. 언덕부터 습지까지 천천히 걸어 들어가는 듯한 사람형상이다. 왼쪽 뒷편으로 허강 작가가 쪽배와 애드벌룬으로 만든 ‘만천명월’이 보인다(사진=김용운 기자).[순천=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대나무로 엮은 인물상이 습지 안에 반쯤 몸을 묻고 서 있다. 갈대가 무성한 습지 주변에 쪽배 한 척이 떠 있고 그 위에는 하얀색 애드벌룬이 묶여 있다. 주변에 어둠이 내리자 애드벌룬에서 빛이 나온다. 마치 보름달 같다. 새 깃털 형상으로 만든 조형물은 바람결에 따라 흔들린다. 하늘에는 물방울 모양을 한 거대한 풍선이 석양에 반짝인다. ‘2016 순천만국제자연환경미술제’가 오는 12월 18일까지 전남 순천시 순천만국가정원에서 열린다. 올해 개최한 ‘순천만국제환경미술제’는 순천시가 국제조형예술협회(The International Associations of Art·이하 IAA)와 교류협약을 맺은 것을 계기로 성사됐다. IAA는 1948년 미로· 들로네·마타·칼더 등 세계적인 조형예술가들이 만든 국제전업작가 조직으로 유네스코의 공식 파트너기도 하다. 순천시는 2013년 조성한 순천만국가정원의 활용을 위해 고심하던 중 올해 IAA와 교류협약을 맺고 순천만국가정원의 특성을 살린 미술제를 열기로 했다. 순천만국가정원은 세계 5대 연안습지로 평가받는 순천만의 훼손을 막기 위해 순천 도심과 순천만 연안습지 사이에 조성한 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정원이다. 지난해 대한민국 제1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 국가정원과 어우러진 환경친화적 작품 미술제의 주제는 ‘낙원을 즐기듯이 돌아본다’는 의미의 ‘낙원유람’(樂園遊覽)으로 순천만국가정원 서문에 있는 순천만국제습지센터 일원이 주요 전시장이다. 순천만국제습지센터 앞 야외 WWT습지 주변서 열리는 제1전시(야외설치전)와 순천만국제습지센터에서 열리는 제2전시(실내전), 제3전시(퍼포먼스전)로 구성했다. 세계 26개국 58명(팀)의 작가들이 참여해 설치와 회화·미디어·퍼포먼스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최평곤의 ‘돌아가는 길’(사진=순천만국제자연환경미술제)미술제가 열리는 순천만국가정원의 특성을 가장 잘 반영한 전시는 야외설치전이다. 최평곤 작가는 언덕부터 습지까지 천천히 걸어 들어가는 듯한 사람 형상의 대나무 조형작품 ‘돌아가는 길’을 내놨다. 최 작가는 “순천만은 어머니의 자궁처럼 자연의 생명을 잉태하는 곳이었다”며 “대자연의 품으로 돌아가자는 염원을 담았다”고 말했다. 허강 작가의 ‘만천명월’은 물가에 비치는 달빛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설치 작품. 쪽배 위에 올려 놓은 하얀색 애드벌룬에 조명장치를 붙여 밤이 되면 보름달이 수면 위에 떠있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허 작가는 “순천의 자연 속에서 달과 쪽배를 통해 훼손한 자연과 변치 않는 달의 이미지를 환기하고자 했다”고 작품의 의의를 밝혔다. 스페인 작가 로저 리고스의 ‘날개’는 하얀 천으로 만든 날개모양의 조형물을 습지 위에 띄워 자연스럽게 바람에 휘날리는 풍경을 만들어냈다. 오태원 작가의 ‘제로 그래비티, 빅드롭스’(Zero Gravity, Big Drops)는 순천만국제습지센터 옥상 위에 설치한 작품으로 허공에 물방울 모양의 풍선들이 매달린 모습이다. 오 작가는 “낙원이란 무중력 상태처럼 둥둥 떠 있는 느낌이 나는 곳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미국작가 스티븐 시걸의 ‘순천에서 엮다’(사진=순천만국제자연환경예술제)미국 작가 스티븐 시걸의 ‘순천에서 엮다’는 시걸이 1990년대 이후 제작한 일련의 종이작업 중 가장 최근의 작품. 수천 ㎏에 달하는 폐신문지를 소나무와 죽은 나무 사이에 마치 벽을 쌓듯 쌓아 올려 자연의 순환을 상기시킨다. 이외에도 네덜란드 작가 피어 홀투이젠의 ‘공간낙원’과 잠비아 작가 찰스 참바타의 ‘신세계 건설을 위한 자연으로부터의 탈주’ 등이 눈에 띄며 이용백 작가의 ‘유목하는 섬’, 이승택 작가의 ‘기와 입은 대지’, 김구림 작가의 ‘음과 양 2016’ 등 국내 미술계 대표 작가들의 신작도 관람객을 맞는다. 네덜란드작가 피어 홀투이젠의 ‘공간낙원’(사진=김용운 기자)◇ 실내전시와 퍼포먼스로 ‘현대미술’ 공유 실내전시는 ‘남도의 낙원’을 모티브로 작품을 배치했다. 김기라·김형규 작가의 ‘새로운 세계의 사상화’ ‘세기의 빛’을 비롯해 조영아 작가의 ‘기억의 껍질’, 칠레 작가 프란시스코 살라스의 ‘에덴의 씨앗’, 중국 출신으로 미국서 활동 중인 양친의 ‘3번가 걷기, 6번가 걷기’, 멕시코 작가 마가리타 샤콘 바흐의 ‘낙원으로의 비행’ 등 국내외 작가 12명(팀)이 참여해 조각·설치·미디어아트 등을 전시한다. 최요안의 ‘현상계’(사진=순천만국제자연환경미술제)특히 이이남 작가는 매일 오후 5시부터 한 시간 동안 순천만국제습지센터 입구서 펼치는 ‘빛-꽃 2016, 레이저’라는 작품을 통해 기존의 회화를 기반으로 한 미디어아트와 다른 형식의 작품을 관람객에게 선사한다. 이외에도 퍼포먼스전은 ‘큰 뜰 유람’이란 주제로 방효성·신용구 등 국내 작가와 알리 브람웰, 가브리엘 아담스 등 해외작가가 참가해 자연과 벗 삼아 풍류를 즐기던 한국의 선비 정신과 세계의 자연이 녹아든 다양한 퍼포먼스를 미술제기간 내내 선보인다.김영규 순천만국제자연환경미술제 공동집행위원장은 지난 17일 열린 개막 기자간담회에서 “정원이 옛날처럼 힐링만 하는 곳이 아니라 함께 호흡하고 배우기도 하며 자연의 변화까지 경험하는 곳이 될 수 있다”며 “순천에서 여는 첫 국제미술제인 만큼 준비 과정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많은 미술인이 협력해 뜻깊은 미술제를 개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이남의 ‘빛-꽃 2016, 레이저’(사진=순천만국제자연환경미술제).중국작가 양친의 ‘6번가 걷기’(사진=순천만국제자연환경미술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