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검색결과 275건
- [일문일답]이유리 "서울예술단, 신나서 도전하는 조직으로 만들고파"
-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유리 서울예술단 이사장 인터뷰[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3년 임기 안에 서울예술단 식구들이 성취감, 행복감, 희열을 느끼고, 신나서 도전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이유리 서울예술단 이사장은 최근 취임 100일을 즈음해 예술의전당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임기가 정해져 있기에 더 강력한 책임과 성과가 필요하다. 주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서 제가 떠난 후에도 계속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놓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 이사장은 “서울예술단은 민간 제작사들이 섣불리 개발하기 어려운 새로운 예술적 실험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민간부문의 공연 생태계가 활성화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민간과 경쟁하는 상업 뮤지컬 개발보다는, 모든 장르를 허물고 아우르는 총체극 형태의 실험적인 공연을 활발하게 추진하는데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슬립 노모어’나 ‘태양의 서커스’의 작품같은 공연을 만들고 싶다”고 밝힌 이 이사장은 내년 가을 무용단원 중심의 피지컬 씨어터 신작을 발표할 예정이다. ‘피지컬 씨어터’는 댄스, 마임 등 신체적인 움직임을 통해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공연을 일컫는다. 이외에 ‘잃어버린 얼굴’, ‘금란방’이 내년 라인업에 포함됐다. ‘이른 봄 늦은 겨울’과 ‘굿 세워라 금순아’는 1년간 지역을 돌며 순회 공연한다. 이 이사장과의 인터뷰 주요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유리 서울예술단 이사장 인터뷰-약 20년 만에 서울예술단에 다시 돌아왔는데, △뮤지컬 ‘바리’, ‘태풍’ 등 두 작품의 프로듀서를 맡아 초연을 끝내고 2000년에 나왔으니 20년이 넘었네요. 처음 제가 서울예술단에 들어왔을 때 꽤 시끌벅적 했어요.(웃음)-무슨 일이 있었나.△1998년에 당시 신선희 이사장이 “도와달라”며 전화가 왔어요. 서둘러 입단 절차를 밟았는데, 당시 인사담당자가 호봉제 계약서를 내미는 거예요. 그래서 “난 전문기획자다. 공무원으로 취업할 생각없으니 연봉제로 계약하자. 직함도 프로듀서라 불러달라”고 요구했어요. 당황스러워하며 난색을 표했는데, 신선희 이사장의 승인으로 연봉제로 계약하고 프로듀서 직함도 받아냈죠. 국공립 단체에서는 둘 다 처음 있는 일이었어요.(웃음) -기대만큼 활약상도 대단했다고 들었다. △신선희 이사장에게 “내가 뭘 하면 되는 거냐”고 물었더니, 대뜸 하시는 말씀이 “우리 1등 한 번 해봅시다”였어요. 1등 하는 길이 뭘지 곰곰이 생각하다가 ‘시상식에서 상을 싹슬이 해보자’고 목표를 세웠어요. 그리고 ‘태풍’으로 한국뮤지컬대상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고, 9개 부문을 수상했어요. 그 후로 깨지지 않은 최다 수상 기록이죠. 그때는 그것이 맞다고 생각했고 성과도 거뒀지만,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요. -생각이 어떻게 변했나. △시상식 수상, 흥행을 목표로 하는 공연 비즈니스는 민간부문의 몫이죠. 국공립 예술단체들은 민간 시장에서 섣불리 개발하기 어려운 새로운 예술적 실험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민간 부문의 공연 생태계가 활성화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유리 서울예술단 이사장 인터뷰-뮤지컬 시장이 커졌으니 서울예술단의 역할도 달라지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럼요. 20년 전 제가 ‘바리’, ‘태풍’을 제작할 때만 해도 뮤지컬 시장이 산업화 되기 전이었고, 전문가도 거의 없었어요. 민간에서 창작뮤지컬을 개발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보니, 국공립 예술단체들이 해줘야 했죠. 그런데 지금은 달라요. 뮤지컬 시장은 산업화됐고, 전문가도 많아요. 이제 서울예술단이 해야 할 역할이나 정체성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죠. 민간과 경쟁하는 상업 뮤지컬의 개발은 이제 유효하지 않아요. 지금 저에게 가장 큰 과제는 ‘서울예술단의 정체성 재정립’이에요.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모든 국공립 예술단체들이 특정 단일 장르를 대표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서울예술단만은 무용단원, 사물단원, 가극단원 등 다양하게 구성돼 있잖아요? 어떤 장르의 공연도 실험이 가능한 인적 구성이에요, 그간 서울예술단이 창작뮤지컬을 비롯해 가무악, 가무극, 총체극 등 다양한 공연들을 개발할 수 있던 이유죠. ‘꾿빠이 이상’, ‘바람의 나라’, ‘이른 봄 늦은 겨울’과 같은 독특한 공연도 나올 수 있었구요. -실험적인 공연을 늘릴 것이란 얘긴가. △서울예술단은 장르가 융합되고 춤, 노래, 연기를 전부 아우르는 총체극 형식의 공연을 더 활발하게 추구해야 한다고 봐요. 뮤지컬 시장을 보면 서구적인 뮤지컬 문법에 익숙한 작품들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데, 서울예술단은 전통 기반의 소재, 양식 등을 끊임없이 개발해야 해요. 민간에서는 할 수 없는 예술적 실험을 계속 시도해야죠. -‘다윈영의 악의기원’, ‘나빌레라’ 등을 민간 제작사에 라이선스를 준다고 했는데. △국공립 예술단체가 좋은 레퍼토리를 보유만 하고 있는 것보다,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국고로 제작했으니, 서울예술단만의 것도 아니죠. 창작 인큐베이팅사업인 셈이에요. -진척 사항이 있나. △두 작품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제작사들이 굉장히 많아요. 하지만 특정 회사와 계약을 하는 것은 국공립 예술단체가 취할 바람직한 비즈니스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뮤지컬협회를 통해 모든 민간 제작사들에게 동일한 정보를 제공하고. 공모를 통해 신청을 받은 뒤 객관적 기준으로 제작사를 선정할 거예요. 구체적인 방식은 뮤지컬협회와 논의 중인데, 올해 안에 진행할 거예요. -추가로 라이선스화 할 작품이 있나. △현재는 두 작품만 생각하고 있어요.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유리 서울예술단 이사장 인터뷰-얘기를 듣다 보니 앞으로 어떻게 서울예술단을 끌고 갈 생각인지 방향성이 궁금해진다. △공연사업, 생태계 활성화사업, 사회공헌사업이 세 가지 축이에요. 공연사업 측면에서는 피지컬 씨어터를 개발할 거예요. 서울예술단은 정상급 무용단원들을 보유하고 있어요. 게다가 우리 무용단원들은 연기와 노래도 능해 피지컬 씨어터를 제작하기에 최적입니다.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창작뮤지컬도 지속적으로 개발해서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나빌레라’ 사례를 계속 만들려고 해요.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작품은 민간으로 계속 내보낼 겁니다. 사회공헌 측면에서는 예술의전당, 서초문화재단과 함께 ‘액티브 시니어 뮤지컬단’을 구상하고 있어요. 일반인들이 연륜이 쌓인 단원들에게 뮤지컬을 배우고 공연하는 형태예요. 모든 사업은 서울예술단이 국공립 예술단체로서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이 될 겁니다. -조직 개편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추진돼 거의 마무리됐어요. 직원과 단원으로 공동 구성된 T/F팀을 통해 활발하게 협의했고, 모두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머리를 맞대 해결해 가고 있어요. -조직원들이 생각하는 문제점은 뭔가.△예술감독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요. 단원실을 독립적인 조직으로 재편해서 단원들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구요. -예술감독 제도가 왜 문제인가.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 등 다른 국공립 예술단체들는 이사장과 예술감독이 일원화돼 있죠. 하지만 서울예술단은 이사장과 예술감독이 분리돼 있어 조직 구조가 복잡하고, 예술감독의 역할도 애매해요. 특히 그간 서울예술단의 메인 공연이었던 뮤지컬의 경우 공연을 올릴 때마다 새로운 프로덕션이 꾸려져 창작진이 외부에서 들어옵니다. 예술감독의 역할은 극히 제한적이죠. 애초에 서울예술단에서 예술감독의 역할은 단원 관리가 주된 역할인데, 명칭이 예술감독이다 보니 혼란이 가중됐어요. 조직내 갈등 구조가 만들어지고. 본연의 역할을 수행 하지 못해 문제로 지적돼 왔죠. -내년에는 어떤 작품을 올릴 계획인가. △레퍼토리 작품 중에선 ‘잃어버린 얼굴’, ‘금란방’을 공연합니다. ‘이른 봄 늦은 겨울’과 ‘굿 세워라 금순아’는 1년 동안 지역 공연으로 돌릴 예정이구요. 내년 가을에는 무용단원 중심의 신작 피지컬 씨어터를 CJ토월극장에서 선보일 계획이에요. 800석 규모의 CJ토월극장 규모의 공연장에서 시도한 적 없는 과감한 도전이 될 거예요. ‘슬립 노모어’나 ‘태양의 서커스’의 작품처럼 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콘텐츠를 고심하고 있어요. -혹시 외부 작품 중에서 서울예술단이 하면 참 잘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작품이 있나. △국내 보다는, 해외 연출가 중에 로베르 르빠주(Robert Lepage),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Dimitris Papaioannou), 미셸 르미유(Michel Lemieux)가 서울예술단과 함께 공연하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유리 서울예술단 이사장 인터뷰-온라인에 대한 대응은 어떻게 할 생각인지. △최근 몇 년간 제가 가장 관심 있는 분야가 공연예술과 기술의 융합이에요. 공연이 영상 기술은 물론, 다양한 기술들과 만나서 이룰 수 있는 확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메타버스 상에 뮤지컬 콘텐츠를 결합하는 K-뮤지컬 월드를 구축할 계획도 갖고 있어요. 사실 공연의 유래가 사람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얻고자 하는 데서 출발하는 거잖아요? 지금 젊은 세대들에겐 온라인 플랫폼이 더 익숙한 만큼 우리도 확장성을 가져야 해요. 그런 측면에서 온라인 공연과 영상화는 플랫폼의 확장이라고 봐야 해요. -뮤지컬협회 이사장을 하면서 성과를 많이 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애썼던 부분이 뮤지컬 장르가 별도의 지원금을 받게 된 거예요. 아직 뮤지컬이 연극의 한 부류이고, 독립 장르로 인정받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 지원금을 받은 것이 처음이었죠. 뮤지컬을 독립 장르로 인정하는 공연법 개정을 이뤄놓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법 개정에 계속 힘을 보탤 생각입니다. 급성장하고 있는 뮤지컬 산업을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해 준다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또 하나의 K-컬처가 탄생할 거라고 확신해요. -임기 중에 이것만은 꼭 해내겠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다면. △단원들과 구성원들에게 약속한 게 있어요. 세 가지인데 단원들의 역량 강화 프로그램 활성화, 서울예술단 특성에 맞는 공연 정체성을 찾아 레퍼토리화, 국립 명칭의 현실화예요. 그리고 지금 그 약속을 구체적이고 전략적으로 실행해 가는 과정입니다. 저는 평생 어떤 일이든지 주어지면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제 스스로와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지키는데 몰두해 왔어요. 내년 초에 창작진을 위한 국제 워크숍, 우리 단원들과 현장의 뮤지컬 배우들을 위한 국제 마스터 클래스 등의 인프라 프로그램을 새로 기획하고 내년 신작을 피지컬 씨어터를 기반으로 한 작품으로 개발하는 것도 그 일환입니다.-서울예술단에서도 할 일이 참 많을 것 같다.△우리는 창조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곳이잖아요. 우리 식구들이 성취감, 행복감, 희열을 느끼고, 모두 신나서 도전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저는 임기 3년의 시한부 이사장이지만, 끝이 있는 삶이기에 더 강력한 책임과 성과가 필요하다고 봐요. 주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서 제가 떠난 후에도 계속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바람입니다.(웃음) 이유리 이사장은…△연희단 거리패 창단멤버 △동숭아트센터 기획사업부장 △서울예술단 기획위원(프로듀서) △뮤지컬 제작사 SMG PAI 대표 △와드엔터테인먼트 기획이사 △기획사 컬티즌 공동 대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집행위원장 △청강문화산업대학 뮤지컬스쿨 뮤지컬연기전공 책임교수 △한국대학뮤지컬교수협의회 회장 △예그린어워즈 공동조직위원장 △한국뮤지컬어워즈 조직위원장 △한국뮤지컬산업연구소 소장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 △서울예술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예술경영 전공 교수(2016~ ) △서울예술단 이사장(2021~)
- “알고리즘 공개가 사회 후생 증가로 이어지지 않아”
-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회장 박민수 교수)와 한국데이터사이언스학회(회장 김장현 교수)가 지난 24일(금) 오전 10시 센터포인트 광화문에서 ‘알고리즘 규제의 득과 실’을 주제로 특별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알고리즘에 대한 국내외 논의 비교를 비롯해 검색 알고리즘의 공개에 따른 사회 후생 변화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 결과가 소개됐다. 김장현 교수(성균관대)“국내 보도들, 알고리즘 규제 논의가 외국보다 많아”김장현 교수(성균관대)는 ‘알고리즘을 보는 눈: 텍스트 구조 연구’를 주제로 알고리즘, 인공지능에 대한 국내외 뉴스, 연구, 소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회적 담론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분석했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의 보도 경향을 살펴보면, 해외와 비교해 인공지능 규제, 뉴스 알고리즘의 공정성에 대한 논의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기대 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높게 나타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반면 국외 뉴스에서는 인공지능이나 알고리즘을 활용한 사례나 새로운 서비스 시도에 대한 논의를 살펴볼 수 있었다. 국내 연구들에서는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에 대한 윤리 규제 주제들이 해외보다 더 부각돼 나타났다. 김 교수는 “기술이 가져오는 변화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규제 논의로 확장되어 나타나고 있다”면서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과 새로운 시도들을 억누르는 과도하고 불필요한 규제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특히 규제에 대한 시행착오가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모정훈 교수(연세대)“알고리즘 공개시 전체 사회 후생은 대체로 감소할 것”모정훈 교수(연세대)는 ‘검색 알고리즘 공개와 영향’을 주제로 쇼핑 플랫폼에서의 알고리즘 공개가 사회 후생, 특히 플랫폼 경쟁, 이용자, 판매자 등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게임이론을 통해 분석했다. 모 교수는 주로 공학 분야에 한정되었던 알고리즘이 일상생활 속에 스며들면서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는 사회적 배경을 설명했다. “검색 편향을 판단하기 위해 알고리즘 공개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알고리즘 공개로 나타나는 부작용, 특히 검색엔진 사업자가 경쟁력과 고도화 기회를 상실하고, 더 많은 어뷰징이 나타날 수 있다”며, “규제 논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 교수는 알고리즘 공개의 영향을 크게 ①이용자 검색 격차 감소 ②판매자 홍보 비용 증가 ③쇼핑 플랫폼의 선별 비용 증가 측면에서 나타날 수 있는 사회 후생을 비교했다. 모 교수는 “이용자 측면에서 일부 후생 증가가 나타날 수는 있지만 영향의 차원에 따라 전체 사회 후생은 대체로 감소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치권의 객관적 근거가 부족한 규제 논의...전문가들 우려김원식 교수(홍익대)의 사회로 진행된 종합토론에서는 ①알고리즘에 대한 국내에서의 부정적 논의 근거 ②알고리즘 공개의 부작용 ③알고리즘 규제의 객관적 기준과 방법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박종화 교수(공주대)는 “알고리즘은 인풋, 아웃풋이 명확한 구조”라면서 최근 플랫폼, 특히 알고리즘에 대한 규제 논의가 확산되어 가는데 우려를 표했다. 특히 “사업자 스스로 자정 작용이 가능하다는 믿음이 있다”면서 보다 객관적 근거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채남 대표(더아이엠씨)는 이어진 토론에서 “현재 나타나는 부작용이나 문제들은 알고리즘 보다 데이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알고리즘에 대한 기대와 완결성에 대한 과신이 오히려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이미 신뢰 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심우민 교수(경인교대)는 “사회적 이슈가 발생하면 국회의원들이 최소 10개 이상의 법안을 제출한다”며 “우후죽순 격으로 등장하는 규제 법안이 규제 담론을 오히려 확산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알고리즘 이슈에 대한 단일한 규제 기준 마련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나가아 규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함을 언급하며 “규제 논의를 유럽, 미국, 일본 등 해외 사례에서 찾을게 아니라 우리만의 근거와 사례 기반으로 전개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수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최근 플랫폼 규제 논의는 이론적 근거도 실증 근거도 부족하다”면서 “정치적 결정이 아닌 진지하고 충분한 논의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하면서 “다학제적 관점에서의 논의가 앞으로 더 확산되어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오는 10월 1일(금) 10시에는 2차 특별세미나가 이어진다. ‘건강한 인공지능 생태계 조성방안’을 주제로 큐레이션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들의 기대와 우려, 인공지능 스타트업 창업자 인터뷰 결과 등이 다뤄질 예정이다.
- '내가 키운다'→'돌싱포맨'…방송가 키워드로 자리잡은 '돌싱' 예능
- (왼쪽부터)JTBC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 MBN ‘돌싱글즈’ 포스터.[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이혼 남녀들의 일상을 담은 ‘돌싱(돌아온 싱글)’ 관찰 예능이 지상파와 종편(종합편성채널)을 관통한 방송가의 새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연예인, 스타뿐 아니라 비연예인들가지 방송에 나와 ‘돌싱’의 일상과 이혼 후 변화한 가치관들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육아 및 싱글 라이프, 연애 등 ‘돌싱’을 조명하는 예능 소재들도 다양해졌다.과거에는 이혼한 연예인들의 근황을 일정 기간 방송에서 보기 어려웠다. ‘이혼’이라는 단어가 주는 불편함, 그로 인한 대중의 따가운 시선 등 이혼은 불미스러운 사건처럼 연예인이 일정 기간 공백기를 갖도록 하는 사유로 여겨졌다. 현재 ‘돌싱’이 주인공인 프로그램들의 범람은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드러낸다.◇싱글맘 육아→연애…키워드로 자리잡은 ‘돌싱’JTBC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이하 ‘내가 키운다’)와 MBN ‘돌싱글즈’,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이하 ‘돌싱포맨’) 등이 지난달 비슷한 시기에 잇따라 방송을 시작했다.‘내가 키운다’는 싱글맘 연예인들의 육아 일상을 그린 프로그램이다. 장수 프로그램인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외에 한동안 육아 예능이 뜸했던 데다 배우 조윤희, 김현숙, 채림, 방송인 김나영 등 한동안 활동이 잠잠했던 연예인들이 오랜만에 출연을 예고해 관심을 모았다. 방영 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여성 출연진은 물론 남자 MC인 김구라까지 이혼 후 솔로 육아 경험, 연예인의 지위란 공통점 아래 진솔히 삶의 고민을 나누는 모습이 공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방송 직후 심경을 담담히 고백한 조윤희, 김현숙, 채림, 김나영의 용기는 박수를 받았고, 이들의 육아가 지나치게 편협하거나 동정 어린 모습으로 비춰지지 않게 연출한 제작진의 진솔함도 호평을 이끌었다. 조윤희의 딸 로아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은 유튜브 클립 영상 조회수 295만회를 기록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돌싱글즈’는 스타 대신 비연예인 돌싱 남녀들을 주체로 내세워 이들이 새로운 연애에 도전하는 과정을 조명한다. 그간 비연예인들의 연애, 썸을 다룬 관찰 예능이 많았지만 ‘돌싱’들의 연애 및 동거 프로젝트를 다룬 러브 버라이어티는 ‘돌싱글즈’가 처음이다. ‘돌싱글즈’ 연출자 박선혜 PD는 “이혼하길 원하는 사람, 결혼에 어려움을 겪거나 실패한 사람, 나아가 재혼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현실적인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며 “이혼은 개인의 선택이며 편견은 편견일 뿐임을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돌싱포맨’은 이혼 후 ‘돌싱’ 남성들의 취미 및 일상, 가치관 변화 등에 방점을 두고 있다. SBS 인기 예능인 ‘미운 우리 새끼’의 출연진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돌싱남’ 네 명이 게스트를 집으로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 예능이다. 이상민과 탁재훈, 임원희, 김준호 등이 출연해 이혼부터 사업 실패, 건강 문제, 연애의 어려움 등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진솔히 나눈다. 시청자들은 “‘돌싱들이 듣기 싫은 질문’, ‘재혼 상담’ 등 성역 없는 토크 주제랑 노련한 출연진의 입담에 웃음이 마를 새가 없다”, “재미는 유지하되 이혼을 그저 눈물 섞인 신파나 자극적인 가십거리로 다루지 않는 시선이 좋다”는 반응이다. 시청률도 안정적이다. 첫회(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5.3%를 시작으로 2회 만에 시청률이 7.9%까지 치솟았고, 현재도 5%에 가까운 시청률을 유지 중이다. SBS ‘돌싱포맨’ 제작발표회 단체 사진. (왼쪽부터)임원희, 탁재훈, 김준호, 이상민. (사진=SBS)◇이혼율 증가→가족형태 변화로 옅어진 편견전문가들은 ‘돌싱’ 소재 예능 프로그램이 활발히 제작되는 배경으로 이혼율 증가 및 다양한 가족 형태 등장에 따른 대중의 인식 변화를 꼽고 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통계적으로도 이혼이 늘었고 황혼에 이혼하는 경우도 생겨나면서 이혼은 더 이상 ‘흠’이 아닌 게 됐다”며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거나 유지해야 한다는 맹목적인 신념도 옅어지면서 대중의 인식도 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국내 이혼 건수는 9074건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24.4%나 급증했다. 이는 외환위기로 이혼이 크게 늘었던 1998년 3월(27.3%) 이후 3월 기준 가장 큰 증가율이다. 통계청은 “코로나19 초창기인 지난해 3월 전국 법원들이 휴정하면서 이혼 건수가 이례적으로 급감한 영향도 있지만, 이미 10여 년 전부터 계속된 ‘황혼이혼’이 특히 증가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김은영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은 “혈연으로 이루어진 ‘정상가족 신화’가 많이 무너져내렸고, 이에 따라 등장한 다양한 가족 형태들을 자연스레 인정하는 흐름도 생겼기에 문화 콘텐츠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다만 아직까지 이혼 남성은 다소 독립적이며 자유롭고 새 연애가 가능한 존재인 반면, 여성은 ‘엄마’로서 양육의 의무를 짊어져야 하는 존재로 비춰지는 경향이 짙어 아쉽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김 연구위원은 “앞으로 더 새로운 돌싱 소재 예능들이 등장하면서 서서히 인식은 바뀌어나갈 것”이라며 “청소, 요리에 서툰 모습 등을 강조해 남성을 여성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존재로 비추는 것도 바뀌어야 할 고정관념”이라고 조언했다.
- 비상교육, ‘K-디자인 어워드 2021’ 골드위너·위너 수상
-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글로벌 교육 문화 기업 비상교육(100220)이 디자인한 캘린더와 굿즈 브랜드 ‘비스킷’이 ‘K-디자인 어워드 2021’에서 골드위너와 위너에 각각 선정됐다고 10일 밝혔다.K-디자인 어워드는 ‘디자인 소리’가 주최하는 국제 디자인 공모전으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3대 디자인상 중 하나로 꼽힌다. 매년 세계 각국의 정상급 디자이너와 기업, 기관, 스튜디오 출품작을 선정한 후 시상하며, 올해는 26개국에서 3087개의 작품이 출품돼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이번에 골드위너로 선정된 ‘비상 2021 캘린더’는 비상교육의 존재 이유인 ‘상상 그 이상’(Above Imagination)을 핵심 키워드를 활용,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확장성을 캘린더 그래픽에 일관성 있게 담아냈다. 또 브랜드가 주고자 하는 콘셉트와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확장시킬 수 있도록 매일 접하는 캘린더 포스터 디자인에 변화를 주는 방식을 택했다.비상교육은 임직원 설문조사를 실시해 12개의 키워드를 도출했고,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통합과 완전함, 완성을 상징하는 원형과 진취적 기상을 상징하는 미션과 목표가 담긴 화살표를 디자인 모티브로 캘린더에 시각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이와 함께 비상교육의 굿즈 브랜드인 ‘비스킷’은 ‘비상 스폐셜 키트(Visang Special Kit)’의 줄임말로, 반복된 일상과 학업에 지친 학생들에게 비스킷처럼 바삭한 재미를 주고자 하는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 동그란 버터 모양의 비스킷 캐릭터가 다양한 디자인과 결합돼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다.특히 학교생활에 도움이 되는 학용품으로 구성된 만큼, 학부모와 학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매년 다채로운 콘셉트의 상품 구성과 뛰어난 표현력을 바탕으로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히 이뤄졌다는 점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기도 했다.김재훈 비상교육 크리에이티브 디자인 연구소 책임자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 디자인 어워드에서 비상이 제작한 디자인의 우수성을 인정받게 돼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차별화된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창의성을 발휘해 글로벌 교육 문화 기업으로서의 디자인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한편, 비상교육은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를 비롯해 이탈리아 ‘A 디자인 어워드’에서 꾸준히 수상한 데 이어 이번 K-디자인 어워드에서도 골드위너 및 위너로 선정되는 등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에서 지속적으로 디자인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 추미애 "사회대개혁 차원의 `녹색 전환 대결단` 해야"
-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4일 “사회대개혁 차원의 `녹색 전환 대결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전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연 3호 공약 발표 `기후정의와 함께 하는 에코정치`선언에서 “기후위기는 우리 모두에게 닥칠 생존의 위기이다. 지금 `대전환의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가까운 장래에 국가·사회적으로 막대한 전환비용을 떠안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4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연 3호 공약 발표 `기후정의와 함께 하는 에코정치` 선언에서 “석탄발전소 신규 구축을 금지하고 기존의 석탄발전소 폐지 속도를 앞당기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추 전 장관은 “기후위기는 이제 더는 징후가 아니라 명백한 현실”이라며 “곧 뒤따라 올 식량위기는 기후위기의 가장 큰 위협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탄소국경세`도 국제적 표준이 될 가능성이 확실시되고 있다”면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차원은 물론 생존 전략에서도 준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G7 등 선진 국가들은 단순히 기후위기 대응을 넘어 기후위기를 새로운 국제질서의 재편에 추동력으로 삼으려 한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추 전 장관은 `기후정의`를 기본권으로 담는 헌법 개정과 함께 대통령이 의장인 `지혜로운 녹색 대전환 회의` 설치를 약속했다. 또 △환경부의 `환경정의부` 확대개편 △주요 부처에 `에코위원회` 설치 △`기후 커뮤니케이션 센터` 신설 △화석연료 지원 비중 단계적 감축 및 재생에너지 지원 비율 증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상향조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추 전 장관은 “한반도의 평화도 남과 북이 기후위기에 공동대응해서 녹색 에너지 전환과 생태문명의 시대를 함께 일구는 미래를 꿈꾸어본다”며 “기후정의를 바탕으로 하는 에코정치는 사람을 높이고 우리 모두의 생태환경을 지켜내고 생명을 살려내는 이 시대의 미래정치”라고 밝혔다.다음은 제3호 공약 `에코정치 with 기후정의` 발표문 전문.존경하는 국민여러분! 당원 동지여러분!`사람이 높은 세상, 사람을 높이는 나라`를 향하는사회대개혁으로 가는 대장정의 길에 서있습니다.우리는 지금 대전환의 결단을 해야 하는 중대한 시기에 있습니다.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 다음 정부에서는 반드시 해야 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있기 때문입니다.기후위기는 우리 모두에게 닥칠 생존의 위기입니다.지금 ‘대전환의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가까운 장래에 국가·사회적으로 막대한 전환비용을 떠안게 될 것입니다.지금이 가장 적은 비용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적기입니다. 우리의 현실을 봐도 더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부인할 수 없게 되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를 의미하는 ‘글로벌 워밍(global warming)’이 ‘글로벌 히팅(global heating)’으로 변해가고 있고, ‘기후변화(climate change)’는 이미 ‘기후위기(climate crisis)’로 대체되었습니다. 연일 이어진 폭염으로 이른바 ‘열돔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뜨거운 기온에 노출된 채 목숨을 건 폭염 노동에 따른 사망과 피해도 늘어났습니다. 빈곤층과 독거노인등 기후위기 약자들이 날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 전남 완도군에서는 섭씨 28도의 물이 들어와전복과 우럭이 대규모 폐사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소위 ‘바다시계’가 빨라져 수온의 고온 현상이 벌어진 것입니다.기후재난의 피해가 바로 우리 곁에서 커져가고 있는 것입니다. 기존의 대응체계로는 해결의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기후위기는 이제 더는 징후가 아니라 명백한 현실입니다. 곧 뒤따라 올 식량위기는 기후위기의 가장 큰 위협이기도 합니다.이미 폭염으로 최근 채소 값이 급상승했습니다. 시금치 값도 두 배가 올랐습니다. 우리의 식량 자급률은 45. 8 퍼센트, 곡물 자급률은 그 절반인 21퍼센트입니다. 식량안보 차원에서도 기후위기는 절대로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사태입니다. ‘탄소국경세’도 국제적 표준이 될 가능성이 확실시되고 있습니다.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차원은 물론 생존 전략에서도 준비가 시급합니다.더 나아가 G7 등 선진 국가들은 단순히 기후위기 대응을 넘어기후위기를 새로운 국제질서의 재편에 추동력으로 삼으려 한다는 점을 직시해야 합니다.탄소배출을 감소시키는 ‘탄소중립’은 우리의 생사를 가르는 필사적인 과제가 되었습니다. 탄소배출은 불가피한 현실이 아니라 “미래세대에 대한 범죄”라는 인식이 이제는 필요합니다. 지금과 같은 탄소배출 체제는 이제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당장의 효율성만 바라보다 대규모 폭발이 예정된 시한폭탄을껴안고 사는 꼴입니다.단지 에너지 전환이라는 기술적 접근만으로 해결되지 못합니다. 사회 전반의 대개혁과 맞물려 풀어가야 할 과제입니다. 녹색전환은 고통을 최소화하면서도 그 혜택이 누구에게나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정의로워야 하고, 지혜로워야 합니다.헌법적 기본권, 인권의 차원에서 “기후정의”가 절실한 까닭입니다. 더군다나 탄소배출의 책임이 높은 쪽과 그로 인해 탄소배출이 책임이 낮은데도 고통은 집중되는 쪽의 불균형에 따른 문제는 기후정의의 과제를 더욱 분명하게 제기하고 있습니다. 미래세대로부터 함부로 탈취해서 쓰는 환경자본의 문제 역시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미래세대는 기후위기에 따른 세대 간의 부정의를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탈탄소 사회진입의 과정에서 누락되거나 배제되는 사람들의 삶 역시도 기후정의가 다루어야 할 과제입니다. 이렇게 불평등의 문제와 밀착되어 있는 기후위기는 기후정의의 차원에서 해결해나가야 합니다. 지난 주 저는 “기후정의를 향한 에코정치”라는 주제로 `추미애의 깃발` 북 콘서트를 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전문가들과 기후비상행동을 촉구하는 미래 세대들이 함께 했습니다. 저는 정말 많이 배웠고 정치인으로서 부끄러웠으며 미래세대를 위한 각오를 더욱 분명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기후위기 문제를 계속 다루어온 전 국립기상과학원 조천호 원장은 “위기의 속도가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다”며 꾸물거릴 시간이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녹색전환 연구소의 이유진 박사는 “다음 정부야말로 기후위기 대응에 결정적인 책임을 지고 있다”고 기후위기의 긴급성을 강조했습니다. 모두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미래세대의 말은 더욱 신랄했습니다. 조은별 기후변화청년모임(BigWave) 운영위원은“정치는 말만 하지 말고 과학적 근거대로 실행계획을 내놓으라, 추다르크, 이젠 기후다르크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말을 쏟아냈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김서경 청소년기후행동 상임활동가의 말은 그날 가장 충격적이었습니다.“애초부터 약자를 만들지 말라. 정의는 약자를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약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 아닌가? 약자를 배려하고 지원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라 약자를 만들지 않아야 할 정의를 이루지 못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우리 모두가 새겨들어야 할 말입니다. 기후정의도 바로 그런 자세로 임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저 추미애는 바로 이 지속가능한 미래사회로 가는 길을 열어나가고자 합니다. 생명과 생태를 생각하는 에코 정치, 탈탄소 사회로 가는 미래 기획에 “정의로운 전환”을 원칙 삼아 다음의 공약을 발표하는 바입니다.1. `기후정의`를 기본권으로 담는 헌법 개정을 하겠습니다.`기후정의`는 새로운 시대의 절실한 국민적 요구입니다. 미래세대의 삶의 터전이 될 환경자본을 지켜내는 것은 미래정치의 핵심입니다. 프랑스 헌법 1조에 “공화국은 생물다양성과 환경보전을 보장하고, 기후변화와 맞서 싸워야 한다.”라는 개정안을 논의 중입니다.우리가 헌법에 기후정의를 넣는다면 세계 최초의 나라가 될 수 있습니다.대한민국 헌법 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어 3항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자 합니다. “대한민국은 인류생존을 좌우할 기후위기에 대응하여 생물다양성과 환경을 지키며 누구도 기후약자가 되지 않도록 기후정의를 구현하고, 이를 국민의 기본적 권리로 보장할 의무를 진다.”이 정신에 따르면 기후정의와 관련한 일체의 법과 제도가 헌법적 정당성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기후정의를 기반으로 에너지 분권체제를 보장, 지역의 생태계를 안전하고 공정하며 평등하게 만들 수 있는 에너지 민주주의도 이뤄지게 될 것입니다. 기후정의는 인간의 안전을 위한 기본권이라는 것이 미래의 원칙입니다. 2. 대통령이 의장인 `지혜로운 녹색 대전환회의`를 설치하겠습니다.탈탄소 사회로 진입하는 녹색전환의 길에는 우리 사회와 국제적 역량까지 모두 포괄하는 기구가 필요합니다. 녹색전환의 기술적 차원을 포괄하면서도 그걸 넘어 성찰적 지혜가 쌓이고 가치관의 변화를 비롯해서 구조적 변화를 이끌 우리 내부의 전문적, 시민적 역량이 지속적으로 투입되어야 합니다. 또한 세계적 차원의 논의도 동반되어 종합적이고 체계적이며 장기적 시야가 확보되어 여기에서 만들어진 성과가 정부의 정책, 교육, 국제협력의 기조가 될 수 있는 수준 높은 작업을 지향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대전환 회의에는 반드시 미래세대의 참여와 권리가 보장되도록 할 것입니다. 이들이 주체가 될 수 있는 기반을 최대한 지원할 것입니다. `지혜로운 녹색 대전환회의`는 대통령이 의장을 맡아정부의 모든 정책에 기본 골격을 세우는 토대가 될 것이며새로운 유형의 선진국가 모델의 핵심이 되리라 믿습니다. 3. 환경부를 `환경정의부`로 확대개편하고, 주요 부처에 ‘에코위원회’를 설치하겠습니다. 환경부를 ‘환경정의부’로 개편하고 재생에너지 전환에서부터 새로운 산업구조의 재편과 새로운 생태계 설계와 복지제도 등에 대한 전반적 정책 추진과 연관 부서간의 협력 체제를 만들어가겠습니다. 기존의 탄소기반 사회를 ‘탈탄소 사회’로 전환하는 것이 어려운 까닭은 이미 우리의 발전 경로가 다른 경로로 나갈 수 없는 자물쇠로 채워진 구조적 경직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환경부가 지난 2020년에 내놓은 `한국기후변화 평가보고서`는 한반도 기온상승이 전 세계 상승 보다 2배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기후정의를 실현시킬 중심부서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정부 각 부처에 `에코위원회`를 설치, 정책 수립에 `에코위원회`의 역할과 비중을 높이도록 하겠습니다. 가령, 국토부의 경우에도 기후정의의 관점, 생물다양성 보전 등의 가치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겠습니다.해양수산부, 산림청 등도 이런 관점에서 에코위원회 가동을 구상하겠습니다.4.`기후 커뮤니케이션 센터`를 신설, 기후위기 정보와 자료를 투명하게 공급하겠습니다.기후위기 대응에는 투명한 정보 공급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기후민주주의’ 체제를 성숙시키기 위해서도 긴요한 장치입니다. 기후재난과 관련한 정보 또한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급, 대응에 필요한 제도적 해법을 보다 정밀하게 내놓도록 하겠습니다.‘기후 커뮤니케이션 센터’는 국민의 일상생활에서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본시스템이 될 것이며 이와 관련된 과학기술의 발전과 교육에도 중요한 기여를 하게 될 것입니다.5. ‘그린 뉴딜’에 따라 화석연료 지원비중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재생에너지 지원비율을 높여가겠습니다.그린 뉴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습니다. 재생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체계에서 화석연료 비중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재생에너지는 비약적으로 늘여야 합니다. 탄소의존 관성이 구조화된 체제를 과감하게 허물어 나가야 합니다. 화석연료 지원체제는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더군다나 석탄발전소도 늘어났습니다. 탄소중립 목표와 배치되는 상황입니다. 당장 전환이 어렵다 해도 석탄발전소 신규 구축은 금지하고 기존의 석탄발전소 폐지의 속도도 앞당기겠습니다. 재생에너지 기술개발 집중지원 시스템을 만들겠습니다. 탈원전도 이 원칙에 따른 단계적 과정을 거치겠습니다. 탈내연기관 전환도 준비하겠습니다. 시기와 예산, 규모는 전문가들과 폭넓고 깊은 논의를 통해 정리해나갈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직종 이전, 주민 수용성 등을 위한 정의로운 전환 설계를 면밀히 해서 그린 뉴딜의 효과가 극대화 되도록 하겠습니다.재생에너지 개발의 선두주자가 되는 목표도 아울러 담아내겠습니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기후전쟁의 시대’로 돌입했습니다. 기후위기와 싸워야 하는 전쟁이자 재생 기술시장 안에서의 새로운 전쟁입니다. 이 두 개의 전선은 본질적으로 하나입니다. 누가 먼저 재생에너지 시스템으로 빠르고 확실하게 진입하는데 성공하는가가 절박한 과제입니다. 국가안보 그리고 국가의 미래경쟁력 차원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밀리면 후발 재생에너지 국가는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보기에는 아무리 막대해도 지금이 가장 비용이 적게 듭니다. 나중에는 비용부담이 더 늘어날 뿐입니다. 그런데 기후위기 대응에 나중은 없습니다. 빠르면 빠를수록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도, 재생에너지 시장의 관점에서도 모두 유익합니다. 탄소세, 탄소관세 등은 기본이 되어야 하며, 탄소배출에 따른 책임과 이에 기초한 배당 역시도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탄소배출 억제효과와 함께 산업구조의 녹색전환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녹색기금`마련도 설계하겠습니다. 녹색 대전환의 과정에서 일자리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전환과정에서 발생하는 취약계층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이런 질문들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대단히 중요합니다. 전환비용을 국가예산만으로 하기에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에 전환비용을 위한 `녹색기금`이 마련된다면 우리 사회의 통합을 위해서도 크게 가치를 지니게 될 것입니다.녹색기금은 탄소산업에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를 우선적으로 지원하게 될 것입니다.인천송도에 사무국이 있는 국제적인 녹색기후기금 GCF(Green Climate Fund) 기여 비중도 책임 있는 녹색전환국가로서 단계적으로 상향조정하겠습니다. 기후 후진국에 대한 지원은 그 자체로서도 의미가 있으며 재생에너지 시스템 이전에도 중요한 가치를 갖게 될 것입니다. 6.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NDC)를 상향조정하겠습니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 감축 규모를 지난 2018년 대비 최소 50퍼센트로 상향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높은 목표치는 기존의 목표치에 비해 부담스럽게 보일 수 있으나 우리의 행동을 보다 신속하고 담대하게 만들 것입니다. 녹색전환은 앞당겨지게 될 것입니다. 현재 우리는 40퍼센트 이상 감축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번 청소년 기후행동에서 제게 전달한 정책 제안서는 70퍼센트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2050년도 탄소배출 ‘넷 제로’에 따르면 타당한 목표지만우리의 현실을 감안한 조건과 설계도 중요할 것입니다. 5년 뒤 우리의 역량을 검토, 상향조정을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국가이면서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벗어내기에는 NDC 목표치의 상향 조정은 불가피합니다. 우선 석탄 발전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분야를 늘려가면서 우리의 산업구조를 녹색전환의 틀 속에 담아나가는 노력이 동반되도록 하겠습니다. 감축경로도 보다 명확하게 정리해나가겠습니다. 탄소배출 감축이 경제성장의 보조수단이 아니라 탄소배출 목표에 따른 성장정책을 조절하는 `녹색시대의 윤리적 성장`을 설계해 나가도록 할 것입니다. 2050년 ‘넷 제로’의 목표는 이렇게 해서 반드시 실현해내야 합니다. 그린 뉴딜도 이에 기초하여 약진하게 될 것입니다. 7. 기후정의에 따른 교육혁명을 지향하겠습니다.녹색전환에 요구되는 “윤리적 성장 가치”, 자연의 생명력을 존중하고 회복시키는 “재생과 순환체계”에 대한 교육, 생산과 폐기물 처리의 자연친화적 물질대사 과정 등을 교육의 기본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미래세대는 세계시민적 지위를 보다 분명하게 가진다는 점에서 이를 바탕으로 국제협력의 역량 강화를 통해 하나뿐인 지구를 함께 살려가는 보편적 연대의 교육이 일상이 되도록 하겠습니다.기후정의가 불평등을 해결하는 사회적 전환의 역사와 가치가 담긴 교육을 통해 자신들의 미래설계를 정의롭고 생태적이며 지속가능하도록 돕겠습니다. 8. 녹색전환을 기준으로 도시와 주거설계가 이루어지도록 하겠습니다.기후정의에 따른 정책은 일상의 삶, 주거 환경이 안전하고 지속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지진이 빈발하는 곳에서는 지진 대비 설계가 도시, 주거 설계의 중심이 됩니다. 이처럼 기후위기에 따른 도시설계와 주거마련은 앞으로 필수입니다.에너지 절감형 건축을 비롯해서 녹지 확대 생태계로의 전환, 탄소중립 도시, 탄소배출 제로 건물, 녹색 대중교통 시스템, 보행, 자전거 통행 도시설계 등은 우리 삶의 조건을 지속가능하고 안락한 환경으로 변화시키는데 핵심적 요건이 될 것입니다.생태환경이 풍요로운 마을과 도시가 늘어나고 그것이 첨단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서 새로운 미래의 삶이 이루어지는 녹색시대, 생태문명의 시대를 열어나가는 실생활의 변화를 이루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당원 동지여러분!기후위기는 우리사회 전반에 걸친 충격과 적응, 창조적 대응의 과정을 거치게 할 것입니다. 충격과 고통의 강도를 최소화하면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준비해나가는 것은 이를수록 보다 쉽게 가능해질 것입니다. 대응의 긴급성, 준비의 총체성을 염두에 두고 지속가능한 사회로 전환하는 우리 사회의 지혜가 하나로 모아지기를 바랍니다. 한반도의 평화도 남과 북이 기후위기에 공동대응해서 녹색 에너지 전환과 생태문명의 시대를 함께 일구는 미래를 꿈꾸어봅니다. `에코 코리아`가 새로운 시대 우리의 세계적 브랜드가 되는 겁니다. 기후정의를 바탕으로 하는 에코정치는 사람을 높이고 우리 모두의 생태환경을 지켜내고 생명을 살려내는 이 시대의 미래정치입니다. 개혁, 평화, 생명으로 미래를 이끌어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루푸스 환자의 증상이 모두 달라 주의해야”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결체조직질환 루푸스의 정확한 이름은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로, 가임기를 포함한 젊은 여성에서 주로 발병하는 대표적인 만성 자가면역질환이다. 자가면역질환은 신체를 지켜주는 면역세포가 외부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아닌 자신의 건강한 장기나 조직, 세포를 공격해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이러한 염증 반응이 피부, 관절, 폐, 심장, 신장, 뇌신경계, 혈관 등 다양한 신체 기관에 발생하는 것이 루푸스다. 특히 병원에 내원한 환자가 루푸스를 앓는 경우 각각의 증상이 모두 달라 전신에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천의 얼굴을 가진 질환’이라고도 부른다. 홍승재 경희대병원 관절류마티스내과 교수는 “루푸스 환자 65% 이상이 16~55세에 해당하는 젊은 여성의 병이지만 최근에는 고령화 및 빨라진 초경으로, 해당 발병 연령층의 폭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며 현재 트렌드를 전하고 “천의 얼굴을 가진 희귀난치질환 루푸스는 전신에서 여러 증상을 보이며 예기치 못한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나는 만큼 주치의와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환자로서는 전신에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들이 루푸스와 관련된 질환인지 판단도 어렵고, 방치하다 악화될 수도 있는 만큼 주치의와 반드시 상의해 질환 악화를 방지하고 장기 손상이 없도록 끊임없이 관리해야 한다는 조언이다.◇진단 검사 및 치료법전신의 염증과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 루푸스의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유전적 기전인 자가면역기전에 의한 원인으로 추정되며 바이러스나 세균, 과도한 스트레스, 자외선, 호르몬 등 다양한 환경적 요인이 더해져 발병한다. 분명한 원인이 없는 만큼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도 어렵다. 명확한 기준보다는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과 진찰 및 임상 소견 등 전체를 종합해 살피고 혈액, 소변, 영상 검사와 함께 장기의 조직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루푸스는 아직 완치의 개념이 없다. 질병 활성도를 수시로 모니터링하면서 그에 맞는 적절한 치료가 최선이다. 급성 악화를 막고, 질병 활성도를 낮은 상태 또는 관해 상태로 유지해 여러 장기의 손상을 예방, 궁극적으로 삶의 질 향상이 치료 목표다. 루푸스 치료는 적절한 약제의 선택, 규칙적인 운동, 적절한 휴식과 일상생활 관리가 필수다. 일상생활 관리는 직업 선택이나 작업 환경의 조정, 스트레스의 적절한 해소, 금연, 균형 잡힌 영양관리 등이 포함된다. 자가면역질환에 있어 약물치료는 가장 중요한 근간으로 루푸스의 활성도와 침범된 장기에 따라 다르다. 루푸스 활성도가 낮은 경우는 피부 발진이나 흉막염, 심낭염, 장막염, 관절염 등이 동반된 경우다. 이때는 항말라리아제, 저용량 스테로이드, 비스테로이드소염제를 투여한다. 신장이나 뇌신경계, 폐, 심장 침범, 혈관염, 신경염, 심한 혈소판감소증이 생기면 고용량 스테로이드와 강력한 면역억제제를 투여한다. 합병증 치료를 위해 이뇨제, 혈압강하제, 항경련제, 항생제 등도 사용한다.홍승재 교수는 “질병활성도를 평가해 적절한 약물을 선택하고 그에 맞는 용량을 조절해 꾸준히 치료해야하고 조기진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홍 교수는 “조기 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뇌신경계, 신장, 혈관 등 주요장기에 침범한 증상으로 처음 내원한 환자는 치료가 매우 까다로울 뿐 아니라 이 경우 치명적일 수 있어 초기부터 고용량 스테로이드와 강력한 면역억제제, 면역조절 생물학적제제 등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루푸스 악화 요인 ‘임신, 자외선, 여성호르몬’에 따른 주의점루푸스 악화 요인으로 임신, 자외선, 여성호르몬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 요인은 면역세포 활성화로 자가면역반응을 증가시켜 환자들을 괴롭힌다. 임신 자체가 질병을 악화할 수 있으나 질병 활성도가 없는 관해 상태가 6개월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활동성 중증의 장기 침범 루푸스신염, 심한 폐동맥고혈압, 만성콩팥병증, 전자간증을 앓은 병력과 같은 합병증이 없으면 임신을 시도할 수 있다. 홍 교수는 “혈액검사에서 항인지질항체나 항Ro(SS-A), 항 La(SS-B)항체가 체내에 존재하는 경우 유산이나 임신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반드시 류마티스 전문의와 상의해 임신 전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며 “치료약제 중 항말라리아제와 저용량 스테로이드는 임신 중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으나 메토트렉세이트,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 마이코페놀레이트 등의 면역억제제는 태아 기형의 위험이 크므로 임신 전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이외에도 광과민 반응이 있는 환자에서 자외선은 질병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한낮에는 야외활동을 피하고, 자외선 차단지수(SPF) 15이상 선크림을 충분히 바르고 양산 등으로 피부가 직접 자외선에 노출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피임 목적이나 폐경 후 호르몬 대체 요법으로 여성호르몬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루푸스가 악화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과거에는 예방접종도 루푸스를 악화시킨다고 알려졌으나 최근 인플루엔자(독감)와 폐렴구균 예방접종의 안전성이 확인했다. 그러나 면역억제제로 치료 중인 경우, BCG(결핵예방접종), MMR(홍역, 볼거리, 풍진), OPV(경구용 소아마비백신), 일본뇌염, 수두백신, 대상포진 백신등의 생백신은 일반적으로 권장하지 않는다. 또 항인지질항체를 가지고 있는 루푸스 환자들은 혈전의 위험성이 높아 코로나 백신의 경우 혈전 위험성이 적은 mRNA백신을 권고한다. 홍승재 교수는 “루푸스는 초기 증상과 징후에 따라 내원 경로가 다양하고 진료시 증상에 따라 여러 진료과와의 협진과 진단이 아주 중요하다”며 “몸에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을 꼭 주치의와 상의해 조기에 발견하고 끊임없이 관리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사전예약 일시 중단 '후폭풍'…방역당국 불신 속 백신 수급 우려↑
-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55~59세(1962~1966년생)를 대상으로 한 백신 사전예약 일시 중단 사태의 후폭풍이 거세다. 기초적인 수요·공급마저 무시한 황당한 예약 진행으로 50대들은 과연 ‘정상적으로 접종을 받을 수 있을지’ 불안에 휩싸이고 있다. 델타 변이 공습 등으로 ‘코로나 4차 대유행’에 접어든 심각한 상황에서 백신 확보에 차질을 빚으면 결국 일상회복에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방역당국은 예정된 물량에는 문제가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수급계획을 마련하지 않는 한 불안감은 지속될 전망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동네 슈퍼도 특가 수량 공지하는데 하물며…”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 겸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장)은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 전날 백신 예약 중단 사태에 대해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정 청장은 “조기 예약이 종료된 것에 대해 상세히 설명을 드리지 못하고, 안내 드리지 못해 송구하다”고 언급했다.앞서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12일 0시부터 17일 오후 6시까지 엿새간 55~59세 일반 국민(352만4000명)을 대상으로 백신 사전예약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대 80만명에 달하는 접속자가 동시에 몰리며 사이트가 마비되는 등 일대 소동이 일었다. 사이트 복구 후에도 접속자 폭주는 계속돼 수 시간에서 수십 시간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결국 사전예약 시작 15시간 30분 만에 예약 일시 중단 공지가 떴다. 앞서 정부는 “이달부터 충분한 백신 물량을 보다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것“(문재인 대통령, 7월 5일), “하반기 공급 예정인 백신 물량은 굉장히 충분한 상황”(정은경 청장, 6월 24일) 등이라고 언급했던 만큼 일반 국민들은 사전예약 역시 접종대상 352만명분을 당연히 확보한 것으로 이해했다.하지만 사실상 ‘선착순 예약’으로 정체가 드러나면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방역당국이 준비했던 백신이 185만회분밖에 안 됐다는 사실을 예약 중단 후 뒤늦게 진행한 오후 브리핑에서 밝혀져 분통을 자아냈다. 박혜경 추진단 접종시행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백신 물량은 제조사와의 계약 조건상 비밀협약유지 때문에 정확히 말할 수 없다”며 책임회피에 급급했다.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동네 슈퍼도 특가 상품을 팔 때 ‘얼마에, 언제까지 팔 것이고 몇 개가 준비돼 있다’고 공지를 한다”며 “방역당국은 기자가 준비한 물량에 대해 질문을 하니 그제야 185만회분이 있다고 답을 했는데 이는 성의가 없고, 실력이 없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서버 폭주 사태가 지난달 군 관련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얀센 백신 100만명분 사전 예약 과정에서 이미 드러났다는 점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실패했다고 본다”며 “예를 들어 58~59세를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먼저 예약을 시작했으면 혼란을 조금 덜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더욱이 이 같은 사태는 향후 사전예약과정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당장 오는 19일 진행하는 50~54세 대상 사전예약과정에서 서버 폭주 사태는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50대 접종, 모더나 661만회분 추가 필요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과연 백신이 예정대로 확보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50대가 맞을 수 있는 모더나 분량이 7~8월 제때 들어올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방역당국이 밝힌 모더나 백신 잔여량은 80만 7500회분뿐. 단순하게 1차 사전예약분 185만회분을 채우기 위해서는 104만 2500회분, 아직 예약을 하지 못한 55~59세 연령층까지 포함하면 271만 6500회분이 필요하다. 여기에 이달 19일부터 사전예약을 시작하는 50~54세 연령층에 대한 접종을 위해 390만회분이 더 필요하다. 결국 내달 21일까지 50대 전체를 대상으로 접종을 마치기 위해서는 향후 5주에 걸쳐 매주 130만회분 이상, 총 661만 6500회분의 모더나 백신을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박혜경 접종시행반장은 일단 “모더나의 접종 도입 물량은 7월에 비해서 8월에 많다. 접종을 희망하는 50대에 모두 예약 기회가 부여될 것”이라며 “돌발적인 예약이 중지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정 청장은 그러나 지난해 연말 모더나 4000만회분을 계약했다고 발표한 자리에서 “공급 시작 시기를 내년도 3분기(7∼9월)에서 2분기(4∼6월)로 앞당겨졌다”고 공언하는 등 이미 허언을 남발하고 있다.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방역당국의 계산에 따라 하루 확진자 2331명까지 찍을 것으로 보이는 8월 중순까지 4차 대유행이 지속된다고 볼 때 백신 수급이 지연되면 일상회복은 더욱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는 백신을 구할 수만 있으면 어디에라도 무릎 꿇고 빌어야 한다”며 “그것이 경제 생명을 살리는 길”이라고 말했다.
- 블라인드, 400억 투자 유치…외신 “코로나 시대 소셜의 새 장 열었다”
-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직장인 소셜 플랫폼 블라인드가 약 416억 원(37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C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18일 밝혔다. 블라인드의 운영사 팀블라인드는 이번 투자금을 적극 활용해 목표했던 2025년 미국 나스닥 상장을 앞당길 계획이다.이번 라운드에는 메인스트리트 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해 미국 시스코 인베스트먼트, 싱가포르 파빌리온 캐피탈 등 세계적인 투자 운용사가 새롭게 합류했다. 기존 투자사인 미국의 스톰벤처스와 DCM벤처스도 투자 규모를 늘렸다. 파빌리온 캐피탈의 모회사인 테마섹은 싱가포르 정부가 지분의 100%를 소유한 세계 최대 규모의 국영 투자사로, 에어비앤비, 알리바바, 텐센트 등을 포트폴리오로 보유하고 있다. 양대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S&P에서 최고 신용등급 AAA를 획득할 정도로 자금 회수가 확실한 기업에만 선별 투자하는 보수적 자금 운용으로 유명하다.투자사들은 이번 투자를 결정한 배경으로 코로나 이후 블라인드의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이란 업계 전망을 꼽았다. 혼다 오스케 DCM벤처스 제너럴 파트너는 “블라인드는 만남이 요원해진 코로나 시대 직장인들의 커뮤니케이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전 세계 유일의 플랫폼”이라며 “블라인드의 성장 동력에 힘을 보탤 수 있어서 기쁘다”라고 전했다. 문성욱 팀블라인드 대표는 “설립 시점부터 글로벌 확장을 목표로 두고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세웠다”라며 “미국에서의 확장은 물론, 이미 많은 가입자를 확보한 캐나다, 인도 등 주요 국가에 거점을 둔 글로벌 플랫폼으로 도약해갈 것”이라고 비전을 밝혔다.출시 5년 만에 미국을 대표하는 직장인 소셜 플랫폼이 된 블라인드는 미국에서 링크드인 다음으로 인증된 화이트칼라 가입자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 창업자 마이클 블룸버그가 미 대선 민주당 경선 당시 자신의 리더십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블라인드의 재직자 평가를 활용할 정도로 미국에서는 조직 문화의 바로미터로 통한다.블라인드의 가입자 규모는 미국과 한국에서 500만 명 이상이다. 체류 시간은 하루 평균 40분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체류 시간이 긴 유튜브(46분)에 맞먹는 강력한 사용자 로열티가 특징이다. 한국의 경우 재직자 300인 이상 기업체 근로자의 85% 이상이 블라인드를 사용한다. 주요 외신도 이번 대규모 투자 유치 소식을 잇따라 전했다. 미국 최대 IT 전문지인 테크크런치는 10일(현지 시각) “재택근무가 일상이 된 오늘 블라인드는 직장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indispensable) 서비스가 됐다”라며 “직장인 소셜의 새로운 장을 개척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영국 M&A 전문지 머저마켓은 “블라인드는 마이크로소프트 재직자의 90%, 페이스북 재직자의 70%를 가입자로 보유한 압도적인 서비스”라며 “이번 투자를 기반으로 23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HR 테크 시장을 노릴 것”이라 내다봤다.팀블라인드는 지난해 기업 인사이트 플랫폼 블라인드 허브(Blind Hub)와 채용 서비스 블라인드 하이어(Blind Hire)를 출시하고 수익 모델 개발과 프로덕트 고도화를 위한 공격적인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달 초에는 인튜이트, 글래스도어, 옐프에서 프로덕트 헤드를 역임했던 육영 최고 제품 책임자(CPO)를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 [김정남의 월가브리핑]'공짜 점심은 없다' 바이든표 부자 증세 시장 여파는
- <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 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요즘 미국 뉴욕 증시는 미묘한 분위기입니다. 우량 대형주 중심의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현재 33072.88입니다. 역사상 최고치입니다. 지난주 1.36% 상승했습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3913.10→3974.54)는 신고점을 깨며 지난주 1.57% 올랐습니다. S&P 지수는 대형주 위주입니다. 두 지수를 보면 뉴욕 증시는 초호황이라고 보면 되겠지요.현재 미국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기자가 머물고 있는 뉴저지주(州)의 주민들은 “언제 백신 맞을 거냐”를 서로 자주 물어봅니다. 기자의 이웃들은 대부분 맞았고요. 인근 뉴욕주는 더 적극 백신을 접종한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미국인들은 밖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토요일 맨해튼 센트럴파크에 나가 보니, 그 드넓은 공원이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인근 유명 박물관들은 여전히 실내 관람객 수를 제한하고 있음에도 ‘혼잡스럽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두 지수가 연일 신고점을 경신하는 건 이런 경기 회복 기대감을 반영한 결과입니다.하지만 나스닥 지수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지난주 5거래일 사이 1만3215.24에서 1만3138.72로 0.58% 내렸습니다. 나스닥은 기술주 위주로 구성돼 있습이다. 중소형주를 모아놓은 러셀 2000 지수는 같은 기간 2.89%(2287.55→2221.48) 떨어졌습니다. 예컨대 ‘홈트계 넷플릭스’로 불리는 펠로톤의 경우 1.74% 하락했습니다. 펠로톤은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데요. 지난해 말 이후 뚜렷한 하락세입니다. 올해 1월13일 167.42달러로 고점을 찍었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36.44% 급락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지난해에는 모든 지수가 올랐는데, 올해는 확실히 기류가 달라졌고요. 그 연장선상에서 성장주와 가치주의 앞날을 둘러싼 논쟁은 월가를 달구고 있습니다.지난주 5거래일간 중소형주 중심의 미국 러셀 2000 지수 추이. (출처=구글)◇월가의 새 변수 ‘바이든표 증세’월가는 새로운 재료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변수가 많은데, 하나 더 추가된 건데요. 바로 바이든발(發) 증세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부터 세율 인상은 예고된 이벤트였지요. 그러나 증세 이슈의 파괴력이 크다 보니 요즘 월가 내에서는 ‘주판알 튕기기’가 한창입니다. 전체 지수에는 어떤 영향을 줄지, 변동성이 큰 증시에 방향성을 제시할지, 구체적인 수혜주는 무엇일지 등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31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를 방문해 인프라 패키지 법안을 공개하면서 세제 개편안을 내보입니다. 그 규모만 3조달러(약 3400조원)가 넘을 정도의 천문학적인 부양책입니다. 월가를 넘어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겁니다.구체적인 증세안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얼개는 △법인세 인상 △국외소득세(GILTI) 인상 △부유세 인상 △자본소득세 인상 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와 함께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연 소득 40만달러(약 4억5000만원) 이하 가구에는 증세 여파가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한 점을 눈여겨 봐야 합니다.세금을 더 내고 싶은 이는 없겠지요. 그러나 미국인들은 재정을 확대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을 선택했고요. 그에 따른 바이든 대통령의 증세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예고된 청구서’입니다. 팬데믹 이전 미국의 1년 예산은 통상 4조달러 남짓이었습니다. 이것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돈이지요. 그런데 미국이 본예산을 제외한 추가 부양책(한국의 추가경정예산)을 막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그 규모만 6조달러이고요. 바이든 대통령은 여기에 3조달러 이상을 더하겠다는 겁니다. 그 이후 돈을 추가로 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달러화는 세계적으로 그 수요가 많은 독보적인 기축통화입니다. 그럼에도 추경이 본예산의 두 배가 되는 건 좀 꺼림칙하지 않나요. 이미 미국 내에서는 국가부채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더 장기적으로 보면 달러화 가치 혹은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걱정까지 나옵니다. 지금이야 미국이 국채를 발행하면 안전하다고 믿으니 누구든 매입하고 있지만, 만에 하나 이게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든다면 어떻게 될까요. 국제사회의 리더를 자처하는 미국이 저래도 되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겠지요. 그게 미국 국채 수요 약화로 이어질 테고요. 그래서 “통 크게 움직이자(Act big)”고 강조한 바이든 대통령이 꺼낸 카드가 증세입니다. 마냥 빚만 지지 말고 일정 부분은 스스로 해결하자는 겁니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제공)◇경제와 증시에 찬물 끼얹을까크게 두 가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는 직관적으로 가장 궁금한 점이지요. 증세가 미국 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이건 곧 그간 강세를 보였던 주가가 약세로 전환하지는 않을지, 특히 증시를 이끌던 기술주가 영향을 받을지로 질문을 바꿀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월가 내 분석은 많이 나와 있습니다. 굴지의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진단을 보면요. 골드만삭스는 바이든 대통령의 기존 법인세율 인상 계획(21%→28%)이 의회 논의 과정에서 낮춰질 것으로 예측보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가 가정한 인상 후 법인세율은 25%입니다. 실제 공화당은 증세를 두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요. 이럴 경우 S&P 지수에 속한 기업들의 이익은 3%가량 감소할 것으로 골드만삭스는 추정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올해 말과 내년 말 S&P 지수 전망치는 각각 4300, 4600으로 내다봤습니다. 지금보다 더 오를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대규모 부양책이 인프라 투자에 쓰여 경제 성장을 도모할 것이기 때문에 대형주 중심의 S&P 지수에 생각보다는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하지만 기술주는 얘기가 다릅니다. 골드만삭스는 법인세, GILTI를 예정대로 올릴 경우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정보기술(IT), 헬스케어 등은 10% 내외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미국 대형 IT기업들은 무형자산을 통한 국외소득이 많습니다. GILTI를 11%에서 21%로 올리는 증세로만 6% 안팎 이익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실제 대장주인 애플을 타격이 클 기업 중 하나로 꼽았지요. 엔비디아, 오라클, 브로드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에너지, 금융, 소재 업종은 증시 후폭풍을 그나마 작게 받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골드만삭스 분석의 방점은 ‘증세는 시장 전반에 부정적’이라는 겁니다. 골드만삭스는 예정대로 28%로 법인세율이 오를 경우 기업 이익은 9%로 급감할 것으로 점쳤는데요. 이익 감소율이 3%가 아니라 9%라면 S&P 지수 하락 폭 역시 크겠지요. 공화당과 협의가 잘 안 돼 의회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이 힘으로 증세안을 밀고 갈 시나리오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나스닥, 러셀은 물론이고 다우, S&P 등이 동시에 사정권에 들어설 수 있다는 뜻입니다.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전략가는 “많은 투자자들은 민주당의 증세에 회의적”이라고 했습니다.골드만삭스뿐만 아닙니다. UBS는 법인세율 25%를 가정해 기업 이익이 4%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데이비드 레프코위츠 UBS 전략가는 “증세로 인해 증시가 위축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법인세 인상, 국외소득세 인상 등 증세안이 모두 이뤄질 경우 각 업종별 이익 영향 전망치. (출처=골드만삭스, 마켓워치)◇‘K-양극화’ 완화에 기여할까또 하나 주목할 포인트가 있습니다. 바이든표 증세가 양극화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인데요. 연봉 40만달러 이하 가구는 해당 사항이 없다는 바이든 대통령과 옐런 장관의 주장을 다시 한번 상기해 보지요. 지난해 증시는 극한의 양극화였습니다. 소위 FAANG으로 불리는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알파벳) 등 빅테크는 물론이고요. 줌, 펠로톤 같은 언택트 기술기업들은 하늘을 난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습니다. 모두가 위기라던 팬데믹이 이들에게는 ‘퀀텀 점프’의 계기였던 셈입니다. 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실물경제는 그렇지 않았지요. 미국 최대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주가는 팬데믹 직전 주당 130달러대였는데요. 지난해 내내 100달러 안팎에서 오를락내리락 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은행이 이랬습니다. 최근 경기 회복 기대감을 업고 이제야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요. 세계 최대 항공사로 불리는 델타항공 주가는 팬데믹 이전 60달러 안팎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내내 30달러 안팎에서 움직였고요. 항공 수요가 서서히 증가하고 있는 요즘은 40달러대입니다. 은행주와 항공주가 바닥을 긴 건 실물경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지금도 미국의 실업난은 역사상 최악의 위기입니다. 주로 식당, 술집 등 서비스 업종에서 일하는 저소득층이 그 중 상당수이고요. 이걸 우리는 ‘K-양극화’라고 부르고 있습니다.아직 뚜껑이 열리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바이든 증세안은 이같은 K-양극화 현실을 감안할 것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빅테크가 세금을 더 낼 건 자명하다는 겁니다. GILTI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고요. 자본소득세 인상은 지난해 자산시장의 ‘역대급’ 호황으로 돈을 많이 번 부유층 자산가를 타깃으로 한 겁니다. 미국 내에서 빈부 격차는 큰 문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최근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는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기자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번 증세를 통해 빈부 격차가 다소 줄고 더 나아가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 지는 바이든 정권의 성패를 좌우할 이슈일 수 있습니다.‘홈트계 넷플릭스’로 불리는 펠로톤의 최근 1년 주가 추이. (출처=구글)◇폭등한 기술주, 흔들릴지 주목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이상 재정 확대는 이제 상수가 됐습니다. 월가 굴지의 자산운용사 유로퍼시픽캐피털을 이끄는 피터 시프 회장은 최근 기자와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국이 10조달러를 쓰면서 거두는 세금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세금을 더 안 걷고 국채를 계속 찍는다면, 국채금리는 추가 상승하고(국채가격은 추가 하락하고) 높은 금리를 안고 살아야 하는 미국인들의 일상은 여러모로 고통 받을 게 뻔하겠지요. 재정을 더 쓰겠다는 생각이니 국채 발행량이 많아질 건 당연한 건데, 여기에 기업·부자 증세를 통해 그 후유증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겠다는 게 바이든 대통령의 복안일 겁니다. 물론 부자 증세는 경제 성장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하겠다고 마음 먹었을 거고요. 그 미묘한 경계선을 넘나드는 정책의 기술이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제 아무리 베테랑인 옐런 장관이라고 해도 말이지요. 얼마 전 토털리턴 펀드 투자자 대상 화상 웹캐스트에서 만난 ‘채권왕’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회장은 “미국은 경기 부양책에 완전히 중독돼 있다”고 탄식했는데요. 어쨌든 돈을 쓰려고 하니 이런저런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네요. 세상에 공짜는 없는 모양입니다.모든 게 불확실합니다. 투자하기 참 어려운 시기입니다.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이어질지 예상이 불가능합니다. 그때그때 나오는 재료로 그때그때 대응하는 것 외에 딱히 조언이 필요하지 않아 보입니다. 다만 국채 발행을 늘리든, 아니면 세율을 인상하든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업종이 기술주라는 분석이 많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하지 싶습니다. 특히 규모가 큰 대형 기술주보다 지난해 확 뜬 중소형 기술주는 더 그렇습니다. 최근 <월가브리핑>에서 줄기차게 말씀 드렸는데요. 투자자 스스로 자신만의 투자 가이드라인을 자꾸 생각해봐야 할 시점입니다.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9일 오후(현지시간) 이데일리 등이 참석한 토털리턴 펀드 투자자 대상 화상 웹캐스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화상 웹캐스트)